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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도 ‘가성비’ 시대…우선주부터 우선 소각한다

증권 일반

국내 주요 대기업들 사이에서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는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보통주를 중심으로 매입·소각해 왔으나, 이러한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눈에 띄는 기업 중 하나가 ㈜한화다. ㈜한화는 지난 1월 인적분할 추진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형 우선주인 제1우선주 전량을 매입해 소각하겠다는 방침을 공시했다. ㈜한화는 임직원 주식기준성과보상제(RSU) 지급분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주를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소각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와 함께 구형 우선주 19만9033주 전량을 장외 매수해 소각하기로 했다. ㈜한화는 “이를 통해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한화는 2024년에도 제3형우선주를 시장에서 매입해 전량 소각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무의결권 주식을 없애는 강력한 주주환원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현대자동차 역시 지난달 31일 우선주를 포함해 시가 7891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보통주 129만1274주와 우선주 121만4332주 등 자사주 총 250만5606주를 소각 완료했다.소각한 우선주는 ▲현대차우 50만1923주 ▲현대차2우B 70만6883주 ▲현대차3우B 5526주다. 기업이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면 향후 임직원 보상이나 인수합병(M&A) 등에 다시 활용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는 2024년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소각해왔다.지배주주 중심 계산법→‘자본 운용 극대화’로 전환대기업들의 이러한 행보는 자본시장에서 우선주 소각이 갖는 ‘자본 운용의 극대화 효과’에 주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이 주로 보통주를 매입하고 소각해온 것은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에서 보통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그만큼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줄어들어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상승하기 때문이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사주(보통주) 매입은 큰 틀에서 주주환원의 한 방식이지만, 사실상 지배주주 중심의 계산법이 작동한다는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며 “우선주 매입이나 소각이 거의 없었던 이유도 지배주주 지배력을 확대하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최근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과 맞물려 총주주수익률(TSR) 및 자본 효율성에 대한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다. 주가가 보통주 대비 30~70% 싸게 형성된 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기업은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수량의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전체 발행주식 수를 효과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최소의 비용으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배당금(DPS)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회사는 매년 정관에 정해진 배당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통상 우선주는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금을 받는다. 그런데 기업이 우선주를 사들여 소각하면 매년 지출해야 했던 배당금 재원과 우선주에 귀속되던 당기순이익이 온전히 보통주 주주의 몫으로 재배분된다.삼성전자, ‘금산법 10%’ 규제 걸림돌… “우선주 소각이 실질 해법”최근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삼성전자도 향후 우선주 중심으로 환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31일 한국거버넌스포럼이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주최한 ‘은폐된 한국 우선주 디스카운트 문제와 해법’ 세미나에서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때문에 삼성전자는 앞으로 보통주 자사주 소각에 제약이 있다”며 “우선주 배분을 더 늘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금산법은 동일한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합산해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약 9.99%다. 만약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보통주)를 사서 소각하면 삼성생명·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10%를 넘어서게 되어 강제로 일부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이를 매입해 소각하더라도 금산법에 걸리지 않는다. ‘우선주 소각’이 현실적 주주환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환원 계획을 공시하며 보통주와 우선주 배당 비율을 따로 안내하지 않아 우선주 중심의 주주환원 실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같은 예산으로 효과 극대화”우선주 소각은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에게도 이득이라는 분석이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세미나에서 현대차가 구형 우선주와 현대차3우B를 소각할 경우 보통주 EPS는 10.6%, DPS는 10.7% 증가한다고 분석했다.회사가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의 총량에는 변함이 없더라도, 이익을 나눠 받아가는 주식의 절대 숫자가 대폭 줄어들고 배당 분배 대상이 축소되면서 보통주 1주가 가지는 내재 가치가 올라가는 셈이다.우선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의 핵심은 이른바 ‘가성비’에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의 보통주 주가가 10만원이고 우선주 주가가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회사가 주주환원을 위해 1조원의 자사주 소각 예산을 투입할 때 보통주는 1000만주를 소각할 수 있지만, 우선주는 2배인 2000만주를 사들일 수 있다. 같은 예산으로 2배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 수량을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셈이다.다만 우선주 매입·소각 카드가 모든 기업에 유효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에는 사실상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도 많은데 이 때문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이런 곳은 우선주가 얼마나 풀려 있든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아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09.11 08:00

