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올여름 패션 소비에서 가장 빠르게 관심이 커진 품목은 옷이 아니었다. 플립플롭 검색량이 96.3% 뛰었고 팔찌와 숄더백 검색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기본적인 여름옷에 액세서리와 신발, 가방을 더해 분위기를 바꾸려는 소비가 늘고 있다.
패션 플랫폼 쉬인이 지난 5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자사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액세서리 검색량은 약 40% 증가했다. 신발과 가방 검색량도 각각 28%, 24% 늘었다. 여름 의류를 추가로 구매하기보다 기존 옷차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비의류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품목별로는 팔찌의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팔찌 검색량은 56.0% 증가했다. 모자와 벨트 검색량도 각각 21.4%, 20.8% 늘었다. 민소매와 티셔츠, 원피스 등 기본적인 여름옷에 액세서리를 더해 스타일을 바꾸려는 수요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패션 시장에서도 액세서리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패션 매체 보그는 지난 7월 15일 올해 여름 트렌드 가운데 비즈 장식 액세서리를 주요 아이템으로 꼽았다. 목걸이와 팔찌뿐 아니라 가방과 신발에도 비즈 장식을 더하는 스타일이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패턴 스카프와 컬러 플립플롭, 웨지 샌들도 여름철 스타일을 바꾸는 아이템으로 소개했다.
얇은 소재를 활용한 레이어링도 여름철 주요 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어와 크로셰, 시어서커, 리넨, 플리츠처럼 가볍고 통기성이 좋은 소재가 대표적이다. 민소매 위에 시어 셔츠나 얇은 카디건을 걸치면 한낮의 더위와 실내 냉방을 동시에 견딜 수 있다.
시어 소재는 국내에만 국한된 유행도 아니다. 미국 보그는 올해 여름 시어 소재가 주요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2026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프라다와 드리스 반 노튼 등이 시어 소재를 활용했고, 셔츠와 스커트는 물론 신발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가방에서는 숄더백이 두드러졌다. 쉬인에서 숄더백 검색량은 44.7% 증가했다. 파우치 15.8%, 백팩 14.5%, 지갑 14.4% 등도 모두 증가했다. 출퇴근과 일상적인 외출에 활용하면서 여행이나 휴가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가방을 찾는 소비가 늘었다.
여름 가방의 크기와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보그는 올해 여름 대형 슬라우치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크림과 물병, 선글라스 등 여름철 휴대품이 늘면서 수납력을 갖춘 큰 가방을 찾는 수요가 패션 트렌드와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신발 시장에서는 계절을 따지지 않는 소비가 나타났다. 쉬인에서 플립플롭 검색량은 96.3% 증가했다. 샌들도 25.4% 늘었다. 그런데 부츠 검색량도 40.5% 증가했다. 한여름 대표 신발인 플립플롭과 가을·겨울 이미지가 강한 부츠가 동시에 인기를 얻은 셈이다.
여름철 부츠 착용은 해외에서도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미국 보그는 지난해부터 여름 원피스나 쇼츠에 부츠를 신는 스타일이 스트리트 패션에서 자주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올해도 짧은 스커트나 슬립드레스에 부츠를 매치하는 스타일이 이어지고 있다. 계절에 맞는 신발을 고르는 대신 옷과 신발의 대비를 활용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플립플롭은 반대편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보그는 지난 5월 플립플롭을 올해 여름 주요 신발 트렌드로 소개했다. 과거 휴양지에서 주로 신던 단순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다양한 형태의 플립플롭을 선보이면서 일상적인 여름 신발로 영역을 넓혔다고 분석했다.
여름철 소비자들이 비의류 상품을 적극적으로 찾는 배경에는 일정과 날씨의 변화도 있다. 아르바이트와 인턴십, 출퇴근, 여행, 페스티벌, 저녁 모임 등 하루 동안 이동하는 장소가 다양해지면서 한 벌의 옷을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커졌다. 낮에는 민소매와 샌들을 신고 있다가 실내에서는 시어 셔츠를 걸치고, 저녁에는 부츠와 액세서리로 분위기를 바꾸는 식이다.
폭염과 강한 냉방도 영향을 미쳤다. 두꺼운 옷을 여러 겹 입기 어려운 여름에는 얇은 소재의 아우터나 액세서리 하나만으로 체온과 스타일을 조절할 수 있다. 옷을 새로 사지 않고 가방이나 신발만 바꾸는 방식은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른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여름철 비의류 소비 증가를 단순한 유행으로만 보지 않는다. 기본적인 옷을 여러 번 활용하면서 신발과 가방, 액세서리로 변화를 주는 소비 방식이 확산하면서 관련 시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쉬인 관계자는 “여름철 일정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의류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가방, 신발을 함께 찾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완성하고 있다”며 “한 가지 아이템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새로운 옷을 계속 구매하기보다 기본적인 옷에 가방이나 신발, 액세서리를 바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데 관심이 높다”며 “특히 여름에는 옷차림이 단순해지는 만큼 작은 아이템 하나가 전체 스타일을 좌우하기 때문에 비의류 상품에 대한 소비가 더욱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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