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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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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도산서원서 옛 과거시험 재현행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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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문화원(원장 권석환)은 13일 오전 10시, 도산서원에서 제31회 도산별과대전을 연다. 이 행사는 지난 1994년부터 이어져 왔으며, 영남 유일의 지방 대과(大科)였던 도산별과의 의미를 되새기고 퇴계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행사는 '도산별과 재현'과 '도산별과대전(한시백일장)'으로 나뉜다. 재현 행사에서는 고유제와 치제문 봉안, 어제(御題) 게시, 취타대 연주가 이어지며, 과거시험의 전통 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한시백일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한시 동호인 180여 명이 참가한다. 참가자들은 당일 추첨한 압운에 따라 작품을 겨루게 된다. 시상식에서는 급제자들이 관복을 입고 취타대를 앞세운 과거 급제 행렬을 펼친다.이날 도산서원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도 도포를 입고 시험을 치르는 이색체험은 물론, 역대 장원자의 작품 전시와 장원시 감상, 무료 전통차 시음 행사를 통해 깊어가는 가을 정취와 함께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다.또한 관광거점도시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디지털 도산별과 이벤트도 마련됐다. 도산네컷, 통통통 도산별과 5행시 짓기, 포토상, 퍼즐 이벤트 등 온라인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9.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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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 26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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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문화와 현대 공연을 아우르는 2025 경산 갓바위 소원성취 축제가 오는 26일부터 사흘간 경산 갓바위 주차장과 와촌면민운동장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 주제는 '1387년의 기도, 내 꿈 이루는 My Universe 경산'이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의현스님이 갓바위 불상을 조각한 이후 1,300 여 년간 이어져 온 소원 성취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지역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한마당 잔치가 펼쳐진다.축제는 장소를 이원화해 운영된다. 26일에는 와촌면민운동장에서 개막식이 열린다. 스님 DJ로 연일 화제를 모은 뉴진스님의 EDM 파티와 자두, 송실장, 장윤정의 축하공연이 이어진다. 27일에는 읍면동 부녀단체 찌짐 부치기 대회, 갓바위 소원 음악회가 열리고 박세빈, 정사공 등 지역 가수의 무대도 만나볼 수 있다.갓바위 주차장에서는 26일부터 28일까지 다례봉행, 소원 돌탑 쌓기, 무소음 명상 요가 등 전통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선본사에서는 26일과 28일 두 차례 당일형 템플스테이가 운영되며, 참가자들은 108배·염주 만들기·점심 공양 등 불교문화 체험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이와 함께 9월 말에도 신선한 와촌 자두를 즐길 수 있는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판매·푸드트럭·먹거리 부스가 운영된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9.1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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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시 “아이들 웃음소리로 골목상권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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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주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부모들은 잠시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골목놀이 체험행사가 열린다. 영주시는 9월 13일과 14일 이틀간, 후생시장 일원에서 '영주로 시간여행 – 엄마랑 아빠랑 골목놀이'를 개최한다.참가대상은 5세~12세 어린이와 보호자를 포함한 가족이며, 사방치기, 비석치기, 제기차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달고나 만들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추억의 놀이를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다. 행사는 이틀간 하루 세 차례 진행되며, 회차별 15팀을 모집한다. 참가비는 팀당 6천 원이다. 참가 신청은 행사 포스터 내 QR코드를 통해 가능하며, 일부는 현장 접수도 받는다. 부대행사로 근대역사문화체험관과 빨간인형극장에서 하트자개 드림캐처, 전통매듭 키링, 머그컵 만들기 체험이 진행된다. 또 낙서존에서는 아이들이 건물 벽면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행사장에서는 영주 농특산물과 지역 공예품을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운영된다. 참가자는 빙고 미션을 완성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이번 행사는 근대역사 체험과 백년가게·노포 미식투어와도 연계된다. 사전 신청한 관광객은 영주의 대표 관광지와 골목을 탐방하고, 전통 있는 가게에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정교완 일자리경제과장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즐겁게 참여하는 골목놀이를 통해 잊혀가는 원도심 골목의 매력을 되살리고,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의 경쟁력도 함께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홍성철 기자 thor0108@edaily.co.kr

2025.09.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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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마'로 본 韓 에로영화와 사전검열의 시대 [백세희의 컬처&로(LAW)]

