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다시 고개 드는 ‘공포지수’… 코스피 시총 일주일 새 1000조원 증발
- 반도체 고점 우려·중국 약진에 코스피 직격탄
VKOSPI 55선 돌파…올 들어 서킷브레이커 총 10회 발동
외국인 손짓에 국내 증시 몸살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기준이 높아진 이후 하락세를 그렸던 이른바 ‘공포 지수’가 다시 치솟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중국 반도체 기업의 약진 소식이 나오면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절반가량을 ‘삼전닉스’가 차지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반도체 시장의 충격은 국내 증시 변동성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다.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4.59포인트(7.57%) 내린 5554.22에 장을 마감했다. 가파른 조정을 받으면서 코스피 시가총액은 10월 15일 기준 4611조41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보다 1000조원 넘게 감소했다. 증시 하락과 함께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5선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5일 VKOSPI는 전장(44.91) 대비 11포인트 가량 오른 55.38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면서 매도세가 가팔라지자 코스피가 급락했고 주식 매매거래를 일시 중단시키는 시장 안정 조치인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연이어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되면 해당 시장의 주식 매매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조치다. 올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총 10회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었음에도 한 달에 한 번꼴로 주식시장에 급제동이 걸릴 만큼 변동성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물가 상승과 인공지능(AI) 기업의 부채 우려 및 자금조달 불안, 반도체 업황 경계감에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가 맞물리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영향이다.
증시 하락만큼 주목받는 것은 VKOSPI의 상승이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30일간의 기대 변동성을 연율화한 지표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주식시장에 불안함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2010년 이후 VKOSPI의 장기 평균은 20 안팎인데 현재 55선 수준인 것은 그만큼 국내 증시를 믿지 못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1년간 VKOSPI 데이터를 살펴보면 변동성이 수차례 급격히 출렁였다. 지난 1월 30일 39.58이었던 VKOSPI는 2월 2일 47.37로 단 하루 만에 7.79포인트(19.68%) 급등했다. 3월 4일에는 하루 만에 27.61% 폭등해 80.37까지 치솟기도 했다. 변동성은 여름에 최고조에 달했다. 2026년 6월 29일 VKOSPI는 장중 97.99, 종가 96.94를 기록하며 공식 발표를 시작한 2009년 4월 이후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당시 코스피가 9300선까지 오른 뒤 급락했고 7월에도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
이후 완만한 하향 곡선을 그리며 10월 8일 36.81까지 내렸던 VKOSPI는 10월 12일 40.73, 10월 13일 48.53, 10월 15일 55.38로 사흘간 30% 넘게 급등했다. 불과 4거래일 만에 42% 이상 폭등하면서 여름 폭락장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포지수 급등과 증시 폭락의 대외적 요인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과 AI 기업 자금조달 불안을 거론한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근원 CPI는 2.6% 올라 시장 예상치인 3.6%와 2.5%를 각각 웃돌았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나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고 투자심리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반도체 쏠림 현상’이 극심한 국내 증시의 경우 변동성이 확대됐다. 미국이나 일본은 다양한 산업군 기업들이 골고루 성장하며 대표 지수를 함께 견인하지만 국내 증시는 ‘삼전닉스’가 코스피 전체 흐름을 좌우하는 구조다.
일각에서는 단순한 ‘저평가’ 해석만으로는 반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낙폭 과대 인식 혹은 밸류에이션 매력에 기반한 저가 매수세만으로는 지수 하락 추세를 빠르게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한국을 비롯해 미국 나스닥시장 등에서 AI산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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