4분 소요
[CEO A to Z] '이 정도면 국보급' 범접 불가 이재용의 인맥과 인지도

CEO

영업이익 세계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재용 회장. 선대회장 시절부터 반도체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기에 ‘영업이익 세계 1위’ 업적을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으로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은둔의 경영자’ 이건희 선대회장과는 달리 이재용 회장은 범접할 수 없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중 인지도를 바탕으로 ‘뉴 삼성’을 구축하고 있다. 촘촘한 네트워크 대체 불가 ‘민간 외교관’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에는 기업인들도 경제사절단의 이름으로 함께 방문한다. 경제사절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기업인이 이재용 회장이다. 6대륙 어떤 국가에 가더라도 삼성이라는 브랜드와 이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프리패스’처럼 통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재용 회장이 없는 경제사절단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은 의미다. 삼성이 세계 곳곳에서 굵직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재용 회장의 인맥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라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은 올해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인도·베트남 순방길에 동행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유럽 국빈 방문이었던 이탈리아에도 함께 건너갔다. 이 회장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존 엘칸 페라리 회장을 이 대통령에게 “27년 된 지기”라고 소개하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동맹을 맺는 자리에서도 이 회장이 가교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AI 시대를 맞아 한국의 새로운 비전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에서 이 대통령은 "한국이 삼성전자를 토대로 신뢰할 수 있는 AI 반도체 생산기지이자 공급망 파트너가 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등 빅테크 수장들과의 대화를 주도하면서 AI 동맹 강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한미 기업 간 9500억달러(약 1390조원) 규모의 협력사업으로 연결됐다. 이 회장은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젠슨 황 CEO와 ‘깐부’라 할 정도로 자주 만나면서 소통을 하고 있다. 특히 황 CEO는 이건희 선대회장과 인연을 공개할 정도로 삼성전자와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올트먼 CEO와는 지난 2024년 평택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함께 둘러본 뒤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하는 등 각별한 친분을 쌓아왔다.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의 오픈AI 본사를 찾은 이 회장은 올트먼 CEO와 3시간 동안 면담을 이어가며 AI 협력을 집중 논의했다. 그는 ‘억만장자 클럽 모임’으로 알려진 선밸리 콘퍼런스에 한국 총수 중 유일하게 참석하며 글로벌 빅테크 거물과 신뢰를 다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계 거물들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디든 빠짐없이 출석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아시아 최대 부호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 독보적인 네트워크를 뽐내기도 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이방카 트럼프 등 세계적인 거물들만 초청받은 자리였고, 한국 기업인 중에는 이 회장이 유일했다. 그는 2018년 12월 암바니 회장의 딸 결혼식에도 참석하는 등 특별한 친분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이 회장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터번을 두르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기업 총수는 이재용 회장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가 자산과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 삼성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체 불가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각국과의 파트너십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대학생 선호도 1위, 밈·완판남 폭발적 관심 일반 대중에게도 자주 노출되면서 친밀도 또한 매우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기업 총수 1위를 차지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K팝스타 지드래곤의 이름에서 착안한 ‘재드래곤’이라는 별명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가장 신뢰하는 국내 총수’ 여론조사에서 매년 압도적인 1위를 유지하며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20대 대학생에게도 선호도 1위다. 지난 2022년 채용플랫폼 캐치가 대학생을 대상으로 ‘기업 총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회장은 62%로 몰표를 받았다. 대중의 신뢰와 선호도 때문인지 ‘이재용 꿈’을 간절히 희망하는 일반인도 있다. 이 회장이 나오는 꿈은 ‘돼지꿈’처럼 길몽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장이 꿈속에 나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에 복권을 샀던 일반인이 즉석복권 1등(5억원)에 당첨된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예인보다 더 연예인 같은 유명세 덕에 이재용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도 각종 소셜미디어(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2023년 부산의 깡통시장 방문 당시 웃으면서 손가락을 입에 대는 익살스러운 표정이 순간적으로 포착되면서 밈이 탄생했다. 당시 부산 시민들은 이 회장을 보고선 “이재용! 이재용”을 연호했다. 선거 유세 장면을 연상케 하는 환호에 이 회장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쉿!’ 동작을 취한 것이다. 시민들이 계속해서 이름을 외치자 “이름 부르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쏠리는 이목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른 기업 총수들이 동행했던 자리였다. 이후 ‘쉿!’ 동작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회식에서 도망가는 짤’의 밈으로 통하면서 수백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이 회장의 친근한 이미지 확산에 기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완판남’으로도 유명하다. 행보뿐 아니라 착용 아이템까지 화제가 된다. 이 회장이 착용한 패딩과 조끼 등이 관심을 끌면서 실시간 품절 현상으로 이어졌다. 그야말로 일거수일투족이 시선을 끄는 등 대중적 영향력을 뽐내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은 글로벌 행보뿐 아니라 일상 생활까지 관심을 끌 정도로 대중적 친밀도가 높다. 기업 총수가 이렇게까지 대중 인지도가 높았던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2026.09.07 06:00

4분 소요
주가 빠지자 CEO가 샀다…‘성장 자신감’ Vs ‘주주 달래기’

증권 일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과 대표·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최근 기업들의 주가 하락에 ‘주주 달래기’용이라는 견해도 나온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8월 24일 우리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약 4개월간의 동양생명 완전자회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동양생명·ABL생명 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임 회장 외에도 16개 전 자회사 대표와 지주사·은행·주요 자회사 임원 등 경영진 56명이 자사주 매입에 참여했다. 우리금융그룹 측은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 경영진이 함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책임경영 실천 및 주가부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카카오뱅크의 임원진 12명도 올해 6월부터 8월 12일까지 2만1100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체 매입 금액은 4억6483만원이다. 카카오뱅크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현대건설 경영진은 올해 1~2분기에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자사주 2000주를 주당 2만6809원에 장내 매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 매수에 나섰다.실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2023년에도 자사주(우리금융지주)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당시 매수 가격은 1만1880원으로 총 1억1880만원 상당이었다. 지난달 말 주가가 3만38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임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2억2000만원가량의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한우 사장이 지난해 매수했던 현대건설 주식도 지난 8월 말 12만3300원까지 오르며 약 360%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뒤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월 20일 4만80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8월 31일 기준 3만3800원으로 하락했다. 현대건설은 18만8700원(4월 8일)에서 12만3300원으로 떨어졌고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24일 7만400원을 기록한 이후 3만6550원까지 내려앉았다. 적게는 15% 수준에서 많게는 48%까지 하락한 것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는 시장에 장기 성장 가능성을 전달하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 국면에서 단기 방어용이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매수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한 자사주 매입 이벤트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장기 사업성과 실적 개선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6.09.03 17:30