전문가 칼럼

최근 화제인 넷플릭스의 <애마>는 한국의 본격적인 에로영화 시대를 열어젖힌 정인엽 감독의 1982년 작 <애마부인>의 제작 과정을 그린 대안 역사물 드라마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 정희란(이하늬 역)은 신성영화사에 전속계약으로 묶여있는 처지다. 마지막 작품 하나만 만들면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영화사는 또다시 희란을 야한 영화에 출연시키려 한다. 희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영화사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를 조연으로 강등한다. 주연에는 자신들이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신인배우를 뽑는다. 시작부터 감정적으로 얽힌 두 배우는 사사건건 대립할 수밖에 없다.대립하는 것은 배우뿐만이 아니다. 은근한 에로티시즘을 추구하는 감독과 달리, 영화사 대표는 대놓고 배우를 벗기고 젖가슴을 노출하는 장면을 넣는 데 혈안이 돼있다. 둘은 언성을 높이고 싸운다. 여기에 5공 정권의 서슬 퍼런 검열의 칼날까지 가세한다. 문화공보부(이하 ‘문공부’)는 말을 사랑한다는 ‘愛馬’(애마)가 외설스럽다는 이유로 제목의 변경을 강제한다. 이에 영화의 제목은 삼베의 원료인 마를 사랑하는 <‘愛麻’부인>으로 변경된다.대부분 허구...검열 역사는 그대로 반영대안 역사물이라는 장르가 으레 그렇듯이 작중 캐릭터와 그들의 언행은 대부분 허구이다. 하지만 <애마>는 <애마부인>이 겪었던 검열 과정을 비교적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愛馬가 검열에 의해 愛麻로 바뀐 것을 반영했듯이 말이다. 당시 영화사는 제작 전 사전신고를 하고 제목과 시나리오 모두를 검열받아야만 했다. 문공부는 영화사의 제작신고서에 대해 “귀하가 1981. 10. 2. 제출한 <애마부인> 제작신고에 대하여는 그 대본 내용을 검토한바 영화법 시행령 제6조 제2항에 의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통보하오니 전면 재검토하시기 바랍니다”라는 회신을 보낸다. 밑도 끝도 없는 ‘전면 재검토’라는 통보를 내린 것이다. 문제점으로는 ‘내용과 무관한 제명, 작품의 전개에 있어서 외설·퇴폐성이 짙어 성도덕이나 가정 윤리를 저해할 우려가 있음’이 지적됐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영화 검열이 버젓이 존재했다. 그 시기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필자로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로 느껴진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떻게 이런 사전검열이 가능했던 걸까? 그리고 이 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일까? 한국 영화가 탄생한 이래 ‘가위질’로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 기간이 그렇지 않은 기간보다 훨씬 길다. 그 시작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우리 영화와 사전검열의 역사를 살펴보자.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영화 사전검열’의 역사한국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검열 속에서 시작했다. 영화에 대한 제도적인 검열은 1922년 「흥행장 및 흥행 취체 규칙」이 시작이다. 1940년에는 조선총독부 제령 제1호로 「조선영화령」을 발표해 영화 제작·배급엔 조선총독부의 허가를 요(要)하는 방식으로 제국주의 선전 영화를 양산했다.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이「활동사진의 취체령」을 공포해 영화의 제작·배급·상영에 대한 감독과 단속 권한을 미군정청 공보부로 이관해 사전검열을 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도 한국 영화는 자유를 찾지 못했다. 한국전쟁의 발발도 한몫했다. 1960년 4·19 혁명의 바람을 타고 영화 사전검열에 대한 폐지 논의가 이뤄졌지만 곧이어 일어난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흐지부지되고 만다. 군사 정권 초반부인 1962년 한국 최초의 영화 기본법인 「영화법」이 제정됐다. 이후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검열’과 ‘촬영을 마친 작품에 대한 삭제 및 상영금지’의 이중 제한 속에서도 한국 영화는 꾸준히 발전한다. 1984년에는 ‘검열’이라는 단어를 ‘심의’로 바꿨다. 이로써 형식적으로 영화에 대한 사전검열은 사라졌지만,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었다. 단어만 바뀌었을 뿐, ‘심의’와 ‘검열’의 의미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었기 때문이다.1987년에 이르러 민주화 운동의 영향으로 ‘시나리오’에 대한 사전심의 제도가 먼저 폐지된다. 시나리오 검열이 사라져 다소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필름’에 대한 검열은 남아있었다. 완성된 작품을 온전한 형태로 상영할 수 있는 권리는 여전히 보장돼 있지 못한 것이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전검열 폐지에 대한 열망은 밀물처럼 몰려들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기에 이른다. 1996년 10월 4일 헌법재판소는 역사적인 위헌 결정을 내렸다. 영화는 상영 전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며, 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는 상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영화법」 제12조 제1, 2항과 그 심의 기준을 정한 제13조가 심판 대상이었다. 헌법재판소는 ‘심판 대상 규정은 명백히 헌법 제21조 제1항이 금지한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하며, 공연윤리위원회는 검열기관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이 결정에서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의 금지 원칙의 의미를 선언했는데, 이는 이후 다른 모든 종류의 심의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이 된다. 영화의 검열에 대한 판단이 종국적으로 모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 것이다. 다만 이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위헌으로 본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유통단계에서 영상물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사전에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했다. 이런 논리에서 탄생한 게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제도’이다. 초창기의 등급분류에는 ‘상영등급 분류보류’라는 등급이 있었다. 등급을 매길 수 없다는 이유로 상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보류’라는 이름 아래 사실상 사전검열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2001년 8월 30일 「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의 상영등급분류보류를 위헌이라 결정했다. 비디오물 등급분류도 2009년 11월 9일 법률 개정에 따라 ‘분류보류’를 폐지하고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등급을 신설했다. 이제 더 이상 ‘보류’ 등급은 없다. 이후 몇 번의 정비를 거쳐 현재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한 ‘전체관람가’, ‘12세이상관람가’, ‘15세이상관람가’, ‘청소년관람불가’, ‘제한상영가’ 5등급제가 확립됐다. 새로운 시대와 영화 – 행정에서 자본으로다시 <애마부인>으로 돌아오자. 영화가 만들어지던 1980년대 초반은 ‘검열’이라는 단어가 아직 ‘심의’로 바뀌지도 않은 시대였다. 눈 가리고 아웅조차 하지 않았던 사전검열의 전성기였다. <애마>에서는 제작사가 고분고분 문공부의 지적에 따르고 나아가 제작사와 검열 당국 사이의 물밑 교섭까지 더해져 검열을 통과한다. 이는 픽션이다. 실제로 <애마부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는 현존하는 공문서로서는 확인할 방도가 없다. 당시의 권위주의적이었던 충무로 문화와 부패한 공직사회를 반영한 추측일 뿐이지만, 반론을 제기하는 이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애마부인>이 시나리오 검열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글래머 주연 배우의 알몸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이목이 집중된다. 영화는 별다른 소란 없이 필름 검열도 통과한다. 그 이후의 사실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에로영화의 중흥기가 열린 것이다. 영화가 우여곡절을 거쳐 행정청의 검열 또는 심의를 통과했다는 사실은 영화의 주요한 홍보 도구가 됐다. 이러저러한 역경을 이겨낸 서사가 되는 것이다.지금은 어떨까.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지금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는 등급을 부여받는다. 창작되는 순간 제한상영은 될지언정 대중을 만날 수는 있는 것이다. 행정 절차는 더는 영화의 서사가 될 수 없다. 대신 자본이 그 역할을 맡는다. 거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거액을 주고 지식재산권(IP)을 샀다는 소식, 제작비가 역대급이라는 소식, 매출이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아무래도 흥행의 칼자루는 행정에서 자본으로 옮겨간 것 같다.백세희 법률사무소 아트앤 대표변호사

