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배달앱 1위 목표 아니다"…'3년내 망한다'더니 폭풍 성장한 땡겨요
- [착한 배달앱은 살아남을까]⑤
2년 새 가입자 수 180%·주문 금액 576% 증가
“국민 숙박앱, 하나 택시앱…포용금융 새 지평 열고파”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은행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운영한다고? 금방 망하겠구만.” “내기하실래요?”
지난 2022년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배달 앱 ‘땡겨요’를 선보였을 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양강 구도를 형성한 배달 앱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땡겨요가 시장의 판을 흔드는 ‘메기’가 될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기업 사장과 정부 부처 수장을 지낸 이모씨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23년 이씨는 출범 2년 차였던 땡겨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땡겨요가 3년 안에 망한다”는 데 500만원을 걸었다.
당시 O2O(온오프라인 연계 마케팅) 추진단 본부장이던 전성호 신한은행 땡겨요사업단 대표는 흔쾌히 내기에 응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승자는 전 대표가 됐다. “내기에서 이길 거라고 자신했다”는 전 대표는 “빨리 500만원을 받아야겠다”며 웃었다.
가파르게 성장한 땡겨요…2년 뒤 흑자 노린다
땡겨요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목표로 만든 배달 플랫폼이다. 독과점 체제가 굳어진 배달 앱 시장에서 2%대 중개 수수료·광고비 무료 등을 내세워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로 출발했다.
지난 2020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뒤 사업 개발에 돌입한 땡겨요는 2021년 12월 베타 서비스를 거쳐 2022년 1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5월에는 금융위원회에서 부수 업무 승인을 받아 정식 사업으로 운영이 가능해졌다.
출시 초반에는 부진한 성적으로 신한은행의 ‘아픈 손가락’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작년부터 가파르게 성장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땡겨요의 누적 가입자 수는 약 803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3년 말 285만명 수준에서 2년 사이 500만명(181%)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가맹점 수도 14만개가량에서 약 30만개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작년 연간 주문 금액은 6699억원가량을 기록했다. 991억원 수준이던 지난 2023년 대비 약 576% 불어난 수치다.
전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땡겨요를 시작하기 전부터 5개년 계획을 세워뒀고, 현재 예상과 비슷한 흐름으로 성장 중”이라며 “오는 2028년 말쯤에는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전 대표가 설정한 땡겨요의 BEP는 연간 주문액 기준 1조7000억원이다. 전 대표는 “땡겨요는 출범 이후 매년 가입자를 비롯해 가맹점 수, 주문액 등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매년 약 60~70%씩 성장한다면 2년 후 BEP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전 대표는 “수치상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땡겨요의 목표는 1위가 아니라 배민과 쿠팡이츠 등이 독점 중인 배달 앱 시장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흑자 전환·배달 품질 개선 등 과제도
땡겨요는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 대표는 “중개 수수료를 올리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지만 이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료는 2%대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배달 앱 운영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 BEP를 달성하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해 적자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땡겨요의 적자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 대표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운영 비용을 절감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가맹점 모집에 쓰이는 마케팅 비용도 땡겨요가 성장할수록 낮아질 거라고 본다.
배달 품질 개선도 땡겨요가 풀어야 할 숙제다. 땡겨요는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협업해 자체 배달 서비스인 ‘땡배달’을 확대할 계획이다. 땡겨요 앱을 통해 개인이 배달에 참여하는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배달 기사(라이더)의 풀을 넓히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배달 로봇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과 손잡고 배달 로봇을 활용하면 배달비를 낮추고 전반적인 서비스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그는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시작한 가장 이유는 ‘사회공헌’”이라면서 “출범 후 4년 동안 지역신용보증재단·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선보인 ‘땡겨요 이차보전대출’을 비롯해서 ▲땡겨요 적금 ▲땡겨요페이 통장 등으로 기존에 포용하지 않았던 ‘신 파일러’(Thin Filer·금융 이력 부족자)에게 여러 형태의 금융 상품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땡겨요를 통해 확보한 ▲최근 3~6개월 매출 추이 ▲단골 비중 ▲메뉴별 주문율 등의 비금융 데이터를 소상공인 신용평가에 활용하면 신용등급이 1~2단계 정도 올라가는 효과가 나온다”며 “매출 규모와 재무제표가 중심인 기존 신용평가 모형보다 사업자의 상환 능력을 훨씬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방역업체 세스코 가입 여부도 연체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세스코 가입 여부 등 땡겨요를 운영하며 얻은 정보를 반영해 자체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그는 “땡겨요를 통해 포용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다”면서 “신한은행뿐 아니라 은행권 전체가 참여해 비금융 부문의 독과점을 해소하는 데 이바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 대표는 “KB국민은행은 숙박 예약, 하나은행은 택시 호출, 우리은행은 대리운전 등의 플랫폼을 만들어 각 은행 앱에서 모든 서비스를 공유한다면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본업인 금융업에서는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비금융 영역에서는 금융권이 힘을 합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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