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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 코스포 의장 “AI 생태계 조성, 대기업-中企 원하청 구조 혁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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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테크’ 엔비디아·AMD·애플 등을 거친 실무형 인재가 인공지능(AI) 생태계 혁신을 꿈꾸며 국내 스타트업 단체의 수장을 맡았다. 김재원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수수하고 정돈된 겉모습과 달리 ‘도전’을 선호하는 저돌형으로 성공적인 창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기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타파하는 혁신을 통한 ‘디지털 기술의 민주화’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AI 생태계, ‘원하청 구조’ 벗어나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10주년 해에 중책을 맡은 김 의장은 AI 업계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가 창업한 엘리스그룹은 지난 6월 8일 네이버클라우드·삼성SDS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정부가 우선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선정됐다. 정부가 확보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B300 모델 2560장을 엘리스그룹이 확보·구축하게 됐다. 엘리스그룹이 민간·공공의 AI 혁신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지원받는 기업으로 선정됐듯, 김 의장도 스타트업계의 AI 생태계 혁신을 주도할 적임자로 낙점받았다. 그는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초거대 AI 인프라 사업)는 오픈AI·오라클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것로 보여지는데 거기에는 10년도 안 된 창업 기업들이 다 포함됐다. 미국도 풀스택이라고 했을 때 영역별로 소·중·대기업이 다 참여하고 있다”며 “한국만 유독 대기업에 맡기고 대기업이 알아서 선택하는 구조다. 하청 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다. 풀스택 프로젝트가 하청이 되는 순간 문제가 많기 때문에 각각의 영역에서 잘하는 기업을 선발해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AI 생태계 혁신은 이런 원하청 구조와 개념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김 의장은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도와줘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솔루션이 합쳐져야 한다. 스타트업들의 기술력이 실제 대기업보다 더 좋은 상황인데 구조적으로 그걸 잘 알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자본·안정성과 스타트업 기술력의 결합이 진정한 협업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스타트업이 특정 산업에서 버티컬한 솔루션을 만들 수 있고, 대기업은 자본이 풍부해 이를 끌고 나갈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기술력의 깊이가 대기업이 보유한 안정성과 결합했을 때 고객 입장에서도 신뢰가 생길 것”이라며 협업의 방향성을 밝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원활한 협업을 위해 세밀한 협의체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5월 국방 분야의 AI·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협의체인 ‘방위산업협의회’를 공식 출범했다. 정부의 방산 4대 강국 전략 과정에서 민·관을 연결하는 공식 창구의 필요성이 커지면서다. 김 의장은 “협의체들이 ‘버티컬 AI’라고 볼 수 있고 스타트업이 강점을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방산 분야의 협의체는 이미 국방부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기후테크 협의체도 여러 가지 재생 에너지의 버티컬한 솔루션을 만드는 기업들이 뭉쳤다. 이런 협의체들이 출범해 대기업과 협업하는 게 목표”라고 청사진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좋은 솔루션을 발굴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 기업을 더 많이 발굴할 수 있게끔 논의를 많이 하고 평가 구성도 다양화해야 한다”며 “‘AI 기술 쿼터제’로 여러 기업을 포함시킨 후 실증 기관을 만드는 단계를 거친다면 더 안정적으로 사업들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제안했다. 가령 처음에는 10개의 혁신 대표자를 포함시키고, 각 단계별로 조건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새로운 평가 방식이다. 무산된 ‘AI 교과서’, 새로운 전환점 계기 AI 시대를 맞아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과거보다 확대되는 추세다. 김 의장은 “국가별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많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보통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라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들 사이에 낀 3국”이라며 “한국의 제3지대 솔루션은 특히 중동에서 많이들 찾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선구적인 기술 트렌드를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선구자적인 기업들이 많고 빠르게 앞선 솔루션들을 개발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국가 맞춤형으로 좀 더 빠르게 혁신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국가에서 먼저 실증 사업을 따낸 뒤 역수출한 스타트업 사례도 있다. 자율주행 선박회사 씨드로닉스는 싱가포르 해군에서 인정받은 뒤 한국 국방부의 벽을 뚫었다. 그는 “씨드로닉스의 경우 처음에는 국방부에 들어갈 수 없었는데 싱가포르 해군의 실증 사례를 통해 오히려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한국에 납품하고 있다”며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타 국가에서 요구하는 솔루션을 맞춤형을 빨리 만들어줘 성공한 사례”라고 평했다. 김 의장이 이끌고 있는 엘리스그룹도 싱가포르 정부 사업을 수주했다. 엘리스그룹은 싱가포르 교육부와 AI 교과서 구축 사업을 함께하며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AI 교과서’가 정쟁 이슈로 한순간에 폐지됐다. 그는 “정부의 요구대로 GPU 구매부터 플랫폼 개발과 모델 개발까지 ‘AI 교과서’를 거의 다 완성했는데 계엄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단숨에 폐지돼 정말 충격이 컸다”며 “그러면서 AI 풀스택 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교육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의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하면서 점점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엘리스그룹은 지난해 매출 395억원을 올렸다. 사업 비중이 2024년 교육 90%, 클라우드 10%에서 2025년에 클라우드가 40%까지 확대됐다. 현재 5000여곳 이상의 스타트업·대학·연구기관에 AI 특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는 “AI라는 도구가 핵심인데 좀 더 넓게 보면 디지털 기술이다. AI로 인한 정보의 격차가 기존 10배에서 1만배 이상의 양극화가 생길 수 있는 흐름”이라며 “기술 혁신을 통해 AI 도구를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그런 디지털 기술의 보편화와 민주화가 목표”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엘리스그룹이 인프라라는 기술력으로 씨앗을 뿌리고 기반을 만들면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그 위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AI 생태계 조성이 꿈”이라고 덧붙였다.