2025.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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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 대입제도 개편, 수학이 최대 시험대 [임성호의 입시지계]

전문가 칼럼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이 첫 적용되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 격차가 중학교와 고등학교 진학 단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교육계 분석에 따르면 이들 학생이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해 전국 3271개교에서 치러진 2024학년도 1·2학기 학교 시험에서 수학 90점 이상을 기록해 A등급을 받은 비율은 전국 평균 28.5%였다. 즉, 중학교 당시 학생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수학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뒀다는 의미다. 혼란 겪는 상위권올해 고교 입학 직후인 3월에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사정이 크게 달랐다. 시험 범위가 중학교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중학교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학생들이 불과 몇 달 사이 성적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셈이다.세부 구간을 보면 격차는 더 뚜렷하다. 중학교 3학년 때 80점대 B등급 비율은 16.9%였으나, 고1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는 3.5%로 떨어졌다. 80점 이상 비율이 누적으로 45.4%였던 것이 불과 몇 달 후 4.7%로 줄어든 것이다. 중학교 시절 절반 가까이가 80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고교 진학 후 같은 범위의 시험에서 극히 일부만 해당 점수를 받은 상황이다.더 나아가 중학교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 비율이 28.5%였던 것에 비해, 고1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60점 이상을 기록한 학생 비율은 23.5%에 그쳤다. 즉, 중학교 시절 90점 이상 상위권에 속했던 학생 중 상당수가 고등학교 진학 후 60점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위권 학생 일부가 수학 포기자로 전락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지역별 격차도 크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중학교 수학 A등급 비율은 최고 37.2%, 최저 22.0%로 15.2%포인트 차이가 났다. 2025학년도 수능 기준으로는 고3 학생의 수학 2등급 이내 비율이 지역별로 최고 13.5%, 최저 3.3%로 나타나 10.2%포인트의 차이가 벌어졌다. 중·고교 모두에서 지역 간 수학 성취도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올해 고1 학생들이 치른 3월과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의 원점수 평균을 보면 수학은 각각 44.6점, 41.9점으로 두 차례 모두 40점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국어는 52.7점, 48.7점, 영어는 55.8점, 61.0점으로 나타나, 수학의 성적이 다른 주요 과목에 비해 두드러지게 낮았다.현재 고1 학생들은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첫 대상 학년이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수능 수학 과목이다. 지금까지 유지돼온 문·이과 구분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출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에는 ‘가형(이과)’과 ‘나형(문과)’으로 구분돼 있었고, 2022학년도부터는 문·이과 통합 선택형으로 바뀌어 문과는 확률과 통계, 이과는 미적분·기하를 주로 선택했다. 그러나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수학이 단일 유형으로 출제된다. 문과와 이과 학생이 동일한 시험지를 풀고 같은 상대평가 체계 안에서 순위를 매기게 되는 것이다. 사라진 문·이과 구분시험 범위에서도 변화가 크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지면서 심화 과정이었던 미적분Ⅱ, 기하 단원이 제외된다. 결과적으로 수학 시험 범위는 문과 범위에 가깝게 좁혀지며, 수학이 하나의 시험지로 통합되는 것이 핵심이다.정부는 현재 AI 및 첨단학과 집중 육성 정책을 추진 중이다. 수학 과목은 이러한 정책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으며, 향후 개편된 수능 체제에서도 필요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수험생 입장에서는 문·이과 구분이 없어지고 선택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시험 범위 축소가 곧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상대평가 체제에서 수학 시험이 지나치게 쉬워진다면 이과 학생들에게는 만점자가 속출하는 ‘물수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변별력 논란이 불가피하고, 결국 좁아진 시험범위에서 문제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대학 입시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능 범위에서 제외된 심화 수학 과목의 이수 여부를 대학이 반영할 수도 있지만, 이미 내신 경쟁에서 밀린 학생들은 동기부여가 약화될 수 있다. 이는 주요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결과적으로 AI·첨단학과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과 수학교육의 방향성이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험범위 축소에도 불구하고 수학은 여전히 어렵게 출제될 수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입시적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AI와 첨단학과 육성정책이 국가적 과제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수학 교육의 변화를 대학과 산업계, 교육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25.09.07 13:00