2분 소요
“노벨상까지 받은 그래핀, 많이 넣으면 오히려 망칩니다” 20년 연구한 KAIST 교수의 뜻밖의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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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은 양념입니다. 아주 조금만 넣어도 소재의 성질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게 그래핀의 장점이죠.”김상욱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의 설명에는 그래핀을 둘러싼 거창한 기대보다 ‘그래서 이걸 어디에 쓸 수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먼저 묻어났다. 20년 넘게 그래핀을 연구해온 그는 ‘꿈의 소재’라는 수식어보다 칫솔과 옷, 의료용 소재와 인공근육처럼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는 그래핀을 이야기했다.2004년 처음 분리된 그래핀은 강철보다 높은 강도와 뛰어난 전기·열전도성을 가진 신소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빠르게 산업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대면적으로 만들고 다른 소재에 균일하게 섞어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이제 그래핀은 연구실 밖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그래핀의 산업화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넣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넣느냐라고 강조한다.김 교수와 의 인터뷰는 지난 3월 이뤄졌다. 이후 예상치 못한 개편을 여러 차례 거치면서 시간만 흘렀다. 김 교수께도, 기다려주신 독자들께도 송구하다. 늦게나마 그래핀의 현재와 미래를 전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핀은 많이 넣을 필요가 없어요”김 교수는 그래핀의 산업화를 이야기하면서 ‘양보다 쓰임’을 먼저 꺼냈다.“나노 물질을 만드는 것과 원하는 곳에 분산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래핀을 많이 넣으면 오히려 점도가 올라가 공정이 어려워져요. 결국 적은 양을 얼마나 균일하게 넣느냐가 중요합니다.”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2차원 물질이다. 아주 얇으면서도 강하고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한때는 실리콘 반도체부터 디스플레이까지 기존 소재를 대체할 ‘차세대 물질’로 기대를 모았다.하지만 연구실에서 성능을 확인하는 것과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순수 그래핀은 대면적으로 균일하게 만들기 어렵고, 만들어낸 뒤 원하는 기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손상되기도 한다. 다른 소재와 섞을 때는 입자끼리 뭉쳐버리는 문제도 있다.“그래핀을 만드는 것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쓰려면 다른 소재 속에 잘 넣어야 하거든요.”김 교수 연구팀이 산화그래핀에 주목한 이유다. 산화그래핀은 그래핀에 산소 작용기가 붙은 형태로, 순수 그래핀보다 물에 잘 분산되고 다른 소재와 결합하기도 쉽다.그래핀 칫솔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칫솔모는 사용하면서 눕고 탄력이 떨어진다. 산화그래핀을 극소량 넣으면 칫솔모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다. 여기에 항균 기능까지 더했다. 그래핀 항균 칫솔은 1000만개 이상 판매됐다. 연구실에서 발견한 물질이 소비자가 매일 사용하는 제품이 된 것이다.김 교수는 ‘그래핀이 세균을 죽인다’는 결과를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한발 더 나아가 왜 세균에는 효과가 있으면서 사람 세포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지까지 파고들었다.성과를 봤다. 지난 3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스’에 게재된 연구에서 연구팀은 산화그래핀의 항균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다. 산화그래핀 표면의 산소 작용기가 세균 세포막에 있는 특정 성분인 POPG와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세균의 세포막에만 있는 ‘표적’을 찾아가는 셈이다.“세균도 하나의 단세포라 세포막이 있습니다. 그런데 동물세포와는 구성 성분이 달라요. 산화그래핀이 세균에만 있는 성분을 찾아가는 겁니다.”연구팀은 세균을 모사한 인공 세포막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이 메커니즘을 확인했다. 산화그래핀을 적용한 섬유는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했고, 감염된 상처에서는 세균 증식을 줄이면서 상처 회복을 돕는 효과가 나타났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산화그래핀은 의류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원사에 산화그래핀을 분산시킨 ‘그래핀텍스(GrapheneTex)’는 항균성과 탄성, 복원력 등을 갖춘 기능성 섬유다. 2024년 파리올림픽 태권도 시범단 도복 등에 적용됐고, 올해는 대한체조협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고 대한민국 체조 국가대표 선수단의 유니폼과 훈련복에도 공급되고 있다.운동선수에게 항균 기능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땀을 많이 흘리면 세균이 증식하면서 냄새가 나지만 훈련할 때마다 옷을 세탁하기도 어렵다.김 교수의 관심은 정적인 기능성 소재를 넘어 ‘움직이는 소재’로 향하고 있다. 그가 최근 몰두하는 분야도 그래핀을 탄성체에 분산시켜 빛을 받으면 수축하는 인공근육 소재다.“기존 로봇은 터미네이터처럼 안에 기계가 들어 있는 형태였잖아요. 앞으로는 소재 자체가 움직이는 로봇이 나와야 합니다.”특정 탄성체는 열을 가하면 수축하는 성질이 있다. 여기에 빛을 흡수해 열로 바꾸는 그래핀의 특성을 더하면 빛만으로 소재를 움직일 수 있다. 빛을 비추면 그래핀이 열을 만들고, 그 열이 탄성체를 수축시키는 방식이다.“사람의 근육은 뼈 사이에서 수축하면서 힘을 냅니다.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힘을 만들 수 없어요. 강하게, 빠르게 수축하는 인공근육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는 단순히 ‘그래핀이 들어간 로봇’이 아니다. 사람의 근육처럼 소재 자체가 힘을 내고 움직이는 로봇이다. 그래핀을 웨어러블 기기나 재활·보조기기에도 적용해 기존 소재가 가진 수축 특성에 그래핀의 빛 흡수와 발열, 강도라는 기능을 더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 이후 그래핀은 한동안 무엇이든 바꿀 수 있는 ‘꿈의 소재’로 불렸다. 실리콘을 대체하고,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미래의 첨단산업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쏟아졌다. 하지만 소재 하나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연구실의 성능만으로는 부족했다. 대량생산 여부는 물론 원하는 소재에 섞을 수 있고,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산화그래핀 원천기술을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교원창업기업 소재창조를 설립했다. 그래핀올과 협력해 섬유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용 플라스틱, 초경합금, 절삭공구 등으로 적용 분야를 넓히고 있다. 초경합금처럼 단단하지만 반복적인 충격에 깨지기 쉬운 소재에는 그래핀을 넣어 내구성을 높이고, 플라스틱에는 강도나 전기적 특성을 더하는 식이다.“그래핀은 기존 소재를 완전히 바꾸는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김 교수의 연구는 거대한 미래를 말하면서도 출발점은 의외로 소박하다. ‘이 소재를 어디에 쓰면 사람들의 생활이 조금 더 좋아질까’​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하고, 만들어보고, 실제 제품에 넣어보고, 다시 부족한 점을 찾는다.“연구 결과를 계속 쌓아가고 실증하면서 실용화하는 겁니다. 그렇게 하나씩 제품이 나오고 일상에서 쓰이게 하는 것,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2026.09.01 06:00

