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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전쟁과 중국의 급부상 [스페셜리스트 뷰]

국제 경제

최근 국제금융시장은 트럼프발 관세 불안이 소멸된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신흥국 증시가 상호관세 부과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특히 미국 증시는 보란 듯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패권국가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당초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 유화책을 쓰지 않고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등 맞불 작전으로 치킨게임 양상을 보인 바 있다. 이후 미-중은 제네바(5.11일)와 런던 협상(6.10)을 통해 상호 관세를 115%포인트(p) 인하하고 반도체와 희토류 수출 규제도 완화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미-중 양국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처럼 희토류,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힘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가 결국 중국 견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들어 국제 정부 회의에서 미국만 발언하고 그 발언 내용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우리 당국자의 언급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세계는 미국을 다시 본다최근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전쟁은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는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리딩국가 미국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미국의 여론 조사기관 Morning Consult의 2025년 6월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44개 국가 중 38개국에서 미국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하락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34개국에서 중국의 호감도는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이다.이러한 정서 변화가 반영된 조사 결과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덴마크 DPI(Democracy Perception Index)가 96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76개국(약 79%)이 미국보다 중국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로 인해 반중 감정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인 셈이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국 등 여타국과 갈등도 마다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환된데 따른 일종의 부작용이다. 이러한 반미 감정은 특히 네덜란드·독일·캐나다·프랑스 등 전통적 미국 우방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정책 외에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분담금 압박, 글로벌 기후협약 탈퇴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일본도 관세 협상의 대가로 제시한 5500억달러 투자와 관련해 불공정성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인질 교환 협정 등으로 마무리 되고 있는 것 같은 상환인데 중국이 뜻밖에 큰 혜택을 보고 있다. 아랍 바로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선호도가 크게 하락한 반면 중국의 선호도는 상승했다. 그 결과 미-중간 선호도 격차는 2배로 확대됐다.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수니파 등 종파를 불문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을 동일시하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중동에 대한 원유 수입 확대, 인프라 투자 등 경제 협력 증가가 호감도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FT)는 트럼프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인도, 대만 등 중국 주변국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 부과(인도 25%, 대만 20%) 등 자국 이익을 위해 거침없는 행보를 지속하면서 미국의 미래를 위협하고 중국에는 유리한 선물을 준다고 분석했다. 가장 주목할 국가는 인도다. 인도는 최근 미국과 관세 및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으로 외교의 무게 중심이 쏠리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과의 관세 갈등 이후 트럼프의 전화를 4차례나 거부한 반면 지난 9월 중국 주도의 상해협력기구(SOC)에는 7년 만에 참석했다. 참고로 인도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장기간 중국과의 갈등을 지속하면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핵심 카드로 인식돼 왔다. 앞서 언급한 최근의 글로벌 정세 변화는 기존 미국 중심 국제질서의 균열 신호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부상하는 글로벌 사우스, 중국의 새로운 무대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는 인도·브라질·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 세계 약 120여 개 개발도상국을 아우르며 전세계 인구의 85%, 국내총생산(GDP)의 40%, 외국인직접투자 유입의 65%를 차지하는 거대한 지역 경제 블록이다. 이들 국가는 지정학적으로는 분산돼 있으나, 경제 개발이라는 공동 목표, 탈서방 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인식을 일정 수준 공유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글로벌 사우스를 전략적 우군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속해 있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 국가(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는 기존 5개국에서 인도네시아·이란·이집트·아랍에미리트(UAE)·에티오피아 등을 포함한 10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들 BRICS의 GDP는 PPP(구매력평가) 기준 82조달러로 선진국 G7 GDP의 합계 59조달러를 크게 상회한다. 