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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와인'의 반격…아르메니아가 다시 포도밭을 깨우는 이유 [홍미연의 와인 스토리:지(知)]

전문가 칼럼

올해 5월 아르메니아 와인 업계는 예상치 못한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일부 아르메니아 와이너리 제품에 대해 품질 기준 위반을 이유로 수입 제한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공식 사유는 품질 문제였지만 현지 업계와 국제 언론에서는 이를 단순한 통관 이슈 이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최근 아르메니아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러시아와 거리를 두는 외교 노선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였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아르메니아 와인 수출의 최대 시장이었다. 일부 품목은 수출의 70~80%가 러시아로 향할 정도였다. 그런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아르메니아 와인 산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공교롭게도 같은 달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 인근에서는 세계 와인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적인 국제 와인대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이 아르메니아에서 개최된 것이다. 예레반에서 약 28㎞ 떨어진 가르니 신전에는 대회 개막을 알리는 문장이 투영됐다. “Armenia, the oldest newest wine country.”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새로운 와인의 나라. 이 모순적인 표현 속에는 아르메니아 와인 산업이 처한 현실과 야망이 함께 담겨 있다.아르메니아는 스스로를 와인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 성경 창세기에 따르면 대홍수 이후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은 아라라트산이다. 물이 빠진 뒤 노아가 처음 심은 작물이 포도나무였다는 이야기는 지금도 아르메니아인들의 정체성에 깊게 남아 있다. 물론 이는 신화의 영역이다. 그러나 고고학은 이 신화에 흥미로운 근거를 더했다. 2011년 국제 연구진은 아르메니아 남부 바요츠 조르 지역의 아레니-1 동굴에서 기원전 4100년 무렵의 와인 양조 시설을 발견했다. 포도 압착 시설과 발효 용기, 저장 시설, 포도씨가 함께 출토됐다. 학계는 이를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완결형 와인 양조 유적으로 평가한다. 6100년 전 이미 이곳에서는 체계적인 와인 생산이 이뤄지고 있었던 셈이다. 지정학이 만든 새로운 기회변화의 시작은 해외에 거주하던 아르메니아계 기업인들로부터 나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지의 디아스포라 자본이 고국 와인 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대표 사례가 카라스 와이너리다. 아르헨티나 출신 아르메니아계 사업가 에두아르도 에우르네키안은 대규모 포도원을 조성하고 세계적인 와인 컨설턴트 미셸 롤랑을 영입했다. 현대적 양조 기술과 토착 품종이 결합하면서 아르메니아 와인의 품질은 빠르게 향상됐다.최근에는 NOA, 트리니티 캐니언, 조라 등 국제 시장에서 주목받는 생산자들도 등장했다. 특히 조라는 세계적 와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아르메니아 와인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아르메니아의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1400만~1600만 리터 수준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물론 인근 조지아와 비교해도 작은 시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영국, 독일, 북유럽,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여기에 또 다른 변화도 기다리고 있다. 아르메니아는 EU와의 협정에 따라 2032년까지 브랜디 제품에서 ‘코냑(Cognac)’ 명칭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활용해 온 대표 브랜드 자산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아르메니아는 브랜디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와인을 새로운 국가 브랜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러시아 시장 축소와 코냑 명칭 폐지라는 위기는 역설적으로 와인 산업 성장의 계기가 되고 있다.가르니 신전 벽면을 비춘 문구처럼 아르메니아는 지금 자신을 “가장 오래된, 가장 새로운 와인의 나라”로 다시 정의하고 있다. 6100년 전 세계 최초의 양조장이 있었던 땅. 그리고 이제 막 세계 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흥 와인 국가. 아르메니아 와인의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26.06.20 09:30

3분 소요
플랫폼, 도시를 집어삼키다[김현아의 시티라이프]

