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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aluable 500’, 한국 활동 본격화…장애 포용 기업 네트워크 확대

전시

-애플·구글·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 참여…장애 포용을 리더십·제품·접근성·공시 영역으로 확장-전유미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중심으로 한국 기업 참여와 글로벌 사례 공유 추진 글로벌 장애 포용 이니셔티브 ‘The Valuable 500(더 밸류어블 500)’이 한국에서 기업 참여 확대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나선다.The Valuable 500은 기업 경영 전반에서 장애로 인한 배제와 장벽을 줄이기 위해 기업 CEO와 경영진이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 연합이다. 사회적 기업가이자 활동가인 캐롤라인 케이시(Caroline Casey)가 2019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장애 포용의 필요성을 제시하며 출범을 알렸다.현재 41개국 64개 산업의 500개 이상 기업·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기업의 임직원 규모는 약 2,200만명에 이른다고 The Valuable 500 측은 설명했다.최상위 리더십 그룹인 ‘아이코닉 파트너스(Iconic Partners)’에는 애플과 구글, 코카콜라, 세일즈포스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장애 포용 관련 전략과 실행 방향을 논의하는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The Valuable 500은 장애 포용을 고용이나 사회공헌 영역에 한정하지 않고 인재와 리더십, 제품·서비스, 접근성, 브랜드, 데이터와 공시 등 기업 활동 전반의 경영 과제로 다루고 있다. 기업의 장애 포용 관련 목표를 구체적인 실행과 측정 가능한 성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설명이다.한국에서는 장애인 고용과 인재 육성, 접근성 개선, 포용적 제품·서비스, 조직문화 등과 관련해 기업별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The Valuable 500은 한국 기업이 자체적으로 추진해온 장애 포용 사례를 해외 기업과 공유하고,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와 실행 기준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추진할 계획이다.앞서 The Valuable 500은 2025년 12월 일본 도쿄에서 아시아 최초의 Accountability Summit인 ‘SYNC25’를 개최했다.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관련 활동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은 전유미 지역 총괄(Regional Executive Director, APAC)이 맡는다. 전 총괄은 한국을 포함한 아태 지역 기업의 참여 확대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기업 간 사례 공유 등을 담당한다.전유미 지역 총괄은 “한국 기업들은 장애인 고용과 접근성, 조직문화, 제품과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와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이러한 사례를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한국 기업이 국제적인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The Valuable 500은 Self-ID를 비롯해 장애인 리더십, 접근성, 포용적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기업 데이터와 보고 등 분야별 글로벌 사례와 실행 자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관련 네트워크와 자료를 활용해 기업 간 교류와 장애 포용 관련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2026.09.14 11:54

2분 소요
아틀라스는 왜 억울할까⋯”노동갈등은 구조가 만든다” [새로나온 책]

