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3000원 커피 대신 2만원 짜리 주스요~" 요즘 젠지의 ‘취향 듬뿍 음료' 보니[요즘뭐함?]
- 커피값은 아껴도 취향에는 과감하게
한국 이어 미국 젠지도 빠졌다
가격보다 취향·건강·경험
‘소유’에서 ‘나를 위한 소비’로 이동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아메리카노는 회사에서 마시면 되잖아요. 돈을 쓰더라도 제가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고 싶어요.”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카페에서 3000~5000원대 아메리카노 대신 1만원이 넘는 과일주스나 말차 음료를 찾는다. 운동한 날에는 단백질이나 과일을 넣은 스무디를 마시고, 주말에는 유명 카페를 찾아 브루잉 커피를 즐긴다.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이 향하는 곳이 달라지고 있다. 무조건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도, 비싼 명품을 좇는 것도 아니다. 건강에 도움이 되거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이라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기꺼이 돈을 쓴다. 사진으로 남기기 좋거나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구매를 결정하는 요소다.
‘한 잔’에도 취향 듬뿍
차·말차·스무디·주스·브루잉 커피 등 최근 음료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이런 소비 행태를 잘 보여준다. 음료 한 잔이 갈증을 해소하는 수단을 넘어 취향과 건강, 기분을 드러내는 ‘작은 사치’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차 시장에서 엿볼 수 있다. 올해 1~7월 신세계백화점의 차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23.8% 증가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각각 20%, 19.6% 늘었다. 특히 현대백화점의 2030세대 차 매출은 41.3% 급증했다.
젊은 소비자들이 커피를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다. 그날의 컨디션이나 기분, 목적에 따라 마실 음료를 골라 찾는 소비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메가커피와 투썸플레이스의 올해 1~7월 차 매출도 각각 20%, 16%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도 차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말차가 대표적이다. 오설록의 말차 제품군은 지난해 11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보다 178%, 매출은 229% 이상 증가했다. 티백을 넘어 차완과 차선을 이용해 직접 차를 우리는 소비도 늘고 있다. 무엇을 마실지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즐길지까지 소비자의 선택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과일과 채소를 활용한 스무디도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이 자체 기획한 웰니스 스무디 브랜드 ‘트웰브 원더바’는 1만5000~2만8000원의 가격에도 청담 1호점 개점 4개월 만에 누적 5만잔 이상 판매됐다.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원재료와 제조 방식, 매장 분위기까지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한 결과다.
브루잉 커피도 마찬가지다. 일반 아메리카노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지만 원두의 향과 추출 과정을 즐기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올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오전 7~10시 브루잉 커피 판매량이 연초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러닝이나 운동을 마친 뒤 필터 커피를 찾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오픈서베이 조사에 따르면 음료를 고를 때 건강을 고려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65.7%에 달했다. 이제 음료 한 잔도 ‘얼마인가’만큼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음료를 단순히 ‘가격 대비 양’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칼로리와 당류, 카페인을 따져보고 원재료와 제조 방식도 살핀다"며 "여기에 맛과 디자인, 매장 분위기, SNS에서 공유할 만한 요소까지 소비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젠지도 나를 위한 소비
미국에서도 젠지를 중심으로 음료와 외식 소비가 바뀌고 있다.
미국 식음료 전문지 푸드앤드와인(Food & Wine)은 지난 7월 젠지를 중심으로 ‘리틀 트리트(little treat)’ 문화가 확산하면서 과일 리프레셔, 버블티, 크림 소다 등 개성 있는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큰돈을 쓰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일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비에는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원하는 재료를 추가하거나 당도를 조절하는 등 자신의 취향에 맞게 음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도 젊은 소비자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미국 역시 말차에 푹 빠졌다. 최근 미국에서 말차는 커피의 대체재를 넘어 건강과 취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음료로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업체 테이스트와이즈는 2026년 4월 젠지의 음료 트렌드를 분석하며 말차가 기능성과 시각적 매력을 동시에 갖춘 대표적인 음료로 부상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맥킨지가 2025년 5월 발표한 웰니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젠지 소비자의 53%가 2024년 미용 시술 지출을 전년보다 늘렸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가 건강과 외모 관리를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투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럭셔리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명품 가방이나 시계처럼 가격과 브랜드가 곧 지위를 보여주는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운동과 웰니스, 여행, 외식처럼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에도 돈을 쓴다. 미국 EHL은 2026년 7월 젠지의 럭셔리 소비에서 브랜드나 가격 자체보다 경험과 개인적인 의미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소비 방식은 음료를 넘어 패션과 뷰티, 취미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좋은 향의 향수를 사고, 좋아하는 음료를 매일 한 잔씩 즐기는 식이다. 모든 영역에서 돈을 쓰는 대신 자신에게 의미 있는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소비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은 무조건 비싼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상품에는 가격과 관계없이 지갑을 연다”며 “건강과 자기관리, 개성,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하면서 음료 시장에서도 단순히 저렴한 제품보다 브랜드가 가진 스토리와 경험, 개인화 요소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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