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마래푸·잠실엘스·반포자이·원베일리…같은 국평인데 세금 '희비'
- 20억부터 70억원까지…가격대별 보유세 ‘천차만별’
실거주 우대하고 비거주·다주택 과세 강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서울에서 일명 ‘국민평형(이하 국평)’이라 불리는 전용 84㎡ 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세금은 모두 같지 않다. 모두 같은 국평이지만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세금은 집값과 거주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고, 고가·비거주·다주택 보유에는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과세체계를 다시 설계했다. 이를 최근 서울 대표 아파트 가격대에 적용해 보면 이번 개편의 수혜층과 부담층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20억원대, 실거주자는 부담 완화
최근 전용 84㎡가 2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왕십리자이는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20억원 구간에 해당한다.
이 가격대는 이번 개편에서 가장 먼저 실거주 혜택을 체감하는 구간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시가 20억원(공시가격 15억원) 주택에서 10년간 거주한 60세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는 현행 27만6000원에서 2028년 개편 기준 10만8000원으로 줄어든다.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도 370만5000원에서 353만7000원으로 약 17만원 감소한다. 월평균 부담도 약 31만원에서 29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감세 폭은 크지 않지만 장기간 실거주한 1주택자를 우대하겠다는 정부의 방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구간이다.
왕십리를 지나 마포와 잠실에 이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최근 전용 84㎡ 기준 27억원 안팎에 형성된 마포래미안푸르지오와 33억~37억원대에 거래되는 잠실엘스는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30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대표 사례다. 이 구간부터는 집값보다 실거주 여부가 세 부담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오른다.
장기 실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91만원에서 76만원으로, 보유세는 573만4000원에서 558만4000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하지만 같은 가격의 집이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는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는 907만1000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가격대의 주택을 3채 보유한 경우에는 1619만3000원까지 증가한다.
결국 같은 잠실엘스라도 직접 거주하는 집인지,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집인지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진다. 이번 개편이 ‘몇 채를 가졌느냐’보다 ‘어떻게 보유하고 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에서 가장 강조한 대상도 바로 비거주 1주택자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되,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는 부담을 높여 실수요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바꾸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반포부터는 '한 채면 괜찮다'는 공식이 흔들린다. 최근 전용 84㎡가 48억5000만~53억원에 거래되는 반포자이는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50억원 구간에 해당하는 대표 사례다. 이 가격대부터는 장기 실거주 1주택자도 보유세 증가를 피하기 어렵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시가 50억원(공시가격 35억원) 주택의 종합부동산세는 현행 453만9000원에서 2028년 개편 기준 978만5000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도 1354만8000원에서 1879만4000원으로 증가한다. 연간 약 525만원, 월평균으로는 약 44만원의 부담이 추가되는 셈이다.
같은 반포자이라도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 부담은 더 커진다. 비거주 1주택자의 보유세는 2871만5000원, 같은 가격대의 주택을 3채 보유한 경우에는 4664만7000원까지 늘어난다.
왕십리에서는 실거주 여부가 '혜택'이었다면, 반포부터는 실거주 여부가 '부담'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 '한 채만 갖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기존 수준의 세제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격대인 셈이다.
초고가 단지, '언제 팔 것인가'도 중요
서울 초고가 아파트 중 하나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는 이번 개편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가격대다. 최근 전용 84㎡가 7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이 단지는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70억원 구간에 해당한다.
보유세만 놓고 봐도 변화는 크다. 종합부동산세는 937만7000원에서 3295만7000원으로, 재산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2257만1000원에서 4615만1000원으로 증가한다. 월평균 보유세 부담도 약 188만원에서 385만원으로 커진다.
하지만 초고가 주택은 보유세보다 양도세 변화가 더 큰 변수다. 정부는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단계적으로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한다. 오래 보유한 사실보다 실제 거주기간을 중심으로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정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양도가액 75억원, 취득가액 25억원인 장기 실거주 1주택자의 양도세는 2027년 3억1600만원에서 2028년 9억2300만원, 2029년에는 13억7300만원으로 증가한다. 장기거주소득공제 한도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서 초고가 주택일수록 '얼마나 오래 보유했느냐'보다 '언제 매도하느냐'가 절세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된다.
정부 시뮬레이션을 서울 대표 아파트 가격대에 적용해 보면 이번 세제개편의 방향은 분명하다. 실거주 1주택자는 보호하고, 고가·비거주·다주택 보유에는 부담을 높여 실수요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 한 전문가는 "예전에는 집을 살 때 입지와 시세를 먼저 봤다면 앞으로는 세금까지 함께 계산하는 시대가 됐다"며 "특히 50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보유세뿐 아니라 매도 시점에 따른 양도세 부담까지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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