2026.06.15 07:00

4분 소요
빅테크 사로잡은 인도계 CEO들-‘주가드’에 답 있었다 [CEO 110인 긴급진단]⑨

CEO

여행 유튜버들 사이에서 인도는 이른바 ‘조회수 보장 성지'다. 화면 속 유튜버는 어김없이 고생한다. 오염된 물 한 모금에 시작되는 설사와 식중독, 길거리에서 날아드는 노골적인 인종차별과 성희롱, 예고 없이 끊기는 전기와 에어컨 없는 침대칸 야간열차. 이 고생담이 편집본에 담기는 순간 조회수는 폭발한다. 시청자들은 영상을 보며 "나는 절대 안 간다"를 다짐하고, 유튜버는 다음 인도 여행을 예약한다.비즈니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도를 다녀온 한국인들의 반응은 더 직설적이다. 귀국편 비행기에 몸을 싣는 순간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뭄바이든 델리든 방갈로르든, '대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물 조심, 음식 조심, 사람 조심의 3계명은 기본이다. 길에서는 쓰레기와 오물이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찌르고, 왕복 6차선 도로가 오토릭샤와 소떼와 보행자로 뒤엉키는 광경이 펼쳐진다. 14억명 인구를 보유한 국가의 미비한 하수도 시설에 대한 의문은 귀국길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그런데 수치상으로 인도는 강대국이다. 2024년 기준 인구수 14억4000만명(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등극), 국내총생산(GDP)은 2024년 기준 3조9000억달러로 미국·중국·독일 등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인당 GDP는 2500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중하위권이다. 세계 강대국 인도의 이면은 이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가난과 부족한 사회 인프라라는 민낯이 숨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나라 출신들이 지금 실리콘밸리를 지배하고 있다. 결핍 환경이 조성한 실용적 유연성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타누 나라옌, 세계은행 총재 아자이 방가 등 글로벌 대형 기업의 수장 명단에 인도 출신 인사가 줄줄이 이름을 올리는 현상은 이제 놀랍지도 않다. 미국 전체 인구 대비 1.4%에 불과한 인도계가 최고 경영 자리를 이렇게까지 차지하는 이유를 인도의 교육 열풍과 언어 능력 그리고 인도공과대(IIT) 출신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먼저 거론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들이 왜 유독 위기 국면에서 그토록 강한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나델라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2014년의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클라우드 전환에 뒤처져 있던 성장 정체기에 직면해 있었다. IBM 역시 크리슈나가 CEO에 부임한 2020년에 매출 감소가 8년째 계속되고 있었다. 이 두 회사의 반전 서사에는 스펙 이면에 자리 잡은 강한 생존 본능, 힌디어로 ‘주가드’(Jugaad)가 있다.주가드는 ‘제한된 자원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즉흥적이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뜻한다. 경영학자 나비 라주와 자이딥 프라부가 ‘주가드 이노베이션’(2012년)에서 이 개념을 체계화했다. 서구식 R&D가 막대한 자본과 구조화된 연구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주가드는 처음부터 결핍 상태를 조건으로 설정한다. ‘싸게 실패하고·빨리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는 설명은 현대 소프트웨어 산업의 애자일(Agile) 방법론과 일치한다.과거 기자와 인터뷰했던 인도 스타트업 전문가 라슈미 반살은 “주가드는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체화된 방식”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쏠리드 그룹 최초의 외국인 최고경영자라는 기록을 남긴 인도 출신의 므린모이 차크라보티 쏠리드 인스파이어 대표 역시 “AI 기술 하나로 BCG·맥킨지 등의 글로벌 컨설팅기업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주가드 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22년 근속과 내부 구조 혁신 전략인도 출신 CEO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긴 내부 경력이다. 나델라는 1992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해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부문을 거쳐 22년 만에 CEO 자리에 올랐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합류해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키워낸 뒤 11년 만인 2015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외부에서 영입한 파괴적 창업자형 인물이 아니라, 내부의 이해관계와 구조를 속속들이 파악한 관리자들이다.이들이 이사회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수만 명 규모의 다국적 인력을 거느린 빅테크 기업은 조직 내 파벌 갈등을 중재하고 외부 규제 기관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리더를 필요로 한다. 나델라 취임 이후 마이크로소프트가 폐쇄적인 윈도우 중심 구조에서 개방형 클라우드 파트너십(Azure)으로 전환한 과정은 한정된 내부 자원과 한계 상황을 타개한 전형적 주가드식 경영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시가총액은 3000억달러에서 3조달러 이상으로 10배 뛰었다.인구통계학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 헌법이 인정하는 지역 공식 언어만 22개다. 힌두교·이슬람교·시크교·불교가 공존하고, 카스트 제도의 잔재가 섞인 다문화 사회에서 성장한 인도인들은 이질적인 집단 간 합의를 도출하는 훈련을 자연스럽게 거쳤다. 이들의 포용적 소통 방식은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환경이 빚어낸 산물이다.IIT 중심의 수리·공학 엘리트 교육과 스탠퍼드·와튼 스쿨 MBA의 결합도 결정적이다.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주주 자본주의의 재무적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이사회 신임을 얻는 가장 확실한 경로다.글로벌 기업 내 인도 출신 CEO의 부상은 우연도, 일시적 유행도 아니다. 결핍을 기회로 바꾸고 한계 상황에서 최적의 해답을 뽑아내는 주가드의 필연적 승리다. 한국 기업인이 배워야 할 리더십일 것이다.

