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성장 자신감’ vs ‘주주달래기’…자사주 사들이는 기업·CEO·임원들
- 우리금융지주·현대건설·카카오뱅크 등 경영진 자사주 매입 동참
증시 조정에 주가 뒷걸음질…“성장성·사업성 꼼꼼히 따져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을 계기로 국내 주요 기업과 대표·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 표현이라는 해석이 있지만, 최근 기업들의 주가 하락에 ‘주주 달래기’용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8월 24일 우리금융지주 주식 50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번 자사주 매입이 약 4개월간의 동양생명 완전자회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동양생명·ABL생명 통합 추진을 공식화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임 회장 외에도 16개 전 자회사 대표와 지주사·은행·주요 자회사 임원 등 경영진 56명이 자사주 매입에 참여했다. 우리금융그룹 측은 “임종룡 회장을 비롯한 그룹 전 경영진이 함께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은 책임경영 실천 및 주가부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의 임원진 12명도 올해 6월부터 8월 12일까지 2만1100주에 달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체 매입 금액은 4억6483만원이다. 카카오뱅크는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중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신뢰와 책임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 경영진은 올해 1~2분기에 자사주 매입에 동참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2월 자사주 2000주를 주당 2만6809원에 장내 매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추가 매수에 나섰다.
실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이후 해당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기록한 바 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 2023년에도 자사주(우리금융지주) 1만주를 장내 매수했다. 당시 매수 가격은 1만1880원으로 총 1억1880만원 상당이었다. 지난달 말 주가가 3만3800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임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2억2000만원가량의 평가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한우 사장이 지난해 매수했던 현대건설 주식도 지난 8월 말 12만3300원까지 오르며 약 360%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뒤 경영진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주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움직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월 20일 4만800원을 기록했는데 지난 8월 31일 기준 3만3800원으로 하락했다. 현대건설은 18만8700원(4월 8일)에서 12만3300원으로 떨어졌고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24일 7만400원을 기록한 이후 3만6550원까지 내려앉았다. 적게는 15% 수준에서 많게는 48%까지 하락한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수는 시장에 장기 성장 가능성을 전달하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도 “주가 하락 국면에서 단기 방어용이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매수도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한 자사주 매입 이벤트보다 기업의 실질적인 장기 사업성과 실적 개선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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