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 끊어야 하나”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 기업은행 투자도 도마[김윤주의 금은동]
- 역사 왜곡 논란 번지자 국책은행 콘텐츠 투자 눈길
기업은행 20억원 직접 투자…산업은행도 펀드 출자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당장 기업은행 돈을 다 빼고 갈아타야겠네요.”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영화 ‘암살자(들)’에 IBK기업은행이 2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 “기업은행 거래하지 말아야 하나”, “돈을 마구잡이로 부어버리네. 거래를 끊어야 한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은행이 영화에 투자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흥행하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제작사에는 필요한 자금이 돌아간다. 문제는 투자한 작품이 단순한 흥행 실패를 넘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을 때다. 특히 투자자가 공적 역할을 맡은 국책은행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진다.
2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암살자(들)’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산업은행도 영화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4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재일교포 문세광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하려다 육영수 여사가 숨진 사건을 소재로 한다. 극 중 일부 인물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하는 장면이 담겨 일각에서 역사 왜곡이란 비판이 나왔다.
논란은 고발로도 번졌다.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최근 영화 제작진과 관련 투자사, 대관료 지원 기업 등을 상대로 잇따라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날에는 투자자인 기업은행장과 산업은행장 등을 사자명예훼손 공범 혐의로 고발했다.
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2012년 은행권 최초로 문화콘텐츠 투자 전담 조직인 ‘문화콘텐츠금융팀’을 만들었다. 이후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뮤지컬·공연·전시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혔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작품 중에는 ‘파묘’, ‘국제시장’, ‘신과함께’, ‘극한직업’, ‘왕과 사는 남자’ 등 흥행작도 적지 않다. 담보가 부족한 제작사라도 시나리오와 제작진, 배급·개봉 계획 등을 보고 사업성을 평가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콘텐츠 산업에는 은행 대출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자금 공백이 있다는 점에서 이런 투자는 제작사의 중요한 자금줄이 됐다.
기업은행은 개별 투자 때 제작사와 제작진의 역량, 감독과 배우의 경쟁력, 개봉 시기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자체는 작품의 흥행 가능성과 사업성을 판단하는 금융 활동이라는 뜻이다. 물론 투자 심사 단계에서 앞으로 불거질 모든 역사·정치적 논쟁을 예측하기는 어렵고, 창작의 자유 역시 존중돼야 한다.
다만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국책은행이다. 영화가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경우 투자금 회수 가능성뿐 아니라 은행의 신뢰와 평판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사회적 갈등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에는 평판 리스크와 공공성 검토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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