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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일반 루이 비통을 맛보다
루이 비통을 맛보다
2026.06.21 13:30
3분 소요
코스피 9000 돌파에 '빚투'도 달렸다…예탁금·신용융자↑

증권 일반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증시로 향하는 투자자 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나란히 증가한 반면 공매도 투자 여력을 보여주는 대차거래 잔고는 감소했다. 여기에 은행권 가계대출까지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증시 상승 기대감이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28조4086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현금성 자금으로 증시 대기자금 성격을 띤다. 지난 15일 120조5817억원에서 16일 124조5516억원, 17일 124조5324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18일에는 128조원을 넘어섰다. 이달 초 139조6948억원까지 증가했다가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코스피 강세와 함께 다시 반등했다.같은 기간 코스피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18일 장중 9106.07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9100선을 돌파했고, 종가도 9063.84를 기록하며 '코스피 9000 시대'를 열었다.'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증가했다. 지난 1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9797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달 29일(38조227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9275억원으로 기존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코스피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신용자금도 대형주 중심으로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반면 공매도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대차거래 잔고는 191조4990억원으로 3거래일 연속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하락에 베팅하기보다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증시 열기는 은행 대출 증가로도 이어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8일 기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646조19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241억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말만 해도 지난해 말 대비 5조8688억원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불과 두 달여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특히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08조3339억원으로 4월 말보다 약 4조원 늘었다. 개인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잔액도 39조6675억원에서 42조791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증시 호황에 따른 '빚투' 수요가 신용대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집값 상승과 주택 거래 회복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614조535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26.06.21 12:23

2분 소요
한여름 미술의 스펙트럼, 갤러리 508 'Summer Highlights'

산업 일반

갤러리 508은 오는 6월 27일부터 8월 26일까지 그룹전 'Summer Highlights'를 개최한다.이번 전시는 갤러리 508이 그동안 소개해 온 주요 작가들과 새롭게 선보이는 작가들을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자리다. 회화, 조각, 사진, 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각기 다른 시선과 조형 언어를 지닌 작품들을 선보인다.'Summer Highlights'는 특정한 주제나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동시대 미술의 다양한 흐름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여 작가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작업 방식을 바탕으로 각자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이번 전시는 이들의 개별적인 목소리가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을 제안한다.전시에는 박신영, 배준성, 장민승, 김수수를 비롯해 일본의 유타카 하시모토, 루루, 히메, 미후오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레이노, 독일의 슈테판 발켄홀, 이탈리아의 미켈레 데 루키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참여 작가들의 작품은 재료와 형식, 표현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시선과 감각이라는 공통된 지점에서 만난다. 회화적 실험과 조형적 탐구, 일상에 대한 관찰, 물질과 공간에 대한 사유는 전시를 구성하는 주요 축을 이루며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갤러리 508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주목하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의 확장성과 다양성을 조명한다. 서로 다른 배경과 작업 방식을 지닌 작가들은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기보다 각자의 고유한 영역을 유지한 채 공존하며, 그 과정에서 풍부한 예술적 대화를 만들어낸다.미술계 관계자는 "최근 갤러리들은 특정 주제 중심의 기획전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작업 세계를 가진 작가들을 한 공간에 소개하며 동시대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국내외 작가들의 개별적인 시선과 조형 언어를 통해 현재 미술계의 폭넓은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6.21 10:34

2분 소요
‘스타벅스’와 ‘에릭 슈밋’에게 없었던 단 하나 [허태윤의 브랜드스토리]

