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은 왜 ‘바이브 코딩’을 배웠을까 [가봤어요]
- DX부터 빛난 정의선 기술 집념
시작된 현대차그룹 AX 대전환
실제 업무 현장서 나타나는 효율
올해 상반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사장에게 직접 건넨 말이다. 진 사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의외였다고 했다. 정 회장이 굳이 코딩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실무자가 기술을 익히고 경영진은 결과를 보고 판단하면 된다고 봤다.
정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직접 써보지 않고서는 인공지능(AI)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까지 하지 못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봤다.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알아야 경영 판단에도 제대로 녹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실제 지난 5월 정 회장은 ‘바이브 코딩 교육’(AI와 대화하며 코드를 만들고 수정하는 개발 방식)을 받았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도 함께했다.
기자도 정 회장이 받았던 바이브 코딩 교육을 똑같이 받아봤다. 현대차그룹은 12일 류석문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진행하는 실습 세션을 열었다. 정 회장을 비롯한 그룹 주요 경영진이 앞서 참여했던 교육과 같은 내용이었다. 해보니 진입 장벽은 생각보다 낮았다. 코딩 언어를 따로 배운 적이 없어도 됐다.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과 조건을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짰다.
게임 하나를 만들어봤다. 교실에 책상 5개를 놓고 학생 10명이 앉아 수업을 듣게 했다. 학생이 졸기 시작하면 2초 안에 마우스로 클릭해 깨워야 한다. 세 번 놓치면 게임이 끝난다. 처음에는 한 명씩 졸게 하고 시간이 흐르면 두 명, 최대 네 명까지 동시에 졸도록 조건을 붙였다. 누가 조는지는 무작위로 정하게 했다.
내용만 보면 개발이 어렵게만 보인다. 정작 기자가 한 일은 코드를 쓰는 게 아니었다. 만들고 싶은 장면을 설명하고 결과를 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시 지시했다. 학생이 너무 빨리 졸면 속도를 바꾸고, 동시에 조는 학생이 많으면 조건을 손봤다.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교육을 마친 뒤 정 회장이 강조한 지점도 여기에 있다. AI가 할 수 있는 일만큼 할 수 없는 일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AI 기술을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더 중요한게 있었다. 어디까지 믿고, 어느 지점부터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능력이 더욱 우선시돼야 한다고 내다본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교육에서 프롬프트 설계와 데이터 신뢰성 등을 함께 살펴본 이유다.
현대차그룹이 ‘제대로 쓰는 AI’
현대차그룹은 일반 직원이 직접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단계까지 왔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난다.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를 도입한 뒤 사례 탐색과 분석 자료 검토 시간은 약 90% 줄었다. 생산 현장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글로벌 약 70개 생산 거점에서 운영돼 연간 52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낸다. 해외 정비 현장에서는 대응 시간이 약 42% 단축됐다.
또 현대차·기아는 2025년부터 사내 생성형 AI 플랫폼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를 일반 임직원에게 열었다. 챗지피티와 제미나이, 클로드 등을 보안이 확보된 사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7월 기준 이용자는 3만명을 넘어섰다. 현대차·기아 일반·연구직의 약 80%에 해당한다.
AI를 어디까지 직접 만들 것인지에도 명확히 했다. 피지컬 AI와 자율주행처럼 차량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역은 파운데이션 모델부터 직접 투자하고 개발한다. 백오피스 등 사내 업무 영역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갖춘 외부 AI 기술을 활용한다. 기술을 보유하는 것 자체보다 어떤 기술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는 얘기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는 AI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기업이 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배우고 현장에 적용해 고객 가치와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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