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AI 속도 조절론’ 때문만일까…유가·금리·환율 3대 악재 발목 잡힌 코스피, 3%대 하락
- 앤스로픽 CEO “AI 속도 늦춰야”…반도체 투심 직격탄
중동전쟁·유가 급등·금리 인상 우려…증시 불확실성 가중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부각되면서 14일 코스피가 3% 넘게 하락했다. 외국인이 3조원 넘게 순매도하면서 코스피는 6700선이 무너졌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로 장을 마감했다. 개인이 2조9722억원 순매수하고 기타법인이 1조4868억원 사들였지만 기관까지 1조원 넘게 순매도에 가세하면서 코스피 하락을 막지 못했다.
반도체 투자심리에 영향을 준 것은 ‘AI 개발 속도 조절론’이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는 AI 모델 개선 속도를 늦추고 추가적인 안전장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론 머스크·샘 올트먼 등 주요 AI 업계 인사들도 이에 공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AI 투자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며 반도체 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코스피가 7000선 안팎에서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던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원·달러 환율 하락 등 3대 악재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 중 하나는 국제유가 급등이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위험)가 커졌고 유가를 밀어 올리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동서(East-West) 송유관이 피격에 따른 예방 조치로 가동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이 거대한 공급 쇼크(충격)에 직면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했던 홍해 연안 얀부항마저 폐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유가가 요동쳤다.
13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102.87달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3.1% 오른 107.87달러까지 상승했다.
전 세계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석유가 화학·플라스틱·섬유 등의 핵심 원재료이자 운송·제조·항공·해운 등 모든 산업의 기본 연료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물류비가 늘어난다. 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즉각 전가하기 어려운 기업은 영업이익률이 축소되고 이는 주가 하락으로 직결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물가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펴도록 하는 명분을 제공한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고 미국도 오는 15~1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이 높게 점쳐진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미국 기준금리 전망 집계지수) 기준 87%까지 치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무역적자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겠다”며 무역을 무기로 제롬 파월 및 케빈 워시 연준 의장 체제를 강력히 압박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잡기가 우선이라는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기조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그의 유튜브 채널 ‘김영익의 경제스쿨’에서 “유가가 미국이나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처음에는 물가를 더 많이 올린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경제성장률을 더 낮추게 된다”며 현재의 높은 금리는 시차를 두고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빠르면 4분기부터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AI 거품이 주식시장과 투자에서 부분적으로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1500원선을 넘어서며 고공행진 했던 원·달러 환율이 불과 두 달 만에 1340원대로 10% 이상 급락한 것도 한국 수출 기업의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고환율 효과에 힘입어 환차익 효과를 봤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최근 이어진 가파른 원화 강세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분석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는 661조원에서 640조원 수준으로 두 달 만에 21조원가량 하향 조정됐다. 이는 기업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상위 종목 대부분은 약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4.05% 내린 24만9000원, SK하이닉스는 6.35% 하락한 169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삼성전자우(-5.12%) ▲SK스퀘어(-8.17%) ▲삼성전기(-4.50%) ▲LG에너지솔루션(-2.36%) ▲현대차(-2.88%) ▲삼성생명(-3.09%)도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13.85포인트(1.69%) 하락한 가운데 ▲알테오젠(-2.99%) ▲에코프로(-3.44%) ▲에코프로비엠(-5.80%) ▲주성엔지니어링(-1.44%) ▲레인보우로보틱스(-4.59%) ▲이오테크닉스(-3.93%) ▲심텍(-4.95%) 등이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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