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금융 매각전]②
지분 100% 가치 9000억원대…한때 2조원 몸값 절반 이하로
기본자본 K-ICS 마이너스…자본 확충·신한EZ손보 통합 관건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6933억원을 들여 롯데손해보험을 품는다. 한때 2조원 안팎까지 거론됐던 롯데손보의 몸값이 지분 100% 기준 9000억원대로 낮아지면서 수개월간 이어진 가격 줄다리기도 마침표를 찍었다. 다만 신한금융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인수대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롯데손보의 취약한 기본자본을 개선하기 위한 추가 자금 투입과 신한EZ손해보험과의 통합 작업이 향후 인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10월 13일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를 지분 100% 가치로 환산하면 약 9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의 승인 등 관련 절차를 거친 뒤 잔여 지분 22.96%도 확보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기존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과 통합할 예정이다.
신한금융과 JKL은 지난 7월까지 롯데손보 인수를 놓고 단독 협상을 진행했지만 가격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한 차례 협상을 중단했다. 이후 JKL이 공개매각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신한금융은 인수 가능성을 열어뒀고 막판 협상이 다시 성사됐다. 시장에서는 앞서 신한금융이 7000억~8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거래는 9000억원 안팎에서 결정됐다.
9000억에 끝 아니다…인수 뒤 ‘자본 청구서’
가격이 당초 기대치보다 크게 낮아졌다고 해서 신한금융이 곧바로 ‘싼값’에 롯데손보를 샀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인수 이후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올해 6월 말 기본자본이 -910억원을 기록하면서 기본자본 신지급여력제도(K-ICS)비율도 경과조치 적용 후 –5.4%에 그쳤다. 내년부터 보험사에 기본자본 K-ICS 규제가 도입되는 만큼 자본의 양뿐 아니라 질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 계산으로 기본자본 K-ICS 비율을 50%까지 곧바로 끌어올리려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추산도 나온다. 다만 이를 그대로 신한금융이 당장 부담해야 할 증자액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기본자본 규제에는 단계적으로 기준을 높이는 경과기간이 적용된다. 시장에서는 초기 자본확충 규모를 약 3000억원 안팎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 투입 규모는 향후 자본구조와 이익 유보, 금융당국과의 협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신한금융도 추가 자본 투입을 공식화했다. 롯데손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추가 재원을 넣어 재무건전성과 경영 기반을 강화하고 내년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 비율 규제에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인 투입 규모와 시기는 금융당국 승인과 향후 정상화 과정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향후 절차와 관련해 “금융당국 인가 등 필요한 절차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JKL이 가격을 더 낮추기 어려웠던 배경에도 그동안 투입한 자금이 있다. JKL은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구주 매입과 유상증자 등에 약 7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JKL이 받는 지분 매각대금은 6933억원으로, 단순 매각가격만 놓고 보면 투자원금을 크게 웃도는 수준은 아니다.
여기에 인수금융 부담도 있었다. JKL은 롯데손보 인수 과정에서 조달한 자금의 만기가 다가오자 2024년 10월 약 4650억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실시했다. 매각이 장기화할수록 금융비용이 쌓이고 투자금 회수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어 JKL로서는 가격을 지키는 것과 엑시트를 마무리하는 것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했다. 공개매각을 추진하면서도 결국 신한금융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아픈 손가락’ 손보 키운다…통합 성과가 관건
그럼에도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택한 것은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상대적으로 약했던 손해보험 사업을 단숨에 키울 수 있어서다.
신한금융은 은행과 카드·증권·생명보험 등에서는 업계 상위권에 올라 있지만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자산 3000억원대의 소형사다. 올해 상반기에도 182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그룹 내 ‘약한 고리’로 꼽혀왔다. 반면 롯데손보는 총자산 약 14조원, 고객 약 334만명을 확보한 중형 손해보험사다. 올해 상반기 말 보험계약마진(CSM)도 약 2조2000억원이다. 롯데손보를 품으면 신한금융은 손보 사업의 체급을 단숨에 키울 수 있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의 영업 기반에 그룹의 고객·디지털 채널을 결합하고 신한EZ손보와 통합해 중복 비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은 과거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한 뒤 기존 신한생명과 합쳐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경험이 있다. 당시 생명보험 부문의 외형과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린 만큼 이번에도 인수 후 통합(PMI) 역량을 활용해 손보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이번 거래는 외부 조달 없이 그룹이 보유한 자본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 정상화와 통합 시너지가 가시화하면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효율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추가 증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지거나 통합 과정에서 비용이 늘어날 경우 인수 효과가 희석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6933억원이라는 인수가격 자체보다 인수 이후 얼마나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지,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신한EZ손보와의 통합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줄이고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이번 인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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