4분 소요
“하이엔드 vs 가성비”…카페 창업자 위한 에스프레소 머신 선택법 [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작년 한 해 동안 5444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었고, 1만2242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34곳의 카페가 폐업한 셈이다. 한국 카페의 평균 수명은 2.9년에 불과하다. 창업 수의 두 배가 넘는 매장이 매년 사라지고, 상당수는 3년을 채 버티지 못한다.한동안 카페 창업은 직장인의 로망으로 여겨졌다. 현실에서는 치열한 생존 경쟁과 고단한 노동, 불안정한 수익 구조가 기다린다. 카페 창업 시 프랜차이즈 방식이 가장 쉽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높은 가맹비와 유지비 탓에 독립 매장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카페 창업을 준비하는 초보 사업자가 흔히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어떤 에스프레소 머신을 쓸 것인지’다. 스타벅스가 이끈 ‘라마르조코’의 성장1930년대 지오바니 가찌아가 에스프레소 머신을 개발하고, 1980년대 스타벅스가 에스프레소 기반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의 시대를 연 뒤 황금빛 크레마를 만드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커피 산업의 중요한 축이 됐다. 가찌아 이후 다양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시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라마르조코’(La Marzocco)가 자타공인 하이엔드 머신의 대명사가 됐다.라마르조코의 특징은 ▲정밀한 온도 제어 ▲유량 제어 ▲안정적인 추출 압력과 같은 섬세한 기술과 ▲리네아 ▲GB5 ▲스트라다 등 다양한 모델의 아름다운 디자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성능과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라마르조코는 1980년대 이후 빠르게 성장한 스타벅스와 궤를 같이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을 발전시킨 스타벅스는 확장 과정에서 라마르조코의 대표 모델 ‘리네아 클래식’(Linea Classic)을 대량 도입했고, 수천 개 매장에 공급되면서 라마르조코가 고급화와 기능성의 상징적인 머신이 됐다. 스타벅스가 자동 머신으로 전환한 뒤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확장 과정에서도 라마르조코는 브랜딩의 상징으로 남았다.라마르조코의 급격한 성장 이후 독립 보일러 시스템과 정밀 온도 보정으로 추출 변수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시네소’(Synesso), 저유량 프리인퓨전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바리스타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슬레이어’(Slayer)가 더해지면서 하이엔드 에스프레소 머신은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반으로 확장됐다. 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의 가격은 2000만원 이상으로 초기 창업자가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중고 시장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라마르조코를 포함한 하이엔드 머신 외에도 ▲시모넬리 ▲란실리오 ▲페이마 등 메인스트림 브랜드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상업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자리 잡아 왔다. 한국 시장에서는 최근 들어 ‘씨메’(CIME)가 가성비의 대표 주자로 주목을 받고 있다. 롬바르디아에서 출발한 씨메는 멀티보일러와 고출력 모터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품질을 제공한다. 최저 가격은 60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내구성과 소모품 관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하이엔드 머신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초보 창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가성비의 범주에서 조금 벗어나지만 반자동 머신 가운데 독특한 추출 헤드를 통해 탄탄한 질감의 에스프레소를 구현하는 ‘페이마’(Faema), 바리스타 챔피언으로 커피 템플 김사홍 바리스타와 오랫동안 협업한 ‘달라코르테’(Dalla Corte) 역시 메인스트림 브랜드 중에서 품질 대비 합리적인 선택지로 평가받는다. ‘가성비’로 주목받는 국산·전자동 머신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머신이 주도하는 한국 커피 산업에서 최근 들어 한국형 머신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가 방정호가 설립한 ‘비다스 테크’(Vidas Tech)다. 비다스는 언더바 머신부터 최신 3그룹 하이엔드 모델까지 라인업을 갖췄으며, ▲유량 변화 제어 ▲자동 세정 ▲안정적인 보일러 ▲직관적인 조작계 등 다양한 기능으로 스페셜티 업계 전문가에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스페셜티커피협회(SCAJ) 컨벤션에 한국을 대표해 초청되며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았다. 비다스 머신 가격은 1000만원 초반대부터 형성됐다. ‘엘로치오’(Eleochio)는 준상업용 머신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소형 카페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가격대는 600만원부터 시작하고, 1인 카페나 디저트 매장에 적합하다. 단순한 구조와 합리적인 가격 덕분에 국산 머신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엘로치오가 국산 머신의 보급형이라면, 비다스는 프리미엄 영역에서 한국형 머신의 위상을 끌어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가 전자동 머신을 도입한 후 할리스, 엔제리너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업체가 뒤를 따르고 있다. 전자동 머신은 고품질 추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숙련되지 않은 파트타이머가 많은 매장에서 일정한 품질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가 사용하는 ‘마스트레나’(Mastrena), 독일 주방 가전업체의 ‘WMF’, 스위스의 전자동 머신 ‘유라’(Jura)등이 대외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자동 머신이다. 상업용 전자동 머신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000만원 이상이다.국산 머신의 품질이 빠르게 향상되는 가운데 메인스트림 브랜드의 가성비 모델은 창업자의 가격 부담을 완화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전자동 머신까지 시장에 안착하면서 비싼 머신이 최선이라는 공식은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매장의 지향점과 정체성 기반해 어떤 경험을 전달하고자 하는지에 맞춰 브랜딩 전략에 기초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2025.09.07 11:00

4분 소요
다단계 하청의 이중 착취, 죽음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대신경제연구소 ESG인사이트]

