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계속 거절당하네요” 버팀목 대출 막혀…전세 실수요자도 ‘발 동동’
- 신규 대출 1년 새 42%↓…시중은행 대출 여력도 제한적
전셋값은 뛰고 매물은 줄고…무주택 세입자 월세 이동 우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본 한 이용자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그는 “힘들다는 글을 많이 봤지만 나름 금방 대출을 받은 사람도 보여 희망을 가졌는데, 내게는 그런 행운이 없었다”며 “내일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적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 총량 한도를 1.5%에서 3%로 상향했고, 업권별·회사별로 새로운 개별 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추가 대출 여력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주택 대출을 받기 위해 영업 시작 전부터 대기하는 ‘오픈런’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정작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대출은 전셋값 상승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서 문턱이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12만4959건으로 전년 21만5833건보다 42.1% 감소했다. 대출금액도 24조7902억원에서 13조5041억원으로 45.5% 줄었다. 서울의 신규 대출 건수는 같은 기간 7만328건에서 3만9057건으로 44.5% 감소했다.
특히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 대출의 감소폭이 컸다. 신규 대출 건수는 2023년 3만3149건에서 2024년 2만8262건, 지난해 1만4196건으로 줄었다. 2년 만에 57.2% 감소한 셈이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소득·자산 요건과 함께 대상 주택의 임차보증금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일반 버팀목은 수도권 3억원·비수도권 2억원 이하 주택, 신혼부부 전용은 수도권 4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수도권 5억원·비수도권 4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된다.
문제는 서울 전세가격이 이미 신혼부부 전용 버팀목의 수도권 기준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주택 중위 전셋값은 2024년 1월 3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12월 4억667만원으로 올랐고, 올해 8월에는 4억2500만원까지 상승했다. 서울에서 중간 가격대 전셋집조차 신혼부부 버팀목 대출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대출 감소가 전셋값 상승이나 대출 기준 변화만으로 나타난 결과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2023~2024년 버팀목 대출 공급이 크게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셋값이 오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 기준이 현실과 괴리된다는 목소리는 계속된다.
정책대출 대상에서 밀려난 세입자가 시중은행 전세대출을 이용하기도 여의치 않다. 기준금리 인상분이 변동형 전세대출 금리에 반영될 경우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전세 물건도 부족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9월 3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387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3.2%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도는 2만1679건 1만2528건으로 42.2% 감소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의 월세 이동이 빨라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대상 주택의 보증금 기준을 지역별 전세가격과 연동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다만 정책대출 확대가 전세 수요와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소득·자산 요건, 대출 한도를 함께 정교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언석 의원은 “저금리 정책대출에서 밀려난 무주택 서민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대상주택 기준과 대출한도를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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