그리스 신화의 아틀라스는 신들과의 전쟁에서 패한 대가로 하늘을 떠받쳤다. 신간 '노동갈등, 아틀라스는 억울하다'는 오늘의 노동시장에도 아틀라스가 있다고 본다. 하청과 비정규직, 플랫폼과 특수고용 노동자처럼 시장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서도 보호는 덜 받고 위험은 더 떠안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아틀라스는 자신이 만들지 않은 규칙의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소외된 이들이다. 저자는 1993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 고용노동부 청년여성고용정책관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및 기획조정실장을 지냈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14대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공인노무사이자 현재 성균관대 RISE사업단 교수다. 정책 수립과 분쟁 조정, 현장 감독을 두루 거치며 같은 제도가 위치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장면을 본 경험이 출발점이다.저자는 한국 노동법이 안정된 고용관계와 명확한 사용자, 일정한 규모의 사업장을 전제로 설계됐다고 지적한다. 오늘의 노동은 다르다. 원청은 생산 방식과 납기, 단가를 정하지만 고용계약은 하청이 맺는다. 플랫폼은 일감과 보수 체계를 설계하면서 노동자를 독립 사업자로 분류하고, 프랜차이즈 본사는 영업 방식을 통제하되 고용 책임은 가맹점에 남긴다. 결정과 통제는 여러 주체에 연결돼 있는데 비용과 책임은 가장 약한 개인에게 분산되는 구조다. 저자는 "갈등은 새로운 노동 형태가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는 낡은 틀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이중구조 서술도 같은 틀에 놓인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대표되는 내부노동시장은 진입 장벽이 높고 자리가 쉽게 비지 않는다. 과거에는 외곽에서 출발해 중심으로 옮겨갈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외부노동시장의 첫 일자리가 상향 이동의 출발점이 아니라 이동이 멈추는 지점이 되기 쉽다. 출발선의 격차도 짚는다. 인공지능(AI) 도입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분석한다. 이미 내부노동시장에 있는 사람에게는 생산성 도구지만, 입구에 선 청년에게는 첫 발판을 없애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변화가 해고가 아니라 신규 채용 축소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임금과 직무, 근로시간, 전환 경로를 함께 조정하지 않고 숫자만 늘리면 그 부담이 청년의 입구로 전가된다고 적었다.노동시간에서는 총량보다 배분을 묻는다. 내부노동시장에서는 숙련 인력에게 초과근로가 몰리고, 외부노동시장에서는 법적 경계선 아래로 시간이 쪼개진다. 성과 기준이 모호한 조직에서 '가짜 노동'은 비합리가 아니라 합리적 생존 전략으로 설명된다. 모두가 열심히 움직이지만 나아가지 못하는 '부지런한 정체'다.책은 7개 부, 19개 장에 걸쳐 갈등이 반복되는 조건을 짚는다. 노동자와 사용자, 정부 어느 한편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대신 갈등을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알려주는 신호로 읽자고 제안한다. 에필로그의 문장이 책의 주제를 보여준다. "갈등을 이해한다는 것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재단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어떤 무게를 견디며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함께 바라보는 일이다."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윌 & 에어리얼 듀런트 부부가 50여 년에 걸쳐 인류 문명사를 집대성한 ‘문명 이야기’ 시리즈를 결산하면서 얻은 통찰을 담은 책이다. 인류의 역사를 지리∙생물∙심리∙경제∙정치∙전쟁 등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했다. 이 책으로 역사에서 되풀이되는 사건과 현상의 조건을 짚을 수 있다. 듀런트 부부는 196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1977년에 미국 최고 권위의 민간 훈장인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역할은 주어지지 않는다: 커리어, 자기 정의의 여정기업 홍보팀 보조로 커리어를 시작해 에델만 코리아 임원을 거쳐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첫 커뮤니케이션 헤드가 된 홍보 전문가가 런던비즈니스스쿨 학생으로 돌아가 일과 직함 밖의 자신을 돌아본 에세이집이다. 이 책은 커리어를 어떻게 쌓았는지에 관한 성공담이라기보다 ‘커리어 너머’의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나노 벤처58명이 일하던 곳은 어느 순간 두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임직원과 낡은 맥북만이 남았다. 그런데 조직이 작아진 뒤 매출은 58명 시절을 넘어섰고, 한 달 운영비는 10분의 1로 줄었다. 두 대표가 직접 회사의 일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고 조직 전체를 다시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AI가 있다. AI를 지휘하는 사람을 전제로 조직을 재편한 기업이 어떻게 반등했는지 보여준다.

2026.09.12 09:30

3분 소요
셀레나이민, 유럽·두바이·말레이시아 투자이민 컨설팅 확대

여행

-미국 넘어 포르투갈·몰타·키프로스·프랑스 등 국가별 투자·장기체류 프로그램 비교-교육·사업·은퇴·자산관리 등 고객 목적에 따라 체류 조건과 투자 방식 검토 해외투자이민 전문기업 셀레나이민이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투자이민 및 장기체류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컨설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해외 이주와 글로벌 자산 배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투자이민을 검토하는 수요도 미국 중심에서 유럽과 중동,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투자금액뿐 아니라 체류 조건과 가족 동반, 자녀 교육, 사업 진출, 은퇴 등 목적에 따라 검토해야 할 요소가 달라지면서 국가별 제도를 비교하는 컨설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셀레나이민은 미국 투자이민과 함께 포르투갈, 몰타, 키프로스,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와 UAE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의 투자 및 장기체류 프로그램을 다루고 있다.회사 측은 국가별 프로그램을 비교할 때 투자금액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투자 방식과 체류자격, 가족 동반 범위, 실제 거주 의무,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과 관련된 조건 등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세금과 자산관리, 자녀 교육환경, 은퇴 이후 생활이나 현지 정착 여건 역시 신청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같은 투자이민이나 장기체류 목적이라도 개인별 상황에 따라 적합한 국가와 프로그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유럽 내에서도 포르투갈과 몰타, 키프로스 등은 프로그램 구조와 투자 방식, 체류 조건에 차이가 있으며 프랑스 역시 사업 및 투자 목적 등에 따라 검토할 수 있는 체류제도가 있다. 유럽 외 지역에서는 UAE 두바이와 말레이시아 등이 각각 사업 활동이나 장기체류 목적의 선택지로 검토되고 있다.셀레나이민은 여러 지역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다룬다는 점을 활용해 특정 국가를 먼저 정하기보다 고객의 목적과 조건을 확인한 뒤 국가별 제도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셀레나이민 관계자는 “투자이민 상담에서는 투자금액이나 수속 기간뿐 아니라 고객이 해외 체류자격을 취득하려는 목적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경우와 사업 확장, 은퇴 후 거주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검토해야 할 국가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두바이,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투자이민과 장기체류 프로그램을 함께 검토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있다”며 “여러 국가의 조건과 장단점을 비교해 고객 상황에 맞는 방향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셀레나이민은 투자이민 시장이 영주권 취득뿐 아니라 자녀 교육, 해외 사업 진출, 글로벌 자산 분산, 은퇴 후 거주지 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세분화되고 있다고 보고 관련 국가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다만 투자이민 및 장기체류 제도의 자격요건과 투자 조건, 체류·세제 관련 규정은 국가별 정책에 따라 변경될 수 있어 실제 신청 전 해당 국가의 최신 제도와 요건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6.09.07 13:37

