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리스크’ 없다...다시 북적이는 예산시장 [가봤어요]
- 누적 방문객 1000만명 돌파…“콘텐츠 강화할 것”
여주·강진군·상주·군산 등 지역개발 지속 확장 계획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올해 최소 250만명이 예산시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내년쯤에는 방문객 수가 지난 2024년 수준인 400만명대를 회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 2일 충남 예산 빽다방 예당호점에서 열린 ‘더본코리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생 프로젝트 예산 지역개발 미디어 간담회’에서 지난해 각종 논란으로 주춤했던 예산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방문객 67.5% 급감
일명 ‘백종원 시장’으로 알려진 예산시장은 ▲기업(더본코리아) ▲지방자치단체(예산군) ▲민간(지역 상인)이 협업해 지역 먹거리와 시장 상권, 관광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성공적인 지역개발 사례로 평가받는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예산시장은 하루 방문객이 10여 명에 불과한 곳이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2018년 예산군과 협약을 맺고 구도심 지역 상생 프로젝트 사업을 시작했다.
백 대표의 주도로 탈바꿈한 예산시장은 지난 2023년 1월 재개장한 뒤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르며 방문객 수가 ▲2023년 370만명 ▲2024년 400만명 등을 기록했다. 올해 5월 기준 누적 관광객 수는 1000만명을 넘어섰다.
특정 기업이 지자체 사업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에 국회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고, 갑작스러운 인기에 임대료가 급등하며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문제도 발생했다.
작년 ▲식품위생법 위반 ▲농지법 위반 ▲원산지 허위 표시 의혹 등 백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예산시장의 연간 방문객 수도 130만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년 새 방문객 약 67.5%가 줄어든 셈이다.
백 대표는 “관광객을 다시 불러들인 건 시장 상인들의 자체적인 노력”이라며 “더본코리아가 예산시장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인들이 행사를 기획하고 여러 상품을 만들며 스스로 일어섰다”고 밝혔다.
단기적인 화제성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 자체의 콘텐츠와 경쟁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방문 수요를 회복하며 자생력을 갖춘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예산시장 입점 후 매출 7배↑
이날 오후 2시쯤 방문한 예산시장은 평일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대에도 북적였다. 시장 중앙의 장터광장 테이블 곳곳에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불판에 고기를 구우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유튜브 촬영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시장 골목을 돌며 양손 가득 먹거리를 구매하는 방문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 손에 ‘광시카스테라’의 ‘사과카스테라’를 들고 시장을 둘러보던 신모씨(51)는 “차로 30~40분 거리인 충남 아산에 사는데 예산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방송에서 봤던 예산시장에 방문했다”면서 “예산샌드와 고기튀김 등을 사서 먹어보고 맛있으면 가족들과 함께 다시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매출 회복세도 뚜렷했다. 전통주 보틀샵 ‘백술상회’ 매장에서 만난 직원은 “지난해 논란 이후 급감한 매출이 최근 주말을 기준으로 50% 정도 회복됐다”며 “최근 휴가철을 맞아 평일에도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예당소금빵’의 점주 유지나씨(32)는 “오늘은 평일이라 한가한 편이지만 주말과 휴가철에는 손님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면서 “멀리서 소금빵을 사러 와 10만~20만원어치씩 구매하시는 손님을 보면 정신없이 바빠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 ‘레미제라블’에서 3위를 차지해 예산시장에 매장을 열게 된 ‘신양튀김’의 손우성 사장은 “예산에 오기 전 서울에서 빵집을 할 때는 한 달에 700만원가량 팔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매출이 7배 정도 뛰었다”며 “서울에서 지금과 비슷한 규모의 매장을 운영하려면 임대료만 해도 한 달에 몇백만원 수준인데 현재는 더본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월세가 50만원도 안 되다 보니 장사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백 대표 관련 논란으로 악의적인 기사가 쏟아졌을 때 매출이 많이 떨어져 정말 힘들었다”면서 “예산시장이 백 대표 때문에 유명해지긴 했지만 상인들에게는 이곳이 삶의 터전인 만큼 논란이 터질 때마다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남편,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은 고나현씨(33)는 “충남 태안에 놀러 왔다가 한 시간 거리인 예산시장에도 들렀는데 음식점 위주인 게 아쉽다”며 “아이와 함께 즐길 만한 전통놀이나 체험형 콘텐츠 등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예산시장 프로젝트 초기에는 먹거리 위주로 상권이 형성됐지만 최근에는 고무신 아트, 몸뻬 바지 디자인 등 다양한 업종으로 창업을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접근성이 가장 좋은 음식으로 방문객을 모은 뒤 상품을 판매하고 궁극적으로는 지역의 대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의 지역개발을 이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더본코리아는 예산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별 여건과 특성에 맞춘 지역개발 모델을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충남방적 유휴 공간 복합 콘텐츠화 ▲삽교 시장 곱창 특화 거리 조성 ▲전통주 체험단지 구축 등 지역의 산업·상권·관광 자원을 연계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시장의 성공 모델을 ▲경기도 여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 ▲경북 상주 ▲전북 군산 등으로도 확장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예산시장의 경험을 그대로 복제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맛과 이야기, 산업과 공간을 바탕으로 지역별 맞춤형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이 핵심”이라며 “지역민·지자체·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지역개발 모델을 전국으로 확대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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