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환율 시대 생존법]②
달러 예금·미국 ETF 관심 커져
PB들의 조언 “달러 자산 30%는 필요”
달러 자산, 환차익보다 ‘포트폴리오 보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결산법인의 실질주주 수는 1455만8479명으로 전년보다 33만명 이상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1442만명에 달한다.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도 여전하다. 5월 말 기준 서학개미가 보유한 미국 주식 평가액은 2036억 달러로 집계되며 처음으로 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처럼 국내 주식뿐 아니라 미국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환율 역시 투자 판단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달러 자산 보유자는 환차익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자산이 단순히 환차익을 노리는 수단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윤희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본부장은 “달러 자산은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수단이기도 하지만 원화 자산이 흔들릴 때 포트폴리오 전체를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며 “일반 투자자도 일정 부분은 달러 기반 자산을 보유하는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투자자금이 달러 자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달러 자산은 주식이나 부동산과 달리 위기 국면에서 자산가치를 방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한국은 고령화와 성장 둔화가 진행되면서 장기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환율 전망 자체보다 원화 자산에 과도하게 편중된 구조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도 원화 자산…통화 분산 필요
특히 자산관리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원화 자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진단한다. 상당수 가계의 자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자체가 원화 자산인데다 예·적금과 국내 주식까지 더해지면서 사실상 ‘원화 올인’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 자산은 환테크가 아닌 ‘통화 분산’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국내 투자자들은 부동산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아 이미 상당 부분 원화 자산에 집중돼 있다”며 “부동산은 원화 자산인 만큼 이를 바꾸기 어렵다면 금융자산이라도 달러 기반 자산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자산의 일정 비중을 달러 기반 자산으로 보유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달러 예금뿐 아니라 ▲미국 주식 ▲미국 ETF ▲금 등도 대표적인 달러 자산으로 꼽힌다.
특히 개별 종목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ETF를 활용한 분산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S&P500 ETF는 미국 대형 우량기업 전반에 투자하는 효과가 있으며, 나스닥100 ETF는 인공지능(AI)·반도체·빅테크 기업 중심의 성장성에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정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보다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환율 시대에 PB 업계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은 ‘달러 자산 30%’다. 환율 상승에 베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원화 자산 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통화 분산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달러 자산은 환차익보다 포트폴리오의 보험 역할에 가깝다”며 “고객들에게는 금융자산의 30% 정도를 달러 기반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관리 전문가는 “금융자산 기준으로 달러 자산 비중은 최소 30% 이상은 돼야 한다고 본다”며 “금과 미국 주식, S&P500·나스닥 ETF 등 달러 기반 자산을 활용해 통화 분산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 전망보다 투자 원칙이 중요”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 수준만 보고 달러 자산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환율 시대일수록 환율 방향을 예측해 투자하기보다 원화와 달러 자산을 균형 있게 나눠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유영동 하나은행 투자전문위원은 “환율과 금리, 원자재 가격은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환율이 앞으로 얼마나 오를지, 금리가 어디까지 움직일지 맞히려는 방식의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김 본부장은 “달러를 이미 보유한 투자자라면 달러 예금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 새롭게 환전해 달러 예금에 가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환율이 추가로 오를지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기대 수익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어떤 자산이 있었으면 좋았을지, 반대로 어떤 투자에서 불안함을 느꼈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고환율 장세를 계기로 자신의 투자 성향과 감내할 수 있는 위험 수준을 정확히 아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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