2분 소요
서울의 매력,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이윤정의 언베일]

전문가 칼럼

도시와 장소의 유명세는 여행을 비롯해 방문지를 결정할 때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유명세는 고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곳이 가진 특별한 기능(해변인지 골프 휴양지인지) 등에 따라 결정된다.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자는 ‘문화’야 말로 장소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서울이 몇 년 전부터 관광객에게 파리와 뉴욕을 제치고 매력적인 방문지로 부상한 이유가 K-컬처인 것만 봐도 그렇다.이는 럭셔리 브랜드가 전략적인 매장을 열 때의 기준과 비슷하다. 럭셔리 브랜드가 선택한 도시는 단순히 매출 순위로만 설명할 수 없다.자사의 제품을 작품으로 여기는 브랜드에는 그들의 철학과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과 콘텐츠를 보유한 도시가 필요하다. 이미 서울은 ‘취향을 가늠하는 테스트 마켓’으로서 지위를 지녔지만 이제는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하는 도시’로서의 역할도 맡게 됐다.지난해 말 신세계 더 리저브에 세계 최대의 루이 비통 스토어가 들어섰다. 이름은 ‘LV 더 플레이스 서울’(LV The Place Seoul, Shinsegae The Reserve)이다.총 6개 층에 걸쳐 구성된 ‘LV 더 플레이스 서울’은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서울을 기념해 기획됐다. ▲제품 판매 공간과 문화 체험형 공간 ‘비저너리 저니 서울’ ▲미식의 세계를 담은 ‘르 카페 루이 비통’ ▲초콜렛 숍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 ‘제이피 앳 루이 비통’ 등이 한데 모여 예술과 패션 그리고 문화의 어울림을 생생하게 보여준다.처음 LV 더 플레이스 서울의 개점 소식을 접했을 때 ‘서울에 세계 최대의 루이 비통 매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에 의아함이 들었다. 작년 기준 아시아(일본 제외)는 루이 비통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지만, 루이 비통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서울에 최대 매장을 열었다는 점은 서울이 매출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도시가 됐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日·中 이어 럭셔리 브랜드 사로잡은 韓럭셔리 브랜드에 아시아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중국이 부상하기 전까지는 일본이 최대 매출을 올리는 국가이자 가장 크고 최신의 매장이 들어서는 지역이었다.2000년대 들어 주목받은 시장은 중국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베이징, 특히 상하이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문을 열었다.중국 현지 문화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인테리어에도 중국의 색채를 입혀 고객을 끌어들였다. 지난해 상하이에는 루이 비통의 특기할 만한 공간이 들어섰다.이름은 ‘더 루이’(The Louis). 판매·전시 공간과 카페 등이 모인 복합 문화 공간이다. 거대한 배 모양의 공간은 금세 상하이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중국 내 럭셔리 브랜드가 호황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루이 비통에 갖는 의미를 확실히 보여준 사례다. 상하이를 비롯해 도시가 럭셔리 브랜드로부터 애정 공세를 받을 때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전시와 공연 등 ‘브랜드와 관련된 문화적인 활동’도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이다.럭셔리 브랜드와 관련한 압도적인 규모의 전시 등이 상하이와 도쿄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개최됐다. 전시를 기획하며 로컬 작가와 협업을 진행해 로컬 작가에게 세계적인 인지도를 더해주는 일도 잦았다. 몇 년 전부터 서울이 브랜드에 핵심적인 도시로 떠오르면서 고객이 누리는 혜택은 크고 넓은 매장뿐만이 아니다. 루이 비통 더 플레이스 서울에서 필자의 눈길을 끈 곳은 루이 비통의 아카이브와 현재를 응축해 전시한 ‘비저너리 저니 서울’이다.오래전 파리 근교에 자리한 맞춤 제작 공방인 아니에르 공방에 위치한 박물관을 보고 루이 비통의 역사를 체감했던 필자는 서울에 고스란히 펼쳐진 루이 비통의 유산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브랜드 배경 넘어 자체 콘텐츠 쌓으려면예전보다 훨씬 자주 열리는 ‘샤넬 2026 공방 컬렉션 서울 쇼’ 등의 글로벌 이벤트와 메가 전시인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디올의 ‘디자이너 오브 드림스’, 에르메스의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 같은 전시는 서울을 향한 브랜드의 또 다른 애정 표현인 셈이다. 앞으로도 서울에는 브랜드의 참신한 전시와 문화 행사가 줄줄이 열릴 예정이다. 날로 커지는 서울의 인기를 실감하며 도시 자체가 지금의 위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가 끝났지만 여전히 뉴욕이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파리의 매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꾸준히 사람들의 로망으로 꼽히는 이유는 뭘까.필자는 지속적인 콘텐츠의 생성만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에는 로마가 경제·문화·권력의 중심지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현재는 위 표현이 딱 들어맞는 도시가 아닐지라도 로마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1순위로 꼽는 도시다. 여기엔 대체 불가한 문화유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브랜드의 조력도 한몫했다. ▲펜디 ▲불가리 ▲구찌 ▲토즈 등 로마를 기반으로 한 럭셔리 브랜드는 로고에 도시를 포함해 브랜드에 로마가 배경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한다. 목걸이의 디자인을 카라칼라 욕장에서 차용하는 것처럼 제품에 문화유산을 표현하는 등 기꺼이 도시의 콘텐츠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얼마 전 디올은 ‘신세계 디 에스테이트’에 복층 매장을 열었다. 디올 매장의 정수라 불리는 파리의 애비뉴 몽테뉴 매장을 연상시키는 곳으로 화제를 불러 모으는 중이다.럭셔리 브랜드는 앞으로도 서울의 매력에 자사의 인지도를 더하는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 브랜드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서울은 브랜드의 배경으로 남을지, 스스로 콘텐츠를 쌓아가는 도시가 될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눈부신 활약 중인 K-컬쳐와 놀라운 제품력으로 시장을 휘어잡은 K-뷰티가 서울의 콘텐츠인 점은 확실하다. 또 다른 참신한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지금 서울이 해결해야 할 커다란 숙제다.

