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약 팔면 40%가 수수료"…셀트리온 400조 美시장서 직판 나섰다
- [셀트리온의 ‘글로벌 직판’ 승부수]①
자가주사제 ‘짐펜트라’ 앞세워 美 3대 PBM 처방집 등재
현지 인력 100명대 후반 확보…보험사·의사·환자 동시 공략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30조원 남짓한 국내 의약품 시장은 K바이오가 몸집을 키우기에 좁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수천억원이 들지만 국내 판매만으로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렵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4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미국 시장으로 향하는 이유다.
문제는 유통이었다. 미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현지 제약사와 유통업체에 판매를 맡겨야 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와 유통 마진으로 내주면서 가격과 영업 전략을 주도하기도 어려웠다.
셀트리온은 제품 경쟁력과 직접 판매망을 앞세워 미국 유통망을 뚫었다. 현지 판매 파트너 대신 제품 공급부터 보험사·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협상, 현지 영업까지 직접 맡았다. 신약 개발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의 판매 주도권까지 확보하는 ‘유통 자립’에 나선 것이다.
미국 빗장 푼 자가주사제 혁신
국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은 약 1조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30조원 안팎으로, 전 세계 시장(약 2000조원)의 1~2%에 그친다.
반면 미국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약 3000억달러(약 400조원)를 넘어서는 세계 최대 시장이자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진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그러나 미국 시장의 진입 장벽은 높다. 한국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단일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아니라 수많은 민간 보험사가 각자 운영되는 구조다.
민간 보험사를 대신해 의약품 목록을 정하고 약값을 깎는 전문 중개 기관으로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가 존재한다. 이곳이 미국 의약품 유통의 실권을 쥐고 있는 문지기다.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거느린 대형 PBM의 ‘보험 적용 의약품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환자는 약값 전체를 자기 부담해야 하므로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받는다.
셀트리온은 제품 경쟁력을 무기로 PBM의 빗장을 풀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짐펜트라’가 대표적이다. 짐펜트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집에서 직접 투여하는 피하주사(SC) 제형이다. 기존 정맥주사(IV) 제품은 환자가 2시간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약을 맞아야 했으나, 피하주사제는 환자가 집에서 1초 만에 스스로 주사할 수 있다.
제형의 편의성은 PBM과의 협상에서 결정적 열쇠가 됐다.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투여하면 PBM과 사보험사가 병원에 지급하던 ‘투약 처치비’와 ‘병원 이용료’ 등 부대 의료비가 크게 절감되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수치적 근거를 제시하며 PBM을 설득했고, 미국 3대 PBM을 포함한 주요 처방집에 선호의약품으로 약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의 경우 세계 유일의 인플릭시맙 피하주사 제형이라는 제품 경쟁력을 비롯해 공급 안정성, 현지 법인의 마케팅 역량 등 여러 긍정적 요소가 복합 작용해 PBM 등재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40% 떼어가던 중간 유통사를 벗어나다
PBM이라는 관문을 뚫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팔 것인가’였다. 과거 한국 제약사들은 현지 영업망이 부족해 글로벌 빅파마에 약값의 30~40%에 달하는 막대한 수수료를 주고 판매를 맡기는 ‘위탁 판매’ 방식을 택해야 했다.
약값의 40%가량을 중간 유통사에 떼어주다 보니 어렵게 약을 팔아도 본사에 남는 이익이 적었다. 영업과 마케팅의 주도권마저 미국 유통사에 맡겨야 했다.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판로를 직접 갖고 있지 못한 탓에, 해외 공룡 제약사의 '기술 공급업체'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한계가 존재했다.
셀트리온은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는 ‘직접 판매(직판)’ 승부수로 이 고리를 끊었다. 기존 현지 파트너사들과의 공급 계약을 순차 종료하고, 그룹 내 해외 유통을 전담하던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미국 법인을 통합해 현지 허가와 유통 라이선스를 직접 확보했다.
독자적인 기업 간 거래(B2B) 영업망을 구축해 나가면서, 2023년부터는 미국 현지 법인 ‘셀트리온 USA’가 직접 약을 파는 체제로 완전히 전환했다.
현지 베테랑 영업 인력 강화가 핵심이었다. 대형 유통 대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법인 인력이 직접 PBM과 대형 병원 유통망 관리하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법인은 현지 제약 전문가를 필두로 100명대 후반 규모의 임직원을 직접 채용해 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0~40%에 달하던 유통 수수료는 ‘0원’이 됐다. 유통 수수료를 아낀 만큼 회사의 순이익 기반이 두터워졌고, PBM과의 가격 협상에서도 유연한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현재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를 시작으로 베그젤마, 짐펜트라, 스테키마, 앱토즈마, 스토보클로·오센벨트 등 총 6개 주요 제품을 현지 법인을 통해 직접 파는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직판뿐만 아니라 셀트리온은 향후 미국 현지 바이오 클러스터와 연계한 ‘글로벌 R&D 센터’ 조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미국 법인에서는 의사(Provider), 보험사(Payer), 환자(Patient)를 동시에 공략하는 ‘3P’ 맞춤형 마케팅 전략도 전개하고 있다”며 “의사들에게는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 명분을 제공하고 보험사와는 협력을 강화해 환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또 환자 대상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타사 약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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