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손님 줄자 에버랜드는 사파리, 롯데월드는 킹콩…엇갈린 승부수
- 방문객 감소에 콘텐츠 강화…입지·시설 구조 따라 다른 선택
신규 어트랙션 투자비 회수 부담…IP 활용·수익 다변화 과제
같은 위기, 다른 선택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버랜드 입장객은 472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15.6% 감소했다. 롯데월드도 같은 기간 3.8% 줄어든 505만5000명을 기록했다. 에버랜드는 2023년 588만2000명을 기록한 뒤 2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롯데월드는 2024년까지 증가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롯데월드가 에버랜드를 입장객 수에서 앞질렀다.
에버랜드는 방문객 감소의 원인으로 이상기후와 인구구조 변화를 꼽았다. 기록적인 폭염과 잦은 비로 야외 활동에 제약이 생긴 데다 초등학교 체험학습 시장 위축과 학령인구 감소가 레저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올해 개장 50주년을 맞은 에버랜드는 기존 시설에 새로운 경험을 더하며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시설인 사파리월드는 동물 생태를 중심으로 경관을 단장하고 탐험 차량을 전기버스로 교체했다. 동물을 관람하는 기존 방식에 변화를 주면서 사파리 체험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다.
공연과 정원 콘텐츠도 강화했다. 야간 멀티미디어쇼 ‘빛의 수호자들’과 아트 서커스 ‘윙즈 오브 메모리’를 새롭게 선보였고, 포시즌스가든과 하늘정원길 등 식물 콘텐츠에도 힘을 싣고 있다. 대규모 놀이기구를 새로 건설하기보다 이미 갖춘 시설을 활용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롯데월드는 신규 어트랙션으로 승부를 걸었다. 올해 선보인 ‘메이플 아일랜드 존’과 ‘콩X고질라 : 더 라이드’가 대표적이다. 두 시설은 인기 IP의 세계관을 방문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콩X고질라 : 더 라이드’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단일 어트랙션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월드가 신규 놀이기구에 투자하는 목적은 재방문 수요 확보다. 기존 고객에게 다시 방문할 이유를 제공하는 동시에 영 어덜트와 글로벌 IP에 친숙한 외국인 관광객까지 고객층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입지·시설 구조가 가른 선택…수익성 확보가 관건
두 회사가 서로 다른 투자 전략을 택한 배경에는 입지와 시설 구조의 차이가 있다. 에버랜드는 넓은 야외 부지에 사파리와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계절과 방문객 특성에 맞춰 기존 공간을 새롭게 꾸미거나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반면 서울 도심에 위치한 롯데월드는 공간 확장에 제약이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새로운 방문 동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 시설을 교체하거나 인기 IP를 활용한 어트랙션을 도입하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롯데월드에 기회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래관광객은 1893만6562명으로 전년보다 약 15.7% 증가했다. 올해도 9월까지 약 1711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서울 도심에 위치한 롯데월드가 외국인 관광객의 접근성이 높고 관광상품과 연계해 방문 수요를 확보하기에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로 다른 방식의 콘텐츠 투자가 실제 방문객 증가와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롯데월드는 지난 4월 메이플 아일랜드 존 개장 후 한 달간 입장객이 전달보다 약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신규 시설 도입 이후 방문객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수치는 공개하지 않아 신규 어트랙션이 방문객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에버랜드도 올해 신규 콘텐츠 도입 이후 방문객 증감에 관한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투자 방식에는 각각 부담이 따른다. 롯데월드는 신규 어트랙션으로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지만 초기 건설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외부 IP를 활용하는 만큼 라이선스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방문객이 늘더라도 투자비를 회수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에버랜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해 신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어 대규모 놀이기구 건설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폭염이나 잦은 비가 이어지면 콘텐츠를 강화하더라도 방문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것이 약점이다. 결국 양사 모두 콘텐츠 투자에 따른 방문 수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롯데월드는 자체 및 외부 IP를 활용한 협업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에버랜드는 인구구조 변화와 고객 수요, 트렌드 등을 분석해 새 콘텐츠 도입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 교수는 국내 테마파크가 글로벌 IP를 직접 보유하지 못한 만큼 대규모 시설 투자에만 의존하기보다 기존 자산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기존 시설에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하거나 팝업 형태로 IP를 활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또 수익원 다각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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