2026.09.07 10:00

4분 소요
파이프갤러리, ‘프리즈 서울 2026’ 포커스 스탠드상 수상

전시

-차승언 솔로 프레젠테이션으로 선정…직조 기반 설치 통해 디지털 시대 ‘물질성 회복’ 조명-설립 12년 이하 갤러리 대상 포커스 섹션서 기획·프레젠테이션 평가…16개 갤러리 참여 서울 기반 파이프갤러리(Pipe Gallery)가 ‘프리즈 서울 2026(Frieze Seoul 2026)’에서 차승언 작가의 솔로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여 ‘2026 포커스 스탠드상(Focus Stand Prize)’을 수상했다고 밝혔다.포커스 스탠드상은 설립 12년 이하 갤러리가 참여하는 프리즈 서울 ‘포커스(Focus)’ 섹션에서 기획과 프레젠테이션 등을 심사해 선정하는 상이다. 올해 심사위원단에는 박재용 서울리딩룸 설립자, 제시카 S. 홍 켐퍼현대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안민혜 독립 큐레이터가 참여했다.파이프갤러리는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차승언의 솔로 프레젠테이션 ‘0101 Weaving: Recovering Materiality in the Digital Age’를 선보였다.전시는 포스트 팬데믹과 디지털 시대의 ‘물질성 회복’을 주제로 구성됐다. 직조를 기반으로 한 개별 작품과 스탠드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설치를 통해 차승언의 작업 세계를 소개했다.심사위원단은 차승언의 프레젠테이션이 패브릭을 활용한 개별 작품을 넘어 스탠드 전체를 하나의 설치로 확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초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물질과 신체, 관계에 대한 감각을 다시 환기한다는 점도 평가 요소로 언급됐다. 차승언은 직조를 통해 20세기 추상회화의 조형 언어와 직물 예술의 물질성을 결합하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다.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디지털 이진법을 상징하는 ‘0101’과 직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코드의 접점을 바탕으로 디지털 시대의 비물질성과 균질성에 대한 질문을 제시했다.직조는 실을 반복적으로 교차시키는 과정에서 재료의 질감과 제작에 투입된 시간이 표면에 남는다는 특징이 있다. 차승언은 이러한 제작 과정에서 축적되는 시간과 노동의 흔적, 재료 고유의 표면과 질감을 작품 전면에 드러내며 디지털 환경에서 변화하는 신체성과 물질성, 관계성을 살펴봤다.올해 포커스 스탠드상에서는 파이프갤러리와 함께 베흐바타르 엥흐투르(Bekhbaatar Enkhtur)의 밀랍 작품을 선보인 로마의 Matèria와 가브리엘 마산(Gabriel Massan)의 멀티미디어 설치를 소개한 상파울루의 Yehudi Hollander-Pappi가 특별 언급됐다.프리즈 서울 2026 포커스 섹션은 덴마크 MAPS 미술관(Museum of Art in Public Space) 선임 큐레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팀장인 이설희의 자문 아래 구성됐다.2014년 이후 설립된 16개 갤러리가 참여해 프리즈 서울을 위해 기획한 솔로 스탠드를 선보였으며, 스톤 아일랜드(Stone Island)의 후원으로 진행됐다.