전문가 칼럼

지난봄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의 오래된 세탁소가 갑자기 사라졌다. 세탁소뿐만 아니라 동네의 가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근근이 상가를 운영하는 주인에게 물어보니 “사람들은 있는데 손님이 없다”고 말한다. 최근 도시의 가게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건물이 사라지거나 인구가 빠져나가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기 위해 음식을 먹기 위해 더 이상 골목으로, 거리로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 앱과 온라인 쇼핑이 모든 것을 문 앞으로 가져다주기 시작한 뒤부터 동네 상권이, 도시공간의 구성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플랫폼이라는 말은 원래 기차역의 승강장을 뜻한다.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중간 공간이다. ▲에어비앤비 ▲배달의민족 ▲카카오모빌리티 ▲야놀자 같은 서비스들은 스스로를 그런 중간자로 소개한다.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기술 중개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 연구자들은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플랫폼이 도시의 공간 자체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학자 데이비드 워스맨과 알렉산더 와일스는 에어비앤비가 도시에서 하는 일을 ‘임대료 격차의 착취’로 설명한다. 원래 이 개념은 닐 스미스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분석하며 만든 것인데, 두 연구자는 이를 플랫폼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 주택의 현재 임대료와 단기 숙박으로 전환했 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익 사이의 격차가 클수록, 집주인은 장기 세입자를 내보내고 에어비앤비로 전환할 유인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 결정은 집주인 개인의 탐욕만의 문제가 아니다. 알고리즘이 매일 밤 최적의 가격을 제시하고, 수요 예측 데이터를 제공하며, 전환을 권유하는 구조가 그 결정을 이끌어낸다. 플랫폼이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속 장치가 되는 순간이다.바르셀로나의 분노, 뉴욕의 선택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이 문제가 가장 먼저, 가장 격렬하게 터진 도시다. 2010년대 중반 에어비앤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관광객용 단기 임대가 주택 공급을 잠식했고, 고딕 지구를 비롯한 구시가지 주민들이 급등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외곽으로 밀려났다.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관광객 캐리어에 물총을 쏘는 시위를 벌였다. 분노의 표적은 관광객이 아니었다. 플랫폼이었다. 바르셀로나 시는 결국 신규 단기임대 허가를 중단하고, 2028년 11월부터 단기 관광 아파트 영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뉴욕은 다른 방식으로 맞섰다. 2023년 9월, 뉴욕시는 호스트가 실거주하며 게스트가 최대 2명일 때만 단기임대를 허용하는 규제법(Local Law 18)을 시행해 전문 사업자의 영업을 대거 제한했다. 시행 후 몇 달 사이 뉴욕의 에어비앤비 등록 숙소 수는 수만 개 수준에서 3000개 안팎으로 급감했고, 이는 플랫폼에 맞선 도시의 반격 중 가장 강력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관광객이 집중된 서울 마포구(홍대 일대)나 제주도 등의 경우, 플랫폼에 등록된 수천개의 숙소 중 지자체에 합법적으로 영업 신고를 마친 곳은 20~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미신고 불법 단기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유숙박의 허용 범위와 실제 이용 실태를 정확히 보여줄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배달 앱이 골목을 지운다에어비앤비가 주거를 바꾼다면, 배달 플랫폼은 상권의 지형을 바꾼다. 그 방식은 더 조용하고, 그래서 더 감지하기 어렵다. 배달 앱의 알고리즘은 음식점을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시키거나 하단으로 밀어내는 결정을 내린다. ▲리뷰 수 ▲주문량 ▲광고비 입찰가가 순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다. 이 구조에서 오랫동안 골목을 지켜온 소규모 식당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리뷰가 적고 광고비를 쓸 여력이 없으며, 배달 특화 메뉴 개발에 투자할 인력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처음부터 배달 앱을 겨냥해 설계된 ‘유령 음식점’은 검색 노출에 최적화된 구조로 시장에 진입한다. 오프라인 공간 없이 여러 브랜드명으로 동시에 운영되는 이 주방들은 골목 상권의 물리적 밀도를 낮추면서, 플랫폼 안에서의 점유율은 높인다. 같은 주방에서 세 개의 가상 브랜드를 돌리더라도, 길에서 보이는 것은 폐업한 식당 하나뿐이기 때문에 ‘가게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배달 앱 덕분에 소비자는 더 다양한 음식을 더 쉽게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골목의 다양성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동네 식당이 사라진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들어서거나, 아무것도 들어서지 않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가 쌓일 때, 우리는 그것을 상권의 쇠락이라고 부른다. 그 쇠락을 결정한 것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아니면 알고리즘의 설계인지를 구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플랫폼은 새로운 건물주인가여기서 한 가지 개념을 소개하고 싶다. ‘플랫폼 어바니즘’(Platform Urbanism, 플랫폼 도시화)이다. 비판 도시 연구자들은 플랫폼이 단순한 서비스 앱을 넘어, 일부 도시에서는 이미 사실상 도시 인프라처럼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도로 ▲전기 ▲수도처럼 도시가 작동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기반 시설의 일부 지위를 플랫폼이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인프라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도로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고, 수도는 누구에게나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플랫폼 인프라는 민간 기업이 소유하고, 알고리즘이 배분하며, 이윤이 방향을 결정한다. 배달 앱이 특정 지역을 배송 불가 구역으로 분류하면 그 골목은 사실상 도시 서비스망에서 이탈한다. 에어비앤비가 특정 동네의 숙박 가격을 끌어올리면 그 지역의 주거 시장이 흔들린다. 이 결정들은 시의회에서 논의되지 않았고, 주민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았다. 플랫폼이 새로운 건물주가 됐을 때, 세입자인 시민은 어디에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가.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서비스 불만 접수’가 아니라, 플랫폼 인프라를 공적 규칙 안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거버넌스다. 우리는 이미 플랫폼 위에서 살고 있다. 다만 그 플랫폼의 규칙을 우리가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직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다음 편에 계속)

2026.06.20 07:00

4분 소요
콜링투어,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여행상품 출시…중앙아시아 프리미엄 여행 확대

여행

-광복절·추석 연휴 활용 가능한 9일 일정 운영-이스타항공 왕복 항공권 포함, 드론·스냅 촬영 제공 몽골 전문 여행사 콜링투어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함께 여행하는 신규 상품을 출시하며 중앙아시아 여행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이번 상품은 최근 증가하는 중앙아시아 여행 수요에 맞춰 기획된 프리미엄 일정으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대표 명소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이스타항공 왕복 항공권이 포함돼 개별 여행이 쉽지 않은 중앙아시아 지역을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콜링투어에 따르면 2026년 광복절 연휴 시즌에는 8월 15일 출발 일정으로 연차 4일만 사용하면 총 9일간 여행이 가능하다. 또한 추석 연휴 시즌인 9월 19일 출발 일정은 연차 3일만 활용해도 9일 일정으로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함께 여행할 수 있어 직장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관심이 기대된다.카자흐스탄 일정에서는 알마티를 중심으로 차른 캐니언, 콜사이 호수, 카인디 호수 등을 방문하며,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이식쿨 호수, 알틴 아라산, 제티오구즈 등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자연경관을 둘러본다. 광활한 초원과 호수, 협곡이 어우러진 중앙아시아 특유의 대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코스로 구성됐다. 콜링투어는 이번 상품을 단순 관광을 넘어 ‘기억을 남기는 여행’ 콘셉트로 기획했다. 여행 전 일정 동안 콜링투어가 직접 동행하며 참가자들의 여행 순간을 기록하는 콘텐츠형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특히 중앙아시아의 절경을 배경으로 드론 촬영과 여행 스냅 촬영을 진행하며, 여행 종료 후 참가자들에게 개인 사진과 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현지 전통의상 체험 및 촬영 프로그램도 포함해 여행자가 직접 여행의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콜링투어 관계자는 “여행은 결국 기억으로 남는다”며 “중앙아시아의 웅장한 자연을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사진과 영상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말했다.한편 콜링투어는 몽골 여행 전문성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상품 영역을 확대하며 새로운 여행 수요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26.06.19 17:35