전문가 칼럼

5월 15일,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졸업식. 사막의 햇살 아래 검은 가운을 걸친 졸업생 수천명이 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묘한 세대다. 챗지피티(GPT)가 세상에 나오기 직전에 입학해, 졸업하는 그 순간 같은 기술에 일자리를 빼앗기는 첫 세대. 4년을 준비한 자리가 입사도 하기 전에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며 사회로 나선다.그 앞에 선 연사가 하필 에릭 슈밋이었다. 구글을 십 년간 이끌고 '인공지능(AI) 시대의 설계자'로 불리는 일흔한 살의 거부(巨富). 그는 청년 시절을 회고하다 인공지능으로 화제를 옮겼다. 일자리가 증발하고 기후가 무너진다는 너희의 두려움은 '합리적'이지만, 그 흐름에 올라타 미래를 '함께 빚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된다고.객석이 술렁였다. 야유가 터졌다. 슈밋은 멈칫하며 한발 물러섰다. "여러분이 무엇을 느끼는지 압니다. 두려움이 있다는 걸" 정확한 진단이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것을 빚는 건 여러분 차례입니다" 야유는 바로 그 대목에서 가장 거세졌다.사흘 뒤, 서울. 스타벅스 코리아가 마케팅 판촉행사를 앱에 띄웠다. 5월 18일의 그 이름은 '탱크데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나란히 걸렸다. 광주의 거리를 짓밟던 계엄군의 탱크, 그리고 1987년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두 기억이 한 문장 안에서 동시에 깨어났다. 40년이 지나도 그 5월은 많은 이에게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시간이다. 그룹의 회장은 두번에 걸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충성 고객이 등을 돌렸고, 영문도 모른 채 매장을 지키던 일선 직원들은 자신의 일자리를 한순간에 부정해야 했다.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서 해당 기업을 비난하며 관련자들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광고문구 하나로 인해 우리나라 마케팅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한쪽은 못 봤고, 한쪽은 덮었다두 사건은 같은 듯 다르다. 스타벅스는 아예 보지 못했다. 전국민을 고객으로 둔 브랜드가 국민 정서에 정면으로 맞설 이유는 없으니, 고의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서늘하다. 악의 한 점 없이도 일이 이렇게 커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오늘의 마케팅 환경이 부른 사고에 가깝다. 카피는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몇 초 만에 수십 개가 쏟아지고, 콘텐츠는 더 빨리 더 많이 세상에 나간다. 문제의 그 문구도 사람이 처음부터 쓴 것이 아니라 AI가 뽑은 여러 안 가운데 하나였다. 검토할 양은 폭증하는데, 그 말이 누구의 어떤 기억을 건드릴지 헤아릴 시간은 줄어든다. 기획부터 결재까지 네다섯 단계를 거쳤지만, 그 시스템과 피드백 루프 어디에도 '그 말을 받는 사람'을 대신할 한 사람이 없었다.슈밋은 반대다. 그는 두려움을 보았고 정확히 입에 올렸다. 다만 곧장 자기 낙관으로 덮었을 뿐이다. 왜 그랬을까. 그 두려움을 끝까지 인정하는 순간, 그는 자기 일생의 작품을 부정해야 한다. 'AI 설계자'라는 자리가 그를 묶은 것이다. 화자가 자기 입장에 갇히면, 듣는 사람의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과 그 감정을 함께 느끼는 일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장소는 달라도 결론은 하나다. 한쪽은 시스템이, 다른 한쪽은 사람이 '받는 사람'의 자리를 비워뒀다.왜 똑똑한 조직과 노련한 리더가 이런 실수를 반복할까.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의 니컬러스 에플리 교수가 단서를 준다. 스물다섯 차례의 실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뜻밖이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는 오랜 조언은 우리 기대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것. 남의 신발을 신은 척 상상하는 순간, 사람은 결국 자기 머릿속을 들여다볼 뿐이기 때문이다. 정확도를 높이는 길은 따로 있었다. 짐작하는 대신, 직접 묻고 듣는 것이다.함정은 자신감이다. 자기 짐작을 믿을수록 굳이 묻지 않는데, 그 자신감은 정확도와 아무 상관이 없다. 지위가 높고 경험이 많을수록 덫은 깊어진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곧 세상이 보는 것이라 여기고, 시간에 쫓길수록 더 그렇게 판단한다. 무대 위의 화자와 결재선 맨 위의 경영자가 가장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감이 빠진 자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았다면, 공감이 자리를 지킬 때를 볼 차례다. 2020년 5월, 팬데믹으로 매출의 80%가 사라진 에어비앤비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직원 넷 중 하나, 1900명을 내보내야 했다. 슈밋의 청중이 두려워하던 바로 그 일을 그는 실제로 통보해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다. 3000 단어가 넘는 그의 편지는 회사가 어쩌다 여기에 이르렀는지 숨김없이 설명했고, 결정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으며, 넉넉한 퇴직금과 1년 치 건강보험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떠나는 이들이 새 일자리를 찾도록, 채용 담당자들이 열람할 '인재 명단'까지 만들었다. 해고된 직원들이 도리어 회사를 '가족'이라 불렀다. 똑같이 일자리를 말했는데, 한쪽은 야유를, 다른 한쪽은 감사를 받았다. 메시지가 아니라, 받는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먼저 헤아렸느냐의 차이였다. 바로 공감능력이다.다행히 공감은 타고나는 감수성이 아니라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가 공감을 '성공의 선행지표'라 부르며 개인의 천성이 아닌 조직의 규칙으로 옮겨 놓은 것도 그래서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메시지를 내보내기 전, 그 방 안에 받는 사람을 대신할 한 사람을 일부러 앉히는 것이다. "이 말이 누구를 다치게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반대 역할을 정해 두고, 표적이 될 사람들에게 실제로 한번 들려본다. 결재 단계를 늘리라는 말이 아니다. 탱크데이의 결재선은 이미 다섯 단계였다. 단계마다 빠져 있던 건 받는 사람의 의자 하나였다.두 사건이 가리키는 곳은 결국 하나다. 수용자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공감의 부재. 사고를 키운 건 AI도, 길어진 결재선도 아니다. 그 속도와 규모를 사람의 공감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답도 두 겹이다. 공감을 시스템에 박아 넣는 동시에, 사람 안에 길러야 한다. 그리고 그 부재가 가장 위험해지는 자리가 바로 무대 위, 결재선 맨 위, 마이크 앞이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자기 말이 곧 모두의 생각이라 믿기 쉽고, 그래서 듣는 사람의 자리를 가장 먼저 잊는다. 공감은 마케팅의 기술이기 이전에, 설득이라는 행위 전부의 토대다.브랜드가 세상에 내보내는 모든 메시지에는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있다. 실패는 대개 보내는 쪽이 받는 쪽의 자리에 한 번도 앉아 보지 않을 때 일어난다. 다음 캠페인을, 다음 사과문을, 다음 축사를 내놓기 전에 던질 질문은 그래서 단순하다. 이 자리에,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의 마음은 함께 앉아 있는가.

