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삼성·SK하이닉스 통 크게 쐈지만…갈 길 먼 기업 ‘주주환원’ 확대
- [한국을 세일즈하라]③
밸류업 공시기업 756곳·시총 비중 83.4%…대형주 중심 성과
배당성향 주요국보다 낮아…투자·환원 아우르는 자본배분 원칙 필요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행한 2024년 이후 국내 상장사의 주주환원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배당을 늘리고 자기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기업이 많아졌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는 상장사도 빠르게 증가했다. 다만 일부 대기업의 대규모 환원책과 증시 상승을 넘어 국내 기업의 자본배분 방식이 구조적으로 달라졌는지를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로 번진 ‘환원 경쟁’…공시기업 시총 5000조 돌파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주환원 확대 흐름은 대형 상장사에서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올해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 등을 합친 전체 주주환원 규모다. 기존 최대였던 2020년의 20조3000억원을 크게 웃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에만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40조43억원을 들여 보통주 2407만주를 11월 19일까지 장내에서 취득한 뒤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의 약 3.3%에 해당하며, 국내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소각 사례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와 함께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배당과 자기주식 취득·소각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을 통해 확보한 현금창출력에 대한 자신감이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8월 31일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쳐 250만5606주를 소각했다. 이 외에도 메리츠금융지주와 셀트리온 등이 각각 5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계획을 내놓는 등 주주환원 경쟁이 업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형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뿐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개하며 밸류업에 동참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월간 기업가치 제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말까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는 코스피 354곳과 코스닥 402곳 등 총 756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사의 29.3%에 해당한다.
공시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5074조4000억원으로 전체 시장 시가총액의 83.4%를 차지했다. 코스피에서는 공시기업의 시가총액 비중이 87.7%에 달했다. 반면 코스닥 공시기업의 시가총액은 147조6000억원으로 코스닥 전체의 31.7%에 머물렀다. 기업 수는 코스닥이 더 많지만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대형 코스피 기업이 밸류업 참여를 주도하는 구조다.
주가 성과도 나타났다. 지난 8월 말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3240.84로 지난해 말보다 8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61.8%를 18.5%포인트(p) 웃돌았고, 코스피200 상승률 76.9%보다도 3.4%p 높았다.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13종의 순자산총액도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지수 상승만으로는 부족…코스닥 참여 확대 등 관건
증권업계에서는 밸류업 지수의 상승을 정책에 따른 주주환원 확대의 성과로만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과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업을 선별해 구성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대형주의 주가 급등도 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밸류업 정책으로 기업 체질이 개선돼 주가가 오른 것인지, 기존에 실적과 주가 흐름이 우수했던 기업이 지수에 편입되면서 성과가 높아진 것인지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올해 발표한 ‘밸류업 공시 참여에 따른 상장기업 성과 비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도 시장별 온도 차가 확인됐다. 2025년 코스피 밸류업 공시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은 30.5%로 미공시기업의 14.1%를 크게 웃돌았다. 코스피에서는 중대형주를 중심으로 배당 확대와 자기주식 매입이 주가수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으로 이어졌다. 반면 코스닥은 수익성을 갖춘 일부 저PBR 기업을 중심으로 재평가가 시작된 단계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한국 기업의 배당 수준도 주요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금융위원회가 2014~2023년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최근 10년 평균 배당성향은 한국이 26.0%였다. 주요국을 보면 ▲영국 129.4% ▲대만 55.0% ▲미국 42.4% ▲인도 38.5% ▲일본 36.0% ▲중국 31.3%로 모두 한국보다 높았다. 2025년 코스피 밸류업 공시기업의 배당성향이 30.5%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중국의 장기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시장 전체적으로는 코스피만큼 코스닥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적극적인 밸류업 동참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성장성 위주의 저평가된 코스닥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 특성에 최적화된 공시 유인 방안과 맞춤형 인센티브 지원책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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