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비싸서 안 간다”던 제주, 이젠 “무서워서 못 간다?” 제주도의 눈물
- 실종 사건에 경찰 허위 종결까지
온라인서 ‘제주 치안’ 불안 번져
홍혜걸 “대낮에도 혼자 다니지 말라”
제주 크리에이터엔 조롱 댓글도
확인 안 된 의혹까지 확산
여행업계 “제주 전체를 위험지역으로 몰아선 안 돼”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 한때 비싼 물가와 바가지 논란에 머물렀던 제주 관광의 부정적 인식이 이제는 치안 불안까지 겹치며 ‘무서워서 꺼려지는 제주’로 번지고 있다.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사건과 경찰의 허위 종결 사실이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제주 치안을 둘러싼 불안과 각종 의혹으로 옮겨붙는 모양새다. 여행업계는 “제주 관광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위험보다도 관광객들이 ‘제주는 불안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물가 논란에 이어 치안 문제까지 겹치면 제주를 여행지로 선택하는 데 심리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주 포비아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제주 국내 관광객의 현지 지출액은 1754억원으로 1년 전 2165억원보다 19.0% 감소했다. 올해 2~3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도 전년 동기보다 11.5% 줄었다.
물가에 대한 불만도 여전하다. 제주관광공사가 실시한 ‘2025년 방문 관광객 실태조사’에서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 절반가량이 음식 가격을 비싸다고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계 삼겹살과 순대 등 이른바 ‘바가지’ 논란이 반복되면서 제주 대신 일본 등 해외여행을 택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실제 일본은 한국인 관광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여행수지는 6조6864억엔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엔저와 항공편 확대, 다양한 관광 콘텐츠 등이 맞물리면서 일본이 국내 여행의 대체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최근 발생한 실종 사건은 제주 관광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5월 실종된 30대 여성 장모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신고 접수 101일 만인 지난 24일 발견된 가운데, 경찰이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제주 치안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졌다.
제주살이 7년 차인 의사 겸 방송인 홍혜걸씨도 최근 SNS를 통해 제주 곳곳의 인적이 드문 길을 언급하며 “대낮이라도 혼자 다니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의 글에는 제주 치안에 공감한다는 반응과 함께 “제주를 혐오스럽게 만드는 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제주를 소개해온 크리에이터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제주 문화와 제주어를 소개해온 유튜버 ‘뭐랭하맨’의 영상에는 최근 실종 사건을 빗대 “제주도 가려면 실종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식의 조롱성 댓글이 이어졌다. 개인의 안전을 우려하는 수준을 넘어 제주를 하나의 위험 지역으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온라인에서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확인된 사실과 온라인에서 퍼지는 의혹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경찰은 타살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CCTV 역시 경찰이 고의로 삭제한 것이 아니라 보존기간이 지나 자동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의 허위 종결과 부실 대응은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타살설이나 특정 집단과의 연관설까지 제주 전체의 치안 문제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 자원’ 제주, 경쟁력 회복해야
제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은 지역 관광산업에도 부담이다. 특히 물가와 서비스에 대한 불만에 치안 불안까지 더해지면 실제 범죄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위험한 여행지’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는 오름과 올레길, 해안 경관 등 다른 지역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관광 자원을 갖고 있다. 문제는 관광객이 이런 자원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과 서비스 개선은 물론 안전 인프라와 경찰의 현장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나 의혹이 제주 전체에 대한 혐오로 번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제주 관광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특정 지역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 국내 관광 수요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일이기도 하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는 국내에서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관광 자원을 가진 곳인 만큼 최근 논란을 제주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물가와 서비스뿐 아니라 관광객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마련해 제주를 다시 믿고 찾을 수 있는 여행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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