아울러 중동에서도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원유의 안정적 확보와 일대일로(중국의 新실크로드 전략) 해상 루트 구축을 목적으로 사우디·UAE·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위안화 결제 협정, 네옴시티 투자, 이란과의 중재 외교 등은 미국의 공백을 메우는 중국의 행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이 셰일오일 덕에 중동에 대한 관심을 줄인 사이, 중국은 조용히 판을 뒤집고 있는 셈이다.아프리카에서는 미-중의 영향력 격차가 더욱 분명해지면서 이미 ‘중국의 뒷마당’이 됐다. 중국의 대 아프리카 FDI(외국인직접투자)는 미국의 35배, 무역 규모는 4배 수준이다. 특히 중국은 갈륨 등 희귀광물의 주요 생산국으로서 자원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와 장기적 협약을 맺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전략원자재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큰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06년부터 아프리카 각국과 3년마다 정상급 회담을 정례화하여 정치·외교·경제 전반에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는데 이는 1973년 마오쩌둥이 아프리카 등을 제3세계로 강조하면서 시작된 외교 전략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이러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연대는 중국에게 있어 미국의 대중 견제를 완충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향후 국제기구 개편, 무역결제 체계 전환 등에서도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브릭스 등 신흥국과의 경제협력을 넘어서 금융 및 공동결제 시스템 구축 등 자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 마저 주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국, 커진 위상과 함께 높아지는 경계감이처럼 중국의 외연은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에 힘입어 확대되고 있지만, 그림자도 길어지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 내에서도 중국의 팽창주의적 행보, 불투명한 정책 결정구조, 그리고 국가자본주의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미국은 이러한 국제 정서를 활용해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핵심 소재 등 전략물자에서 탈중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의 과도한 국유기업 보조금과 시장개방의 비대칭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반보조금 조사, 공급망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해 대응 중이다. 특히, 미국발 관세 풍선효과로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증가하면서 EU의 경계감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생산의 메카이자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의 경우 중국산 전기차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또 중국과 협력하고 있는 일부 개도국들조차 채무의존·기술 이전 미흡·환경 파괴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참여국 중 일부는 과도한 부채를 떠안게 되었으며, 자국 경제주권이 위협받는다고 인식하는 중이다. 참고로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대출금리는 최대 9%에 달하며 만기 또한 4~5년에 그치는 등 원조가 아닌 상업적 성격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 더욱이 일대일로 대출국들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등급 자체가 없어 부실 위험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남중국해·대만 문제·국경 분쟁 등 중국의 강경 외교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필리핀·베트남·인도 등은 지정학적 압박을 받는 동시에,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고 역대급 밀월 관계인 중국과 러시아도 실상은 균열 여지가 상당하다. ▲우수리강 국경분쟁 충돌(1969년) 경험 ▲러시아의 과도한 중국경제 의존에 대한 경계감 ▲러시아-북한과의 관계 개선 등 중-러간 내재 불안요인이 최근 트럼프의 친러시아 정책과 맞물려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늘방석 위에 실리외교: 한국의 갈 길은미-중 사이에 낀 한국의 외교 무대는 바늘방석이다. 중장기적으로 미-중 패권 전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미중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복잡성을 인식해 보다 정교한 대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 2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하에 인도·EU 등 여타 국가의 실익 추구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과 사이가 나쁜 인도의 경우, 미국 주도의 쿼드(QUAD)에 참여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 확보를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중국 중심의 브릭스 및 상하이협력기구(SCO)에도 적극 참여(2025년 9월)하고 중국과의 항공편을 5년 만에 재개키로 합의(2025년 10월)하는 등 극명한 이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 유럽의 경우 EU 집행위원회가 중국과 갈등하는 반면 주력 회원국인 독일·프랑스는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미-중사이에서 실익을 추구하는 신중립국이 최소 100여개로 아시아·중동 및 남미에 집중되고 있으며 이들 국가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는 등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갖고 실익을 추구하면서 다극체제 전환에 대응해 다자외교체제 참여, 중견국 협의체 주도, 국제기구에서의 역할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전략적 외교지평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대미투자 3500억달러의 현금 투자 요구와 조지아주 근로자 구금 사태 등에 대한 국내 불만을 미국 언론에 적극 알려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필요가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 경제적 효과가 큰 중국인 관광객의 단체 방문 재개에 맞춰 진행되는 반중 시위는 정치·경제적 측면 모두 실익이 거의 없어 보인다.