2026.09.04 15:58

2분 소요
‘멍! 때리는 콘서트’ 9월 5일 수원서 개최…반려견과 즐기는 야외 클래식

전시

-원야외음악당서 오후 3시부터 60분간 진행…전석 무료·현장 선착순 입장-반려견 동반 관객은 잔디석 이용…오페라·한국가곡·합창 등 10개 무대 구성 반려견과 함께 잔디밭에서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 ‘멍! 때리는 콘서트’가 오는 9월 5일 오후 3시 수원야외음악당에서 열린다.공연 기획사 레조넝스(Résonance)가 주최·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수원문화재단, 몽몽이멤버십, 명지대학교 성악과 총동문회가 후원한다. 레조넝스 측은 국내 첫 반려견 동반 야외 클래식 콘서트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공연은 전석 무료로 진행되며 별도의 사전 예매 없이 현장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반려견을 동반한 관객은 잔디석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며, 반려견 없이 방문한 관객은 무대 앞 고정객석 799석을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은 지정석이 아니며 현장 안내에 따라 배정된다.야외 공연 특성상 잔디석 관람객은 돗자리 등 간단한 준비물을 지참하면 보다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공연은 오후 3시부터 약 60분간 이어진다. 크로스오버 무대를 시작으로 오페라 ‘마술피리’, ‘카르멘’, ‘라 트라비아타’의 주요 곡과 한국가곡, 합창 등 총 10개 무대를 선보인다. 마지막에는 출연진 전원이 참여하는 합동 무대가 마련된다.이번 공연에서는 레조넝스의 첫 오리지널 음원 ‘내일을 조금 늦게’도 처음 공개된다. 반려인을 위해 제작한 곡으로 김후성·이승민·이예은이 함께 부른다.무대에는 기획·총괄·출연을 맡은 김후성을 비롯해 예술감독 겸 지휘 진형곤, 반주 김태형, 작·편곡 박주영이 참여한다. 성악가 김상우·이승민·신동현·김신·이강현·신예모·이예은·유서영·김지서도 출연한다.공연장에서는 후원사인 몽몽이멤버십의 부스도 운영된다. 반려동물 장례·요양 토탈 케어 브랜드 몽몽이멤버십은 잔디석 인근에서 멤버십 가입과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회사 측에 따르면 몽몽이멤버십은 가입비 10만원으로 운영되는 평생 멤버십으로, 별도 연회비 없이 반려동물이 생존하는 동안 혜택이 유지된다. 가입비와 같은 금액은 향후 반려동물 장례비용에서 공제된다.제휴 동물병원과 미용실, 펫샵을 비롯해 몽몽카, 몽몽이샵, 장례 서비스, 메모리얼 시네마 등에서 10~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여러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한 번의 가입으로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멤버십 양도와 선물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부스에서는 내년 초 개소 예정인 반려동물 요양센터 ‘몽몽이 호스케어센터’ 관련 수요조사도 진행한다. 현장에서 멤버십에 가입하거나 설문에 참여한 관객에게 배변봉투와 장난감 등 사은품을 제공하고 추첨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레조넝스 관계자는 “초가을에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마련했다”며 “별도 예매 없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만큼 많은 관객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몽몽이멤버십 관계자는 “공연 관람객들이 부스를 통해 멤버십 혜택을 확인하고 반려동물 요양센터에 바라는 점도 편하게 제안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2026.09.03 16:48

2분 소요
열 여섯 살이 그린 디스토피아는 어떨까 [새로나온 책]

