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5만6139대 판매하며 수입차 시장 1위
서비스센터 부족·FSD 배포 지연에 차주 불만 확산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테슬라 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비스센터(AS) 부족과 충전 인프라의 지역 편중,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배포 지연 등이 겹치면서다. 테슬라의 국내 시장 안착을 이끈 충성 고객층인 이른바 ‘테슬람’(테슬라+이슬람) 사이에서도 “판매에 비해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 실적만 보면 테슬라의 질주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5만6139대를 판매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수입 승용차 시장 1위에 올랐다. 지난 6월에는 모델Y가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수입 단일 모델이 전체 승용차 판매 정상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문제는 판매 이후다. 차량은 빠르게 늘었지만 정비·수리 거점과 충전 인프라는 같은 속도로 확충되지 못했다. 여기에 FSD 배포 지연과 잦은 가격 변경까지 겹치면서 강한 브랜드 충성도를 보였던 테슬람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국내 서비스 거점은 현재 16곳이다. 이 가운데 분당·노원·원주·창원 등 4곳은 배터리와 구동계 등 고전압 부품 수리에 제약이 있다. 핵심 부품까지 수리할 수 있는 거점은 사실상 12곳이다. 전체 거점의 절반이 넘는 9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 차주의 접근성도 떨어진다.
올해 상반기에만 테슬라 차량 5만6139대가 새로 등록됐다. 이를 16개 서비스 거점으로 단순 환산하면 한 곳당 약 3500대의 신규 차량을 추가로 맡아야 한다. 고전압 수리가 가능한 12곳을 기준으로 하면 4600대가 넘는다. 센터별 규모가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서비스망 확충이 판매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수도권에서도 90곳이 운영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강원에는 20곳이 설치된 반면 일부 광역시와 도 단위 지역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대구에 거주하는 모델Y 차주 A씨는 “슈퍼차저가 설치돼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져 사실상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주들의 반발을 키운 또 다른 요인은 ‘FSD 감독형 v14 라이트’ 배포 지연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7월 10일 미국산 모델3와 모델Y 가운데 FSD 옵션이 활성화된 HW3 탑재 차량을 대상으로 해당 기능을 순차 배포한다고 밝혔다. HW3 차량에서도 작동하도록 일부 기능을 경량화한 버전이다.
그러나 발표 후 3주가 지나도록 업데이트를 받은 차량은 소수에 그쳤다. 지난달 29일부터 추가 배포가 이뤄졌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구체적인 배포 순서와 선정 기준, 완료 시점도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차주는 테슬라코리아를 상대로 매매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산 편견 넘긴 팬덤마저 흔들
이 같은 불만이 주목받는 이유는 테슬람이 테슬라의 국내 성장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테슬람은 테슬라와 이슬람을 합친 말로, 테슬라에 강한 충성도를 보이는 차주와 팬덤을 뜻한다.
이들의 충성도는 중국 상하이산 차량이 국내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두드러졌다. 국내에는 여전히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경계심이 있지만 테슬라 구매층은 생산지보다 소프트웨어와 전비, 충전 경험 등을 중시했다. ‘중국산’이라는 꼬리표가 테슬라에는 상대적으로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테슬라코리아는 2023년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Y를 국내에 들여오며 가격을 크게 낮췄다. 이후 중국산 모델3와 모델Y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판매량도 빠르게 늘었다. 상하이 공장이 가격 경쟁력과 공급 물량을 동시에 뒷받침했다.
높은 충성도는 신규 고객 확보에도 활용됐다. 테슬라코리아는 기존 차주가 지인에게 구매 링크를 공유하고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 혜택을 제공하는 추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딜러 영업망 없이 온라인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테슬라가 충성 고객을 새로운 구매자를 끌어오는 연결고리로 활용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에 등록된 테슬라 가운데 모델Y는 4만3359대, 모델3는 8861대였다. 두 차종이 전체 판매량의 93%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얼리어답터가 주로 찾았지만 지금은 세부 사양이나 생산지보다 ‘테슬라이기 때문에 산다’는 소비자가 생길 정도로 충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강한 팬덤은 성장 동력이지만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후관리와 충전 인프라, 약속한 기능의 제공이 판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존 차주의 충성도도 흔들릴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테슬라라는 이유만으로 지나치게 열광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열기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 발표 이후 가격을 인상한 것도 불만을 키운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을 개선하는 혁신성은 분명하지만 잦은 가격 변경과 FSD 제공 지연 등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문제도 있다”며 “가격과 서비스망, 실제 제공되는 기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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