5분 소요
"27세에 글로벌 톱이 됐는데, 멈춰섰다" 배상민 KAIST 교수가 가난한 90%’로 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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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주어진 환경을 나만을 위해 쓰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생각해요.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제 삶의 자리에서 조금 더 이타적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소명입니다.”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에게 디자인은 더 이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한때 그는 뉴욕에서 세계적인 기업들의 제품과 브랜드를 디자인하며 ‘성공한 디자이너’의 길을 걸었다. 27세에 동양인 최초로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교수가 됐고, 이후 KAIST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에는 롯데그룹 디자인경영센터장(사장)까지 맡았다. 하지만 성공의 정점에서 그가 붙잡은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디자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지난 2월 대전 연구실에서 만난 배 교수는 자신의 디자인 인생을 돌아보며 한때 “매일 아름다운 쓰레기를 만들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몇 달 동안 공들여 만든 제품이 새 제품이 나오면 창고에 들어가고, 결국 버려지는 과정을 반복해서 봤기 때문이다.“디자인은 문제를 찾고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일이죠.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제품도 6개월 뒤 새 제품이 나오면 그대로 폐기되는 것들이 많았어요. 패션이나 화장품도 마찬가지죠. 내용은 그대로인데 껍데기만 바꿔 다시 사도록 합니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소비하게 만드는 ‘비주얼 피싱’을 하고 있었던 거죠.”자신이 하는 일이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고민하던 그는 디자인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기로 했다. 더 새롭고 화려한 제품을 만드는 대신 정말 필요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하기로 했다. 세계 90%를 위한 디자인배 교수는 현재 디자인 산업이 사회의 상위 10%를 주된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본다. 더 좋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가전처럼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내는 제품에는 막대한 기술과 자본이 투입된다. 반면 하루에 몇 달러도 쓰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에 대한 투자와 개발은 외면받는다.“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디자인의 대상은 상위 10%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세계를 보면 하루에 10달러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이제 그 90%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가 KAIST에서 사회공헌 디자인을 연구해온 이유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는 공학과 디자인을 함께 다룬다는 점에서 배 교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 기술을 새로운 소비 욕망을 만드는 데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그러나 단순히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나눠주는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배 교수는 아프리카 현장에서 고장 난 우물과 방치된 구호물품을 반복해서 봤다. 외부에서 돈을 들여 우물을 만들어도 펌프가 고장 나면 현지에서는 고칠 도구도, 재료도 없었다.“200만원을 모아서 우물을 만들어줬다고 합시다. 처음에는 깨끗한 물이 쏟아져 좋아하죠. 그런데 펌프가 고장 나면 끝이에요. 디젤 엔진을 구할 수도 없고 고칠 사람도 없습니다. 우물은 방치되고 못 쓰게 되죠. 선의가 나쁜 게 아니라 다음 단계를 생각하지 않은 겁니다.” 배 교수는 적정기술에 주목했다. 최신 부품과 고가의 기술을 넣는 대신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고장이 나도 주민들이 직접 고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식이다.개발도상국을 위한 의료용 산소 발생기 ‘옥시나이저’는 배 교수가 적정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옥시나이저 개발은 코로나19 당시 전기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산소 공급이 어렵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전기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공기펌프를 활용하는 구조를 고안했다.“비싼 기술을 넣으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계가 고장 나면 아무도 고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저희는 일부러 어렵게 만듭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그곳 사람들이 고칠 수 있도록요.”최근 세계를 놀라게 한 ‘솔라스틸 박스’ 역시 같은 철학에서 나왔다. 식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태양열을 이용해 오염된 물을 증류하고 깨끗한 물을 얻는 장치다. 전기나 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현지에서 쉽게 조립하고 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성능을 높이는 것보다 실제 사용 환경을 먼저 고려한 셈이다.“현장에 가서 먹고 자면서 봐야 압니다. 잘사는 나라에서 쓰는 센서와 모터를 가져가면 처음에는 멋있죠. 그런데 고장 나면 끝입니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것, 버려진 것까지 활용해서 스스로 만들 수 있게 해야 합니다.”지난 7월 솔라스틸 박스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사회적 임팩트’ 부문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를 받았다. 기부가 아니라 자립을 디자인한다배 교수에게 중요한 것은 제품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영원히 존재하는 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다.그는 솔라스틸 박스를 현지 주민에게 단순히 나눠주는 대신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제품을 생산해 수익을 얻고, 그 돈이 다시 지역에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다. 진정한 자립과 독립을 위한 기반을 닦겠다는 의미다.돌이켜보면 배 교수가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된 뒤 다시 매달린 질문은 화려한 미래 기술이 아니었다. 얼마나 비싸고 정교한 제품을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필요한 사람에게 닿았고 그들의 삶을 얼마나 오래 바꿀 수 있는가였다.“누구든 그냥 주면 좋아합니다. 우물도 파주면 당장은 좋지요. 그런데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그래서 그 사람들이 직접 만들고 팔 수 있어야 합니다. 교육을 통해 자립하고, 부를 축적해야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배 교수는 과거 진행한 기부 상품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같은 사실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했지만 주문이 늘수록 생산을 이어갈 자금이 부족했다.“처음에는 너무 순수하게 했어요. 판매하면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힘든 거예요. 주문이 들어와도 다시 생산할 돈이 없었습니다.”이후 기업의 지원과 판매를 연결하고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때부터 그가 말하는 사회공헌 디자인은 단순히 ‘착한 제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좋은 의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생산·판매·교육까지 함께 설계하는 일이 됐다.“착한 기업이 경쟁력이 없는 시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겁니다.”배 교수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AI다. 뉴욕에서 하루 16시간씩 일하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경쟁했던 그는 이제 KA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한때는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되지 않을까’라며 낚싯대를 드리워봤지만, AI의 등장으로 다시 공부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한다.“예전에는 내가 쌓아온 지식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아닙니다. AI의 등장과 함께 저도 다시 달려야 할 이유가 생겼죠.”거친 광야를 건너본 사람은 안다. 다시 길을 나서게 하는 힘은 꼭 거창한 계획과 꿈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자신이 선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자신이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는 것만으로도 거센 비와 바람을 견뎌낼 이유가 된다는 것을.“선교사나 목회자만 소명을 갖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 자기 가정, 자기 직장에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죠. 저는 연구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그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겁니다.”더 많이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을 더 필요한 곳에 쓰는 삶. 배 교수에게 배움과 가르침, 끝없는 연구는 그렇게 삶의 소명이 됐다.공교롭게도 배 교수는 아직 미혼이다. 삶에 주어진 소명을 다하느라, 정작 ‘누군가를 사랑하고 가정을 일구며 자박자박 살아가는 행복’은 찾지 못한 건 아닐까 싶었다. 훤칠한 외모에 남다른 유전자까지 갖췄으니, 기자 입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좋은 짝을 찾아 중매라도 서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사실 지금까지는 사랑이나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저도 이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그토록 오랫동안 세상을 향해 달려온 그가, 이제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에도 마음을 내어줄 때가 된 듯했다.