2010년생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데일리엠과 곽재선문화재단이 청소년 웹진 ‘하이니티’를 통해 마련한 첫 전국 단위 청소년 문학 공모전인 10대 청소년 작가상 대상을 받은 임지선의 소설이 ‘운루: 우리는 다른 하늘을 보았다’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이 작품을 심사한 백은하 동화작가는 “디스토피아 장르의 본질인 현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뛰어난 작품이다. 단순히 시스템에서 탈출하는 액션 SF에 그치지 않고, ‘망각’과 ‘기억’의 대립이라는 인문학적 주제를 서사의 중심에 두었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작품의 배경은 인공 돔으로 덮인 통제 도시 T시티. 결함이 발견된 시민은 폐기되고 다음 번호의 클론으로 대체된다. 남은 사람들은 사라진 이를 잊는다. 주인공 ‘운루 001’만 예외다. 진실을 좇다 사라진 유나, 고유한 이름을 갖고 싶어 스스로를 ‘규아’라 부른 베키 471, 투병 끝에 숨진 동생 류의 기억이 그에게만 남아 있다. 성인이 된 운루는 도시 중심부 ‘센터 허브’의 비서로 배정되고, 123번 벽 너머에 감춰진 사실과 마주한다.소설의 축은 망각과 기억의 대립이다. T시티는 슬픔과 후회, 실패를 비효율로 규정해 삭제한다. 작품은 그 반대편에 선다. 결함을 지운 완전함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타인의 아픔을 기억하는 쪽에 구원을 놓는다. 시스템 탈출기보다 연대의 기록에 가깝다.T시티의 망각 시스템은 현실을 향한 은유로 읽힌다. 정해진 규격을 채우지 못한 존재를 결함으로 분류하고, 탈락한 사람의 자리를 다음 사람으로 메우는 구조다. 남은 이들은 그 부재를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작가가 돔이라는 폐쇄 공간에 옮겨 놓은 것은 이 순환이다. 운루가 거짓 하늘을 깨려는 이유도 진실 자체보다 기억할 권리 쪽에 가깝다.작가 임지선은 중학교 2학년부터 창작을 시작해 지금까지 초고 30편가량을 썼다고 출판사는 밝혔다. 이번 작품이 첫 장편소설이다. 임 작가는 “저는 누군가와 아주 동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때 하늘을 보곤 한다. 그리워하는 이가 누구든지,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 아래 있으니까”라며 “하지만 완전히 다른 하늘을 보고 있을 사람을 그리워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들에서 (이 작품이) 출발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책을 낸 도서출판 이른은 이데일리엠의 출판 브랜드다. 이번 공모전은 10대가 쓴 원고를 심사에서 끝내지 않고 상업 출간까지 잇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국내 청소년 대상 문학 공모전은 대체로 단편이나 백일장 형식이다. 200자 원고지 500~800매의 장편을 요구하고 출간까지 연결한 사례는 많지 않다. 이번 출간이 유의미하게 평가받는 이유다. 문해내공문해력 전문가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EBS 당신의 문해력’ 저자인 김윤정 작가가 함께 문해력의 위기를 진단했다. 두 전문가는 오늘날의 문해력 위기를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며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힘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문해력이 업무 성과와 인간관계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밝히고,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실전 훈련법을 제시한다. 은, 욕망의 세계은(銀)이 투자 자산으로는 금에 미치지 못하는 귀금속이지만 역사에 남긴 흔적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독일의 역사학자인 틸만 벤디코프스키는 중세와 근대를 움직인 역사적 주인공으로 은을 다룬다. 저자는 역사 속 수많은 장면을 통해 수백 년에 걸친 은의 여정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나는 군주론에 반대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즘의 현대적 의미를 탐구해온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프리드리히 2세의 ‘안티 마키아벨’이라는 두 책과 두 인물의 삶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쳤다. 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이론을 현실에서 검증하고 권력의 본성과 리더십의 본질을 묻는다.

2026.09.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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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르윈스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 한국어판 출간…유전자 개입 시대 윤리 기준 조명

-인간 향상·합성생물학·생식세포 개입 등 생명공학 쟁점 다뤄…생물학과 철학 관점 결합-서울대병원 수련의 윤정환 번역…건강·질병·정상성 둘러싼 윤리 판단의 전제 검토 유전자 개입과 배아 선택, 인간 향상 기술 등 생명공학 기술을 둘러싼 윤리적 쟁점을 생물학과 철학의 접점에서 살펴본 『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The Biological Foundations of Bioethics)』가 한국어판으로 출간됐다.도서출판 서연비람이 펴낸 이 책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인 팀 르윈스(Tim Lewens)가 인간 향상과 합성생물학, 생식세포 계열 개입, 유전적 차이와 분배적 정의, 진화론과 공공정책, 건강과 질병 등의 문제를 검토한 저서다.책은 과학적 사실만으로 윤리적 판단을 곧바로 내릴 수는 없지만, 생명 현상의 작동 원리를 배제한 윤리 논의 역시 충분한 근거를 갖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특히 건강과 질병,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이 생물학적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개인의 삶과 사회제도, 문화적 규범 등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을 짚는다. 이에 따라 생명윤리 논의가 전제하고 있는 과학적 사실과 개념이 타당한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르윈스 교수는 유전자를 다른 발달 요인보다 본질적으로 특별하게 취급하는 이른바 ‘유전자 예외주의’와 ‘자연적인 것’ 자체에 독자적인 도덕적 가치를 부여하는 관점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새로운 생명공학 기술을 일괄적으로 수용하거나 인간 본성을 이유로 일률적으로 거부하기보다 개별 기술이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과 사회적 영향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책의 주요 논지다.한국어판 번역은 윤정환 씨가 맡았다. 윤 씨는 서울대 의대에 수석 입학해 현재 서울대병원 수련의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재학 중에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최상재 전 SBS 특임이사와 『논리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를 공동 저술했다.출판사 측은 윤 씨가 의학 지식과 임상 경험을 토대로 전문 개념을 우리말로 옮기고, 서로 다른 시기에 작성된 각 장이 한 권의 책으로 일관되게 읽힐 수 있도록 주요 용어를 통일했다고 설명했다.『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는 생명공학 기술을 둘러싼 찬반 입장 자체보다 판단에 앞서 어떤 과학적·철학적 전제를 확인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유전자 기술과 인간 향상, 의료와 공공정책 등 생명윤리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와 의료계 관계자, 관련 분야 독자를 주요 대상으로 한다.『생명윤리의 생물학적 토대』는 팀 르윈스가 쓰고 윤정환이 옮겼으며 도서출판 서연비람에서 출간됐다. 총 420쪽이다.