2026.05.25 10:00

4분 소요
해외 진출 14개 안방 기업 성공 방정식은 [CEO 110인 긴급진단]⑥

정책이슈

우리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족한 자본과 인프라, 경험의 부재, 불확실성 등 여러 한계를 마주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건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안정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 실패를 감수하고 해외 다른 나라에서 사업에 도전하면서 시장을 개척하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도전에 힘입어 수출액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2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04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하지만 반도체 의존도 심화는 우리 경제의 쏠림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 4월 수출액 가운데 반도체 비중이 36.3%를 차지했다. 1년 전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9% 수준이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183억 달러로 1년 만에 18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은 끊임없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의 ‘2025 내수기업 수출기업화 성공사례집’을 통해 해외 진출에 성공한 14개 기업을 들여다보고 이들의 성공 방정식을 분석했다.코트라가 소개한 기업은 ▲아이피테크 ▲세진기전 ▲비케이에너지 ▲캠프티 ▲삼오씨엔에스 ▲이음인터네셔널 ▲리얼화이트 ▲이지템 ▲아미스트리 ▲지베누어 ▲소노온코리아 ▲마린테크노 ▲세림바이오테크 ▲보라메디코스. 총 14곳이다. 주로 국내 사업에 집중했던 산업재‧서비스‧소비재 기업이었다. KOTRA, 맞춤형 멘토링으로 무역 장벽 허물어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코트라의 ‘수출기업화 사업’ 지원이 자리한다. 해당 사업은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이 수출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거나 수출을 막 시작한 초보기업이 더 많은 수출을 하려고 할 때 돕는 코트라의 대표 사업 중 하나다. 코트라은 바이어 찾는 방법이나 계약 조건 협상 방법 등 무역실무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수출전문위원을 매칭해주기도 한다. 전문가가 직접 기업 맞춤형 무역실무를 안내하는 등 1년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수출 멘토링도 지원한다. 법률‧금융‧관세‧물류‧지재권 보호 등 수출 유관기관에서 제공하는 수출 관련 전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를 토대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한걸음 내딛기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수출이 손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규제 및 인증 장벽의 선제적 극복 ▲실무 지식 습득을 통한 수출 역량 강화 ▲현지 시장 맞춤형 전략 수립 등 기업 스스로 수출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하고 현재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변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아이피테크는 조선과 해양, 육상 플랜트 현장에서 사용되는 스틸그레이팅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다. 스틸그레이팅은 강철을 활용한 배수 덮개‧통로용 구조물을 말한다. 주로 산업 현장, 공공장소, 상업 건물 등에서 널리 사용된다. 배 위의 발판, 해양 플랜트의 작업통로, 석유화학 단지와 발전소의 워크웨이 등이 있다. 눈이나 비가 와도 그대로 쌓이지 않고 물이 빠져나가도록 설계한 격자형 구조물이 아이피테크의 주력 제품이다.생소한 무역 실무와 글로벌 규제, ‘현장 밀착형 대응’으로 돌파2012년 경남 함양에서 문을 연 아이피테크는 10년이 넘는 동안 국내 시장에서 검증을 거쳤다. 국내 대기업 계열 조선소에 관련 제품을 납품하고 여수 화학단지와 울산 등 대형 육상 플랜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수출을 모색한 것은 국내 시장이 정체돼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과 플랜트 산업은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았고 국내 매출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 김판수 아이피테크 대표이사는 수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 2024년 기회가 찾아왔다. 미국의 한 글로벌 정유·에너지 기업이 한국 업체를 찾는다는 소식에 견적과 기술 검토 논의를 거쳐 계약 단계까지 넘어갔다.문제는 영문으로 된 구매약관과 계약 조건이었다.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와 생소한 무역 조건에 익숙하지 않았다. ‘인코텀즈’(Incoterms)라는 단어가 반복되는데 내수 중심 기업이었던 아이피테크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인코텀즈는 국제상업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Commerce·ICC)가 제정한 국제 무역 거래 조건이다. 무역 거래 시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의 비용, 위험, 책임의 한계를 규정한다. 운송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어떻게 부담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EXW(공장 인도)라고 계약하면 수출자가 자신의 공장이나 창고에서 물품을 넘기면 모든 의무가 끝난다. 이후부터는 수입자가 운송과 위험을 모두 부담한다. 만약 DDP(관세 지급 인도)로 계약하면 수출자가 수입국 내 지정된 목적지까지 물품을 운송하며 통관 절차와 관세까지 모두 부담해야 한다. EXW와 DDP 사이 ▲FOB(본선 인도) ▲CIF(운임·보험료 포함 인도) 등 수출자와 수입자 사이에 책임을 분담하는 계약도 있다. 수출기업 입장에서 인코텀즈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곧 기회이자 리스크가 된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이 계약협의 시작부터 완료까지 임원회의에 참석하며 계약 과정의 실무를 지원했다. 수출 관련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수출에 대한 실무 교육도 진행했다. 계약과 별도로 바이어 측에서 요구한 이산화탄소 발생 데이터 및 저감 대책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다. 글로벌 무역에서는 생산 공정과 물류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내수 기업은 고민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수출전문위원으로부터 소개받은 탄소 저감 대책 관련 전문 컨설턴트는 바이어와의 화상 미팅에 직접 참여하여 전기 사용량, 물류 이동 과정까지 하나씩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정리했다.이런 과정을 거쳐 2025년 계약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해 수출액은 246만1742달러(약 34억5000만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국내 매출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발을 내디뎠고, 수출 실무 전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김판수 대표는 무역의 날 정부 포상 대상자로도 선정됐다.실력은 기본…외국 기업과 합작 구조로 해외서 승부세진기전은 엘리베이터와 관련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2025년 3월에 문을 연 신생 기업이지만, 관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설립한 회사다. 박광석 대표이사를 포함해 핵심 인력 대부분이 엘리베이터 분야의 대기업과 동종 업계에서 30년 이상 경험을 쌓았다.회사 설립 당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사업 경험이 거의 없는 신규 기업이 진입하기는 쉽지 않은 시장이었다. 기술이 있어도 일감을 따내기 어려운 환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요구 조건이 다양하고, 구조만 제대로 잡히면 기회가 있다고 판단했다.그래도 쉽지 않은 해외 진출을 위해 세진기전은 중국 현지에서 대규모 매출을 기록 중인 중국 파트너사와 합작 구조를 선택했다. 중국에서 부품을 소싱하고, 한국에서 가공·조립·시험을 거쳐 해외로 다시 수출하는 모델이었다.문제는 수출 복합 구조라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중국에서 가공한 일부 부품을 국내로 들여와 완제품을 만든 뒤 제3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인데, 완제품이 탄생해 목표한 나라로 보내기까지 국경을 두 번 넘어야 했다. 중국 회사는 물론 세진기전 역시 수입이나 수출, 물류, 관세 등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았다. 코트라는 설립 초기부터 복합 구조 수출 모델을 통한 수출을 뒤에서 도왔다.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첫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재는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3만9512달러(약 2억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위기를 ‘수익 다변화’ 기회로… 확실한 기술력이 성공 뒷받침삼오씨엔에스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수출하는 기업이다. 김현철 대표가 2013년 2월 설립했다. 주요 수출국은 카자흐스탄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1만8826달러(약 1억6700만원) 수준이다.김 대표는 정보 보안 문제의 상당수가 외부 해킹보다 내부자의 오남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보면서 2015년 개인정보 접속 기록 관리 솔루션 ‘파르고스(PARGOS)’를 개발했다. 파르고스는 개인정보 접속 로그를 저장한 후, 빅데이터 기반 저장 구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이상 행위와 징후를 상시적으로 탐지·감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파르고스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수정보보호제품,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혁신제품, 2024년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으로 선정되면서 기관을 중심으로 공급을 확대했다. 대학, 금융기관, 민간 기업에서도 파르고스를 사용한다.하지만 국내 시장은 좁았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성장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수출이 필요했다. 그 첫발은 교육부에서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대학교에 진행한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이었다. 2024년부터 2031년까지 해당 대학에 AI 및 빅데이터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사업이었는데 삼오씨엔에스가 AI 빅데이터 실습실 구축 분야 기업으로 선정됐다.카자흐스탄 수출이 가시화됐지만, 수출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이때 도움을 준 곳이 코트라다. 코트라의 수출전문위원은 통관을 위해 필요한 고유부호 신청부터 수출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까지 세세하게 조언했다. 통관 절차와 각종 서류 작성은 수출을 해본 적 없는 기업에게는 낯선 일이었다.첫 수출을 마친 뒤 삼오씨엔에스에게 ‘수출은 더 이상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실제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됐다. 국내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유사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게 됐다. 수출이 플러스알파의 수익을 주는 황금알이 된 셈이다. 국내 금융기관이나 대기업의 해외 지사를 통한 간접 수출 모델도 검토 중이다.이들 기업의 성공 이면에는 ‘수출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이라는 절박함이 자리한다. 국내 시장의 정체를 ‘위기’로 직시하고 수익원을 다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성공의 무대로 밀어 올린 셈이다. 글로벌 표준을 학습하는 유연한 적응력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내수 시장에만 익숙했던 기업들이 무역 언어를 배우고, 글로벌 화두인 탄소 배출 규제에 즉각 대응한 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기술적 완성도를 바탕으로 한 ‘틈새시장 공략’ 전략도 주효했다.산업계 관계자는 “수출 경험이 없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게 첫 수출 계약부터 과정 전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이들 기업과 경영자의 의지가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하지만 무엇보다 대기업 납품이나 국가 지정 혁신 제품 선정 등을 통해 기술력을 충분히 검증받는 등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2026.05.25 08:30