2026.06.21 10:00

5분 소요
'삼전·하이닉스 취업 보장'의 힘…반도체 계약학과, 서울대 자연계 추월

정책이슈

반도체 산업 호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학년도 정시에서는 이들 계약학과의 합격선이 서울대 자연계열을 넘어섰고, 일부 학과는 지방 의대보다도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7학년도 입시에서는 의대와 반도체 계약학과, 서울대 자연계열을 둘러싼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선택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21일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개된 2026학년도 정시 최종 등록자 상위 70% 컷(국어·수학·탐구 백분위 평균)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운영하는 반도체 계약학과 5곳의 평균 합격 점수는 96.2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대 자연계 일반학과 평균인 95.8점을 0.4점 웃도는 수준이다.현재 SK하이닉스와 계약을 맺은 학과는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등 3곳이며,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운영하고 있다.대학별로는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가 백분위 9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고려대 반도체공학과(97점),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96점),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각 95점) 순이었다. 기업별 평균으로도 SK하이닉스 계약학과는 96.7점으로 삼성전자 계약학과(95.5점)보다 1.2점 높게 나타났다.의대와의 격차도 크지 않았다. 전국 38개 의대의 정시 합격 점수는 경인권 99.0점, 서울권 98.8점, 지방권 97.2점으로 집계됐다.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지방권 의대 평균보다 0.8점 높았고, 다른 계약학과 역시 지방 의대와의 차이가 최대 2점 안팎에 불과해 최상위권 학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모습이다.반도체 계약학과의 강세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등록금을 지원하고 산업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데다 졸업 후 채용까지 보장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과 성과급을 기록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선호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2026.06.21 09:56