산업 일반

산업현장의 죽음이 멈추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22년 644명 ▲2023년 598명 ▲2024년 589명으로 집계됐고, 동기간 사망사고 건수 역시 감소하고 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란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의미한다.산재 사망 줄었지만…소규모·하청 현장은 여전히 사각지대 해당 수치만 보면 산업재해가 감소하고 있다고 안도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3년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의 사망자 수는 전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24년만 해도 사망자 589명 중 339명이 소규모 하청 및 재하청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그 중 152명은 5인 미만 초소형 사업장에서의 사고였다. 올해 상반기 산재 사망은 지난해 동기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크게 늘었다. 하청 노동자들이 ‘떨어짐·깔림·부딪힘’ 등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했다. 이 배경에는 뿌리 깊은 다단계 하청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많은 현장, 특히 건설·조선·제조업의 경우 원청에서 1·2·3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위험의 외주화’를 양산해 반복적으로 대형 참사가 터지고 있다. 이는 ‘사고’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다. 고위험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원청의 관리와 책임은 소홀해진다. 고용은 불안정하고, 가장 위험한 작업에 집중 투입됨에도 원청이 지급한 대금은 하청에 재하청으로 내려오면서 쪼개져 근로자가 손에 쥐는 임금은 원청이 지급한 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상은 파견뿐 아니라 사내하청·도급·용역 등 간접고용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다. 거기에 하청업체는 인건비와 납기 압박에 안전 투자를 소홀히 한다. 실제 사례를 보자. 올해 6월, 7년 전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8년 베테랑 기술자가 기계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비정규직이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에 같은 발전소에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회사 명의가 매년 바뀌는 ‘쪼개기 계약’이 일상화됐다. 재하청 업체 노동자였던 그는 밤 10시 이후, 심지어 자정 넘어서까지 작업 지시를 받았다. 당진 대한전선 공장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40대 노동자가 떨어진 작업대에 깔려 숨졌다. 그의 업무는 납기마다 달라졌다.7월에는 구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 노동자가 폭염에 체온 40도가 넘는 상태로 숨졌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조기 출근하여 1시에 퇴근했지만 외국인 일용직 하청 노동자였던 사망자는 폭염 속에서 작업을 계속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세 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부의 특별 감독을 받았던 포스코이앤씨에서는 7월에도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대부분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 제도 부족·현장 근로자 안이한 시각 문제법제도 역시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는 도급인(원청) 사업장에서 관계수급인(하청업체 등)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 원청은 물론 하청업체 근로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이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함을 규정하고 있다. 동법에 따라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조치·보건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는 근로자 파견의 징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과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불법파견’ 판정 논란 등으로 원청의 감독이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임금 착취 구조와 관련해서는 지난 2019년 건설 공공부문에 공공발주자가 임금 및 하도급 대금 등을 직접 지급하는 ‘임금 직접 지급제’가 도입됐으나 전반적인 산업현장에서의 전면 도입은 요원하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지만 하청업체들의 안전비용 투자나 인력 충원은 언감생심이다. 제도 이행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다.물론 현장 근로자들의 안이한 시각에도 일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현장에 방문해 가장 기본적인 안전수칙 중의 하나인 지게차 작업 시 안전모 착용을 권하면, 현장 근로자들은 “개활지에서는 법적 의무가 아니잖아요”라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지침상으로는 그렇죠. 근데 안전벨트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너 돌다가 넘어져서 지게차에서 튕겨 나가 떨어지면요? 매년 지게차 사고로 1000명 이상이 다치거나 죽고 있는데 선생님이 거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요?”라고 다소 강하게 말하면 그렇게나 사고가 많이 일어나냐며 놀라곤 한다. 공장 출입구에 긴 파이프 더미가 적재돼 있어 지적하면, 현장 근로자에게선 “잠깐 놓은 것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화재 등 비상시 탈출에 방해가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안이한 인식도 결국은 잘 정비된 제도와 강화된 관리·감독 및 교육훈련을 통해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다.결국 다단계 하청의 이중 착취 구조가 지속되고 원청의 관리·감독이 소홀하며, 정부가 법제도를 정비하고 적극 대처하지 않는 한 산업현장의 죽음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려면 원청의 책임 강화, 하청 단계 제한과 적정 이윤 보장, 실질적 안전비용 지원, 원청이 적극적으로 사업장 내의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소하는 방향으로의 법제도 정비와 강력한 시행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도 또다른 노동자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2025.09.07 10:00

4분 소요
‘항생제 오남용’ 막을 수 있게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할 때 [스페셜리스트뷰]