7분 소요
차세대 ‘콘텐츠 놀이터’ 도전장… 줄라이하우스 정의석 ‘AI 영화 시장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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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마케팅업에 종사하다 영화 투자배급사 대표로 영화계에 발을 내디딘 후 최근에는 인공지능(AI) 콘텐츠사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이처럼 정의석 줄라이하우스 대표이사의 행보는 드라마틱하다. 투자배급사와 엔터테인먼트사 창업 등으로 쉼 없이 달려온 그가 15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AI 도입으로 급변하고 있는 영화산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다. AI 영상, 보완재 아닌 대체재로 패러다임 전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 시장의 환경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줄라이하우스 사옥에서 만난 정 대표는 “하나의 산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는 작품이 10%가 안 된다는 건 뭔가 잘못됐다. 참 불편한 이야기지만 산업이 그렇게 되면 제일 먼저 돈이 떠나고 악순환이 된다”며 현재의 영화산업을 냉정하게 진단했다.이 같은 악순환을 타파하기 위해 정 대표는 AI라는 도구로 자신이 몸담았던 레거시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콘텐츠산업에서 AI 도입은 ‘산업혁명 이상의 전환’이라고 분석하면서다.그는 “처음에 AI를 영상 제작의 보완재로 여겼는데 지금의 속도라면 대체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의 물결 속에 새로운 뭔가를 만드는 것도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AI 콘텐츠사 설립 배경을 털어놓았다. 영화 ‘추격자’와 ‘범죄의 도시’ 등의 제작투자에 참여했던 정 대표는 그간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줄라이하우스가 겨냥하고 있는 시장은 AI 지식재산권(IP) 엔터테인먼트 생태계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딥페이크’라는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자 줄라이하우스는 합법적인 IP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특수효과(VFX) 회사를 운영하는 정성진 엠83 대표와 어느 날 디지털 초상권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에 딥페이크와 같은 이런저런 논란들이 많았던 때였다”며 “결국 AI 영상들에 활용되고 있는 초상권들이 ‘어느 시점에는 굉장히 합법적인 룰로 셋업되고 디지털 초상권의 의미가 굉장히 중요해지겠구나’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들의 IP 활용을 위해 회사 사옥 지하 1층에 고가의 ‘디지털 스캐닝 장비’도 마련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SF 영화 제작 현장에서나 있을 법한 장비였다. 디지털 초상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3억원 이상의 고가 장비를 망설임 없이 들였다. 그는 “지금까지 디지털 스캐닝을 통해 데이터 작업을 마친 연예인이 50명 정도다. 스타들이 디지털 스캐닝을 통해서 수천 컷에서 수만 컷을 360도 모습으로 찍는데 연말까지 200명 정도와 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연예인들의 디지털 초상권 활성화가 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그는 “디지털 초상권이 광고에 쓰인다든지 영화·드라마에 활용된다든지 그런 모델의 케이스가 한번 나오면 시장에서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대형 매니지먼트사 소속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는 반응을 들었다”며 “결국은 그런 시장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 어느 시점에 그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콘텐츠 놀이터’ AI 풀스택 에코시스템 구축 딥페이크에 따른 초상권 무단 도용 논란에 맞서 ‘딥리얼’(DeepReal)을 추구하고 있다. 딥리얼 개념은 실존 인물의 얼굴·목소리·표정·제스처와 같은 고유 정보를 사전 동의와 계약을 통해 수집하고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줄라이하우스 산하의 한국디지털디앤에이센터(KDDC)는 이런 디지털 초상권을 수집·관리하고 있다. 정 대표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디지털 초상권의 쓰임새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돈을 주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법제화가 진행되면서 ‘딥리얼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딥리얼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영화·드라마 제작 방식과 비교해 비용과 제작 기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용과 제작 기간을 각각 20분의 1, 4분의 1로 줄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영화 제작의 경우 편당 제작비를 4~5억 정도 선이라고 보면 기존보다 비용이 20배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일반적인 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탈고 기준으로 약 1년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AI 영화 제작은 4~5개월 정도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줄라이하우스는 정 대표를 포함해 20년 이상 레거시 드라마와 영화 현장에서 직접 뛴 전문가들이 모여 출범했다. 산하 AI 콘텐츠 자회사로 ▲아캐인(플랫폼) ▲에스트릭스(콘텐츠제작) ▲KDDC(디지털초상권)가 있다. 줄라이하우스는 풀 AI 제작 좀비물 영화 ‘더 나이트’를 올해 연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 대표는 “‘더 나이트’의 경우 기존 방식으로 따지면 100~150억 비용이 투입되는 ‘미들 버짓(예산)’ 작품이다. 손익분기점 200~250만명 정도의 영화인데 이런 롱폼 영화를 AI 기술로만 제작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연간 20~30편의 숏폼 드라마와 1~2편의 롱폼 영화를 AI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세대 ‘콘텐츠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그 출발을 일간스포츠와 이코노미스트가 주최하는 ‘2026 K포럼’에서 알릴 예정이다. 아캐인은 ‘AI 시대 K스타 IP의 새로운 문법’이라는 주제로 AI 광고 영상 공모전을 자사의 ‘비비드’ 플랫폼을 통해 진행한다. 2PM 출신 황찬성의 IP를 활용한 AI 광고 영상을 제작하는 공모전이다. 정 대표는 “비비드는 등록된 IP를 활용해 사용자들이 재창작하며 놀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다. IP가 게임처럼 놀 수 있는 도구가 되면서 하나의 IP가 반복 재생산될 것”이라며 “AI 광고 영상 공모전을 통해 비비드 플랫폼을 사용자들이 어떻게 보고 평가할 것인지 궁금하다. 의견을 반영해 연말까지 베타 버전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털어놓았다. 줄라이하우스는 ‘AI 엔터테인먼트 IP 풀스택 에코 시스템’(Full-Stack Eco System)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그는 “첫 번째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IP를 지향하고, 두 번째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를 풀스택으로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들이 다시 순환되는 구조라 에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AI 콘텐츠 생태계가 초창기지만 기술 진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적어도 2년 내 AI 영화가 관객 100만명을 넘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AI IP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며 새로운 시장에서 힘껏 겨뤄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26.05.18 07:00

5분 소요
[단독인터뷰②] “한국의 '랄프로렌' 목표”..박화목 대표가 말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다음 10년