마지막으로 외교적 협상력 제고와 실익 확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 및 기술자립도를 제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탄소중립·디지털 전환·생명과학 등 미래 핵심 산업에서의 기술우위를 기반으로 국제표준도 주도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필자는_1997년 북경 대외경제무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며 중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경제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금융 구조 변화를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저서 <중국 경제와 금융의 변화 그리고 시사점>을 통해 깊이 있는 분석을 제시했다. 2006년부터는 국제금융센터에서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의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동향을 연구해 왔으며, 현재는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 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5.10.26 09:00

7분 소요
분절된 세계 속 한국, ‘브리지 외교’ 시험대에 오른다 [스페셜리스트뷰]

국제 이슈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관세 장벽이 되살아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분절화되는 시대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열린 지역주의라는 APEC의 원래 철학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시험하는 무대다. 미국은 올해 들어 중국산 전자·반도체·배터리 제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며 새로운 보호무역 전쟁을 촉발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경제 안보의 무기로 맞서고 있다. 글로벌 무역의 48%,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2%를 차지하는 APEC의 위상은 역설적으로 강화됐다. 바로 신냉전적 분절화 속에서 협력의 잔존 무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게 이번 APEC 개최는 20년 만의 복귀이자, 중견국의 재정의라는 도전이다. 미·중 사이에서 중재자이자 규범 제안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 행사가 단발성 외교 이벤트를 넘어 새로운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균열된 세계 속 새로운 시험대세계는 다시 균열을 넓히고 있다. 백악관의 메시지는 강경과 회유 사이를 오가지만, 신호는 분명하다. 안보가 효율을 대체했고, 관세와 수출통제는 상시화됐다.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는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정점인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참석을 예고했다. 기술 네트워크의 중력은 경주로 쏠리고, 그 무대의 사회자는 한국이 될 공산이 크다. 무대 뒤편에서도 물밑은 분주하다. 한–미 통상 패키지는 정상회의 즈음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를 냈다. 한국이 브리지의 실물을 보여줄 기회다. 관건은 대타협의 문구가 아니라 집행의 설계다.오늘날의 무역질서는 APEC이 출범하던 1989년과 전혀 다르다. 미국은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관세를 다시 외교의 무기로 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를 재개하면서, 동맹국의 디지털 무역 우위에 대해서도 차별적 과세를 시사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희토류·흑연 등 전략 광물의 수출허가제를 강화하며, 공급망을 통한 반격에 나섰다. 유럽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은 Foreign Pollution Fee Act를 추진하며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고 있다. 즉, 효율성(efficiency)보다 안보(security)가 무역질서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중국이 희토류·전략광물의 수출허가제를 전격 강화하자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함께 끌어내리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재료들은 반도체·전기차·군사용 산업의 필수 인풋이다. 공급망 통제는 기술우위 경쟁과 직결된다. 이런 맥락에서는 APEC 정상회의가 기술·자원 규범을 설정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단지 관세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무역·투자가 이뤄져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규칙을 논의하는 장으로 변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1 또는 중국+N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생산거점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분산되고 있으며, 한국은 이 변화의 허브 후보지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정밀기계 등 한국의 산업기반은 미·중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필수적인 교차점에 위치한다. 결국, 경주의 APEC은 지정학적 분절 속에서 다자협력의 현실적 해법을 시험받는 회의가 될 것이다. 