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美 FOMC 기준금리 동결에도 한은 추가 긴축 가능성 커진 이유
- 연준 5차례 연속 동결…인플레이션 우려 지속
장기 국채 금리 19년 만에 최고치
달러 강세·원화 가치 하락 압력…신현송 총재 “금리인상 기조 이어갈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9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한국은행의 추가 긴축 가능성은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현상이 이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5차례 연속 동결했다고 밝혔다. FOMC는 올해 1월·3월·4월·6월에 기준금리를 4차례 연속 동결했는데 이달에도 다시 한번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예상이 우세했던 가운데 일각에서는 깜짝 인상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취임한 이후 두 번째 동결 결정이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치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부분적으로 에너지 등 특정 부문에서 물가 상승을 유발한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동 분쟁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조됐음에도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는 강력하다. 일자리 증가는 노동력과 보조를 맞추고 있으며 실업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고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이를 뒷받침할 만큼 미국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 금리 인상 근거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미 동부시간으로 오후 3시 34분쯤 3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5.21%로 전장 대비 0.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인 지난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 만기 미국채 금리도 전장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4.67%를 기록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국채 금리도 유지되는 일이 많다. 투자자들은 최소한 현재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향후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면 국채 금리도 함께 내려간다. 그런데 이번에 미 국채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오히려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 올리지 않은 금리까지 더해 다음번 FOMC에서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국채 금리 상승세에 불이 붙은 것이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달러 강세를 유발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을 끌어올린다.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까지 내려왔지만,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금리도 높은 미 국채를 주목하게 된다. 국내에서 달러 자금이 빠져나가면 그만큼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원자재 등 수입 단가를 높여 국내 물가를 밀어올리는 압력을 가하게 된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차이 관리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9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p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긴축 정책의 신호탄을 쐈다. 신 총재의 이번 발언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 총재는 물가에 대해 “중동 상황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그간 높아진 비용 및 환율의 영향이 지속되고 소득개선에 따른 수요 측 압력도 점차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미 연준이 올해 두 차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시기와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한두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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