산업 일반

상장 앞둔 '마르디 메크르디' 박화목 대표 “가품 막으려 네이버·쿠팡 직진출”에 이어서단순한 꽃 로고 브랜드 아닌 IP 회사이달 초 불거진 타 브랜드 룩북(lookbook·화보집) 콘셉트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마르디 메크르디가 공개한 파리 콘셉트 화보 일부가 명품 브랜드 끌로에의 비주얼과 이미지 구도, 색감, 연출 분위기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확산됐다. 현재 회사는 해당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하고 내부 검수 체계를 재정비 중이다. 박 대표는 이번 사안에 대해 “AI 기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내부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AI도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데, 그 과정에서 선을 넘은 부분이 있었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털어놨다.이어 “자사몰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바꾸면서 자체 기획 콘텐츠 제작이 급격히 늘었고, 그 과정에서 작은 조직이 충분한 검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채 속도를 내다 문제가 발생했다”며 “브랜드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부끄럽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박 대표는 “작은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시행착오라고 해도 책임은 결국 나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박 대표는 피스피스스튜디오가 키워갈 마르디 메크르디의 미래도 분명하게 그리고 있었다. 과거부터 꽃 로고 티셔츠와 맨투맨 브랜드로만 소비되는 시선을 경계해왔고, 이미 내부적으로는 다음 단계 준비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현재 마르디 메크르디는 기존 우먼 라인 외에도 ▲스포츠 ▲골프 ▲스윔웨어 등 액티브 라인 ▲키즈 ▲펫 ▲문구 카테고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문구 상품 출시도 예정돼 있다. 박 대표는 이를 단순 라이선스 확장이 아닌 ‘마르디 세계관’을 깊고 탄탄하게 확장하는 작업이라고 표현했다.그는 “밖에서는 하나의 브랜드처럼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각각 다른 브랜드를 운영하는 수준으로 조직과 카테고리가 움직이고 있다”며 “단순한 로고 라이선스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감성과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연결되는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전했다.이어 “한국 패션 기업은 한 브랜드가 성공하면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우리는 하나의 IP를 더 깊고 넓게 키우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꽃 그래픽 하나로 끝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라이프스타일 IP 기업으로 가고 싶다”고 설명했다.최근 K-컬처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면서 단기간에 몸값이 커진 브랜드들도 적지 않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가치만 키운 뒤 매각하는 사례도 이어졌다. 하지만 박 대표는 다른 방향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한국 패션 시장에는 감각 있는 브랜드가 정말 많다. 그런데 대부분 몇 년 잘 되다가 사라진다”며 “결국 브랜드는 오래 버텨야 문화가 되고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미국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랄프로렌’이었다. 단순히 매출 규모나 이미지 때문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정체성과 세계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박 대표는 “(랄프로렌처럼) 대중적이면서도 고유의 감도를 유지하며 의류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어 “30년, 50년 뒤에도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다. 당장 유행하고 사라지는 브랜드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상장 역시 지속 가능한 IP를 지켜내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박 대표는 “상장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라며 “브랜드가 커질수록 ‘이걸 우리가 끝까지 직접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자본에 브랜드를 넘기기보다 시스템을 갖춘 회사로 오래 운영하고 싶었다”며 “전문경영인과 재무·법무 조직을 구축한 것도 결국 브랜드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최근 시장에서 제기되는 밸류에이션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박 대표는 “우리는 지금까지 스스로 1조원 밸류를 이야기한 적이 없다. 당장 얼마를 인정받느냐보다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오래 살아남느냐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을 준비하다 보면 브랜드보다 숫자를 먼저 보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 생긴다”며 “매출과 실적을 위해 평소 하지 않던 할인이나 기획전을 고민하게 되는 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그러면서도 그는 “그럴수록 오히려 브랜드를 더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업계에서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상장 시점이 다소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직진출 효과가 극대화되는 내년에 상장했다면 흥행이 더 쉬웠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박 대표 역시 이를 모르지 않았다.그는 “상장 흥행만 생각했다면 더 좋은 실적 시점을 기다리는 선택도 가능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브랜드가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상장에 나서는 방향을 택했다. 남이 아닌 마르디 메크르디만의 호흡과 준비가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피스피스스튜디오는 그래픽 디자이너 박화목 대표와 아내인 한섬 명품 바이어 출신 이수현 이사가 2018년 창립했다. 이들에게 마르디 메크르디는 자식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다. “조금 느리더라도 오래가는 브랜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기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르디 메크르디는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브랜드입니다. 상장 이후에는 더 많은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2026.05.15 06:00

4분 소요
[단독인터뷰①]상장 앞둔 '마르디 메크르디' 박화목 대표  “가품 막으려 네이버·쿠팡 직진출”

산업 일반

“네이버와 쿠팡에 정품 판매처가 공식 입점해 가품과 병행수입 제품을 막고자 했습니다.”다음 달 코스닥 상장을 앞둔 K-패션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 운영사 피스피스스튜디오의 박화목 대표는 최근 네이버·쿠팡 입점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병행수입과 가품 문제를 정리하기 위한 전략적 직진출이었다”고 설명했다.마르디 메크르디는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와 함께 이른바 K-패션계의 ‘3마’로 불린다. 여성스러운 꽃 그래픽과 프렌치 감성으로 급성장하며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토종 한국 브랜드로서 이정표를 세울 날도 다가오고 있다.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오는 14~20일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6~27일 일반청약을 거쳐 6월 초 코스닥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이 공동으로 맡았다. 희망 공모가는 1만9000~2만1500원, 공모 주식 수는 227만2637주다. 총 공모금액은 432억~489억원 규모다.다만 상장을 앞두고 일각에서는 미성년 자녀 지분 구조와 특수관계인의 구주 매출, 최근 불거진 화보 이미지 유사성 논란 등을 둘러싼 잡음이 나오고 있다. 중국 직진출 준비 과정에서 피스피스스튜디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감소하면서 이른바 ‘리스크’라는 단어를 꺼내는 곳도 있다.마르디 메크르디라는 IP를 키워낸 박화목 대표가 에 상장을 앞두고 제기된 다양한 이슈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거대 플랫폼의 지원 없이 온전히 마르디 메크르디라는 이름으로 자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예상치 못한 실수까지 시종 진솔한 태도로 설명했다. 쿠팡·네이버 입점은 가품 대응 위한 선택한동안 자사몰 중심 경영을 펼쳐오던 마르디 메크르디는 최근 네이버와 쿠팡에 공식 입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감도 높은 브랜드인 마르디 메크르디가 대중 플랫폼에 직진출하면서 이미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박 대표는 최근 플랫폼 입점 이유에 대해 ‘가품’ 이야기부터 꺼냈다. 마르디 메크르디가 큰 인기를 끌면서 병행수입 상품과 비공식 유통 제품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고, 브랜드 통제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네이버와 쿠팡 공식 입점이 필요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그는 “일본과 중국 등에서 병행수입 업자들이 들어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품인지 아닌지 구분이 어려운 상황이 많았다”며 “정품 판매처가 네이버와 쿠팡에 공식적으로 들어가면 플랫폼 알고리즘상 소비자들이 공식 채널로 먼저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마르디 메크르디의 타깃층은 3040 여성으로, 가격대가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급 원단을 사용한 세련된 카디건이 10만원대에 형성돼 직장인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다.박 대표는 “기존에도 쿠팡이나 네이버에서 우리 제품의 병행수입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진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공식 상품과 가격 차이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차라리 우리가 플랫폼에 공식 입점해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정확히 인지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실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식 입점사가 상단에 노출되면서 고객들의 정품 구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피스피스스튜디오는 중국 사업 역시 라이선스 방식에서 직진출 구조로 전환했다. 이어 알리바바에 공식몰을 열고 오는 6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 상하이에는 약 300평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도 준비 중이다.박 대표는 “라이선스 방식을 택했을 때는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방향과 실제 유통 상품 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며 “직접 운영해야 브랜드 정체성을 더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그는 중국 사업 재편 과정에서 발생한 재고 소진 영향이 지난 1분기 실적 둔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중국 라이선스 종료 이후 현지 재고가 대량 할인 판매됐고, 이 상품들이 병행수입 형태로 한국과 일본 시장까지 유입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박 대표는 “직진출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매출 공백과 재고 정리 이슈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통제력과 수익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중국·일본을 하나의 핵심 시장으로 보고 운영 체계를 다시 세우고 있다”며 “상장 이후에는 피스피스스튜디오의 실적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상 못했던 IPO…지분 구조와 구주 매출 논란도 해명이번 상장을 앞두고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미성년 자녀 지분과 친족 중심 지분 구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박 대표의 2017년생 자녀는 상장 전 기준 8%대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배우자인 이수현 이사와 처제인 이수인 씨 등 친족 지분까지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10%를 웃돈다. 일부에서는 상장 이후 지분 매각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2020년 법인 전환 당시만 해도 연매출이 10억원 수준이었다”며 “그때는 IPO는커녕 회사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그는 “개인사업자를 가족 법인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무 조언에 따라 자녀에게 일부 지분을 증여했던 것”이라며 “당시에는 브랜드를 수십 년 운영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단계였다”고 설명했다.이어 “지금 시장에서 왜 문제 제기가 나오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예비심사 과정에서도 관련 지적을 많이 받았다”며 “돌이켜보면 훨씬 신중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특히 시장에서 민감하게 바라보는 구주 매출 논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입장을 밝혔다. 이번 공모 과정에서 처제인 이수인 씨가 일부 구주 매출에 참여하면서 시장에서는 ‘가족 현금화’라는 해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실제 구주 매출은 처제와 일부 경영진 수준에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시장에 알려진 것처럼 가족 전체가 상장을 통해 대규모 현금화를 하는 구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그는 “처제는 단순 친족이 아니라 초창기 스포츠·키즈·펫 라인 등을 함께 만든 공동 창업자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당시 별도 사업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현재 지분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오히려 내부에서는 상장 이후 발생할 세금 부담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더 큰 고민”이라며 “보호예수도 장기간 설정했고, 당장 회사를 떠날 생각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시장에서는 희망 공모가가 일부 투자자와 주관사 취득 단가보다 낮게 설정된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투자기관의 매입 단가 대비 할인된 수준에서 공모가 밴드가 형성됐기 때문이다.이에 대해 박 대표는 “처음부터 1조원 밸류를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당장 높은 몸값을 인정받는 것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브랜드 구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이어 “상장을 준비하면서 단기 실적이나 숫자에 신경 쓰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브랜드에는 독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며 “단순히 흥행만 생각했다면 상장 시점을 늦추는 선택도 가능했겠지만, 우리가 충분히 준비됐다고 판단한 시점에 가자는 결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랄프로렌' 목표”..박화목 대표가 말하는 마르디 메크르디의 다음 10년에서 이어집니다.

