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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보다 공정위 조사가 더 무섭다”…기업이 떠는 이유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기업을 긴장시키는 것은 많게는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만이 아니다. 공정위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임직원 조사, 심의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면 기업은 법무·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중심으로 대응 체계를 꾸린다. 사업부서는 과거 거래 자료를 찾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임직원은 조사 대응에 매달린다. 처리 기간이 길어지면 사건이 끝날 때까지 신규 투자와 사업 결정에도 불확실성을 안고 가야 한다.공정위 조사권 강화…기업 부담 경감방안도 마련해야특히 공정위는 올해 인력을 404명 늘리고 중점조사기획단을 신설하는 등 조사 역량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조사 불응 기업에 총매출액의 1%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일평균 매출액의 5%에 이르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정위의 조사권이 강해지는 만큼 기업의 절차적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이는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 조사는 통상 현장조사와 자료 제출, 임직원 진술 조사, 심사보고서 작성과 위원회 심의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기업은 조사 초기부터 과거 계약서와 거래 내역,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확보해 제출해야 한다.조사 대상 기간이 길거나 거래 구조가 복잡할수록 부담은 커진다. 자료가 여러 사업부에 흩어져 있거나 당시 담당자가 퇴직했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조사 대상이 디지털 자료로 확대되면서 제출 문서도 늘었다.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하는 한 기업 법무팀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필요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조사 건수가 늘면서 자료를 준비하고 조사에 대응하는 실무자의 업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형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사건에는 전문 로펌과 관련 전문가가 투입된다. 시장의 범위와 경쟁 제한 효과, 관련 매출액을 둘러싼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 변호사는 “대형 담합 사건은 외부 로펌과 경제분석 비용 등을 합쳐 조사 대응에만 10억원 이상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현장조사와 심사보고서 대응 단계에 인력과 비용이 집중된다”고 설명했다.현장조사부터 심의와 처분까지 통상 1년이상 소요된다. 복잡한 사건은 2~3년 이상 이어지기도 한다.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면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수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이 기간 기업은 법률비용뿐 아니라 경영상 불확실성도 감수해야 한다. 조사 대상 사업과 관련된 투자나 인수합병, 신규 서비스 출시를 결정할 때 향후 제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내부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의미다.기업들이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조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관련 매출액의 범위와 과징금 부과율, 가중·감경 기준에 따라 최종 과징금이 크게 달라진다. 비슷한 행위라도 시장 상황과 거래 구조에 대한 판단에 따라 제재 수위가 달라지는데 따른 불만도 나온다.공정위는 조사와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건 처리 건수는 전년보다 17.1% 늘었고 평균 처리 기간은 24.6% 단축됐다. 공정위는 경제분석국을 신설해 시장획정과 경쟁 제한 효과, 부당이익 등에 대한 분석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기업들은 조사 범위와 자료 제출 기준, 예상 처리 일정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조사 착수부터 최종 처분까지 대응 방향을 가늠할 수 있어야 불필요한 비용과 혼선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사 착수만으로 주가·IPO에 악재 공정위 조사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기업가치에도 부담이 된다. 상장사는 주가와 투자심리가 흔들릴 수 있고,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비상장사는 기업가치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상장이 지연되는 등의 악재가 뒤따르기도 한다. 공정위의 설탕 담합 제재 이후 제당 3사 주가는 약세를 보였다. 공정위는 지난 2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설탕 가격 담합을 이유로 총 4083억1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제재 발표 이후 CJ제일제당 주가는 2월 12일부터 6월 29일까지 17.0% 떨어졌다. 최근 1년간 주가 하락률은 CJ제일제당 24.8%, 대한제당 21.0%, 삼양사 17.9%에 달했다.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IPO를 추진하던 지난 4월 공정위 현장조사를 받았다. 제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단계였지만 규제 불확실성이 상장 일정과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투자자와 상장 주관사가 조사 결과에 따른 위험을 기업가치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공정위는 조사 착수 사실을 직접 공개해 기업에 피해를 준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공정위 관계자는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는다”며 “심의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사안 가운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내용 등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사 사실은 업계나 로펌 등을 통해 알려지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기업들은 공개 경로와 관계없이 최종 판단 전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혐의 결정이 나더라도 조사 대응에 들어간 비용과 떨어진 기업가치, 미뤄진 사업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다만 공정위의 조사권 강화가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신속하고 정교한 조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관건은 강해진 조사권에 맞춰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대상과 자료 제출 범위, 처리 기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사에 앞서 위법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착수한 뒤에는 필요한 범위에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 조사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하지만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며 “조사 대상과 자료 요구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리 기간을 줄여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2026.08.10 07:00