2026.08.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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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최태원, 왜 AI에 1000조 베팅했나 봤더니

산업 일반

SK그룹은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국내 1인자’로 평가받는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AI 비전을 앞세운 SK는 이제 ‘AI 풀스택 프로바이더’(Full-Stack Provider)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서 AI데이터센터 부문에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표했다. 호남권 등의 반도체 투자 1100조원에 시선이 쏠렸지만 사실 AI데이터센터 1000조원 투자가 더 놀라운 베팅이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참석한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1400조원의 한미 AI 협력 투자 규모가 발표됐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삼성 등이 투자하는 총금액이 1400조원이었다. 근데 SK가 AI데이터센터에만 1000조원을 투입한다고 했으니 과감하고 대담한 베팅인 셈이다. 물론 SK가 홀로 1000조원의 투자를 감당하는 구조는 아니다. SK는 향후 파트너와 고객사 등을 끌어들여 2035년까지 1000조원으로 투자 규모를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SK는 ‘샌프란 AI 선언’에서 엔비디아와 5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포괄적 협력을 통해 국내 2GW(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와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K는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차세대 AI데이터센터로 불리는 AI 팩토리의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SK는 엔비디아·아마존웹서비스와 손잡고 AI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한 글로벌 인프라 경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선 아마존웹서비스와 함께 울산에 짓고 있는 1호 AI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영남권 전체에 2GW 이상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1차적으로 2029년까지 5GW 규모를 추진하고, 수요와 투자 여건에 따라 2035년까지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로 확대한다는 밑그림이다. SK는 글로벌 빅테크와 함께 지방 곳곳에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세운다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은 AI 소비국에서 AI 수출국으로 전환한다는 최 회장의 구상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AI 경쟁이 AI 모델 개발에서 반도체와 컴퓨팅,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는 흐름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SK는 SK텔레콤 중심의 데이터센터, SK하이닉스의 반도체, SK이노베이션·SK E&S의 에너지 역량을 묶어 ‘AI 풀스택 인프라 선점’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는 SK가 미래 AI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AI 풀스택 프로바이더와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AI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며 수년 전부터 AI 전환(AX)을 강조해왔다. AI 전문가로 손꼽히며 정부와 함께 AI 정책과 관련한 밑그림을 그리는 데도 일조했다. ‘국가 AI 고속도로’ 정책도 이 일환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샌프란 AI 선언’ 이후 가장 먼저 만난 재계 총수도 바로 최 회장이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미국에 집중됐던 데이터센터 투자를 세계 각지로 확대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SK는 한국 내 협력 파트너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중국은 안보가 취약한 탓에 꺼리고, 일본은 제반 시설 등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한국을 선호하고 있다”며 말했다. SK는 ‘아시아 AI 인프라 허브’로의 도약을 겨냥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에서 국내 AI 컴퓨팅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최 회장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SK그룹의 미래 청사진으로 ‘AI 인프라’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인수 당시 누구도 지금의 큰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를 인수했던 건 내수 중심의 SK 사업 구조를 글로벌 수출 구조로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즉 SK그룹의 체질 변화를 위한 결단이었다. 당시 SK는 3조4000억원에 하이닉스를 인수했고, 약 4조원 규모의 설비 증설 등을 통해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10년 동안 약 46조원의 투자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 투톱’ 회사로 성장했다. 2011년 말 시가총액 13조원이었던 SK하이닉스는 2026년 8월 현재 시총 1200조원을 상회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미래를 내다보고 AI데이터센터 구축에 1000조원 베팅을 선언한 최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결실을 보게 될까.