2026.08.3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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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신라면 잘나가는데 왜…K라면이 日 닛신 못 넘는 이유

전문가 칼럼

한국 라면은 중국·미국·일본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만의 ‘매운맛’과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푸짐한 양, 품질 대비 부담 없는 가격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다만 아직 한국 라면이 글로벌 무대의 중심에 확고하게 위치했다고 보기 어렵다.원래 라면은 맵지 않았다K-열풍의 원동력이 된 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은 사실 변형 조리법에서 시작된 것이다. 요즘 말로 표현하면 제조사 표준법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모디슈머(Modisumer)에 의해 완성됐다.1958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가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 치킨라멘을 발명했을 때 라면은 전혀 맵지 않았다. 일본 묘조식품의 도움을 받아 1963년 출시된 한국 최초의 라면인 삼양라면 역시 초기에는 고춧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한맛이었다.한국 라면 특유의 매운맛은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중반 삼양라면이 고소한 풍미로 인기를 얻어갈 무렵, 삼양공업(삼양식품의 전신) 사장실의 전화기가 울렸다.전화를 건 인물은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는 삼양라면이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에 공헌한 점을 격려하며 “라면에 고춧가루를 넣어 먹으니 참 맛있었다”고 말했다.애주가였던 박 대통령은 술을 마신 후 라면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춧가루가 라면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박 대통령의 조언에 고무된 삼양공업은 라면 스프에 고춧가루를 첨가했다. 이후 한국인의 입맛에 한층 가까워진 삼양라면은 시장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았다. 물론 당시의 삼양라면도 한국 특유의 ‘매운맛 라면’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한국 특유의 매운맛 라면은 신라면으로 시장 판도를 바꾼 농심에 의해 완성됐다. 이 회사는 1980년대 초 대대적인 투자로 라면 맛의 질적 변화를 이끌었다. 농심은 1983년 안성탕면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으며, 이 과정에서 한국인들이 소고기의 깊은 국물 맛과 고춧가루의 얼큰한 조합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이후 농심은 매운맛과 감칠맛을 동시에 담아내는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1986년 10월 시장 판도를 뒤바꾼 ‘신라면’을 선보였다. 다진 양념(다대기)에서 영감을 얻어 진한 매운맛을 구현한 신라면은 출시 직후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 라면 시장의 주류를 단숨에 매운맛으로 바꿨다.신라면의 매운맛은 왜 그토록 한국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것일까. 답은 인스턴트 라면의 보존성을 높이는 제조 방식에 숨겨져 있다.라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는 유탕(油湯) 과정을 거친다. 이로 인해 필연적으로 느끼한 맛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단점이 강렬한 매운맛에 의해 대폭 완화됐다. 기존 라면의 느끼함과 짠맛이 신라면에서는 덜 느껴졌다.이는 국내 라면 소비량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신라면 흥행 이후 한국은 인구 대비 세계 최대의 라면 소비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우물 밖 개구리가 되려면하지만 한국 라면은 세계 시장의 주류로 편입되지 못했다. 막강한 내수 시장을 앞세운 중국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종주국인 일본의 글로벌 시장 내 입지가 너무 탄탄했기 때문이다.이런 견고한 장벽은 최근 K-팝으로 대표되는 K-컬처의 글로벌 확산으로 균열이 가고 있다. 유튜브와 틱톡 등을 타고 ‘매운맛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하면서 한국 라면의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예상 밖 관심에도 아직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의 입지는 좁다. 당장 매출 지표만 봐도 종주국 일본과의 격차가 크다.일본 1위 닛신식품의 지난해 매출액은 7881억엔(약 6조8810억원), 영업이익은 650억엔(약 5675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농심의 매출액은 3조5143억원(영업이익 1839억원), 삼양식품 매출액은 2조3517억원(영업이익 5241억원)을 기록했다. 닛신식품 단일 기업의 매출이 한국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합산 매출을 웃돈다.아이러니하게 한국 라면의 성장과 한계 모두 ‘매운맛’ 그 자체에 있다.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권 소비자들에게 한국 라면은 여전히 호기심에 시도하는 ‘이벤트성 특식’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거대 시장에서는 매운 라면보다 현지화된 순한 라면이 압도적인 지배력을 보인다. 멕시코는 일본 도요수산의 ‘마루찬’이 현지 맞춤형 맛과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약 20억달러(약 2조76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유럽 시장도 자극적이지 않은 치킨·비프스톡 베이스를 앞세운 네슬레(마기)와 닛신이 오랜 기간 주도권을 쥐고 있다.