2026.05.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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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읽던 ‘백신 소년’, 30년 묵은 글로벌 검색 난제 풀다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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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한 초등학생에게 학교가 개방한 컴퓨터실은 별천지였다. 어쩌면 그의 인생을 결정한 강렬한 기억일 것이다. 그는 10살 때 카세트테이프 기록 방식의 컴퓨터로 어셈블리 언어를 독학하면서 컴퓨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내가 정한 규칙대로 세상을 하나 만드는 느낌”을 주는 신문물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가 가진 수학적인 논리 구조가 자신과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1996년 중학교 2학년 때 당시 ‘5대 컴퓨터 백신’으로 불린 ‘재필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공개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정보올림피아드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상을 수상하면 흔히 말하는 유수 대학의 의대에도 진학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지만, 그는 일찌감치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 입학을 결정했다. 고교 2, 3학년 때 그는 카이스트에서 배워야 할 전공을 선행 학습을 하는 시간으로 사용했다. 카이스트 입학 후에는 대학 전공 서적과 함께 현대 철학의 사상가라고 평가받는 니체·비트겐슈타인·소쉬르 등의 현대 철학의 대가들의 원서를 읽는 데 시간을 썼다. 그는 “전공 서적 대신 인문학과 철학 원서를 읽을 수 있던 것은 고교 시절 대학 전공 과목을 미리 공부했기 때문”이라며 웃었다.그는 학부 과정을 약 1년간 이수한 후, 병역 특례 근무를 위해 NHN에 합류하며 학업을 중단했다. 대학 졸업장을 따는 대신 개발자로 살아가기로 한 이 학생은 30년 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 ‘BB25’를 설계했다. BM25가 30여 년간 표준으로 쓰이는 동안 제기된 한계를 확률 기반으로 재정의한 접근이다. 그가 개발자들의 인스타그램으로 평가받는 ‘깃허브’(GitHub)에 공개한 논문과 코드는 전 세계 검색엔지니어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7.3점과 100점 사이, 그 모호함을 확률로 해결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정재필 코그니카 대표다. 그는 BB25 개발에 성공한 이유를 “철학을 공학에 적용해 난제를 풀 수 있었다”고 알 듯 모를 듯한 난제를 기자에게 다시 던졌다. 코그니카는 정 대표가 2023년 창업한 리서치(연구개발) 스타트업이다. 코그니카는 정 대표를 포함해 연구개발자 2명과 관리자 1명밖에 없는 스타트업이다. BB25는 1994년 발표된 검색 엔진의 기본 알고리즘인 BM25(Best Matching 25)에 이어 새롭게 등장한 벤치마크이다. 정 대표가 혼자서 80만줄 이상의 코드를 짠 코그니카 DB에 탑재된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BM25는 공식이 단순하지만 성능이 좋고, 별도의 학습(훈련 데이터) 없이도 바로 작동한다. 또한 검색 결과에서 ‘단어가 얼마나 나오나’ ‘문서에 몇 번 나왔나’ 등의 결과물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검색 결과를 설명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30여년 동안 BM25가 대표적인 검색 알고리즘으로 사용된 이유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네이버 등의 검색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이 알고리즘에 자신들의 기술력을 더해서 검색 결과를 높여주고 있는 셈이다. 정 대표는 BM25에 대해 “문제는 BM25의 점수가 만점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검색 결과 점수가 7.3점이 나오거나 100점이 나오거나 해도 이 검색 결과물이 어떤 게 더 좋다라는 것을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 주가’로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가 7.3점이 나오는 것과 ‘반도체 수출’로 검색했을 때 7.3점이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이다. 심지어 검색 결과 점수가 100점이 나왔다고 해도 이게 정확도와 관련성이 완벽하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검색 결과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점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BM25 알고리즘은 1~100점처럼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7.3점이 나왔을 때 이게 관련성이 높은 것인지 낮은 것인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개발한 BB25는 30년 동안의 난제를 확률로 변환시켜 해결했다. 통계를 적용해 BM25의 점수를 0~1 사이의 확률값으로 변환하면서 “이 문서가 검색어와 관련이 있을 확률이 73%다” 등의 해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비교 기준이 없던 기존 점수를 73%와 같은 확률로 변환하면서 검색 결과의 합산이나 비교, 순위 매기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 대표는 BM25를 대체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대신, BM25의 점수 체계 자체를 수학적으로 재해석했다. 수차례의 실패 끝에 특정 조건 하에서 전개된 베이즈 확률 수식이 BM25 수식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 점수를 0에서 1 사이의 확률값으로 변환하는 BB25를 완성했다. 확률 변환을 통해 “해당 문서가 검색어와 관련 있을 확률이 73%와 같은 직관적 해석이 가능해졌다”고 정 대표는 설명했다. 또한 “사과 2개와 오렌지 3개를 더하기 위해 각각의 고유 영양소 단위로 환산하여 결합하는 원리”라고 서술했다. 쉽게 말해 단위가 확률로 통일됨에 따라 AI 벡터 검색 점수와의 결합이 임의의 가중치 없이 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또한 검색 결과의 품질을 사전 확률로 측정할 수 있어 정확도가 낮은 문서를 대규모언어모델(LLM)에 입력하기 전 차단할 수 있어 환각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1600줄 분량 핵심 코드 깃허브에 게재…엠텝 관리자가 먼저 연락정 대표는 해당 알고리즘의 수학적 증명을 담은 논문과 1600줄 분량의 핵심 코드를 깃허브에 게재하면서 전 세계 검색엔지니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공개한 이후 2개월 만에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나타났다. 글로벌 텍스트 임베딩 모델 성능 평가 플랫폼인 허깅페이스 엠텝(MTEB)의 관리자가 그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수학 전공자인 엠텝의 관리자는 정 대표의 논문과 코드를 검토한 후, BB25를 엠텝의 공식 베이스라인(Baseline)에 채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실제 구동을 위한 코드 이관 작업을 요청한 것이다. 정 대표는 “기존 BM25 검색 알고리즘은 AI 시대의 변화를 잘 보여주지 못했는데, BB25가 AI 시대의 검색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라면서 “엠텝의 베이스라인은 오픈AI,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AI 모델의 검색 성능을 평가할 때 비교 기준으로 삼는 공식 지표다. 특정 알고리즘이 베이스라인으로 채택된 것은 해당 분야의 국제 표준 규격으로 인정받는 것과 동일한 기능을 수행한다. 대규모 연구팀이나 빅테크 기업이 아닌 1인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가 30년간 업계의 단일 기준이었던 BM25와 나란히 글로벌 검색 AI의 새로운 공식 기준으로 등록된 것이다. 그가 30년 동안 풀지 못했던 난제를 해결한 이유를 “인문학 연구를 통해 논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이런 자부심은 개인 기술 블로그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기술적인 담론을 다루는 개인 블로그를 영어로 작성하고 있는데, 매번 현대 철학자의 담론을 인용하고 있다. 코그니카는 개발자 2명과 제품 관리자 1명으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뮤렉스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뮤렉스파트너스의 포트폴리오 기업인 중고차 매매 단지 시스템에 AI 및 코그니카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하는 기술 컨설팅을 수행하면서 창업 이후 빠르게 매출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 확산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향후 코그니카 데이터베이스의 축소된 버전을 개발자 생태계에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단기적인 수익 창출보다 다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코그니카 DB가 채택되는 것을 성과 지표로 설정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검색 인프라에 BB25 알고리즘이 적용되면, 해당 기술을 특정 기업 도메인에 최적화하기 위한 기술 자문 및 커스터마이징 수요가 자연스럽게 창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코그니카는 당분간 리서치 성과를 기반으로 한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2026.05.01 08:00