2분 소요
제주 중문 이색 실내 체험…‘박살2: K-아일랜드제주’·‘학교괴담in제주’ 리뉴얼 오픈

여행

-제주 자연 담은 체험형 전시와 실감형 공포 어트랙션 한 공간에 구성-감귤카트·런닝맨도 동일 시설 내 운영…통합 패키지권 프로모션 진행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크리에이티브통제주는 ‘박물관은 살아있다’를 새롭게 단장하고 ‘박살2: K-아일랜드제주’와 ‘학교괴담in제주’를 리뉴얼 오픈했다고 밝혔다.이번 리뉴얼은 제주 자연을 담은 체험형 전시와 실감형 공포 어트랙션을 한 공간에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두 콘텐츠를 선보이며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색다른 실내 액티비티를 찾는 관광객까지 선택의 폭을 넓혔다.‘박살2: K-아일랜드제주’는 제주를 대표하는 다섯 가지 상징인 감귤, 돌, 곶자왈, 바다, 바람을 테마로 구성됐다. 각 공간은 미디어아트와 조형물을 활용해 꾸며졌으며, 관람객은 전시를 자유롭게 체험하며 제주의 자연과 분위기를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또한 이동 편의성을 높인 무장애 동선을 적용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고령층 방문객도 보다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실내 콘텐츠인 만큼 날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도 장점이다.‘학교괴담in제주’는 폐교를 콘셉트로 한 실내 공포 체험관이다. 현실감 있는 공간 연출과 긴장감을 높이는 특수효과를 적용해 몰입형 공포 체험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관광 코스와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원하는 방문객들에게 적합한 콘텐츠로 기획됐다.제주 여행 일정 중 실내 관광지와 액티비티를 따로 찾지 않아도 한 장소에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방문객들에게 편의 요소로 꼽힌다. 특히 중문관광단지 내 위치해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일정 구성도 가능하다.두 시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다. 현재 신규 오픈을 기념해 두 가지 콘텐츠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패키지권을 출시했으며, 현장 및 온라인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이와 함께 기존에 운영 중인 감귤카트와 런닝맨 콘텐츠 역시 동일한 시설 내에서 함께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방문객들은 전시, 공포 체험, 액티비티형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선택해 경험할 수 있다.크리에이티브통제주 관계자는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새로운 체험 요소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올여름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2026.06.18 10:24

2분 소요
외신 기자단, ‘2026 발로 읽는 중국’ 장쑤성 탐방 진행

여행

-18개국 19명 외신 기자, 쑤저우·우시·양저우 등 방문-문화기술·스마트 제조·농업 현대화·도시 재생 현장 살펴 중국공공외교협회와 글로벌 타임즈가 공동 주최한 ‘2026 발로 읽는 중국, 장쑤성 탐방편’이 최근 장쑤성 일대에서 진행됐다.이번 행사에는 18개국 19명의 외신 기자가 초청돼 쑤저우, 우시, 양저우 등을 방문했다. 기자단은 중국 강남 지역의 산업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 국제 협력 현장을 살펴보며 장쑤성이 추진하는 다양한 지역 발전 모델을 확인했다.첫 방문지 중 하나는 지식재산권 기반 문화기술 기업인 스타플러스 레전드 홀딩스였다. 외신 기자단은 로봇 공연과 지능형 로봇 개와의 상호작용, AI와 홀로그램 기술이 결합된 디지털 IP 시연을 참관했다.현장에서는 문화 콘텐츠가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몰입형 체험과 기술 융합형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이 소개됐다. 기자단은 문화 크리에이티브 산업이 AI, 로봇, 홀로그램 등 기술과 결합하며 새로운 소비 경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살펴봤다.우시에서는 로봇 부품 제조 기업인 우시 이유 인텔리전트 컨트롤 테크놀로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독자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핵심 기술과 관절 응용 시연이 진행됐다. 기자단은 로봇이 복잡한 동작을 구현하는 과정을 직접 보며 중국 첨단 제조 산업의 기술 개발 현황을 확인했다.우시 시산 전동차 산업단지에서는 야디의 다양한 전동차 모델을 체험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야디 전동차는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수출되고 있으며, 제품 수출을 넘어 글로벌 협업과 현지화 운영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농업 분야의 디지털 전환 현장도 탐방했다. 시산 국가현대농업산업단지에서는 드론 파종, 지능형 농기계, 디지털 관리 시스템 등이 전통 농업 방식을 스마트 영농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소개했다. 기자단은 관련 기술이 생산 효율과 자원 이용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살펴봤다.양저우에 위치한 농업 및 식품 가공 장비 기업 팜순도 주요 방문지에 포함됐다. 기자단은 팜순의 해외 식량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중국 농업 장비 산업이 설비 수출을 넘어 농장 공동 건립 등 협력형 모델로 확장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를 통해 농업 현대화와 국제 협력의 연결 가능성도 확인했다.장인시에서는 도시 재생과 생태 복원 현장이 소개됐다. 외신 기자단은 정밀 스마트 리모델링을 통해 노후 주거 지역이 개선된 사례와 주민 편의시설이 확충된 현장을 둘러봤다. 또한 과거 공장 지대였던 양쯔강 해안선이 생태 복원을 거쳐 녹지 회랑으로 전환된 모습을 확인했다.행사의 주요 일정 중 하나로 장쑤성 축구 리그 관람도 진행됐다. 기자단은 지역 주민들이 경기장을 채운 현장을 통해 스포츠와 지역 공동체, 도시 활력이 연결되는 모습을 살펴봤다.이번 탐방은 장쑤성이 추진하는 혁신, 개방, 협력의 흐름을 외신 기자들이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문화기술과 첨단 제조, 스마트 농업, 도시 재생, 생태 복원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중국 강남 지역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자리로 구성됐다.행사 관계자는 “이번 장쑤성 탐방은 외신 기자들이 중국의 지역 발전 현장을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며 “혁신과 개방, 협력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는 중국 강남 지역의 모습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26.06.16 16:24