4분 소요
과징금 2조 시대…이재명 정부 공정위는 공정한가

산업 일반

19세기 말 미국에서는 철도·석유·철강 산업을 장악한 거대 트러스트가 가격과 생산량을 좌우하고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미국이 독점과 담합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1890년 최초의 경쟁법인 셔먼법을 제정한 이유다.한국 공정거래법의 출발도 다르지 않다. 1960~1970년대 정부의 지원 아래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집단이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독과점과 경제력 집중,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부작용도 함께 키웠다.1980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되고 이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출범한 배경이다.공정위는 정부 조직 가운데 가장 친시장적이어야 하는 기관이다. ‘금융검찰’로 불리는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이지만,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공정당국이 아니라 경쟁당국이다. 공정을 일구는 방식은 결국 경쟁이라는 의미다. 공정위는 시장의 심판이자 파수꾼이다.공정위를 두려워해야 하는 곳은 담합으로 가격을 올리고, 우월적 지위로 거래 상대방을 압박하며, 경쟁자를 배제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기업이어야 한다.그러나 최근 공정위의 칼날이 커지고 닿지 않는 곳이 없어지면서 ‘재계의 저승사자’라는 과거의 악명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기업들은 과징금보다 공정위 조사 자체가 더 두렵다고 말한다. 현장조사부터 자료 제출, 임직원 조사, 심의와 처분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비용과 경영 부담도 만만치 않다.조사 착수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주가와 평판은 흔들린다. 조사 대응과 법적 다툼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투자와 신규 사업 추진도 위축된다.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돼도 이미 투입한 비용과 놓친 사업 기회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업들이 “세무조사보다 무섭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유다.공정위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최근 ‘물가당국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던 생필품 담합 적발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 들어 성과가 드러났지만 실제로는 담당 부서가 이전 정부 때부터 오랜 기간 공들여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이재명 정부 하명 조사는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 시장의 의심을 거둘 수는 없다.공정한 심판이 되려면 조사 대상과 범위, 자료 제출 기준, 예상 처리 일정 등 절차와 진행 상황을 가능한 한 명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조사 범위를 확대할 때도 그 필요성과 법적 근거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법원에서 패소한 사건도 내부적으로 복기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처분이 취소됐는지, 조사 과정과 법리 판단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공정위 제재로 이미지와 신뢰에 타격을 입은 기업에는 처분 취소 사실이 시장에 충분히 알려질 수 있도록 명예를 회복할 기회도 보장해야 한다.제재 사실은 대대적으로 알리고 취소 사실은 판결문에 묻힌다면 공정하지 않다. 공정위의 권위는 기업과 소비자가 그 판단을 예측하고, 절차를 신뢰하며, 결과에 승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바로 선다. 공정위가 현 정부 들어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4개 담합 사건에 부과한 과징금만 2조15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2025년 전체 담합 과징금의 약 10배에 달한다.“공정위는 공정한가.”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공정위는 해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2026.08.10 07:00

3분 소요
담합 과징금은 1.8조인데…피해 소비자 몫은 ‘0원’

