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슈
뒤집힌 엘리엇 '삼성합병' 판정, 정부 이대로 1500억 혈세 지급?
- 엘리엇과 국제투자분쟁 영국 중재판정부 패소 판결
한국 정부 지급 금액 배상금 등 1500억, 엘리엇 주장
영국 대법원 상고, 중재 판정 취소 요구 가능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과의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한 지 7개월 만에 다시 패소했다. 이대로 물러나면 1500억원가량을 배상하게 될 위기에 놓인 정부가 어떤 후속조치를 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무부는 1일 엘리엇 ISDS 사건 환송중재 판정부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한국 정부의 패소 판정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영국 법원이 국민연금공단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며 기존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하지만 환송중재 판정부는 정부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 정부의 배상 책임이 다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엘리엇에 원 중재와 동일한 약 4849만달러(약 658억원)와 지연이자 등을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배상금에 이자와 법률비용 등까지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총액은 약 1억1300만달러(약 1537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지급이 완료될 때까지 하루 1만달러(약 1361만원)의 이자가 발생한다고 엘리엇은 덧붙였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며 지난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한미 FTA상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조치가 아닌 만큼 중재판정부에 관할권이 없다며 2023년 7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2024년 8월 정부의 배상 취소소송을 각하했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영국 항소법원은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환송된 1심 법원은 올해 2월 국민연금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여 원 중재판정을 일부 취소했다. 정부는 2023년 판정 이후 약 2년 8개월간 이어온 취소소송에서 마침내 승소했다.
다만 법원은 당시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한 행위 자체는 한미 FTA상 관련성 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 등을 다시 판단하도록 사건을 중재판정부로 돌려보냈다.
이에 원 중재를 맡았던 판정부가 다시 사건을 심리했으나 판정부는 정부의 개입과 엘리엇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해 다시 정부 패소로 결론 내렸다.
정부 패소 판결과 관련해 법무부는 "관계부처,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본건 판정문을 면밀하게 분석해 필요한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정부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일단 영국 법원에 중재 판정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 또 항소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영국 대법원에 상고하는 조치 등도 남아 있다.
한국은 과거 외환은행의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부당 개입을 주장한 론스타와의 ISDS에서 끝까지 불복하며 판정 취소 판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지난 2025년 정부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중재판정부에 이어 취소위원회까지 갔고, 중재판정의 절차적 하자 및 적법절차 위반을 이끌어내며 배상금 지급 의무 전액 취소 결정을 받아 마침내 웃었다. 이에 4000억원 규모의 정부 배상 책임도 모두 사라졌다.
ICSID 취소위원회와 영국 항소법원에는 차이가 있다. 취소위원회는 단심제이고 불복 상급기관이 없다. 이에 반해 영국 항소법원의 경우 해당 중재 판정과 관련해 직접 취소가 가능하다. 여기에 불복 시 영국 대법원 상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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