전환기의 APEC 의제2025년 경주 APEC은 푸트라자야 비전 2040(Putrajaya Vision 2040)의 3대 축인 무역·투자 자유화, 혁신·디지털 전환, 포용·지속가능성을 이어받는다.2024년 페루 회의가 내세운 구호 ‘임파워·인클루드·그로우(Empower. Include. Grow)’ 는 한국의 주제인 ‘커넥트·이노베이트·프로스퍼(Connect. Innovate. Prosper)’ 로 계승된다. 그러나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시대적 긴장은 기존 의제의 우선순위를 재구성하게 만들고 있다.오늘날 가장 필요한 것은 시장 개방 보다 정책의 예측가능성이다. 관세·수출통제가 뉴노멀이 된 질서에서 개방은 낮은 세율이 아니라 낮은 불확실성을 뜻한다. APEC의 자발적 협력 구조는 강제성이 없지만, 바로 그 유연성이 지정학적 대립을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된다.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투명성 표준(APEC Supply Chain Transparency Standard)을 제안할 예정이다. 반도체·배터리·희토류 3대 품목을 대상으로 정책 변화, 원자재 리스크, ESG 요소 등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리스크 브리핑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분기별 위험 대시보드(정책변수·원자재·물류·ESG)를 자율 공시하도록 권고하게 된다.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다자 차원의 공통 언어를 만들면 시장은 위험을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희토류를 매개로 한 디커플링 경고가 잇따르는 지금, 투명성 표준은 불확실성 프리미엄을 덜어낼 가장 값싼 정책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아닌 공감대 기반의 신뢰 회복 메커니즘으로, APEC 본연의 합의 문화와 부합한다. 또한, 한국은 고율관세나 수출통제 조치에 대해 사전 통지와 유예기간을 권고하는 예고 규범을 제안해, 돌발적 무역충격을 줄이는 실용적 방안을 준비 중이다. 고율관세·수출허가제 신설 시 사전 통지–영향평가–유예기간을 자발적 규범으로 묶을 수 있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급격한 전환이 반복되는 환경에서 정책의 시간표 자체가 공공재가 될 수 있다.APEC의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 이동의 규범에 달려 있다. 디지털 통상은 상품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사이버 안보 논쟁은 이를 제약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싱가포르와 함께 트러스트 데이터 모빌리티(Trusted Data Mobility) 2.0을 추진 중이다. 이는 클라우드·AI·제조데이터 교류에 필요한 보안·거버넌스 동등성 평가 틀을 제시하는 자율규범으로 제조데이터의 동등성 평가와 상호 인증을 담은 최소 공통분모 표준을 APEC 권고안으로 끌어올린다. 이는 WTO의 빈 공간을 메우는 기능적 다자주의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또한 APEC AI 제조 샌드박스(APEC AI Manufacturing Sandbox)를 통해 회원국 중소제조기업이 공정데이터를 익명화하여 공유하고, 에너지 효율·불량률을 동시에 개선하는 시범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술협력 중심의 실행형 다자주의는 거대국 정치가 아닌 실용적 혁신외교 모델로서 APEC의 진화를 보여준다. 미국 CNN은 이를 두고 한국 주도의 실용적 기능주의 다자주의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경주 APEC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다룬다. 한국은 에너지 집약형 산업 구조를 감안해 APEC 청정전환 파이낸스 플랫폼을 제안할 계획이다. 한국이 제안하는 청정전환 파이낸스 플랫폼의 핵심은 구호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자본동원이다. 즉, 탄소감축·고용창출·지역파급이라는 3대 KPI를 공통지표로 표준화해 민간자본이 들어올 이유와 방법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다. APEC이 2025년 의제에서 에너지 전환과 탄소 없는 에너지 확장을 우선순위로 못 박은 만큼, 플랫폼화는 시의적절하다.또한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구리·니켈 등 전환 핵심자원에 대한 공동비축 및 조기경보 체계를 통해 공급망 충격을 완화하는 구상도 검토된다. 이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나 중동 불안 등 외생 변수에 대한 다자형 안전판이 될 수 있다. G7은 이미 공급선 다변화·공조 유지를 공식화했다. 동시에 에너지 측면에선 중동 리스크와 EU의 러시아산 LNG 축소 계획은 가격 변동성 확대를 예고한다. 이 모든 흐름은 APEC이 LNG·암모니아·구리·니켈·희토류에 대해 선제적 완충장치를 갖출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의 공방은 더 격렬해지고 있고, 에너지·메탈 시장은 지정학·정책 리스크의 합성물이 됐다. APEC은 법적 구속력은 약하지만, 바로 그 유연성 덕분에 정치적 경쟁을 비껴가는 기능적 합의를 쌓을 수 있다. 경주의 의제가 공동비축·조기경보로 구체화될 때, APEC은 대화의 장을 넘어 리스크를 흡수하는 인프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마지막으로, 고령화·돌봄·노동참여율 하락 등 사회문제 역시 경제 의제로 다뤄진다.한국은 보건과 경제를 연계한 ‘헬스×이코노미 대화(Health × Economy Dialogue)’ 를 통해 고령사회 일자리와 돌봄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려 한다.이는 보건을 단순한 비용 항목이 아니라 성장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노동·기술·재정이 교차하는 개혁을 다자 협력의 틀 안에 녹여내겠다는 구상이다.이미 APEC 보건장관 회의는 보건–고용–재정–디지털의 교차 전략과 인구변화 대응 로드맵을 공식 아젠다로 끌어올렸다. 한국이 올해 의장국으로 주도하는 대화 트랙도 그 연장선이다. APEC 차원의 세컨드 액트(Second-Act) 고용 표준—정년 후 단계적 소득 연착륙, 직무재설계, 건강관리 연계 근로—를 권고안으로 표준화. 한국의 고령친화 일자리 창출 속도가 미·일 대비 더딘다는 연구를 감안해, 직무 전환과 숙련 보강을 데이터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고령층의 디지털 배제는 생산성뿐 아니라 건강결과(의료순응, 만성질환 관리)에 직격탄이다. APEC은 고령층 디지털 포용을 의장국 한국의 핵심 연간 과업으로 전면화했다. 연금·노동·보건은 분리 예산이 아니라 하나의 수지표다. 한국은 올해 국민연금 개혁으로 기금 소진 시점을 조금이나마 늦췄다. 다음 단계는 고령자 고용 연장, 건강수명 연장, 장기요양비용의 선제억제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성과연동 재정 틀을 설계하는 일이다. 