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문턱 낮췄지만 이자 부담은 ‘숙제’…인뱅 포용금융의 역설
- 중·저신용 신규 대출자 최대 70% 감소…부채 경감 효과 미미
마통 금리 시중은행보다 1.68%p↑…공급 목표 상향 논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며 금융 접근성을 높였지만, 정작 차주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일부 차주는 금리 인하 혜택을 받았지만, 대출 공급 확대가 기존 부채 감소로 이어지는 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 인터넷은행의 대출금리마저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면서 대출 공급량 중심의 포용금융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 토스인사이트는 지난 5일 ‘중저신용자 대출시장 분석 및 포용금융 제고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와 한국신용정보원의 2016~2025년 개인 차주 약 215만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은 기존 금융권에서 신용대출을 이용하지 않았던 차주들에게 새로운 대출 경로를 제공했다. 인터넷은행에서 개설된 신규 신용대출 계좌의 약 31%는 직전 분기에 신용대출이 없었던 차주에게 공급됐다. 기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등 고금리 업권의 대출을 정리하고 인터넷은행으로 옮긴 중·저신용 차주는 평균 5%포인트(p)이상의 금리 인하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대출 공급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기존 빚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다른 금융회사에 신용대출을 보유한 상태에서 인터넷은행 대출을 새로 받은 차주의 47%는 기존 대출잔액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늘었다. 반면 기존 대출잔액이 신규 대출액의 절반 이상 감소한 차주는 20.2%에 그쳤다.
인터넷은행에서 새로 돈을 빌렸더라도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갚는 데 사용하지 않고 추가로 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전체 부채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 고객 유입도 둔화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에서 신용대출을 처음 받거나 다시 이용하는 중·저신용 차주는 2021년 4분기 11만2000명에서 지난해 분기당 3만4000~4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대 약 70% 줄어든 규모다.
대출금리도 시중은행보다 높아…포용금융 효과 논란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쟁력이 약해진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마이너스통장 신규취급 평균 금리는 연 7.16%로 집계됐다. 8월(7.30%)에 이어 두 달 연속 7%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금리는 연 5.48%로 인터넷은행보다 1.68%p 낮았다.
고신용자 구간에서도 격차가 나타났다. KCB 신용점수 951~1000점 구간의 인터넷은행 평균 금리는 연 6.54%로 5대 시중은행(5.44%)보다 1.10%p 높았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위험과 대손비용을 부담한다. 대출받은 고객의 신용점수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평균 금리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같은 신용점수 구간에서도 금리 차이가 나타나는 만큼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만으로 금리 격차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금 조달비용과 대출심사 기준, 우대금리 등 은행별 가격 결정 요인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다.
올해 신규취급액 기준 목표 비중은 32%로 지난해 30%에서 2%p 상향됐다. 내년에는 34%, 2028년에는 3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평균잔액 기준 30% 이상 유지 목표도 적용되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2분기까지 공급 목표를 모두 충족했다. 신규취급액 기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38.4% ▲토스뱅크 32.7% ▲케이뱅크 32.4%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러한 공급 실적이 차주의 실질적인 금융비용 절감으로 얼마나 연결되는지다. 토스인사이트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목표의 기준점수 변경으로 새롭게 대상에 포함된 차주를 인접 신용점수대 차주와 비교한 결과, 고금리 부채 규모나 실제 이자지급액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인터넷은행의 전체 대출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대출 공급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 차주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현행 정책의 평가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저신용자 연체 위험 집중…실질 효과 살펴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건전성 관리도 과제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실행 당시 신용점수 600점 미만 차주의 대출은 전체 중·저신용 대출잔액의 6.6%에 불과했지만,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잔액에서는 28.9%를 차지했다.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연체 위험이 크게 집중된 것이다.
금리 변동에도 취약했다. 정책금리가 1%p 상승할 때 중·저신용 대출의 연체율 상승 폭은 고신용 대출보다 0.36%p 더 크게 나타났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하지만, 무리하게 공급을 확대할 경우 대손비용이 증가해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신용위험 관리를 강화하면 금융 접근성이 낮은 차주에 대한 대출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얼마나 많은 대출을 공급했는지보다 실제 금융 소외계층에 어느 정도의 혜택이 돌아갔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스인사이트는 대출 규모와 비중뿐 아니라 정책적 기여도와 위험 부담을 함께 평가하는 ‘성과연계형 공급책임’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존 고객에게 추가로 대출하는 것보다 신규 금융 접근을 지원하거나 고금리 대출을 실질적으로 상환하도록 유도한 실적을 더 높게 인정하는 방식이다.
또 경기와 금리 상황에 따라 공급 목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저신용 대출에 따른 손실을 분담하는 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인터넷은행 계열 연구소가 수행한 만큼 공급 목표 조정이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기회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정책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필요도 있다.
토스인사이트 연구진은 “포용금융의 성과는 신용공급 확대와 차주의 부채부담 개선을 함께 살펴 평가해야 한다”며 “필요한 사람이 적정한 조건으로 신용을 안정적으로 이용하도록 실적 인정과 위험분담 체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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