2026.08.26 17:59

3분 소요
“잠이 부족해서 피곤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KAIST 교수가 찾은 뜻밖의 이유 보니

CEO

“보통 잠을 못 자서 피곤하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오히려 너무 오래 잠을 잤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수면을 단순히 ‘몇 시간 잤느냐’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량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그날의 수면압력과 생체시계에 따라 필요한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핵심은 많이 자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시간에 효율적으로 자는 것이다.가 김 교수를 만나 인터뷰한 때는 지난 2월이었다. 소중한 내용이었으나, 그간 지면을 둘러싼 여러 변화 속에 계절을 한 번 건너 가을의 문턱에서야 독자들을 만나게 됐다. 김재경 교수와 김명자 KAIST 이사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내 몸에 맞는 수면시간은“사람마다 필요한 수면량이 다른데, 왜 모두에게 ‘하루 7시간’이라는 똑같은 답을 주는지 의문이었습니다.”김 교수가 수면 연구에 뛰어든 계기는 의외로 간호사들의 ‘졸음 데이터’였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의 수면시간과 졸림 정도를 분석했지만 단순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주은연 교수와의 공동연구에서 이 문제를 수학적으로 풀어보기로 하면서 연구가 시작됐다.기존 수면 관리가 ‘성인은 평균 7시간’이라는 평균값에 기대었다면 김 교수팀은 개인의 수면 기록에 주목했다. 최근 며칠간의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에서 잠을 유도하는 수면압력과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 생체시계의 변화를 추정했다. 과거에 어떻게 잤는지를 분석해 그날 잠들기에 적절한 시간과 필요한 수면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이 연구는 삼성전자와의 기술이전으로 이어졌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개인 맞춤형 수면 알고리즘은 갤럭시워치에 적용돼 실제 서비스로 구현됐다. 단순히 ‘몇 시간 잤는지’를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사용자의 수면 이력을 분석해 언제 자고 얼마나 자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제안하는 것이 핵심이다.김 교수는 “어떤 날은 5시간을 자도 충분할 수 있고, 어떤 날은 10시간을 자야 할 수도 있다”며 “평균 수면시간을 맞추는 것보다 내가 그동안 어떻게 잤는지를 보고 오늘 필요한 수면을 계산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수면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수면 효율이다. 9시간30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도 실제 잠든 시간이 7시간이라면 효율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더 오래 누워 있는 것보다 실제 수면시간과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씩 좁혀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너무 오래 누워 있다면 30분씩 줄여보는 겁니다. 일주일 정도 지켜본 뒤 다시 30분을 줄이는 식으로요. 생체리듬은 갑자기 크게 바꾸기보다 조금씩 바꾸는 게 중요합니다.”반대로 부족한 잠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보충하는 것을 지나치게 죄책감 가질 필요는 없지만, 수면 부족을 반복적으로 쌓아두는 생활은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평소 7시간을 자야 하는 사람이 5시간을 잤다고 해서 그 2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결국 갚아야 합니다. 벼락치기로 하루 이틀은 버틸 수 있어도 장기간 그렇게 살 수는 없죠.”수면은 단순한 휴식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공부와 업무처럼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과 직결된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지만 현재 웨어러블의 수면 분석은 성인 기준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면 부족 정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생활습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교대근무자도 주요 연구 대상이다. 김 교수팀이 연구용으로 운영하는 수면 앱에 참여한 교대근무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 자체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수면을 적절히 분배하면 졸림과 집중력이 개선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부산 지하철 교대근무자를 대상으로도 생체리듬과 수면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수면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수면·당뇨·심혈관 분석하는 ‘쓸모 있는 수학’김 교수의 연구 관심은 수면을 넘어 질병 예측으로 뻗어가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측정하는 수면·심박·활동량 등 일상 데이터를 장기간 축적하면 당뇨나 심혈관질환 같은 질환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구상이다.“건강검진은 1년에 한 번 받지만 스마트워치는 매일 데이터를 쌓습니다. 100% 진단하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생활하면 몇 년 뒤 어떤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지 미리 알려줄 수 있다면 한 번의 기회를 더 얻는 거죠.”김 교수가 주목하는 것은 웨어러블이 만들어내는 ‘생활 데이터의 연속성’이다. 병원 검진이 특정 시점의 몸 상태를 보여준다면 스마트워치는 수면시간, 심박, 활동량 등 일상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기록한다. 여기에 수학적 모델을 적용하면 질환이 발생한 뒤 찾아내는 것을 넘어 건강 상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매일 받는 건강검진’은 김 교수가 그리는 또 다른 미래이기도 하다. 수면 부족이나 활동량 감소처럼 개별적으로는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변화가 장기간 축적됐을 때 질환 위험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찾아내고,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전에 생활습관을 바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사람을 향하는 수학 연구 방향은 김 교수의 이력과도 맞닿아 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그는 군 복무 중 우연히 수학으로 심장질환을 연구한 해외 사례를 접하면서 진로를 바꿨다. 이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생물학을 공부하며 수학이 실제 생명현상을 설명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체감했다.학부 시절까지 수학을 좋아했지만 정작 배운 수학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생물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수학이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이후 김 교수의 연구에서 ‘쓸모’는 단순한 부가 조건이 아니라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됐다.“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이걸 풀면 무슨 쓸모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합니다. 풀려고 푸는 문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수학으로 수면을 읽고, 수면 데이터를 넘어 질병을 예측하는 것. 김 교수가 풀고 있는 문제는 결국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간다.“수학이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기초학문인 수학도 산업으로 가고, 실제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제 연구의 목표입니다.”