유통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올해 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등 민생 품목의 담합을 적발해 1조8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품목 가격은 최대 26.5%, 빵·라면·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최대 14.6%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그러나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담합 기간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최대 42.4%, 66.7% 오른 데 비해 올해 초 주요 업체가 내린 가격은 평균 4~6% 수준에 불과하다. 밀가루와 설탕을 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다시 오르고 있다.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피해 소비자에게 직접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담합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한 소비자가 있지만 공정위가 거둔 과징금은 모두 국고로 들어간다. 정부가 피해자 권익 증진과 피해 예방을 위한 기금 조성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배경이다.최대 26.5% 내렸다지만…소비자 체감은 ‘글쎄’공정위는 지난 8월 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올해 상반기 총 20조원 규모의 민생 분야 담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련 매출액은 전분당 6조원, 밀가루 5조8000억원, 설탕 3조2000억원, 인쇄용지 4조원 등이다.부과된 과징금은 전분당 7475억원, 밀가루 6710억원, 설탕 3960억원, 인쇄용지 3383억원이다. 식품 분야인 전분당과 밀가루, 설탕에 부과된 금액만 1조8145억원에 이른다.공정위는 담합 제재를 통해 해당 품목 가격을 최대 26.5% 낮췄다고 했다. 이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빵과 라면, 과자 등 민생 밀접 품목에서도 최대 14.6%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실제 담합 조사와 제재가 본격화된 이후 CJ제일제당과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한제분 등 주요 업체는 설탕과 밀가루 가격을 평균 4~6% 내렸다. 그러나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만으로 소비자의 전반적인 물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공정위가 제시한 ‘최대 26.5%’와 ‘최대 14.6%’는 일부 품목의 최대 인하율로 실제 소비자의 체감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관련 수치는 공정위 자체 조사가 아닌 기업들의 가격 인하 발표 정보를 취합해 산출한 수치인 것으로 전해졌다.소비자물가지수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6월 밀가루와 설탕 소비자물가지수는 각각 128.97과 141.04를 기록했다. 2020년 가격 수준을 100으로 놓고 보면 밀가루는 약 29%, 설탕은 약 41%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과자와 빵의 소비자물가지수도 각각 118.93과 138.51로 기준치를 크게 웃돌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00 이상이라는 것은 기준연도(2020년) 대비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담합 기간 누적된 가격 상승폭도 컸다. 검찰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은 최대 42.4% 올랐다.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이어진 설탕 담합 기간의 가격 상승폭은 최대 66.7%에 달했다.담합 기간의 최대 상승률과 올해 업체들의 평균 인하율은 기준과 대상, 산정 기간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다만 장기간 누적된 가격 상승 폭에 비해 최근 인하 수준이 제한적이어서 소비자가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여기에 식품업체들이 원가 부담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다시 올리면서 인하 효과도 상쇄되고 있다. 최근 농심과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주요 식품업체는 고유가와 고환율,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5~11% 올렸다.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내린다고 해서 빵과 과자, 라면 등 완제품 가격이 반드시 함께 내려가는 것도 아니다. 제품 가격에는 원재료뿐 아니라 인건비와 물류비, 포장재 가격, 환율 등이 함께 반영되기 때문이다. 기존 원재료와 완제품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통 구조도 가격 인하의 체감도를 낮춘다.유통업계 관계자는 “재고 소진과 복잡한 유통 구조 때문에 원재료 가격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처벌에 가려진 피해 소비자 지원기업들의 불공정행위는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공정위가 올해 담합 행위에 대해 잇단 중징계를 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비자들은 외면 받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개선은 필요해 보인다.이를 위해 요구되는 것이 규제당국이 징수한 과징금 중 일부를 재원으로 활용해 소비자 피해를 지원하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이다. 이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됐지만 번번히 현실화되지 못했다.특히 올해는 소비자권익증진기금에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관련 혐의를 받은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 규모는 1조8000억원을 웃돈다.여기에 공정위가 심의 중인 전분당·부산물 담합까지 더하면 올해 식음료 업계 담합 과징금 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공회전 중인 소비자권익증진기금 설립에 대한 요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공정위는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소비자 및 기업의 피해 지원을 위한 기금 설립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 중이다. 다만 공정위 내부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사실상 전국민이 입는데 비해 기금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어서다.문미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회장은 “공정위 과징금은 기업의 담합·불공정거래·표시광고법 위반 등에 부과하는 것으로 기업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취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성격을 지닌다”며 “그러나 현재 과징금은 전액 국고 일반회계로 귀속돼 정작 피해의 당사자인 소비자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문 회장은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과징금의 일부를 소비자권익증진기금으로 조성하는 것은 ‘원인제공자 부담 원칙’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부당이득을 시장의 건전한 발전으로 선순환시키는 경제적 정의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2026.08.10 06:30