선언을 넘어 제도화로APEC의 가장 큰 약점은 '합의는 많고, 실행은 적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은 각 의제별로 민관합동 실행 TF를 가동해, 정상선언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하고 있다. 정상회의에서 선언문이 나오더라도, 후속 실행이 없으면 이벤트로만 끝나는 회의가 된다. 실제로 세계무역기구(WTO)는 2026년 상품무역성장률을 1.8%에서 0.5%로 하향 조정했으며, 이런 추세는 다자주의가 실질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나타나는 경고신호다. 그러나 미·중 간 의제 충돌이 발생하면 회의가 정치화될 가능성, 숙박·보안 등 개최 인프라의 국내 준비 부족, 중소기업이 글로벌 규범 변화에 대응할 역량의 격차 등의 위험요인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정부 주도의 일회성 행사를 넘어, 산업계·지방정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가 절실하다. 행사 이후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이번 APEC의 진정한 성패를 가를 것이다.APEC 2025는 한국이 글로벌 중견국(Global Middle Power)으로서 외교적 정체성을 재구성할 기회다. 한쪽 진영에 편승하기보다,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보편 가치를 중심으로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 한국이 제시할 세 가지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개방(open)을 통해 관세와 통제를 넘어서 예측 가능한 시장으로, 연결(connect)로 데이터·기술·사람을 잇는 플랫폼 외교의 실현, 합의를 실질적 결과로 전환하는 민관 협력의 실행(deliver)이 필요하다.이 세 축이 실현된다면, APEC 경주는 단순한 정상회의가 아니라 신뢰 회복의 회의, 그리고 한국이 향후 10년간 글로벌 공급망과 디지털 통상 질서를 주도할 전략적 분기점이 될 것이다.세계는 지금 '협력의 피로'에 빠져 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다자주의는 여전히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한국이 주도하는 APEC 2025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측정 가능한 협력의 언어를 복원하는 실험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개방·연결·실행으로 APEC의 비전을 측정 가능한 성과로 바꿀 것이다. 이 메시지가 경주에서 울려 퍼질 때, 한국은 단순한 개최국을 넘어 신뢰 가능한 중견국, 규범 제안국, 그리고 동아시아 협력의 중심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필자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경영학 박사를 취득하고,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인적자원개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기획실과 인사부문에서 9년 간 근무한 경력이 있고, 대한경영학회 회장, 한국제품안전학회 회장, 산학협력단장·연구처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40대 한국생산성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25.10.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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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너무 많네"…대만, 전 국민에게 46만원씩 현금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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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정부가 지난해 초과 징수한 세금의 일부를 국민에게 현금으로 돌려준다는 소식이 화제다. 1인당 1만 대만달러(약 46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한다. 현금 지급으로 소비를 진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내년 4월 말까지 약 11조 원(한화 기준)의 현금을 국민에게 지급할 예정이다.24일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현지 매체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전날 라이칭더 총통이 '중앙정부의 국제정세 대응을 위한 경제·사회 및 민생·국가안보 강인성 강화 특별예산안'을 공포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현금 지급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11월부터 대만 국민에게 1인당 1만 대만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핵심이다.지급 대상은 대만 국민뿐 아니라 대만인의 외국인 배우자, 영구거류증을 가진 외국인, 그리고 내년 4월까지 태어나는 신생아도 포함된다. 사전 등록은 11월 5일부터 시작되며, 계좌 이체·15개 은행 ATM·우체국 창구 등을 통해 현금이 지급된다. 계좌 입금은 11월 12일, ATM 수령은 11월 17일, 우체국 창구 수령은 11월 24일부터 가능해진다.이번 현금 지급에는 총 2360억 대만달러(약 10조9000억원)가 투입된다. 재원은 지난해 초과 세수 5283억 대만달러(약 24조7000억원) 가운데 일부로 충당한다. 대만 재정부는 "2021년 이후 4년 연속 세수가 예산을 웃돌았다"며 "누적 초과 징수액은 1조8707억 대만달러(약 87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이번 지급은 내년 4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며, 대만 유통·전자업계 등은 소비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롼정화 재정부 정무차장은 "이번 현금 지원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 0.415%포인트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부는 "소비 진작 효과가 5% 이상에 이를 수 있지만, 일부는 저축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대만 정부가 초과 세수나 경기 부양을 이유로 전 국민에게 현금이나 소비 쿠폰을 지급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3600대만달러(약 17만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000대만달러(약 14만원)와 5000대만달러(약 23만원)의 소비쿠폰을, 2023년에는 경기 부양을 위해 6000대만달러(약 28만원)의 현금을 지급한 바 있다.