5분 소요
'알파고의 아버지' 만난 정의선과 구광모...AI 로봇과 바이오 논의했나?

산업 일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만났다. 인공지능(AI) 협력이 기대되는 가운데 총수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모처에서 허사비스 CEO와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허사비스 CEO가 예고한 대로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회동한 것이다. 특히 정 회장과는 로봇과 AI 분야의 협력 강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AI 선도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글의 AI 조직 딥마인드와 손잡았다.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의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구글 딥마인드는 ‘미래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가속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보틱스 경쟁력과 구글 딥마인드의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결합해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만큼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을 전망이다. 이어 허사비스 CEO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방문해 구 회장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양사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LG AI연구원과 구글 간의 기술 시너지가 기대되는 가운데 AI 바이오 분야에서의 협력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허사비스 CEO는 단백질 구초 예측이 가능한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하는 등 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2024년에는 이 연구로 노벨화학상까지 받았다. LG AI연구원은 조직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를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라는 AI 바이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 에이전틱 AI’ 연구 성과를 공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 이력과 허사비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현대차는 AI 로봇, LG는 AI 바이오와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편 허사비스 CEO는 “현대 AI 시대의 시작점이 된 역사적인 알파고 대국 이후, 한국은 구글에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 됐다”며 “구글은 그 소중한 유산을 이어받아 바이오 혁신과 기상 예측 분야의 지평을 넓히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한편 AI가 책임감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일에도 파트너로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 LG전자 등 기업들과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산업적으로도 한국에 있는 매우 우수한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 파트너십은 더욱 확대되고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2026.04.28 17:05

2분 소요
약사 출신의 ‘센터상’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사장 “위기는 기회”