전문가 칼럼

일상생활에서 항생제 내성의 가장 큰 원인은 오남용이다. 의료진의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을 대표적인 오남용의 예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항생제 오남용은 세균의 내성을 키워 준다. 결국 약효를 떨어뜨리게 되고 그 결과 질병이 더 쉽게 퍼지게 되는 악영향을 가져온다. 특히 항생제 오남용은 병원균을 ‘슈퍼박테리아’로 진화시켜 국민 건강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 2050년이 되면 3초마다 1명이 슈퍼박테리아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영국에서 발표한 항생제 내성(AMR·Antimicrobial Resistance)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50년에는 기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 때문에 전 세계에서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생제 내성 환자를 위협한다글로벌 항생제 내성 연구(Gram) 프로젝트팀은 시간에 따른 항생제 내성 감염(AMR) 추세를 전 세계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보고서를 2024년 9월 16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공개했다. 조사 결과 전 세계적으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0만명 이상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2050년에는 사망자 수가 약 200만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연구팀의 조사 분석 결과에 의하면 현재부터 2050년까지 추산된 AMR 기인 사망자는 3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같은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7월 29일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항생제 적정 사용 관리’(ASP) 시범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질병관리청은 고령화와 감염병 유행 등으로2021년 이후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며 “지난 2022년 25.7 DID(Defined Daily Dose per 1000 inhabitants per day·인구 1000명당 하루 의약품 소비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네 번째이며, 평균치의 1.36 배”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ASP 사업에 참여 중인 상급종합병원 78개소 중 15개소를 선정해 점검하고, 매년 점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면 혈류와 복강 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OECD에 따르면 감염의 70%는 의료 환경에서 발생한다. 항생제 내성은 수술, 이식 등의 집중 치료를 하는 도중에 암 환자들의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감염 위험성이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층은 면역 기능이 약해 각종 감염병에 쉽게 노출돼 있어서 높은 사망률과 항생제 의존도를 보일 수 있다. 이런 항생제 내성 문제는 고령화에 따라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 간 직접 접촉 ▲의료기관 ▲음식 ▲글로벌 이동 등을 통해 추가로 확산돼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항생제 내성 관련 문제는 의료 비용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국가와 국민적 차원에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환자가 감염된 세균이 1차 항생제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면 2차, 3차 항생제 등 더 비싼 대안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이 길어져 더 오래 입원하게 되면 더 많은 치료비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에 대응하는데 상당한 의료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OECD 국가들만 따로 보면, AMR로 인한 연간 전체 의료비는 연간 약 289억 달러(약 40조원), 여기에 경제적 효과비용을 합하면 총 660억달러(91조원) 규모이다.의사가 처방한 의약품만…용법만큼 끝까지 사용해야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기 위해 다음 3가지를 지킬 것을 당부하고 있다. 첫째, 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만 복용하며 의사에게 별도로 항생제 처방을 요청하지 말 것. 둘째, 처방받은 항생제는 끝까지 복용하며, 항생제를 임의로 복용 중단하거나 복용을 중단한 항생제를 재복용하지 말 것. 셋째, 손 씻기와 예방접종 등을 통해 감염질환 발생을 예방할 것. 여기에 더해 항생제 사용의 필요성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현장 진단 시스템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현장진단(Point-of Care Testing·POCT)은 응급현장 또는 질병 진단을 위한 시설이 열악한 환경에서 신속하게 질병에 대한 결과를 얻기 위한 기술이다. 현장진단 기기는 기존의 병원에서 질병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대형 고가 장비 대신에 작고 가볍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런 장비를 일회용으로 만들어 간편한 진단이 가능하게 설계한 것이 POCT 플랫폼이다. 현재 POCT 진단 개발사들은 빠른 검사 결과가 요구되는 검사 종목에 대해 누구나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전염병 확산에 취약한 지역과 국가에서 전염병 관리에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며, 고령화 사회에서 저비용으로 환자가 직접 만성 질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의료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변화와 더불어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성과 정밀성을 동시에 갖춘 진단 기술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특히 ▲패혈증 및 심장질환관련 응급 의료 ▲고위험군 감염병 대응 ▲중증 환자 치료에서 기존의 현장 진단과 고정밀 진단(Precision Diagnostics) 사이의 격차를 해소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장진단은 별도의 검사실이 아닌 환자가 있는 현장에서 검사를 시행해 진단하는 것을 말한다. 장소와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짧은 시간에 결과를 알 수 있고 육안으로 현장에서 바로 확인이 가능해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POCT는 민감도와 정확도가 낮고 여러 질환 검출을 위해서는 각각 검사를 해야 한다는 한계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코로나19) 항원 신속 자가 진단 키트 ▲임신 테스트기 ▲타액 및 소변 스틱 진단 등이 현장진단에 쓰이는 검사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도의 한계를 개선하고자 형광소자를 이용해 전용 진단 리더기로 현장에서 pg/mL 단위까지 정확하게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국내의 면역진단 전문기업으로는 바디텍메드·SD바이오센서·옵티바이오·나노엔텍 등이 있다. 위 기업들은 혈액 한 방울만 있으면 소형 리더기를 통해 12분 내 감염병·암·호르몬·당뇨·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들을 진단한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면역진단 외에도 ▲유전자증폭검사(RT-PCR) ▲전산화단층촬영(CT) 스캔 ▲유전자 정밀 검사 등의 고정밀 진단법은 높은 정확도를 제공하지만, 고가의 대형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며 분석 시간이 길어 응급 상황이나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적용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감염성 현장진단 품목 중 하나인 MxA(Myxovirus resistance protein A)는 바이러스에 대한 세포 저항을 매개로 대부분의 급성 바이러스에 상승하는 세포내 혈액 단백질이다. CRP(C-reactive protein)는 전반적인 감염에 상승하나 박테리아 감염에 더 높게 상승한다. MxA와 CRP 수치를 함께 측정해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을 구분하고,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국내 면역진단 플랫폼의 전문기업인 바디텍메드·옵티바이오·나노엔텍 사들은 ‘MxA/CRP’는 바이러스 감염 지표인 MxA 단백질과 세균 감염 지표인 CRP를 한 번의 검사로 동시 및 단일로 측정할 수 있는 차세대 감염 감별 진단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다. 전혈·혈장·혈청을 이용해 12분 이내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기존 PCR이나 혈액배양 검사보다 시간과 비용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응급 상황에서 더 빛나는 의료 현장 진단 플랫폼 현장진단 플랫폼은 항생제 오남용 외에도 응급의료현장대응에 도움이 되는 필요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응급의료현장대응 현장진단 플랫폼은 응급 상황에서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응급의료 서비스의 질과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현재 과학기술 분야에서 개발되는 다양한 기술, 예를 들면 IoT, AI, 원격의료 등을 활용해 시스템화해야 한다.이런 기술들에 대한 적용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장 진단 및 환자 상태 파악이다. AI 기반 분석으로 응급 정도를 분류해 환자의 중증도를 자동 판단하고 이송 우선 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둘째, 현장과 병원 간 정보 연계가 있다. 응급현장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병원에 실시간으로 전송해 의료진이 환자가 도착 전에 상태를 파악하고 사전에 준비하게 할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 지원이다. AI 기반 알고리즘이 진단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예를 들면 심정지 환자에게는 즉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사용을 권고하고 외상 환자에게는 트라우마 센터 이송을 제안하는 식이다. 넷째, 데이터 축적 및 사후 분석도 있다. 응급 대응 과정과 결과 데이터를 축적해 추후 분석 및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것이다. 반복되는 패턴을 파악하면 향후 응급의료 품질 개선 기초 자료들로 활용할 수 있다. 응급의료체계에서는 ‘골든 타임’이 특히 중요하다. 짧은 시간에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대응할 수 있어야 생명을 살릴 수 있다. 특히, 패혈증이나 심장질환 등 중증 상황에서 신속한 현장진단 시스템은 보다 빠른 처치와 환자 분류 결정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현재까지 응급의료 체계가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응급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POCT 진단플랫폼 적용은 아직도 미흡한 상태이다. 결론적으로, 항생제는‘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잘못된 사용은 나와 가족,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올바른 사용 습관과 교육, 그리고 정책적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차원의 대대적 지원과 의료정책 보완 및 개선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진단 플랫폼 산업화 및 응급의료 진단 대응 체계가 잘 갖춰진다면, 사회 전체가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응급의료실 ▲각 지방자치의 의료기관 ▲여러 산간벽지 등에서 환자들의 응급상황 의료 부담이 줄어들고, 전체적인 의료자원 활용도 높아질 수 있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항생제 오남용을 막고 응급상황 시스템을 개선하면 궁극적으로 민생안전과 국민건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옵티바이오 연구소장이자 생명과학 이학박사로 진단분야 전문가다.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한국파스퇴르연구소, Sk 생명과학연구소, (주)바디텍메드, (주)피씨엘 등에서 기초과학 및 면역진단 제품 개발과 핵심 연구를 주도했다.