2026.08.25 06:00

5분 소요
[CEO A to Z] 조용했던 구광모, LG의 '세일즈 최전선'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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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이 LG그룹 총수로서 전면에 나서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총수 취임 초기에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빅테크’ 최고경영진들과 직접 스킨십 하는 등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구광모 회장이 지난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에서 다시 한번 ‘빅테크 거물’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AI(인공지능) 대부’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였다. 피지컬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젠슨 황 효과’로 구 회장의 이미지는 다시 한번 강하게 각인되는 계기가 됐다. 지난 6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의 만남 이후 2개월 만에 회동이 이뤄졌다. 특히 단순한 인적 교류가 아닌 LG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협업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위한 회동이라 주목도가 높았다. 양사는 기술 교류나 솔루션 공급 관계를 넘어 ▲로봇 ▲AI 팩토리 ▲모빌리티 등 주요 미래 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실체·성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협업한다고 밝혔다.LG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에서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LG전자·LG이노텍·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역량을 모아 엔비디아와 함께 내년 1분기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한다는 목표를 전했다. 이처럼 LG는 최근 전사적 차원에서 ‘원 LG’로 움직이며 사업적 성과를 확대하고 있는 흐름이다. 엔비디아와 로봇·AI 팩토리·모빌리티 분야에서 고차원적인 협업을 하고 있다.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분야에서는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이 통합 세일즈 전략을 벌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유플러스 등이 설계·운영·냉각·배터리의 통합 솔루션을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이 같은 ‘원 LG’ 행보가 두드러지자 계열사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결정권자이자 책임자인 구 회장이 전면에 나서 ‘세일즈 최전선’에 나서는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다. LG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역량이 결집된 사업 방식이 확대되면서 구광모 회장이 전면에 나서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 사업 전체를 아우르고 결정할 수 있는 총수 역할을 앞장서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의 행보는 ‘사업적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올해 4월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알렉스 카프 CEO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 스킬드AI의 디팍 파탁, 아비나브 굽타 공동창업자를 만나기도 했다. 팔란티어와 스킬드AI는 LG가 집중하는 피지컬 AI 분야에서의 협업이 기대되는 기업들이다. 구 회장이 'AI 오너십'을 펼치면서 LG그룹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지난 2018년 회장 취임 때부터 AI를 강조한 바 있다. 그룹의 AI 구심점인 LG AI연구원도 구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20년 설립됐다. LG AI연구원은 ‘국가대표 AI’ 엑사원을 보유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마음껏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하도록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는 LG AI연구원의 설립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AI 속도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 3월 사장단 회의에서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하고 확산해야 한다”며 계열사 경영진을 향해 강력한 ‘AI 리더십’을 주문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LG는 빅테크와 기술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원 LG’ 전략으로 시너지 효과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로봇 협업을 비롯해 ‘원 LG’ 전략 성과는 B2B(기업간거래) 사업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룹 전체 B2B 매출은 2021년 111조7000억원에서 2025년 127조7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전체 매출 대비 B2B 비중이 67%까지 올라갔다. 전장과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등이 대표적인 B2B 사업이라 관련 매출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전망이다. 구 회장은 직원들에게 총수가 아닌 대표이사로 불리며 친숙하게 다가가고 있다. 대외적으로 총수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내에서는 지주사 ㈜LG의 대표이사로 ‘대표님’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젠슨 황 CEO, 최태원 SK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함께했던 ‘삼소(삼겹살·소주) 회동’ 때의 일이다. 식당에서 가족과 함께 온 한 아이가 구 회장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그러자 구 회장은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아요”라고 물으면서 무릎을 꿇은 채 아이 눈높이에 맞춰 사인을 해주는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구 회장이 ‘삼소 회동’에서 막내로 직접 가위를 들고 삼겹살을 자르는 모습도 많은 이야기를 양산했다. 이처럼 구 회장에 대한 국내외 관심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그룹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젠슨 황과의 만남,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업 이후 확실히 구광모 회장에 대한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사업적 관점에서 봤을 때 대외 활동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026.08.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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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0원·신동빈 112억·박정원 456억…재벌 총수 ‘연봉 계산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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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원, 17억원, 48억원, 112억원, 456억원.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보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한 푼도 받지 않은 반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455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2억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48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7억원대다.기업 실적만으로 총수의 보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총수 또한 급여와 성과급이 보수체계의 기본이지만, 몇 개 계열사에서 보수를 받는지, 스톡옵션이나 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보상제도를 운영하는지에 따라 실제 보수총액은 크게 달라진다.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주요 그룹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수 간 보수 격차를 벌린 주요 변수는 계열사 겸직과 주식보상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으로 주식보상을 어떤 방식으로 받느냐에 따라 보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박정원 회장처럼 주가 급등 영향으로 과거 부여받은 주식보상의 가치가 수백억원까지 불어난 경우가 있는 반면, 구광모 회장처럼 급여와 상여가 절반씩을 차지하는 전통적인 보수구조도 있다.아예 보수를 받지 않는 이재용 회장까지 총수들의 ‘연봉 계산법’은 제각각이다.박정원 456억의 비밀…‘월급’ 아닌 RSU가 83%올해 상반기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다.박 회장이 상반기 받은 보수는 총 455억8000만원에 달한다. 박 회장의 보수 가운데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것은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보상인 '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이다.박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급여 약 18억2000만원, 단기성과급 약 61억7000만원, RSU 약 375억9000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RSU가 전체 보수의 약 '82.5%'를 차지했다. RSU는 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자사주를 지급하는 장기보상 제도다.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과 달리, 부여 요건을 이행하면 주식 자체를 지급받는다.박 회장은 2023년 ㈜두산 주식 3만2266주를 RSU로 부여받았다. 당시 기준 주가는 주당 8만8016원으로, 약 28억4000만원 가치였다. 이후 올해 2월 실제 지급 때까지 두산 주가는 116만5000원으로 약 13.2배(1224%) 급등하면서 3만2266주의 가치도 약 375억9000만원으로 불어났다.문제는 지급 조건이다. 두산은 경영실적 등을 토대로 RSU 부여 규모를 결정하지만, 박 회장에게 2023년 부여된 RSU를 받기 위한 핵심 요건은 재직기간이었다. 부여 기준일로부터 2년 이상 재직하면 재직기간에 따라 일부를 받을 수 있고, 3년을 채우면 부여된 물량의 100%를 지급받는 구조다. 영업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주주수익률(TSR) 등 별도의 경영성과 달성 여부가 지급 조건으로 붙은 성과연동형 주식보상과 달리 3년간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약속한 주식을 지급한다는 얘기다.언제든 경질되거나 경쟁사로 이직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에게는 유효한 조건이겠지만 지배주주인 총수에게 장기근속 자체를 조건으로 거액의 주식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신동빈 112억…6개 회사에서 십시일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112억2700만원을 받았다. 신 회장 보수의 특징은 여러 계열사에서 동시에 보수를 받는 구조다.신 회장은 롯데쇼핑 33억3000만원, 롯데지주 32억5700만원, 호텔롯데 16억2600만원, 롯데웰푸드 11억5100만원, 롯데케미칼 10억8700만원, 롯데물산 7억7600만원 등 6개 회사에서 보수를 받았다.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은 신 회장의 보수 증가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롯데쇼핑의 상반기 매출은 7조6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428억원으로 81.5% 늘었다. 순이익은 1585억원으로 1932.9% 증가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에서 받은 상반기 보수는 33억30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0.5% 늘었다. 급여는 14억9400만원에서 20억7000만원으로 38.6% 증가했지만, 상여는 1억6700만원에서 12억6000만원으로 7배 넘게 뛰었다. 롯데쇼핑은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와 리더십·회사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여를 산정한다고 밝혔다. 특히 급여에도 전년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업적급이 포함돼 있어 실적 개선이 급여와 상여 양쪽에 반영되는 구조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LG에서 총 48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구 회장의 보수는 급여 24억1700만원과 상여 24억1300만원으로 사실상 절반씩 구성됐다.구 회장의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정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직급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상여는 회사의 경영성과와 함께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 경영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정하는 구조다.구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급여 23억3800만원과 상여 23억7600만원 등 총 47억1400만원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보수는 전년 동기보다 약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주가 상승에 따라 주식보상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박 회장이나 여러 계열사의 보수를 합산하는 신 회장과 비교하면 구 회장의 보수체계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정해진 급여에 경영성과를 반영한 상여를 더하는 전통적인 오너 경영인 보수체계에 가깝다.이재용 0원·최태원 17억…회사가 많이 벌어도 총수 연봉은 별개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주회사 SK㈜에서 올해 상반기 17억5000만원을 받았다.SK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총수 보수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오히려 SK하이닉스에서는 전문경영인인 곽노정 대표의 보수가 압도적이었다.곽 대표는 상반기 급여 12억5000만원, 상여 204억65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43억7900만원 등을 합쳐 260억9500만원을 받았다.최 회장이 SK㈜에서 받은 17억5000만원의 약 15배에 달한다.사상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0원이다.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2017년부터 삼성 계열사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이후에도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 계열사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가치 증가는 임원 보수와 별개다. 이 회장은 올해 상반기 삼성 계열사 등에서 약 728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보유 주식의 평가가치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7개 상장 종목의 평가액은 올해 1월 초 25조8766억원에서 6월 말 약 59조1878억원으로 증가했다. 불과 반년 만에 약 33조3000억원 늘어난 셈이다.