3분 소요
학폭 이력 있으면 서울권 대학 가기 어렵다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대입 전형에 전면 반영됐다. 학교폭력 관련 처분을 받을 경우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적지 않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입시 환경이 바뀐 것이다. 학교폭력 처분은 1호부터 9호까지 구분된다. 가장 낮은 수위의 조치라 하더라도 대입 과정에서는 치명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학교폭력 조치는 ▲1호 서면사과 ▲2호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 ▲3호 학교 봉사 ▲4호 사회봉사 ▲5호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6호 출석정지 ▲7호 학급 교체 ▲8호 전학 ▲9호 퇴학 처분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학폭 심의 건수 증가세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는 학교폭력 처분 이력이 있을 때 대입에서 강도 높은 불이익을 주고 있다. 그러나 전국 고등학교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오히려 증가세다. 2025년 전국 고등학교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7646건으로 최근 3년 사이 가장 많았다. 2023년 5834건, 2024년 7446건에서 2025년 7646건으로 늘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200건, 2.7% 증가한 수치다.지역별로 보면 2025년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서울권 922건, 경인권 2721건, 지방권 4003건이었다. 서울권은 2023년 691건에서 2024년 876건, 2025년 922건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은 46건, 증가율은 5.3%다. 경인권은 2023년 1894건, 2024년 2706건, 2025년 2721건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5건, 0.6% 증가했다. 지방권은 2023년 3249건, 2024년 3864건, 2025년 4003건으로 늘었다. 전년 대비 139건, 3.6% 증가했다.학교폭력 처분이 입시에 직접적인 불이익으로 연결되기 시작했지만, 서울과 경인, 지방권 모두에서 심의 건수는 증가했다. 피해 학생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과거라면 그냥 넘어갔을 사안도 학교폭력 심의로 이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교 유형별로는 일반고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5년 일반고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5059건으로 전년보다 3.4% 늘었다. 영재학교와 특목·자사고는 212건으로 전년 대비 15.2% 증가했다. 특히 전국 단위 자사고는 2024년 16건에서 2025년 34건으로 2배 이상 늘었고, 국제고도 같은 기간 6건에서 13건으로 증가했다.학교폭력 심의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2.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 폭력 25.6%, 사이버폭력 13.4%, 성폭력 10.8%, 강요 4.6%, 금품 갈취 4.1%, 따돌림 3.6%, 기타 5.5% 순이었다. 말 한마디가 학교폭력 심의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증가율이 가장 컸던 유형은 강요였다. 강요 관련 심의 건수는 2024년 411건에서 2025년 531건으로 29.2% 늘었다. 따돌림도 2024년 327건에서 2025년 413건으로 26.3% 증가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행위가 학교폭력 심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학생과 학부모 모두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서울 주요 대학은 강경 대응실제 처분 결과는 2025년 1만2628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1만2975건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2023년 1만1258건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심의 건수는 늘었지만 실제 처분 건수는 전년보다 감소한 셈이다. 가해 학생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처분 건수가 심의 건수보다 많은 것은 한 건의 심의에 여러 학생이 연루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처분 결과별로는 2호 접촉·협박·보복 행위 금지가 2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1호 서면사과 20.1%, 3호 학교 봉사 19.2%, 5호 특별 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16.5%, 4호 사회봉사 6.5%, 6호 출석정지 5.6%, 8호 전학 1.9%, 7호 학급 교체 1.7%, 9호 퇴학 처분 0.3% 순이었다. 이 가운데 7호 학급 교체는 전년 대비 27.6%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2027학년도 기준으로 서울대는 수시에서 1호부터 9호까지 모든 학교폭력 처분 결과를 대입 평가에 반영해 불이익을 주고 있다. 연세대는 1호 서면사과만으로도 지원할 수 없는 전형이 있으며, 고려대도 1호 처분부터 지원 제한 또는 불이익이 발생한다. 정시에서도 서울대는 1호 서면사과부터 불이익을 적용하고, 연세대와 고려대 역시 1호 처분받으면 즉각 감점이 이뤄진다.2028학년도부터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적용받는 내신 체계도 바뀐다. 기존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전환되면서 내신 동점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내신 등급의 변별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학교폭력 처분 결과가 지금보다 더 큰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8학년도부터 수시와 정시 모두에서 내신 정성평가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사소한 처분 이력만으로도 입시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학교폭력 심의와 처분 결과가 대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된 만큼, 미취학 아동과 초·중·고 학생, 학부모 모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 문제는 단순히 학교 안에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태도와도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한다.