2025.09.07 09:00

7분 소요
K-조선의 새로운 도약 위한 조건…'버추얼 트윈' 도입 서둘러야 [스페셜리스트 뷰]

전문가 칼럼

슈퍼사이클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작되었다.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통해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이 재조명되고, 대규모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조선업이 ‘초격차 우위’를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전환 속도의 차이다. 한국은 여전히 2D 도면과 숙련 인력의 경험에 기대는 경우가 많으며, 노동력 부족과 인재 확보의 한계는 지속가능성을 요구하는 현 시대에 치명적 리스크로 작용한다. 반면 중국, 유럽 등 주요 조선소들은 이미 빠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친환경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건조 능력을 확보했다.한국 조선업의 또 다른 기회 MASGA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MASGA 프로젝트는 한국 조선업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 LNG 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친환경 연료 기반 선박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특히 ▲정밀 용접 기술 ▲대형 선체 블록 제작 능력 ▲복잡한 엔지니어링 역량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강점이다.MASGA는 단순한 협력 프로젝트를 넘어, 한국 조선소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이 아시아와 유럽 중심의 시장을 넘어 미국으로 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미국 조선업이 재도약하는 과정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발판이다. 만약 한국 조선소들이 친환경 선박·스마트십 기술을 결합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단순 수주 이상의 전략적 동맹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그러나 이 기회를 장기적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가격 경쟁력이나 전통적 기술력만으로는 글로벌 친환경 규제와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국제해사기구(IMO) 의 탄소배출 규제 ▲유럽연합의 환경 기준 ▲미국 해양산업의 국산화 정책은 모두 조선업이 단순히 ‘잘 만드는 산업’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를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산업’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 사례 가속세계 조선업계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지속가능성·비용 효율·글로벌 협업이라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핵심이 되었다. 대표적인 네 가지 조선소 사례는 다음과 같다.중국 국영 조선기업 CSSC의 자회사인 황푸원총은 군용·상업용 선박을 주력으로 하는 대형 조선소다. 그러나 세계 경기 둔화와 조선업 침체로 신규 수주가 줄고 건조 비용은 오르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중첸 첸(Zhongqian Chen)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도입했다.황푸원총은 설계–제조–관리 프로세스를 단일 플랫폼에서 통합했다. 그 결과 ▲설계 검토 과정에서 고객 요구사항을 즉시 반영 ▲CNC 가공 데이터를 자동 생성 ▲몰입형 경험 기반 검증 등 구체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조립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하며 휴먼 에러를 크게 줄였고, 전사적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스마트 제조 기반으로 확대 적용하며 품질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 본사를 둔 NAOS는 Ro-Ro 선박, 페리, 슈퍼요트 설계에 특화된 기업이다. 이들은 설계와 제조 간 실시간 협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문서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2016년 버추얼트윈 시스템을 도입했다. ‘Designed for Sea’ 솔루션은 개념 설계부터 구조·시스템 설계까지 마스터 3D 모델 기반 협업을 지원하여, 설계 오류와 간섭을 조기에 식별했다. 또한 ‘Optimized Production for Sea’는 블록 조립 계획과 3D 작업 지침서를 자동 생성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팀들이 마치 하나의 공간에서 협업하는 것처럼 작업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설계 변경 시 자동 문서화가 가능해져 재작업과 오류가 크게 줄었고, 전체 설계 시간은 최대 40% 단축할 수 있었다. 1927년 설립된 네덜란드 다멘 조선 그룹은 전 세계에 35개의 조선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다멘은 2017년 전사적 디지털 전환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솔루션을 활용해 제품·프로세스·서비스 전반을 통합 관리했다.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를 통해 설계 오류를 줄였고, 다중 물리 시뮬레이션으로 복잡한 시스템의 일관성을 확보했다. 나아가 운항 데이터 기반 성능 모니터링과 에너지 관리까지 실시간으로 수행하며, 조선업계가 직면한 ‘지속가능성’ 과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독일 파펜부르크에 위치한 마이어 베르프트는 크루즈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조선소다. 이들은 숙련 인력의 경험을 데이터화·디지털화하여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일찍이 추진했다. 마이어 베르프트는 3D익스피리언스를 통해 전사적 데이터 구조화를 실현했다. 전통적으로 장인의 노하우에 의존했던 생산 현장에 버추얼 트윈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설계와 생산의 동기화 ▲부서 간 실시간 협업 ▲품질·비용 최적화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특히 초대형 크루즈선의 복잡한 시스템을 디지털 기반으로 관리하면서 프로젝트 지연과 비용 초과 리스크를 획기적으로 줄였다.현재는 AI 기반 학습 체계를 접목하여 설계와 운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장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한국 조선소들이 지향하는 스마트 야드 전환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이처럼 주요 글로벌 조선소들은 이미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생산성과 효율 ▲지속가능성 ▲글로벌 협업 ▲데이터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숙련 인력 중심의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아,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화 속도 가속이 시급하다. 디지털 전환의 공통 분모, 버추얼 트윈 기술 이들 조선소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버추얼 트윈 기술이다.버추얼 트윈은 실제 선박과 동일한 디지털 복제 모델을 만들어, 설계–생산–운영–유지보수 전 과정을 하나의 통합 데이터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단순한 3D 설계나 가시화를 넘어 ▲엔지니어링 데이터 ▲생산 계획 ▲운영 조건 ▲센서 데이터를 모두 연결한 실시간 ‘살아있는’ 가상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다.설계 단계에서는 선체 구조·배관·전장 시스템 등 복잡한 요소를 가상으로 구성하고, 설계 변경을 제작 전에 즉시 검증한다. 생산 단계에서는 작업 순서·공정 배치·자재 투입을 시뮬레이션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오류를 사전에 방지한다.운영 단계에서는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데이터를 가상 모델과 비교 분석하여 성능을 최적화하고, 연료 절감과 안전성을 강화하게 된다. 유지보수 단계에서는 고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필요한 부품과 절차를 준비·정비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능은 조선·해양 산업에서 설계와 생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친환경·안전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더불어 설계와 생산이 서로 다른 국가에서 이뤄지더라도 동일한 데이터와 표준으로 협업할 수 있으며, 연료 효율 개선·배출가스 저감·부품 재활용 설계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직접 기여한다.