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지방 미분양發 PF 부실, 저축은행·보험·신탁사까지 번졌다
- 한국투자·하나·한화저축은행 등 등급 전망 하향
책임준공형 신탁 부실에 은행계 신탁사 건전성 악화
당국 “PF 익스포저 감소”에도 지방 사업장 장기 부실 우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지방 부동산 침체와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저축은행·보험사·부동산신탁사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장기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이어지면서 연체율과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중소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사례도 잇따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건설업 위기가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향후 자산건전성이나 수익성이 추가로 악화할 경우 신용등급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하나저축은행은 장기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한 단계 낮은 ‘A-’로 하향 조정됐고, 한화저축은행 역시 등급전망이 하향됐다.
부동산 PF 부실과 대손비용 증가가 공통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 규모는 7542억원으로 2022년 말(1815억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401억원에서 16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6%, 연체율은 9.9%까지 상승했다.
한화저축은행 역시 브릿지론 건전성 저하가 부담으로 지목됐다. 브릿지론은 본PF 전환 전 토지 매입 등에 투입되는 단기 고금리 대출로 사업 지연 시 가장 먼저 부실화되는 영역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방 미분양 장기화와 PF 사업성 악화로 브릿지론 부실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보험사·신탁사까지…PF 부실↑
보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푸본현대생명의 무보증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자본적정성 악화와 적기시정조치 영향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PF 관련 자산 부실과 투자손실 확대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 영향이다.
은행계 부동산신탁사들의 건전성 악화도 빨라지고 있다. 신한자산신탁의 올해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0.38%까지 상승했다. ▲하나자산신탁(79.88%) ▲우리자산신탁(74.52%) ▲KB부동산신탁(68.49%)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부실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시공사가 기한 내 공사를 마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준공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안정적인 사업 모델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공사비 급등과 분양 부진, 시공사 유동성 악화가 겹치며 신탁사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지방 사업장의 경우 미분양 장기화와 수요 위축이 겹치며 PF 부실 위험이 더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도권 핵심 지역과 달리 지방은 분양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인구 감소와 지역 경기 둔화 영향까지 겹치며 사업성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방 사업장의 경우 본PF 전환이 지연되거나 준공 이후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금융권 부담이 장기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윤재성 NICE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금융 계열 신탁사들이 2021년 이후 책임준공형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현재 부정적 충격의 정도도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적 부담 완화…질적 리스크는 여전
금융당국은 최근 PF 시장의 양적 부담은 다소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부동산 PF 익스포저는 17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조6000억원 감소했다. PF 대출 연체율도 3.88%로 전분기 대비 0.36%포인트 하락했다.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규모 역시 전체 PF 익스포저의 8.4%(14조7000억원) 수준으로 직전 2025년 9월 말(10.2%) 대비 낮아졌다.실제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발표한 ‘부동산 PF 건전성 제도개선 방안’에 따라 PF 규제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은 2027년부터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적용받게 된다. PF 사업비 대비 자기자본비율은 2027년 5%를 시작으로 2030년 20%까지 순차 상향된다.
증권업계 역시 PF 중심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분위기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둔화 이후 PF 자본효율성이 낮아지면서 기업금융(IB) 중심으로 무게추를 옮기는 모습이다. 실제 대형 증권사들의 브릿지론 비중은 2024년 29%에서 2025년 21%로 낮아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미 상당수 부실 사업장이 정리된 만큼 남아 있는 사업장일수록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경·공매 유찰이 지속될 경우 장기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저축은행의 건전성 개선 역시 PF 정상화 펀드 매각 과정에서 나타난 착시효과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PF 대출 매각 이후에도 후순위 수익권 재투자가 병행되며 실질 리스크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강화와 금융권의 PF 익스포저 축소로 시장이 과거처럼 무리하게 확대되는 흐름은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지방 미분양과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권 건전성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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