4분 소요
시장 파수꾼인가, 재계 저승사자인가…강해진 공정위의 두 얼굴

산업 일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올해 부과한 과징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 밀가루와 설탕, 전분당, 인쇄용지 등 생활물가와 밀접한 분야에서 대형 담합을 잇달아 적발한 결과다. 공정위는 인력을 늘리고 복합적인 불공정행위를 전담할 조사 조직도 신설한다.공정위가 ‘경제 검찰’로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담합과 독과점을 깨고 시장의 경쟁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과징금과 인력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재가 실제 경쟁 회복으로 이어졌는지, 법원에서도 유지될 만큼 정교했는지는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생활물가부터 독과점까지…넓어진 제재 전선올해는 전분당 제조사 담합 7475억원과 밀가루 제분사 담합 6710억원, 설탕 제조사 담합 3960억원, 인쇄용지 제조사 담합 3383억원 등 굵직한 사건이 잇달아 처리되면서 과징금이 2조원을 넘어섰다.개별 기업의 하도급법 위반이나 부당지원뿐 아니라 시장에 장기간 고착된 가격·물량 담합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주요 조사 대상으로 떠올랐다.제재 기준도 강화됐다. 공정위는 담합 과징금 부과 하한율을 기존 0.5%에서 10%로 높이는 고시 개정을 지난 4월 완료했다. 과징금 상한율을 관련 매출액의 20%에서 30%로 높이고,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의 상한율도 6%에서 20%로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상습 담합 기업에는 사업정지나 등록 취소를 요청하고 담합 사건의 처분시효를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쟁을 제한하는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시정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공정위는 대형 담합 제재가 생활물가 부담을 낮췄다고 평가한다. 지난 8월 4일 발표한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 따르면 밀가루와 설탕 등 담합 품목 가격은 최대 26.5%, 빵과 라면, 과자 등 관련 제품 가격은 최대 14.6% 하락했다.다만 가격에는 국제 원재료 가격과 환율, 정부의 물가 안정 압박, 기업별 가격 정책도 영향을 미친다. 일부 가격이 내려갔더라도 누적된 상승분에는 미치지 못해 소비자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과징금의 성과는 부과액보다 경쟁이 회복되고 소비자 가격과 거래 조건이 개선됐는지를 통해 평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력 404명 증원…‘조사국’ 사실상 부활공정위는 지난 3월 167명을 늘린 데 이어 오는 10월 237명을 추가로 증원할 계획이다. 증원이 마무리되면 전체 정원은 10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여러 법 위반이 얽힌 중대 불공정행위를 통합 조사하기 위한 중점조사기획단도 신설한다. 대기업과 독과점 기업의 기획조사를 담당했던 조사국이 2005년 폐지된 지 21년 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것이다.중점조사기획단은 존속 기한을 2년으로 설정한 한시 조직이다. 조사권 비대화와 기업 활동 위축에 대한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5월 “다양한 법 위반이 결합된 중대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조직이 사건을 나눠 조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복합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시장획정과 경쟁 제한 효과, 부당이익 등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경제분석국도 신설한다. 조사와 제재의 객관성, 법적 완성도를 높이려는 취지다.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건 처리 건수는 전년 동기보다 17.1% 늘었고 평균 처리 기간은 24.6% 단축됐다. 늘어난 인력과 전문 조직을 활용해 사건 적체를 줄인다는 방침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4일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공정위가 경제 검찰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며 “비정상 거래로 부당이익을 얻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도록 지켜봐 달라”고 독려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시장과 기업을 사전에 모니터링한 뒤 진행하는 조사가 늘었다”며 “가격 결정과 거래 구조 전반을 공정위가 들여다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 파수꾼인가, 기업 압박인가강한 공정위가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담합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은 가격 경쟁을 막고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피해를 준다. 이를 적발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공정위의 본질적인 역할이다.문제는 공정위가 틀어쥔 막강한 권한이 정책적 목적이나 여론에 따라 행사될 가능성이다. 물가가 오를 때마다 기업의 가격 결정을 불공정행위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정상적인 영업과 투자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경제적 요인에 따른 가격 인상과 경쟁 제한 행위를 구분하는 분석이 필요하다.과징금 규모가 커질수록 법적 완성도도 중요해진다. 대형 처분이 행정소송에서 취소되면 기업과 시장에 혼선이 생기고 과징금 환급에 따른 국고 부담도 발생할 수 있다.공정위는 중요 사건에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소송대리인 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후적인 소송 대응 보강만으로는 반복되는 패소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재의 정당성을 법원에서 인정받으려면 조사 단계부터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고, 위법 행위가 시장과 소비자에 미친 영향을 뒷받침할 정교한 경제분석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권한이 강해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며 “중요한 것은 그 권한이 정치적 목적이나 여론이 아니라 법리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행사되는가”라고 말했다.이어 “공정위의 본질은 시장경제의 규칙을 지키는 파수꾼”이라며 “정권의 기조에 따라 제재 강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피하고 정교한 경제분석과 일관된 원칙을 바탕으로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08.10 06:00

4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