2026.08.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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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연봉킹’ 3명 합쳐도…하이닉스 곽노정 261억 못 넘었다

산업 일반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올해 상반기 260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기며 주요 기업 전문 경영진 중 ‘연봉 킹’에 올랐다.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원 3명의 보수를 모두 합쳐도 곽 대표 한 명의 보수에 미치지 못했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파격적인 성과 보상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전날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곽 대표의 올해 상반기 보수총액은 260억9500만원으로 집계됐다.곽 대표는 급여로는 12억5000만원을 받았으나 상여 204억55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43억7900만원을 챙기면서 보수 총액이 크게 늘었다. 기타 근로소득 100만원도 보수에 포함됐다. 삼성전자 톱3 173억…곽노정보다 88억 적어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두드러진다.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보수 1위는 이원진 VD사업부장 사장으로 74억7900만원을 받았다.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이 74억4500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23억9300만원을 수령했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0원’이다. 이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2017년부터 삼성 계열사에서 급여를 받지 않고 있다. 2022년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뒤에도 무보수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다만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보유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금은 별도다.삼성전자 보수 상위 3명의 보수총액을 모두 합하면 173억1700만원이다. 곽 대표 한 명이 받은 260억9500만원보다 87억7800만원 적다. 곽 대표의 보수는 삼성전자 연봉킹 3명 합계의 약 1.5배에 달한다.특히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곽 대표가 받은 보수는 전 부회장의 약 10.9배에 달한다. ‘기본급’ 아닌 성과보상이 ‘연봉 킹’ 갈랐다다만 곽 대표와 삼성전자 경영진의 보수 격차는 성과보상 체계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사 모두 고액 보수의 상당 부분이 성과급이나 주식보상에서 발생했지만 보상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곽 대표의 상반기 급여 자체는 12억5000만원이다. 260억9500만원 가운데 상여와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을 합하면 248억3400만원으로 전체 보수의 약 95%에 달한다.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보상과 주가 상승으로 커진 스톡옵션 행사이익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곽 대표의 상반기 보수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회사 측은 반기보고서에서 상여 산정과 관련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기술 경쟁력,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반면 삼성전자는 과거 성과급을 이연해 주식으로 지급하는 보상체계가 보수에 영향을 미쳤다.노태문 DX부문장이 상반기에 받은 74억4500만원 가운데 급여는 8억9200만원, 상여는 3억2800만원이었다. 대신 주식기준보상이 61억7200만원으로 전체 보수의 약 82.9%를 차지했다.해당 주식기준보상은 2024년 성과인센티브(OPI)를 이연해 올해 1월 자사주로 지급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단기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이연 지급해 경영진의 보상과 중장기 기업가치를 연계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한편 노 사장은 지난 7월 장기성과인센티브(LTI)로 자사주 2만2678주, 약 57억7000만원어치(지급 기준가가 주당 약 25만4500원)를 추가로 받았다. 해당 주식보상은 상반기 종료 이후인 7월 지급돼 이번 반기보고서의 상반기 보수총액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2026.08.15 08:19

2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