2분 소요
넷플릭스도 쇼핑도 음악도 올랐다 ‘구독료 폭탄’에 닫히는 지갑

IT 일반

매달 말일이 다가오면 직장인 김성우(가명·32) 씨의 스마트폰은 연이어 울리는 결제 알림음으로 분주하다. ▲글로벌 OTT 플랫폼 1만7000원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1만4900원 ▲이커머스 멤버십 7890원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만원까지. 매달 통장에서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구독료만 합쳐도 이미 5만원을 훌쩍 넘어선다.최근 고물가 기조 속에서 플랫폼 기업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자 김 씨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커피 몇잔 안 마시면 된다고 스스로 위안 삼았는데, 모든 플랫폼이 동시다발적으로 가격을 올리니 이제는 고정비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그렇다고 퇴근 후 유일한 취미인 영상 시청과 음악 감상을 단칼에 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물가 상승과 구독 서비스의 가격 인상이 맞물린 이른바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이 한국 사회에서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구독 피로감’은 극에 달했지만, 이미 일상 깊숙이 자리 잡은 서비스를 완전히 해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무조건적인 이탈 대신 비용을 최적화하는 ‘우회 생존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기업들 역시 이탈률을 낮추기 위해 다변화된 요금제 카드를 꺼내 들며 시장의 역학 관계가 급변하고 있다.끊을 수 없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독 경제는 소비자에게 ‘합리적 소비’의 대명사로 통했다. 적은 비용으로 무제한에 가까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가입자 유치 경쟁이 끝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플랫폼 기업들은 일제히 수익성 개선을 이유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실제로 국내외 주요 OTT 플랫폼은 물론 ▲쇼핑 멤버십 ▲음원 ▲AI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불과 1~2년 사이에 서비스별로 최소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물가도 오르는데 디지털 세상에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돈이 너무 많다’는 탄식이 나온다.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에 고착되는 ‘락인 효과’(Lock-in effect)를 노린 플랫폼 기업들의 전형적인 가격 정책이라고 분석한다. 한 번 구축된 디지털 소비 습관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 저항선을 시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임계점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과거의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에 직면했을 때 ‘해지’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주로 했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훨씬 영리하고 능동적이다. 서비스를 유지하면서도 지출을 최소화하는 다변화된 생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OTT 구독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광고형 요금제(AVOD)의 약진이다. 콘텐츠 시작 전후나 중간에 광고를 보는 대신 기존 요금의 절반 수준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돈을 내고도 광고를 봐야 하느냐’는 거부감이 컸지만,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소비자들은 빠르게 실리를 택했다. 고화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월 지출을 매장 커피 한 잔 값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실속파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플랫폼들이 동거 가족이 아닌 제3자와의 계정 공유를 제한하기 시작하자, 소비자들은 또 다른 우회로를 찾았다. OTT 공유 전문 플랫폼을 이용해 1인당 분담금을 낮추거나,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물가가 저렴한 다른 국가의 계정으로 우회 결제하는 이른바 ‘디지털 망명’이 여전히 성행 중이다. 통신사 제휴할인이나 신용카드 캐시백 혜택을 꼼꼼히 비교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구독 재테크’ 커뮤니티도 활성화되고 있다.특정 인기 콘텐츠가 공개될 때만 반짝 가입했다가 한 달 만에 해지하는 ‘구독 메뚜기족’도 급증했다. 예컨대 화제의 드라마 시리즈가 방영되는 달에만 결제해 모든 에피소드를 몰아본 뒤 곧바로 해지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일시정지’ 기능을 적극 활용해, 바쁜 시험 기간이나 출장 기간에는 구독을 잠시 멈춰 불필요한 고정비 지출을 막는 이들도 늘었다. 잡은 고기 놓칠라…기업들의 다변화된 락인 전략소비자들의 이 같은 방어적 우회 전략은 기업들에게 위기이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무조건적인 가격 인상이 대규모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직시한 플랫폼 기업들은 고객을 묶어두기 위한 유연하고 촘촘한 가격 가이드라인을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우선 요금제를 점차 세분화하고 있다. 아울러 ▲통신 ▲쇼핑 ▲금융 등 타 산업군과의 묶음 혜택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경쟁사끼리 손을 잡는 모습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플랫폼을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결합 요금제가 출시된 것이 대표적이다. 3개 플랫폼의 스탠다드 상품을 묶은 요금제는 월 2만1500원으로, 각 서비스를 개별로 구독할 때보다 최대 37% 저렴하다.넷플릭스는 네이버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월 4900원에 추가금 없이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넷플릭스 광고 요금제의 개별 구독료인 7000원보다 저렴하며, 네이버 쇼핑 최대 5% 적립을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웨이브는 음악 플랫폼 멜론(Melon)과 손잡고 음악과 영상을 모두 제공하는 ‘멜론X웨이브 플레이 패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웨이브 ‘광고형 스탠다드(월 5500원)’와 멜론의 ‘모바일 스트리밍클럽(월 7590원)’이 결합된 상품이다. 개별 이용 시 합산 금액인 1만3090원보다 약 31% 저렴한 9000원에 두 서비스를 모두 즐길 수 있다.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단일 프리미엄 요금제를 고수해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을 올리는 것이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완전히 변했다”며 “소비자가 아예 플랫폼을 이탈하는 것보다 광고를 보거나 하위 요금제를 쓰더라도 서비스 생태계 내에 머물게 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기반이 유지돼야 광고 단가가 올라가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은 극심한 불황기 속에서 지출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특히 구독 서비스는 고정 지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가계부를 정리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항목이다. 앞으로는 소비자에게 세분화된 선택권을 부여하고 심리적 저항선을 넘지 않는 유연한 요금제를 설계하는 기업만이 장기적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결국 구독플레이션 시대의 최종 승자는 소비자의 지갑 사정을 면밀히 살피면서도, 그들이 플랫폼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촘촘한 ‘그물망 요금제’를 완성하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끊기는 아깝고 매달 내기는 부담스러운 구독 서비스의 홍수 속에서, 소비자의 지출 방어와 기업의 수익성 확보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2026.06.21 09:00