CEO

‘임윤아’. 낯설지 않은 이름부터 시선 집중이다. 약사 출신으로 글로벌 제약사 GSK·산도스·애보트·파마노비아·메디라마 등을 거친 이력은 더 화려하다. 영업부터 마케팅, 사업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뒤 마침내 그룹의 핵인 ‘전략기획’의 수장을 맡게 됐다. 임윤아 디티앤씨 바이오그룹 전략기획사장(CSO)은 확실한 ‘센터상’을 무기로 미래 전략의 밑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약사 출신 다재다능한 ‘바이오업계의 센터’전략기획을 담당하는 브레인의 사무실이라 무거운 공기가 가득할 것 같았지만 ‘월드스타’ 손흥민의 경기 일정이 담긴 축구 캘린더를 보고 경계심이 한순간에 녹아내렸다. 이처럼 임 사장은 무거운 직함과는 달리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갖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소녀시대입니다”라는 낯간지러운 멘트를 어색한 자리의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활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름이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와 같아서 지난 20년간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이름 하나로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좋은 전략”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약사를 시작으로 임 대표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만만치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신약 개발을 제외하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며 역량을 쌓아왔다. 특히 파마노비아 초대 한국지사장을 역임하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약 30년의 경험을 쌓았다.그는 “대형 약국에서 약사로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고, 고객들과 대인 커뮤니케이션 등을 하면서 영업의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며 “당시 외국계 제약사로는 유일하게 제네릭(복제약) 마케팅을 펼쳤던 산도스에서 연 매출 7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신장시키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이에 산도스의 첫 베트남 지사 설립 멤버로 뽑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파마노비아의 초대 한국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조직의 수장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이어 메디라마에서는 신약 개발 전략을 컨설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커머셜 오퍼레이션 총괄(COO)을 지냈다. 디티앤씨 바이오그룹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임 사장에게 비임상과 임상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수립하는 임무를 맡겼다. 바이오그룹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할 적임자로 박채규 회장이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기업과 기업 사이의 연결·교감을 중시하는 임 사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의 후발주자로서 고객사와 신뢰를 쌓는 것부터 차근차근 수행하고 있다. 당장의 회사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관련해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FDA는 잘만 활용하면 되게 도움이 되는 규제 기관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일종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할을 자처하면서 고객사에 FDA 컨설팅을 하고 있다. 또 미국의 파트너사인 래디우스 리서치와 연결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래디우스 리서치와 고객사가 직접 계약을 하는 시스템이라 당장은 디티앤씨알오가 돈을 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와 과정을 통해 내실을 쌓고 있고, 언젠가는 자력갱생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격변기’ 어려울수록 베팅 필수 그룹 전략기획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홍보다. 무엇보다 고객사에 디티앤씨알오의 풀라인업 서비스를 알리는 게 급선무다. 바이오그룹은 ▲CRO를 담당하는 디티앤씨알오 ▲비임상·임상 검체분석 및 임상시험 지원을 수행하는 휴사이언스 ▲임상 및 비임상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업체 세이프소프트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다. 이를 위해 임 사장은 여전히 전통의 PR(Public Relations)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직장 생활을 할 때 PR은 ‘피터지게 알려라’의 줄임말로 통용됐다. 요즘 방식은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려라’로 바뀌었는데 현재 그룹의 기조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최대한 널리 알려야 한다는 전략”이라고 피력했다. 최근 약가 인하 이슈로 CRO의 업황이 좋지 않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임상 3상 면제 현실화 등 글로벌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는 격변기이기도 하다. 바이오텍들이 약가 인하로 인한 매출 감소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부터 줄이면서 CRO 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그렇지만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실을 다지며 기회를 엿본다는 입장이다. 디티앤씨알오가 지난해 가장 어려운 시기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약동학(PK)·약력학(PD) 센터를 개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 사장은 “고객들이 요청할 때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막상 준비하려면 돈도 시간도 사람도 들어가기 때문에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래도 미래의 기회를 위해 임상시험과 인허가 컨설팅까지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각국의 파트너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고 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일본·동유럽·태국 등에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파트너사와의 제휴를 통해 최대한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친다는 입장”이라며 “이후 어느 정도 준비가 됐을 때 지사 설립 등 직접적인 진출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디티앤씨알오는 임 사장의 합류 이후 비임상사업부의 수주 건수가 지난해 약 300건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 최근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에서 신약개발을 총괄했던 한태동 부회장을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임 사장은 “임상과 비임상 분야의 베테랑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신약개발을 지원하는 통합 연구 서비스 역량이 강화되는 등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CRO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중장기적 전략도 구상하고 있다. 임 사장은 “초기 임상 수행을 포함해 우리의 성공 포트폴리오를 3년 내 만들어내는 게 전략기획실의 중대한 목표”라며 “능력 자체로 드러나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된다는 일념으로 좋아하고 잘했던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며 굳센 의지를 드러냈다.

2026.04.27 07:30

4분 소요
‘K웨이브 확산’과 함께 활발해진 CJ 이재현의 행보

산업 일반

‘K컬처’가 세계 무대로 뻗어나가면서 CJ그룹의 행보도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규 매장을 중심으로 친화적인 현장 경영을 펼치면서 ‘작은 성공’과 ‘작은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더불어 K컬처가 세계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점이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재현식 소통과 현장 미팅 경영 “회장님이 아니라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러 온 것이니 딱딱하게 부르지 말아달라.”최근 이 회장이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추구하는 대화 방식이다. 현장 경영에서뿐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계열사 산하의 식당을 방문할 때도 이런 소통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9일 손자의 손을 잡고 서울 종로구의 몽중헌 광화문점을 찾았다. 장남 이선호 CJ미래기획그룹장 부부와 김희재 여사 그리고 손자 2명과 함께 매장을 방문해 저녁 식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방문이 아니었지만 실제 가족 단위가 많이 오는 신규 매장에서 외식 경쟁력 등을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종로구 안국동에서 지난해 11월 광화문점으로 확장 이전한 곳이다. 새롭게 단장한 매장에 실제 가족 단위의 고객처럼 방문한 이 회장은 “외식 역량이 많이 향상됐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3월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올리페페에 장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의 딸인 손녀 등과 함께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페페는 지난해 12월 CJ푸드빌이 선보인 새로운 이탈리안 비스트로 브랜드다. 이 회장은 가족들과 새로 오픈한 매장에서 손님처럼 메뉴·구성·서비스 등을 직접 느껴본 뒤 피드백을 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현님’으로 소통하는 공식적인 현장 경영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규모 현장 미팅인 ‘무닝 유닛’(Moving Unit)을 통해 젊은 임직원들과 직접적인 소통을 확대하고 있다. 무빙 유닛은 ‘조직을 변화시키고 CJ를 움직이는 작은 단위’라는 의미를 지닌다.무빙 유닛은 각 계열사에서 ‘작은 성공’을 이뤄낸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있다.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 ENM 커머스 부문·티빙·CJ프레시웨이·CJ 4D플렉스 등 계열사의 실무 인력 20~30명을 만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계열사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낸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미팅이 이뤄져 전사 단위의 ‘현장 경영’과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CJ 관계자는 “소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보고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대화가 오가면서 자연스럽고 가벼운 분위기로 진행된다.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라 동기부여가 돼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현장 미팅 경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작은 성공이 큰 변화의 물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하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드는 것이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며 “큰 성과는 늘 현장의 작은 조직에서 시작된다.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는 절실함으로 작은 성공을 하나씩 쌓아가며 큰 변화를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무대서 ‘K컬처’ 선도 메시지 CJ그룹의 뷰티 부문을 담당하는 올리브영은 오는 5월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까지 2개 매장을 미국에서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K뷰티의 최전선에 나서는 올리브영의 경쟁력을 점검하기 위해 지난 3월 이선호 미래기획그룹장과 함께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을 방문했다. 이곳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아 올리브영이 글로벌 수요를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오픈할 미국의 매장과 매우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는 매장이다. 이 회장은 실제로 마스크와 선크림 등을 구매하며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폈다. 올리브영의 미국 매장이 글로벌 성패의 가늠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운영 현황과 고객 편의 요소를 점검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마스크팩 특화 공간 ‘마스크 라이브러리’를 점검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이처럼 지속가능한 K뷰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크림 제품 진열 공간에서는 “달바 등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는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올리브영은 CJ그룹에서 가장 고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계열사다. 지난 2022년 매출 2조7809억원에서 2025년 5조8539억원으로 3년 만에 매출이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714억원에서 7328억원으로 급등했다. 이처럼 K뷰티의 선봉장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이 회장이 5월 오픈을 겨냥해 미국의 올리브영 매장을 직접 방문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식품, CJ대한통운이 물류의 선봉장이라면 올리브영은 뷰티의 영토 확장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현 회장의 현장 방문은 글로벌 시장에서 K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CJ그룹은 국내 경기 위축으로 내수 실적이 저조한 가운데 글로벌 무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마침 글로벌 시장은 K컬처의 확장으로 기회의 장이 열렸다. K라이프스타일에 강점을 갖고 있는 CJ로서는 더없이 좋은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이 회장이 예전보다 활발한 현장 경영을 펼치는 등 임직원들과 소통 확대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전방위로 확산하는 K웨이브를 놓치지 말고 현지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야 한다. 현지화와 글로벌 인프라 구축을 가속화해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리딩 컴퍼니로 도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6.04.27 07:00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