2026.06.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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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업 과실, 국민과 나눠야 할까[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만약 인공지능(AI)이 우리 모두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이라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AI에 대해 얼마나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깊이 개입할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기자들 앞에서 “주요 AI 기업들의 일부를 미국 대중에게 주는 방안”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인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나 앤트로픽 같은 AI 기업이 지분을 출자해 펀드를 만들어 대중에 수익을 나누는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실제로 오픈AI는 4월 AI로 인한 경제 성장의 결실을 모든 시민들과 나누는 ‘국부 펀드’ 조성을 제안한 바 있다. 백악관 일부 인사들이 이 제안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확산으로 고용이 줄어들어 사람들은 고통받고 기술 발전의 혜택은 소수 빅테크 기업과 그곳에서 일하는 엘리트 인력에게만 돌아가는 암울한 미래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아이디어다. 혹은 그런 우려로 인한 대중의 반감으로 AI 사업에 지장이 생길 것을 걱정한 오픈AI의 제안이라 봐도 될 것이다. ‘사회주의’ 비판 속에서 지분 확보 나선 미국기본소득처럼 개인에게 직접 현금을 쏘는 방식은 아니지만, 사회 전체에 영향을 끼칠 기술의 등장으로 발생할 큰 이익을, 이로 인해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중 전체에 일부 나누자는 기본 접근은 비슷하다. 기본소득 논의는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고 누구나 기본적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지만,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 AI와 로봇이 모든 일을 하고 사람들은 일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이 실효성 있는 방식일지는 의문이지만, 우리가 알던 세상의 패러다임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라면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이런 고민의 결과가 AI 기업들이 참여한 국부 펀드 같은 아이디어들로 드러나는 셈이다. 미국 민주당 버니 샌더스 의원 같은 좌파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에서 비슷한 방향성을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대중이 AI 기업의 소유권을 일부 갖는다는 아이디어는 최근 미국 좌파 계열에서 관심이 커졌고, 샌더스 의원이 주요 AI 기업들에 50% 세율의 일회성 중과세를 매겨 국민을 위해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더욱 탄력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등 우파 일부도 이런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AI 발전을 우려하는 대중을 달랠 필요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샌더스 의원의 의견이 비슷하게 만난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미국 정부가 반도체와과학법, 일명 칩스(CHIPS) 법에 따라 인텔에 주어지는 보조금을 정부 지분으로 전환한 일이다. 인텔은 지원금 109억달러에 대한 반대급부로 지분 약 10%를 정부에 넘겼다. 보조금 사용을 기업 결정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아예 지분을 확보한 것은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 세금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샌더스 의원 등 진보 진영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도리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의원들과 경제학자들에게 “사회주의적 정책”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등 이른바 진보 세력이 기업 활동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각기 다르다. 진보 계열 인사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가진 오픈AI나 앤트로픽, 인텔 같은 빅테크를 향한 힘의 쏠림을 어떻게 견제할 지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현재 미국 정부는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AI ▲첨단 반도체 ▲디지털 플랫폼 ▲친환경 에너지 ▲양자와 우주 기술 등 세계 강대국 간 질서를 뒤흔들 기술들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들 핵심 전략 기술 분야 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전략 기술 기업에 영향력 높이는 미국 정부최근 미국 정부는 국내 9개 주요 양자 기술 기업들에게도 칩스법에 따라 20억달러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이들 기업의 지분 일부를 받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IBM이 전체 예산의 절반인 10억달러를 받아 뉴욕주에 양자 프로세서 제조 시설을 건설한다.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도 양자 칩 제조 시설 건설을 위해 3억7500만달러를 받는다. 또 ▲초전도 ▲이온트랩 ▲중성원자 같은 주요 양자 하드웨어 플랫폼 기술을 가진 ▲디웨이브 ▲리게티컴퓨팅 ▲퀀티넘 ▲사이퀀텀 ▲아톰컴퓨팅 ▲인플렉션 ▲디랙 등 양자 기술 스타트업이 지원금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자석 기업 벌컨엘리먼츠와 광산 기업 MP머터리얼즈 지분도 확보했다. 중국 등 외국에 의존하는 자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공급망 위협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다. 인텔이나 양자 기업에 대한 지원은 지원금을 정부 지분으로 바꾸는 것이고, AI 기업에 대한 논의는 국부 펀드를 만들어 국민에게 이윤을 배분한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주체인 기업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런 핵심 기술의 핵심 역량이 소수 기업들에 몰려 있다는 점이 고민을 더한다. AI나 양자, 우주 기술의 혁신은 과거 2차 세계 대전 당시 원자탄 같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국가 주도로 총력을 기울인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맨하탄 프로젝트’가 오픈AI나 앤트로픽, 스페이스X에서 각각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앤트로픽이 자사 AI 기술을 자율 살상 무기에 사용하지 말라고 국방부에 요구한 것은 정당한 일일까. 기업을 제어할 행정력을 가진 국가가 기업의 전략 기술을 시민 통제에 활용한다면, 혹은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 정부의 손길에서 벗어난다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국부 펀드에 자기 몫이 있다는 사실 정도에 우리는 만족해도 되는 것일까.