디지털 전환의 격차와 리스크는 비례반면 한국 조선업은 여전히 숙련 노동력과 2D 기반 설계에 의존하는 전통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여러 리스크를 내포한다. 우선 고령화와 청년층의 기피 현상으로 인해 인력 수급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인력 부족은 단순히 생산 차질을 넘어,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또한 2D 도면 중심의 설계 방식은 오류와 재작업의 가능성을 높여 생산성 저하를 불러오며, 이는 글로벌 수준에서 요구되는 속도와 정밀도를 충족하기 어렵게 만든다. 무엇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요구가 강화되는 시대에 데이터 기반의 관리 체계가 부재하다는 점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글로벌 경쟁사들은 이미 ▲인공지능(AI) ▲버추얼 트윈 ▲모델 기반 시스템 엔지니어링(MBSE) 등의 첨단 기술을 생산 전 과정에 적용하며 효율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초격차’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사람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축적된 노하우를 데이터로 전환하고, 이를 기계가 학습할 수 있는 체계로 발전시켜야만 한다. 초격차 우위, 실행력이 답이다MASGA는 분명 한국 조선업에 전략적 기회다. 그러나 이 기회를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는 얼마나 신속하고 철저하게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ESG 요구에 부합하는 디지털 조선소로 변모해야만 진정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중국과 유럽의 주요 조선소들 역시 같은 과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10여 년간 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혁신에 집중해왔고, 특히 중국은 설계와 생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한국 조선소들 또한 초격차 경쟁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숙련 인력의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기계가 학습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노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앞으로 한국 조선업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경험과 기술력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버추얼 트윈을 기반으로 설계와 생산을 통합하고 AI와 MBSE 같은 첨단 기술을 현장에 적극 적용해야 한다. 기술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지만, 경쟁력을 완성하는 것은 실행력이다. 한국 조선업이 MASGA를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번 초격차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필자는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대우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설계관리 업무를 시작으로 영국 소재 기술연구소 워딩테크니컬센터(WTC)에서 설계표준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CIES·한국후지쯔 등을 거쳐 2005년 다쏘시스템에 합류했다. LG전자 GPDM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Industry Services 부서장을 역임하며 현대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CSE(Customer Solution Experience) 본부장을 거쳐 2023년 2월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자동차·조선·항공 등 국내 주요 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매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2025.09.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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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골든타임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2880억달러(402조원). 우리나라의 올 한 해 예산의 60%가량(673조원)에 해당하는 이 금액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규모(추산치)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또는 미국 국채 같은 실물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 안정성을 높인 디지털화폐(코인)를 말하는데요, 테더와 서클이 대표적입니다. 테더(USDT)의 경우 다른 디지털화폐와 달리 가치가 시시때때로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언제나 ‘1테더=1달러’가 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같은 가격 안정성으로 기존 디지털화폐 시장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던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거래단위로 사용될 수 있으며, 24시간 운영, 빠른 송금 속도, 저렴한 전송 비용 등의 장점도 갖고 있어 주류 코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을 ‘세계의 암호화폐(디지털화폐) 수도’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데 이어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는 ‘지니어스 법’에 서명하면서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활용해 달러 패권을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구상으로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제적 송금·결제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면 전자 결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요, 통화 주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안전자산인 달러를 기반으로 한 스테이블코인을 놔두고 누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쓰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다른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 쉬워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우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발행사의 운용 실패나 외부 충격 시 대규모 상환 요구에 따른 코인런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과 외환 규제를 우회해 불법 자금세탁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문제점 등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반대하는 이유입니다.반대 이유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싱가포르·일본 등 주요국들이 미국처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해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는 만큼 우리만 한가롭게 도입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전제로 어떻게 할 것인지 치열하게 논의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씩 정해야 할 때입니다. 하지만 통화당국과 입법부가 ‘누가 발행 주체가 되어야 하나’, ‘비은행 민간기관의 발행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 등 여러 쟁점에 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이에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어 걱정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혼란은 당연합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디지털화폐 시대의 첫발을 내딛고 길을 내야 해서입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렇다고 뒷걸음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세밀하게 준비하되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겠습니다.

2025.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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