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46명 중 외국인 노동자 35명
고충처리위원 선임·제안제도 영한 병기
2024년 20%였던 이직률, 2025년 10%로
[이코노미스트 김정민 경제전문기자]직원 46명 가운데 35명이 외국인인 경기 광주시의 베이커리 제조업체 본비반트. 생산 현장의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가 맡고 있었지만, 정작 회사의 노사협의회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어려웠다.
높은 언어 장벽이 발목을 잡았을 뿐 아니라 내국인 중심으로 운영된 협의 구조 탓에 현장의 불편과 제안이 공식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통로가 부족했다.
회사는 일터혁신 상생컨설팅을 계기로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한 생산인력이 아닌 노사협의의 주체로 참여시키기 시작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충처리위원으로 선임하고, 고충처리제도와 제안제도를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운영했다.
현장 의견을 듣는 방식도 바꿨다. 언어 장벽을 고려해 인터뷰 질문지를 미리 배포하고, 대표이사가 직접 통역에 참여해 외국인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회사 운영에 대한 외국인 노동자의 의견이 공식 절차를 거쳐 전달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변화 이후 본비반트의 이직률은 2024년 20%에서 2025년 1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78억8100만원에서 85억8000만원으로 약 8.9% 증가했다.
김보라 본비반트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가 단순한 생산인력이 아니라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며 “소통이 원활해지면서 신규 인력의 조직 적응과 현장 운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본비반트의 사례는 16일 서울시어울림플라자에서 열린 ‘2026년 제4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에서 소개됐다. 노사발전재단이 ‘구성원이 함께 만드는 변화하는 일터혁신’을 주제로 개최한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수행한 일터혁신 상생컨설팅 사례가 발표됐다.
최근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들을 조직 운영과 노사협의 과정에 어떻게 참여시킬지가 기업의 새로운 인사·노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작업 지시를 다국어로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고충처리와 제안,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전 직원이 직군별 평가·보상체계 설계에 참여한 인천 부평구 노바쎄미의 사례도 발표됐다. 노바쎄미는 일부 관리자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정하는 대신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직군별 평가와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노바쎄미의 매출은 2024년 126억원에서 2025년 155억원으로 23% 증가했다. 직원들의 임금 만족도도 같은 기간 2.57점에서 2.79점으로 7.8% 상승했다. 다만 보도자료에는 만족도 조사의 척도와 응답 인원, 구체적인 조사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다.
두 기업의 사례는 인사·노무제도를 외부 전문가나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설계하기보다 실제 적용 대상인 노동자가 참여할 때 현장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이들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하고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인력 유지와 조직 운영의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두 회사의 매출 증가와 이직률·만족도 개선을 컨설팅의 직접적인 성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수주와 생산량, 인력 구성, 임금 변화 등 경영지표에 영향을 준 다른 요인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종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은 “일터혁신은 일부 관리자나 전문가의 주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비롯한 다양한 구성원이 직접 참여할 때 현장에 효과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며 “모든 노동자가 일터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노사발전재단은 16일 6일 서울시어울림플라자에서 ‘2026년 제4차 일터혁신 사례공유 포럼’을 열고 일터혁신 상생 사례를 공유했다. (사진=노사발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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