2026.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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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서울 시작된 'K스타트업 창업' 생태계...다음 과제는 민간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서울이 전부였던 국내 창업 생태계 지형에 변화의 움직임이 보인다.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국내 도시는 서울 정도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순위를 매기는 유명 평가 기관은 스타트업지놈(Startup Genome)과 스타트업블링크(StartupBlink)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는 지역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파악할 때 해당 기관의 순위를 참고한다. 2025년 스타트업 지놈에서 발표한 평가에서 서울은 8위, 올해 스타트업블링크 보고서에서는 20위를 차지했다. 서울시의 창업 생태계는 글로벌 20위권 이내로 창업 선도국의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글로벌 창업 도시 100위 안에 다른 지역 도시들은 보이지 않았다. 글로벌 창업 도시 서울은 국내 창업 생태계의 자랑이자 고질적인 문제인 생태계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온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스타트업블링크 보고서는 국내 창업 생태계의 서울 집중화가 완화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 한 해 동안 20.6%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글로벌 국가 순위에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한 19위로 우뚝 올라섰다. 이는 5년 만에 거둔 최고 순위이다.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번 상승의 주역이 서울이 아닌 지역 도시들이라는 점이다. 지역 광역시들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여러 광역시들은 100%가 넘는 성장세를 보였는데, 대구시는 무려 254.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모든 광역시들이 500위권 안팎에 위치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이에 더해 올해는 지역 중소 도시들인 천안·춘천·전주·원주·세종·아산 등 6개 도시가 세계 1000대 스타트업 도시에 새로 진입하면서 국내 1000대 창업 도시 수는 16개로 작년 9개에 비해 대폭 늘어났다. 이번 보고서에서 돋보이는 국내 창업 생태계의 큰 변화는 단연 탈중앙화다.대구·대전 등 비수도권 지표 상승특히 대전시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대전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창업 도시 300위권에 진입하면서 서울과의 점수 격차를 27배로 줄였다. 이는 지난해 44배에 달했던 격차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이다. 지난 몇 년간 대전은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자 지역의 대학과 정부, 공공 기관이 합심해 꾸준하게 다양한 시도를 해 온 결과 마침내 괄목한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은 창업 생태계가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 여전히 글로벌 20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국내 10대 도시 중 가장 낮은 7.4%의 성장률을 보였다. 서울은 스타트업 지원 부문에서 세계 4위, 아시아·태평양 지역 1위로 높은 순위를 유지했지만 다른 평가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공이 주도하는 창업 생태계 육성이 한계에 다다른 신호라고 해석한다. 지역 도시들의 고속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이다. 창업 생태계 전문가들은 이번 지역 도시들의 가파른 성장세가 공공 영역의 뒷받침 덕분이었다고 분석하면서 공공 부문에 의존하는 성장 방정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더했다. 결국 국내 창업 생태계는 언제까지 공공 지원에 기대어 성장할 것인가 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창업 생태계의 균형 있는 발전은 한국이 글로벌 스타트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업이다. 실제로 이번 스타트업블링크 보고서에서 한국은 공적 지원을 제외한 영역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혁신가 비즈니스 환경 지수’에서 한국은 32위에 그쳤다. 이는 규제와 같은 시장 환경이 창업 생태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문화적 인식 변화’ 역시 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보고서는 한국의 뛰어난 청년 인재들이 창업보다는 안정된 대기업 경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기업가 정신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공공 영역의 지원보다는 문화적 전환이 동반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난해 국내 창업 도시들을 방문했던 스타트업블링크 CEO 엘리 데이비드 로카(Eli David Rokah) 역시 국내 생태계를 비슷한 맥락에서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장기적으로 창업 생태계 기반을 취약하게 만들어 한국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도시 고성장 공공 지원 덕분…이젠 대안 모색해야 지난 5월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역 창업 생태계 육성 청사진을 공개했는데 그 중심에는 지역 창업 도시가 있다. 구체적으로 과학특성화 대학이 있는 도시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세계 100위권 창업 도시 5곳 이상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구·대전·광주·울산의 지방 정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분명 창업 생태계의 서울 및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정책에서 민간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남겨두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부가 판을 직접 짜는 대신에 민간 자본과 활동 집단이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도록 환경과 창업에 친화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돕는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제안하고 인프라를 구축해 놓아도 낡은 규제와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인재들은 결국 안정된 길을 택할 뿐이다. 