한국 라면이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매운맛’의 성공에만 안주해서는 안 된다. 매운 음식을 즐기지 못하는 전 세계 대다수 소비자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순하면서도 감칠맛을 극대화한 신제품 개발이 필수적이다.동시에 국물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문화권을 겨냥해 볶음면이나 파스타 형태를 차용한 현지 맞춤형 라면 라인업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매운맛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글로벌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히트작이 탄생할 때 한국 라면 산업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2026.08.3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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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테이블 지갑은 지켜내면서, 일터 생명은 못 지키는 이유 [새로 나온 책]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 국가로 평가받지만, 산업재해 사망률만큼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우리는 카페에 놓인 지갑은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일터의 생명은 지켜 내지 못하는가.‘안전공화국’은 고용노동부 핵심 요직을 거쳐 현재 대한산업안전협회를 이끌고 있는 임무송 회장(박사)이 대한민국 안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진정한 안전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책이다.저자는 안전을 단순한 사고 예방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보장하는 공공재로 바라본다. 또한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원인을 개인의 부주의나 도덕성에서 찾지 않고 위험의 외주화와 책임의 왜곡, 성장 중심 사회가 남긴 구조적 결함 속에서 분석한다.안전공화국은 산업재해를 둘러싼 익숙한 통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자를 색출하지만, 왜 비슷한 비극은 반복되는가. 저자는 그 이유가 개인의 실수나 도덕성 부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전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책은 대한민국을 ‘K-역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치안 수준을 갖춘 나라임에도 산업 현장에서는 매년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현실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은 압축 성장 과정에서 안전이 비용과 규제로 취급되며 후순위로 밀려난 역사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이 책은 대한민국 산업안전의 역사와 제도, 규제 체계의 한계를 살펴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나아가 국가와 기업, 노동자가 함께 책임을 나누는 안전공화국의 조건을 모색하며, 존엄한 노동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트럼프 이후의 질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중국의 희토류 통제 한 번에 서방의 공장이 멈춰 선다. 신간 ‘트럼프 이후의 질서’는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규칙 기반의 자유무역’이 사라진 오늘날 다양한 무역전쟁 시나리오와 그 생존법을 다룬다. 파이낸셜 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수마야 케인스와 전 미 국무부 수석 이코노미스트 채드 바운은 이 혼돈의 시대를 관통할 냉혹한 현실을 경고한다. 관세, 보조금, 수출 통제 등 강대국들이 휘두르는 무역전쟁의 무기들을 낱낱이 해부하며 감정적 불평 대신 냉정한 비용편익 계산과 정밀한 방어 전술을 유쾌하게 제시한다. 인재 없음많은 경영자가 입을 모아 말한다. 좋은 사람을 뽑기 어렵고, 어렵게 뽑아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하지만 문제는 인재의 부재가 아니다. 인재가 오고 싶고 머물고 싶은 조직을 만들지 못한 데 있다. 그렇다면 인재가 오래 머무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답은 직원이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에 있다. ‘인재 없음’의 저자 오용석은 삼성과 독일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에서 일한 20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다. SAP 코리아의 조직문화진단을 글로벌 75개국 법인 중 1위로 끌어올린 경험을 바탕으로 인재가 찾아오고 머무는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책에 담았다. 결국 행동하는 사람이 이긴다누군가는 모니터 앞에서 제안서로 밤을 새울 때 누군가는 매출을 올린다. 누군가는 장바구니에 담을 러닝화를 고를 때 누군가는 이미 달리고 있다. 누군가는 영문법을 붙잡고 있을 때 누군가는 틀린 문장이라도 입 밖으로 내뱉는다.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과 행동하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인가. 저임금과 불합리한 노동을 견디며 수차례 실패와 도전을 거쳐 수백억원대 기업가로 성장한 저자 유루아자부는 행동이 일과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묻는다. “아는 것이 많다면, 왜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가.” 생각에 머물지 말고 일단 움직이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2026.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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