2025.10.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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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인간의 독창성을 증폭시키는 증폭기"…구글 리서치, 과학 혁신 가속 선언

국제 경제

요시 마티아스 구글 리서치 부사장은 23일(현지시간) 마운틴뷰 본사에서 열린 '구글 리서치·로지스틱스&아젠다' 행사에서 "AI는 모든 수준에서 인간의 독창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제품과 과학, 사회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구글 리서치는 대규모 AI 모델을 개발하는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구글의 주요 연구 조직이다. 광범위한 과학 분야의 근본적인 연구를 수행한다.컴퓨터 과학의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 연구, 양자 컴퓨팅, 헬스케어 및 생명 과학, 위성 데이터 분석 플랫폼 '구글 어스 AI' 등이 여기에 속한다.올해 15회째를 맞은 구글 리서치@로지스틱스&아젠다는 구글이 이런 과학 분야의 자사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에는 현지 미디어를 초청했다.구글은 이날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결합한 '구글 어스 AI' 업그레이드 버전을 발표했고, 전날에는 자체 개발한 양자 칩 윌로우를 이용해 세계 최초로 검증 가능한 '양자 우위'를 달성한 알고리즘을 구현했다고 밝혔다.또 지난 16일에는 암 연구를 위해 개발된 AI 모델인 구글 딥소매틱(DeepSomatic)을 이용해 암을 유발하는 '체세포 변이'를 기존보다 더 정확하게 식별해 내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마티아스 부사장은 "내 경력 초기부터 연구에 있어 나를 매우 흥분시켰던 것 중 하나는, '마법의 순환'(magic cycle)"이라며 "이 순환 구조가 기후 위기와 질병 정복, 기초 과학 등 인류의 핵심 난제를 해결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마법의 순환'은 현실 문제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획기적인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를 다시 현실에 적용해 영향을 미치며, 이 과정에서 다음 연구를 위한 새로운 질문을 찾는 과정이다.그는 기후 위기를 예로 들며 과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 비하르 지역의 홍수 참사를 목격한 경험이 연구의 시작점이 됐다고 소개했다.이를 토대로 기후 위기 연구를 통해 그는 "150개국 20억 명에게 홍수 예측 정보를 제공하는 '글로벌 수문 모델'을 개발했다"며 "사이클론과 산불 예측 모델 역시 이미 생명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구글 리서치는 각각의 연구에 AI를 결합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마티아스 부사장은 이를 기반으로 최근 발표한 3개의 연구 성과를 자랑했다.이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답을 제공하는 구글 어스 AI에 대해 그는 "과거 수개월이 걸리던 복잡한 분석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며 "공급망 관리나 보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또 유전체학(genomics)에 대해서는 "딥소매틱은 우리의 10년간의 여정의 일부로,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암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찾는 과학자들을 돕는 AI 도구"라며 "암과 다른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전날 발표한 양자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아마도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에서 실행되는 고전 알고리즘보다 (연산 속도가) 1만3천배 더 빨라 이전에 불가능했던 신약 개발 등의 기회를 열어준다"고 덧붙였다.마티아스 부사장은 AI는 연구자들을 돕는 'AI 공동 과학자'라며 "인간의 독창성을 증폭시키는 '증폭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연구를 가속화하고 현실에 더 빨리 적용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를 통해 '마법의 순환'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2025.10.2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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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상원, 공무원 급여 지급 법안 부결… 셧다운 23일째 '급여 공백' 현실화

국제 경제

미국 연방 상원이 23일(현지시간) 셧다운 사태로 급여가 끊긴 연방정부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법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부결됐다.셧다운이 23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급여 지급일인 오는 24일 50만명 이상의 연방정부 직원들이 2주치 급여를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이날 상원 본회의에서는 군인 등 연방정부 필수인력에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공화당 법안이 표결에 부쳐졌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찬성 54표 대 반대 45표로, 공화당은 법안 처리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민주당은 이 법안이 어떤 근로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할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면서 반대했다.