정부가 혁신의 마중물 역할에 충실하고 남은 공간을 민간의 창의성으로 채워나갈 때, 지역 창업 생태계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전남대 경영대학 교수로 창업생태계와 창업실패를 연구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과 창업생태계 현장을 모두 경험하고 연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창업생태계를 가까이 하면서 창업자들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시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6.06.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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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중국 밀크티 한국 시장 넘본다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중국 본토를 뜨겁게 달군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패왕차희)가 커피 공화국 대한민국에 상륙해 주목을 받고 있다. 패왕차희는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 생소하지만,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상하이 출장 중 가장 인상 깊게 살펴본 음료 브랜드가 바로 이 패왕차희였다.전통차 인식이 달라졌다패왕차희는 2017년 중국의 대표적인 차 산지인 윈난성에 첫발을 내디뎠다. 회사는 ▲원엽차 ▲우유 ▲중국풍 이미지 ▲세련된 패키지 ▲모바일 주문 시스템을 결합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지던 차(茶)를 ‘젊은 세대가 들고 다니며 마시는 트렌디한 음료’로 재정의했다. 이제는 중국 현지를 넘어 글로벌 식음료 브랜드로 성장 중이다. 패왕차희는 2025년 말 기준 전 세계에서 7453개의 티하우스를 운영하며 순매출 129억1000만위안(약 2조9500억원)을 기록했다.패왕차희는 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내 차 시장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과거 한국에서 전통차는 ‘건강하고 점잖은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공식을 깬 것이 공차다. 한국 밀크티 시장의 대중화는 버블티로 유명한 공차의 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공차는 2006년 대만에서 시작해 2012년 한국에 상륙했다. 이 브랜드는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블랙 밀크티 ▲타피오카 펄 ▲당도 및 얼음 조절 ▲토핑 선택이라는 커스텀 조합을 선보이며 밀크티를 일상 음료의 반열에 올렸다. 공차의 성공 공식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했다. ▲당도 30% ▲얼음 적게 ▲펄 추가와 같은 주문법은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을 직접 설계하는 재미를 줬다. 스타벅스가 커피 시장에서 ‘개인화’(Customization)를 이끌었다면, 공차는 밀크티 시장에 이를 정착시켰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공차코리아는 2017년 대만 본사를 역인수했다. 국내에서는 2025년 기준 9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공차의 성공 이후 국내에는 다양한 밀크티 브랜드가 쏟아져 나왔다. ▲아마스빈 ▲팔공티 ▲흑화당 등이 등장하면서 한때 버블티 신드롬이 일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2024년 한국에 상륙한 ‘헤이티’(HEYTEA)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했다.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한 헤이티는 이른바 ‘치즈티’의 원조로 불리는 중국식 신식 차음료 브랜드다. 이 브랜드는 ▲과일차 ▲치즈폼 ▲브라운슈가 보보 밀크티 등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디저트에 가까운 음료를 선보이며 젊은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효율적이지만 매우 낯선 시스템올해는 패왕차희의 한국 법인인 차지코리아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를 시작으로 용산과 신촌에 잇달아 직영점을 열었다.저자는 오픈 당일 패왕차희 매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지금껏 경험한 브랜드와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우선 매장에 계산대가 따로 없고, 애플리케이션(앱)으로만 주문할 수 있었다. 매장 입장은 수령 예정 시각 20분 전부터 가능했다. 매장 앞이 아니라 앱 안에서 줄을 서는 느낌이었다. 이런 시스템은 효율적이지만 낯설다. 카페에 들어가 메뉴를 보고 주문하는 과정이 앱 안으로 옮겨간 셈이다.매장 내부는 예상보다 쾌적했다. 직원들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했고, 매장 안에서는 시판 차 제품을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도 있었다. 다만 전체적인 구성은 오래 머무는 카페보다 픽업 스테이션에 가까웠다. 테이크아웃 용기와 보냉백이 눈에 띄었고, 많은 소비자가 음료를 받아 들고 나갔다. 고급스러운 중국풍 패키지와 달리 매장 내 음용 컵은 패스트푸드점 탄산음료 컵과 비슷한 재질이었다. 이미지는 프리미엄이지만, 운영은 대량 제조와 빠른 회전율에 맞춰져 있었다.주문한 음료는 대표 메뉴인 보야 자스민 밀크티와 우롱 밀크티였다. 기본 당도와 기본 얼음으로 주문했고, 가격은 6400원이었다. 보야 자스민은 자스민 향이 선명했다. 기존 버블티처럼 타피오카 펄이나 강한 설탕 맛이 음료를 지배하지 않았다. 향이 먼저 올라오고, 그 뒤를 우유의 질감이 받쳤다. 우롱 밀크티는 자스민보다 조금 더 대중적이었다. 구수한 차의 느낌과 우유의 질감이 안정적으로 어울렸다.패왕차희의 메뉴는 전통차의 기준과는 조금 다르다. 차를 기반으로 만든 현대식 음료에 가깝다. 원엽차와 유제품의 ▲질감 ▲당도 ▲얼음 ▲컵 ▲빨대 ▲보냉백 ▲앱 주문까지 모두 합쳐져 하나의 상품이 된다. 그래서 패왕차희를 이해하려면 ▲음료의 향미 ▲주문 방식 ▲대기 시스템 ▲포장 경험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봐야 한다.오픈 초기의 대기는 호기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효과가 강하게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한국 시장은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지만, 반복 구매 앞에서는 냉정하다. 한 번의 호기심은 줄을 만들 수 있지만, 브랜드를 오래가게 만드는 것은 두 번째 방문이다.한국의 커피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다. 생두 가격은 오르고, 대형 프랜차이즈는 브랜드 이미지와 운영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저가 커피 브랜드 사이의 경쟁도 치열하다. 패왕차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2026.06.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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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양육권 다툼을?...천재 음악가는 왜 법정에 섰나 [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불멸의 천재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대중은 그의 음악뿐 아니라 청력을 잃어가면서도 명작을 남긴 비극적인 삶에 주목한다. 최근에는 그의 이름을 내건 창작 뮤지컬까지 공연될 정도로 베토벤은 시대를 초월한 문화 아이콘이다.하지만 그가 생애 후반 5년 가까이 법정 다툼에 매달렸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상대는 다름 아닌 동생의 아내, 즉 제수 요한나였다. 