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전세도 월세도 못 버텨”…30대 ‘빚내서 첫 집’ 역대급
- 서울 생애최초 매수 비중 53.8% ‘역대 최고’
첫 집 매수 절반이 30대…매수자금 40% 대출 의존
전월세난에 매매로 이동…원리금 부담은 ‘숙제’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전세 매물 부족에 전셋값과 월세까지 치솟으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매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기자본이 부족한 30대가 대출을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서울의 생애최초 주택 매수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1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합건물 생애최초 매수 등기는 9343건으로 집계됐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수치다.
전체 매매 등기 1만7371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53.8%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생애최초 매수 건수 역시 전월 8006건보다 16.7% 증가해 2020년 8월 이후 6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첫 집 마련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연령층은 30대였다. 지난달 30대의 생애최초 매수는 4855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40대(2419건)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올해 들어서도 생애최초 매수 증가세가 뚜렷하다. 올해 1~8월 서울의 생애최초 매수는 5만74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728건보다 44.5% 늘었다.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7.9%에서 47.7%로 9.8%포인트 높아졌다.
전셋값 7억 돌파·월세도 껑충…매매로 밀린 무주택자
생애최초 매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갈수록 커지는 전월세 부담이 자리 잡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전셋값과 월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임차시장에 계속 머무르는 데 드는 비용과 주택을 구입하는 비용을 함께 따져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은 이달 10일 집계 기준 7058건으로 1년 전 1만1357건보다 약 38% 감소했다.
전세 물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7억원을 넘어섰다.
월세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지난해 6월 142만원과 비교하면 약 14% 상승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낮아 청년층의 첫 집 마련 후보지로 꼽히는 서울 외곽에서도 전월세와 매매가격이 함께 뛰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중랑·성북·강북·노원·관악·구로·도봉·금천구 등 서울 외곽 8개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올해 1월 1일 2298건에서 4월 말 940건으로 59.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전세 매물 감소율 32.2%를 크게 웃돌았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임대료까지 오르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더 늦기 전에 집을 사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30대 집값 40%가 대출…주택대출 절반 이상 차지
문제는 첫 집 마련에 나서는 30대의 높은 대출 의존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10일부터 7월 말까지 30대가 매수한 주택 금액은 약 39조5984억원이었다. 전체 연령대 주택 매수금액 106조9712억원 가운데 3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대가 주택을 구입하면서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돈은 15조8724억원에 달했다. 매수금액의 40.1%를 대출에 의존한 셈이다. 40대의 대출 비중은 25.1%, 50대는 14.5%로 30대보다 크게 낮았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재된 전체 금융기관 대출액 28조3512억원 가운데 30대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6%에 달했다.
강화된 대출 규제 속에서도 생애최초 구입자는 상대적으로 대출을 활용할 여지가 있다. 규제지역의 일반적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인 것과 달리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는 요건을 충족하면 LTV를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보금자리론 등 일부 정책대출은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도 예외가 적용된다.
다만 전월세 시장의 주거비 부담을 피해 매매시장으로 이동한 30대가 이번에는 대출 원리금이라는 또 다른 고정비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때는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이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거나 소득이 줄어들 경우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청년층일수록 충격이 커질 수 있어서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전셋집을 구하기 어려운 데다 전셋값과 월세, 집값까지 함께 오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서두르는 모습”이라며 “내 집 마련으로 주거 불안을 줄일 수는 있지만 대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금리 상승이나 소득 감소 시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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