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세금 쏟아 부었지만 소비자는 떠났다…공공 배달앱의 추락
- [착한 배달앱은 살아남을까]②
한때 30여개서 12개로…배달의명수 매출 45%↓
은행 자본·금융서비스 결합한 땡겨요는 성장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낮은 수수료만으로는 소비자를 붙잡지 못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겠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으로 키운 공공 배달애플리케이션(앱)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한때 30여개까지 늘었지만 현재 운영 중인 앱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적게는 수십억원,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할인과 편의성, 배달망을 앞세운 민간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공공 배달앱의 위기는 ‘착한 수수료’만으로 플랫폼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비자가 떠나면 가맹점과 라이더도 이탈한다. 주문이 줄면 지자체는 다시 할인쿠폰에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독자 운영의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결제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민간기업과의 협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착한 수수료’만으론 부족했다
공공 배달앱은 외식업체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등장했다. 지자체가 직접 개발해 위탁 운영하거나 민간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민간 배달앱보다 중개수수료가 낮아 ‘착한 배달앱’으로도 불린다.
민간 배달앱의 중개수수료가 최대 7.8%에 달하는 반면 공공 배달앱은 대부분 0~2% 수준이다. 가입비와 광고비도 받지 않는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고 지자체가 제공하는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선택지다.
같은 해 ▲서울 제로페이 유니온 ▲충북·경북 먹깨비 ▲경기도 배달특급 ▲강원도 일단시켜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이후 ▲충북 배달모아 ▲울산 울산페달 ▲경남 배달양산 ▲광주 위메프오 ▲대구 대구로 ▲인천 배달e음 ▲전주 전주맛배달 등 지역별 플랫폼이 쏟아졌다.
전성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배달시장 성장세가 둔화한 데다 지자체의 예산 투입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공공 배달앱인 배달의명수의 실적에서도 이런 흐름이 드러난다. 배달의명수 매출은 2022년 73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52억원, 2024년 40억원으로 감소했다. 2년 만에 약 45% 줄었다. 같은 기간 배달특급과 대구로의 거래액도 각각 57.6%, 18.1% 감소했다.
공공 배달앱의 폐업도 이어졌다. 지자체들은 시장이 위축된 2023~2024년 관련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정리했다. ▲대전 휘파람 ▲강원 일단시켜 ▲부산 동백통 ▲창원 누비고 ▲경남 배달의진주 등이 이 기간 서비스를 종료했다.
한때 30여개에 달했던 공공 배달앱은 전성기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공공 배달앱은 지자체 개발형 8개와 민관 협력형 4개 등 총 12개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배달앱은 한정된 예산으로 민간 플랫폼의 할인 경쟁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앱의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도 민간 서비스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빠져나가면 주문이 줄고, 결국 가맹점과 라이더까지 이탈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홀로서는 한계
결국 가장 큰 문제는 돈이다. 세금으로 운영비를 마련해야 하는 지자체가 배달앱에 매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다. 예산이 줄면 할인쿠폰과 마케팅이 축소되고, 이는 다시 이용자 감소로 이어진다.
공공과 민간 플랫폼의 자금력 차이는 크다. 군산시가 지난 6년 동안 배달의명수에 투입한 예산은 약 100억원이다. 연평균 15억원 정도다.
반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연간 영업비용은 4조원을 웃돈다. 사업 영역과 비용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공공 배달앱이 민간 플랫폼의 마케팅과 서비스 투자를 따라가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민간 배달앱은 무료 배달과 할인쿠폰을 제공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른 서비스와 멤버십을 연계한다. 이용자가 많은 만큼 음식점과 라이더를 확보하기도 쉽다. 공공 배달앱은 수수료가 낮더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음식점이 없거나 배달이 느리면 선택받기 어렵다.
최현조 자유기업원 연구원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구조라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며 “공적 자금으로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가 개별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방식의 한계가 분명해지면서 대안으로 민관 협력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한은행의 땡겨요다.
땡겨요는 중개수수료를 2%로 낮춰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였다. 동시에 결제와 정산, 금융상품을 배달 서비스에 연결해 가맹점과 이용자를 붙잡고 있다. 은행의 금융 인프라와 자본력을 활용한다는 점도 기존 공공 배달앱과 다르다. 땡겨요는 적자를 이어가면서도 매년 수백억원을 투입하며 시장을 넓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공공 배달앱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2022~2024년 땡겨요의 주문액은 10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또 다른 민관 협력형 플랫폼인 먹깨비의 거래액도 26.7% 늘었다.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앱의 거래액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민관 협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할인과 모기업의 지원이 줄어든 뒤에도 소비자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낮은 중개수수료를 유지하면서 운영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익모델을 만드는 것도 과제다. 공공성은 지키되 세금과 모기업의 지원에만 기대지 않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최 연구원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이기기 어렵다”며 “은행이 운영하는 강점을 살려 ▲간편결제 ▲지역상품권 ▲소상공인 금융서비스 등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배달앱이 제공하기 어려운 고유한 가치를 만들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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