5분 소요
엄마의 죽음을 한 달간 숨기다...아들이 지키고 싶었던 진실은 [새로나온 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작품 ‘라쇼몽’(1950년)은 한 남자의 죽음이 관련자들의 주관적인 시점과 생각에 따라 전혀 다른 사건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누구의 말도 완전한 거짓이 아니기에, 누구의 말이 온전한 진실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국 문학계에 ‘팩션’(팩트와 픽션의 합성어)이라는 장르를 대중화한 작가 이정명의 신작 장편소설 ‘표류 소년’을 읽다 보면 라쇼몽이 떠오르게 된다. 남편을 사별한 중학생을 둔 어머니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있다. 그런데 중학생 소년은 그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한 달 남짓 엄마의 곁을 지킨다. 어머니의 자살처럼 보이던 이 죽음이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증언이 나올수록 미궁에 빠진다. 아니 ‘자살을 한 것인가’ ‘타살인가’ 등 죽음에 대한 의문이 계속 커져간다. 그 중심에는 어머니의 시신과 한 달 남짓 같이 지낸 중학생 아들이 있다. 자살이라고 생각했던 독자의 안일한 판단은 몇 페이지만 읽어도 책을 덮기 어려운 속도감에 매료된다. 한 어머니의 죽음이 단지 우울증이 아니라는 것을 주변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느끼게 된다. 단문 위주의 작품은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속도감 있게 다양한 캐릭터들의 시선으로 본 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변주한다. 그 사연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추리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한 어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캐릭터들의 증언은 한국 교육계의 문제점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모자 가정 등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이정명 작가는 한국형 팩션의 지평을 넓혀온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가독성과 끝까지 늦춰지지 않는 긴장은 그대로다. 매섭게 몰아치는 전개가 독자를 단숨에 결말까지 끌고 가지만, 책을 덮은 뒤 오래 남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질문이다. 소년이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냐를 독자들은 느끼게 될 것이다. 지적 대화를 위한 AI 언어 수업 AI 시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한다면 그 이유는 기술이 아닌 ‘언어’에 있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언어학자인 강수진 박사는 이 책에서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이 프롬프트 기술이 아닌 ‘대화 능력’에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는 프롬프트를 단순한 명령어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관계를 맺는 대화의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언어학의 개념을 통해 AI와의 상호작용 방식을 풀어낸다. 이솝의 투자 수업 이솝우화를 통해 현대 투자 시장을 바라보는 책이다. 시장의 복잡한 흐름보다 그 이면에 있는 인간의 감정과 심리를 강조한다. 우화 속 동물들은 손실을 합리화하거나 자만하고 군중을 따르는 투자자의 모습을 그대로 비추며, 투자 실패의 원인이 정보 부족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데 있음을 일깨운다. 저자는 금융시장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중앙일보 기자 출신으로 은퇴 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케어리스 피플7년 동안 페이스북(현 메타) 에서 공공정책 담당 이사로 일했던 저자의 내부 고발서다. 뉴질랜드 출신의 변호사인 저자는 ‘세상을 구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와 페이스북이 지향하는 세계와의 연결에 매료되어 입사했지만 결국 ‘어둠과 후회로 끝났다’면서 퇴사를 했다. 저자는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내부 통제를 약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출간 이후 페이스북과 지리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2026.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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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차단 대신 AI 활용”…한국은행의 소버린 AI ‘보키’

