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경쟁 무대가 주식 거래 화면 밖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수료 인하와 투자 상품 차별화에 집중하던 리테일 경쟁이 이제는 고객 접점을 선점하기 위한 플랫폼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금융그룹들이 은행이 확보한 수백만명의 고객을 투자 생태계로 유입시키기 위해 슈퍼앱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리테일 시장의 승패도 상품 경쟁력보다 고객 전환율과 플랫폼 체류시간이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은행·증권·카드·보험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한 통합 플랫폼 뉴 슈퍼SOL을 공개했다. 신한투자증권이 이를 발판으로 리테일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핵심은 은행 입출금 계좌와 주식 투자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계좌 '신한 쏠 링크(SOL LINK)'다. 고객은 별도 증권 계좌로 자금을 이체하지 않고도 은행 계좌에 있는 예금을 곧바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은행·증권 경계 허문 '뉴 슈퍼SOL' 출격증권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투자 편의성보다 고객 유입 구조다. 현재 신한금융의 대표 플랫폼인 SOL뱅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000만명을 웃도는 반면 SOL증권은 18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동안 은행과 증권 고객층이 상당 부분 분리돼 있었지만, 이번 플랫폼 개편으로 은행 고객을 증권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특히 최근 증권사들의 핵심 과제가 리테일 고객 확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감소와 브로커리지 수익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관리(WM)와 연금, 해외주식 고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얼마나 많은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느냐가 중장기 성장성을 좌우하는 상황이다.거래대금 감소와 브로커리지 수익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증권사들은 연금과 해외주식, 자산관리 고객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초고액자산가 중심 WM 경쟁을 강화하는 한편, 모바일 플랫폼 고도화와 연금 고객 유치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리테일 고객 기반을 얼마나 확대하고 이를 장기 고객으로 안착시키느냐가 향후 증권사 성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도 최근 공격적으로 리테일 기반을 확대해왔다. 올해 1분기에는 유관기관 수수료까지 면제하는 '수수료 제로베이스' 정책을 도입했고, 지난해 말에는 고령층과 투자 초보자를 위한 MTS 간편모드를 출시했다. 개인형퇴직연금(IRP) 신규 계좌도 전년 대비 135% 증가하는 등 투자 경험이 적은 고객층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뉴 슈퍼SOL은 신한투자증권이 추진해온 리테일 강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수수료 인하와 마케팅 경쟁을 벌여왔지만, 신한은 그룹 내 은행 고객을 투자 고객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투자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계좌 개설이나 자금 이체 과정에서 이탈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은행 고객의 투자 진입 장벽을 낮춰 자연스럽게 증권 서비스로 유입시키겠다는 구상이다.AI 기반 자산관리 기능도 차별화 요소로 내세웠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선보인 AI PB 서비스는 뉴 슈퍼SOL 내 핵심 서비스로 탑재된다. 단순 질의응답에 머무는 기존 금융 챗봇과 달리 고객의 보유 자산과 관심 종목, 거래 패턴 등을 분석해 투자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에는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계열사별 AI 서비스를 하나의 인터페이스로 통합해 개인 맞춤형 금융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지표로 '고객 전환율'을 꼽는다. 단순 앱 가입자 수보다 SOL뱅크 이용자 가운데 실제로 주식 거래나 연금, 자산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증권업계의 리테일 경쟁이 고객 확보에서 고객 락인(Lock-in) 경쟁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은행 고객을 투자 고객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향후 플랫폼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그룹의 슈퍼앱은 고객 편의성 개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은행 고객을 증권 고객으로 얼마나 전환할 수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수천만명 규모의 은행 고객 풀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자체가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