두 사람이 벌인 분쟁의 핵심은 조카 카를(Karl)의 후견권과 양육권이었다.1815년 베토벤의 남동생 카스파르 카를은 아홉 살 아들 카를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는 형 베토벤에게 후견인이 되어달라는 뜻을 남겼지만, 사망 직전 아내 요한나를 공동후견인으로 추가했다. 평소 요한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 않았던 베토벤은 이 의사표시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후 1820년까지 치열한 소송전을 이어간다.베토벤에게는 동생의 유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지만, 요한나에게는 친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절박한 문제였다. 분쟁은 그의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소송이 한창이던 1819년에는 단 한 곡의 작품도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엄밀히 말하면 이 사건은 단순한 양육권 다툼이 아니었다. 요한나의 친권을 박탈하고, 자신이 후견인으로 지정된 뒤, 실질적인 양육권까지 확보하려는 복합적인 법적 분쟁이었다.영화 <불멸의 연인>의 영감이 된 진흙탕 분쟁편의상 ‘양육권 분쟁’이라 요약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요한나의 친권 상실 ▲베토벤의 후견인 및 양육자 지정 이렇게 3가지 청구가 복합된 분쟁이었을 것이다. 수술에 동의하고, 여권 발급을 신청하는 등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를 대리하기 위해서는 법정대리인이 필요하다. 보통 부모가 친권자로서 법정대리인이 되지만, 사망하거나 특별한 사유로 친권을 상실하게 되면 ‘후견인’을 선정한다. 베토벤은 ①요한나의 친권을 상실시켜 ②자신이 조카의 후견인이 되고, ③양육권까지 가져오려 한 것이다.19세기 오스트리아에서는 부(父)가 유언으로 자녀의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따라서 소송의 큰 줄기는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에는 공동친권자인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하면 자동으로 생존 부모가 단독친권 및 양육자가 된다. 따라서 현대의 소송은 ‘단독친권자의 친권을 소멸’시키는 것이 큰 줄기가 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렇게 소송물은 다르지만 진행되는 속을 들여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상대가 얼마나 아이를 키우기에 부적합한 인물인가로 쟁점이 좁혀지기 때문이다.베토벤이 보여준 모습은 ‘집착’에 가까웠다고 한다. 동생과 조카에 대한 책임감, 제수에 대한 불신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납득하지 못한 사람들은 ‘요한나가 베토벤의 숨겨진 연인이고, 카를은 사실 아들’이라는 설을 제시했다. 이런 의문은 영화 <불멸의 연인>(1994)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베토벤과 요한나의 소송기록을 접하면 이런 설정은 결코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를 증오하는, 말 그대로 이전투구의 기록이기 때문이다.베토벤은 요한나의 전과를 거론한다. 결혼 전 자기 집의 귀금속을 훔쳐 가출했고 결혼 후에도 같은 일을 벌였다. 목걸이를 비싸게 팔아주겠다고 접근해 자기가 가졌다. 횡령, 무고도 범했다. 베토벤은 그녀가 양육에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동생이 죽기 직전 아내를 공동후견인으로 추가한 것은 혼미한 정신에 이용당한 것이라고도 했다. 법원은 베토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는 1816년 조카의 단독후견인이 된다.모든 범죄자가 친권을 상실하는 것은 아니다현대 대한민국에서는 어떨까. 범죄자는 친권을 잃을까. 아동복지법 제18조 제1항은 친권 상실 사유를 ▲친권남용 ▲현저한 비행 ▲아동학대 ▲그 밖에 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 등 크게 4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부모의 범죄는 ‘현저한 비행’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범죄로 친권을 상실하는 것은 자녀에게 바람직하지도 않고 혼란만을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중범죄’는 가능할까.‘고유정 사건’으로 떠들썩하게 알려진 전 남편 살인사건이 친권 상실의 예에 들어맞는다. 고 씨는 2017년 6월 피해자와 이혼하면서 아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을 단독으로 가졌다. 이후 고 씨는 피해자를 살해했고 유죄가 인정되어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유족은 고 씨의 친권을 상실하고 아이의 후견인으로 피해자의 남동생을 선임에 달라고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다만 죄질이 약한 범죄에 대해서 법원은 매우 신중하다. 절도와 간통을 저지른 단독친권자에 대해 “비행을 저지른 친권자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친권을 행사하거나 후견을 하게 하는 것이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보다 낫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섣불리 친권상실을 인정하여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미성년자의 친족에 의한 친권상실청구를 기각하곤 한다. 이런 논거라면 베토벤 소송도 결과가 뒤집혔을 수 있다. 요한나가 아들을 학대했다는 정황도 없다. 실제로 이 소송은 결과가 한 번 뒤집혔다. 관할 문제로 불씨가 살아나 베토벤은 패소하고 만 것이다. 베토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가 유일하게 작품번호(Opus)가 없는 시기다. 결론적으로 항소심에서 베토벤이 다시 조카에 대한 권리를 빼앗아오지만 말이다. 친권과 양육권의 문제는 원칙이란 걸 세우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오로지 ‘자(子)의 복리를 위한 결정을 한다’는 최소한의 대원칙만이 있다. 무엇이 아이에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는 하나하나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으므로 법원의 결정이 진정 최선이었는지를 사후에 검증할 방도도 없다. 베토벤과 조카 카를, 해피엔딩은 아니었다그러나 소송의 승리가 곧 행복한 결말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베토벤은 조카를 직접 돌보며 교육했지만 관계는 점차 악화됐다. 음악적 재능이 부족했던 카를에게 기대를 걸었던 베토벤의 바람은 실현되지 못했다. 결국 카를은 스무 살 무렵 자살을 시도했고, 이후 군에 입대하며 삼촌과 멀어졌다. 그는 몇 달 뒤 찾아온 베토벤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물론 요한나의 손에서 자랐다고 해도 행복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베토벤 말년의 음악을 최고로 평가하는 이들이 있다. 병약해진 육체의 한계를 딛고 탄생한 불후의 명작이라는 것이다. 비단 육체적 고통만은 아니었다. 조카에 대한 후견권과 양육권을 둘러싼 분쟁과 이어진 조카와의 갈등. 이 모든 정신적 고통까지 합쳐진 고난의 시기였다. 천재 음악가 이전에 한 명의 삼촌이자 소송 당사자였던 베토벤의 모습까지 알고 나면, 그의 말년 음악이 조금은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6.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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