은행

금융당국의 은행권 ‘망분리’ 규제 완화 신호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안 능력 강화 현실화가 다가온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AI 애플리케이션 ‘보키’(BOKI·Bank Of Korea Intelligence)에 주목하고 있다.보키는 한은과 네이버가 공동으로 개발한 자체 소버린 AI다. 지난 1월 공개한 보키는 네이버가 클라우드 인프라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제공하고 한은이 금융·경제에 특화된 AI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개발했다. 세계 중앙은행 중 자체 AI 모델을 개발해 사용한 첫 사례다.보키의 특징은 외부 인터넷이나 상용 생성형 AI가 아니라 한은 내부망에서만 운영되는 전용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보키는 전용 AI 구축을 통해 망분리와 보안 체계 개편이라는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구현한 프로젝트였다. 금융 경제 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사람의 힘만으로 따라잡기에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내부 보고서나 규정을 쉽게 찾고 정리하는 작업 ▲영문 보고서의 빠른 요약과 번역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의 신속한 검색 등 업무에 효율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AI 인프라 도입으로 연결됐다. 망분리를 유지하면서 AI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박정필 한국은행 디지털혁신실장은 보키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단순히 AI를 도입한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 업무에 필요한 요건을 반영해 민관이 함께 설계한 결과물”이라며 “한은이 보유한 금융·경제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중앙은행은 외부 클라우드 사용이 제한되고, 내부 데이터의 완전한 통제가 필수적인 조직”이라며 “한국은행은 내부망에 AI 인프라를 구축하되 운영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리형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보키(BOKI)의 5대 핵심 기능으로는 ▲다양한 한은 조사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질문에 답변 제공 ▲한은 내부 규정과 지침 자료를 바탕으로 정확한 근거와 함께 맞춤형 답변을 지원 ▲사용자가 직접 업로드한 문서를 분석하여 질의응답과 요약 ▲자연어를 활용해 한국은행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 탐색 및 분석을 돕는다 ▲문서 양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있다. 한국은행은 이 다섯 가지 기능을 시작으로 향후 부서별·업무별 특화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그렇다고 한은이 망분리를 통한 보안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AI 도입과 망분리 개선에도 나섰다. 물리적 망 분리는 외부 공격을 차단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만, 클라우드·AI 시대에는 업무 효율성과 데이터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국가망 보안체계에 따라 데이터를 중요도로 분류하고 보안 통제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를 설계했다. 53개 부서, 1539개 단위 업무와 수만개에 이르는 데이터 항목을 전수 분류했다. 주요 정보 시스템 29개에 대해서는 정밀한 보안 설계를 진행했다.오진석 한국은행 IT전략국장은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같은 최신 IT 기술 도입이 필수적인 업무 환경으로 변했다”며 “이 과정에서 기존의 ‘획일적인 차단 방식’은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고, 재택근무나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 제약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2026.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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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는 목표, 핵무기는 현실”…한미 안보전략 재정비할 때다 [ESF2026]

국제 이슈

“북한 비핵화는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미국 본토를 겨냥할 미사일 능력을 갖췄다는 현실도 외면해선 안 된다.”렉슨 류 더아시아그룹(TAG) 사장(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확산담당관)은 지난 6월 17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7회 이데일리 전략포럼’(ESF2026) 둘째 날 특별대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북한 비핵화 원칙은 유지하되, 달라진 안보 환경에 맞춰 억제 전략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류 사장과의 대담에는 안호영 전 주미대사가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은 북한 핵 문제와 한미동맹의 미래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는 가운데 한미가 어떤 방식으로 동맹의 실효성을 높일 것인지가 대담의 핵심 화두였다.류 사장은 최근 워싱턴의 변화를 먼저 짚었다. 그는 “미국의 대외정책과 안보정책, 동맹을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한국도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정확히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맹의 변화 자체를 우려하기보다 미국이 어떤 국익과 전략 아래 움직이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취지였다.대담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북한 핵 문제로 연결됐다. 류 사장은 “북한이 지난 수년간 보여준 변화가 비핵화 목표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북한은 이미 핵무기뿐 아니라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 현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국민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 원칙과 핵보유 현실을 동시에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안 전 대사는 북한의 군사력 외에도 체제의 취약성 또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폐가치 하락과 식량·에너지·의약품 가격 상승 등 경제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국제적 존재감을 높이려 하고 있지만, 경제와 민생 측면에서는 여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평가했다.두 사람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이 곧 ‘위협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체제가 불안정할수록 군사적 모험주의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류 사장은 “불안정성과 군사력이 결합될 때 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대담의 또 다른 축은 한미 확장억제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면서 미국의 핵우산이 실제 위기 상황에서 작동할지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류 사장은 확장억제를 한국만의 안보 문제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본토와 역내 미군, 동맹 전체에 대한 위협”이라며 “한미 공동의 전략적 이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미국 내에서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안 전 대사는 한미 핵협의그룹(NCG)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NCG를 최소한 나토 수준의 핵협의 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정례 훈련까지 이뤄져야 한국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양측은 변화한 안보 환경에 맞춰 한미동맹과 확장억제 체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중지를 모았다. 류 사장은 “목표와 현실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2026.06.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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