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증시서 돈 빠지는데 ‘빚투’는 급증…신용잔고 다시 33조
- 신용융자 7거래일 연속 증가…한 달 만에 33조원대
미수금도 1.1조원으로 확대…박스권 속 단기 ‘빚투’ 증가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98조9176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3조6164억원 줄었다. 투자자예탁금이 100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 12일 99조9764억원을 기록한 이후 약 2주 만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계좌에 들어와 있는 자금으로 증시의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으로 꼽힌다. 이달 들어서는 변동 폭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일 106조5750억원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감소하면서 일주일 만에 100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이지 않은 상황에서도 예탁금이 감소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26일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468억원을 순매도했다. 통상 주식을 팔면 매도대금이 증권계좌에 남아 예탁금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같은 날 예탁금은 오히려 감소했다. 주식 매도 이후 자금 일부가 증권계좌 밖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기성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과 달리 차입을 활용한 주식 투자는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6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1023억원으로 하루 전보다 2540억원 늘었다. 지난달 28일 33조1940억원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33조원대로 올라섰다.
최근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이달 4일 27조4038억원까지 감소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8일부터 7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불과 3주여 만에 5조원 넘게 불어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다.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질 때 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시장이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뿐 아니라 이자와 반대매매 부담까지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최근 예탁금과 신용융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투자 여력이 전반적으로 확대됐다기보다 일부 투자자의 위험선호가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증시에 새롭게 들어오는 현금성 자금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투자자들이 차입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코스피가 7000선을 놓고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가 단기간 큰 폭으로 상승한 이후 추가 상승과 조정 전망이 엇갈리면서 장기적으로 자금을 묻어두기보다 시장 변동성을 활용한 단기 매매 수요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초단기 차입 거래도 함께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1조1491억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469억원 증가했다. 미수거래는 증권사에 매수대금 전액을 내지 않고 주식을 산 뒤 통상 결제일까지 부족한 금액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신용융자보다 투자 기간이 짧다.
미수금을 제때 갚지 못해 발생한 반대매매 규모는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3%를 기록했다. 아직 반대매매 규모 자체가 크게 확대된 수준은 아니지만 신용융자와 미수금이 동시에 늘고 있다는 점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예탁금 감소와 신용융자 증가를 단순히 증시 자금 이탈이나 투자심리 개선 가운데 한 방향으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금성 대기자금이 감소하는 동시에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수는 늘고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도 관망과 공격적 투자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수가 고점 부근에서 방향성을 잡지 못할 경우 신용거래 증가가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주가가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 신용 투자자들의 손절이나 반대매매가 한꺼번에 나오면서 하락폭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예탁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용융자 잔고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증시 전반에 신규 자금이 유입된다기보다 기존 투자자 가운데 일부가 레버리지를 높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수록 종목별 단기 매매가 늘어날 수 있지만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신용잔고가 오히려 시장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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