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계기로 민주당이 주도했던 정부 프로그램을 폐쇄하고 공무원들을 대거 해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민주당이 그 대안으로 발의한 2개의 법안도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그중 하나는 셧다운 시작 이후 임시휴직(furlough) 된 직원 약 70만명과 필수 인력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 모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직원 해고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그동안 상원은 연방정부를 정상 가동하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총 12차례 표결에 부쳤지만, 건강보험인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대한 양당 이견으로 모두 부결됐다.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금까지 12차례 표결을 통해 정부를 계속 닫아두기로 했다"며 "그 결과 무고한 미국 국민들이 매일 고통받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레빗 대변인은 또 "50만명이 넘는 연방정부 직원들이 내일 급여를 전액 받지 못하게 된다. 수천건의 소상공인 대출이 승인되지 못해 4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묶여 있다"고 말했다.아울러 "'민주당의 셧다운'은 전국 공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1만3천명의 항공관제사가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일부는 생계유지를 위해 우버 운전이나 다른 부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엑스(X)에서 "트럼프는 법무부에 2억3천만 달러짜리 수표를 써달라고 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들이 건강보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이에, 트럼프는 자기 부(富)를 위해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납세자들의 금고에 손을 뻗치고 있다"고 비판했다.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대통령 취임 전 자신을 겨냥해 이뤄진 연방정부 수사가 부당하다며 법무부에 2억3천만 달러 보상금 지급을 요구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포진한 법무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보상금은 세금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상금을 받더라도 이를 자선단체 기부 등 좋은 일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10.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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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우크라이나 추가 재정 지원 약속…러시아 동결자산 활용은 '불발'

국제 경제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의 긴급 재정 수요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원금 활용 방안은 결론을 내지 못했다.헝가리를 제외한 EU 26개국은 2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가 끝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군사·방위 노력을 포함해 2026∼2027년 긴급한 우크라이나의 재정 수요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에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재정지원 선택지(options)를 마련할 것을 요청한다"며 오는 12월로 예정된 차기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애초 언론에 유출된 26개국 성명 초안에는 '동결된 러시아 자산과 관련된 현금 잔고(cash balances)의 점진적 사용 가능성에 관한 구체적 제안'을 집행위가 마련해달라는 문구가 포함됐으나 '동결자산 사용'이라는 표현 자체를 삭제하는 등 수위가 크게 조절됐다.최종 채택된 성명은 대신 "러시아 자산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전쟁 피해를 배상할 때까지 동결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앞서 지난달 집행위는 회원국들에 '배상금 대출'이라는 명칭으로 러시아 동결자산 중 만기 도래로 현금화된 1천400억 유로(약 233조원)를 우크라이나에 무이자 대출금으로 지원하자고 제안했다.동결자산 원금을 사용하되 회원국 간 공동으로 보증을 서는 등 대출 형식을 활용하면 법적으로 '몰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집행위가 사용하려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대부분이 묶여 있는 벨기에는 보다 확실한 법적 위험성 분담 방안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이날 정상회의에서도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셈이다.집행위는 정상회의 결론에 따라 벨기에를 '안심'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이날 우크라이나에 관한 정상들 성명에 헝가리는 또 불참했다. 이에 EU 정식 공동성명이 아닌 부속 문서 형태로 따로 발표됐다.26개국 정상들은 성명에서 "이란, 벨라루스, 북한에 의해 제공되는 지속적인 군사지원을 규탄한다"며 "모든 나라가 러시아에 대한 모든 직·간접적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2025.10.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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