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감원 1720명 ‘지방이전 반대’ 탄원…“금융 경쟁력 흔들린다”
- “금융기관 분산 땐 경쟁력·소비자 보호 약화”
정부 4분기 이전 대상 확정…금융권 긴장 고조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정부가 올해 4분기까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을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내부의 반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와 전문인력 이탈 등을 이유로 금감원을 비롯한 금융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조는 이날 금감원 임직원 1720명의 서명을 담은 지방이전 반대 탄원서를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전달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탄원서 제출 과정에서 “금감원과 금융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금융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소비자와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질 경우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방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전문인력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변호사와 회계사 등 전문인력이 조직을 떠날 경우 금감원의 감독 전문성과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산업은행 사례도 들었다. 산업은행의 경우 부산 이전 추진이 본격화된 이후 퇴사자가 증가하면서 전문인력 이탈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 간 물리적 거리 확대에 따른 감독 공백 가능성도 반대 근거로 제시됐다. 노조는 민간 금융회사와 정책금융기관, 금융감독기구가 서울 금융중심지를 기반으로 긴밀한 정보교류를 이어온 만큼 기관을 분산할 경우 감독 효율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 접근성도 쟁점이다. 금감원 노조에 따르면 금감원이 처리하는 연간 약 80만건의 금융민원 가운데 8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직접 금감원을 찾는 내방 민원도 연간 3468건에 달한다.
노조는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나 금융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 소비자 피해와 직결되는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려면 금융시장과 감독당국 간 접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노조는 탄원서를 통해 금감원과 금융 공공기관을 서울 여의도 등 기존 금융중심지에 집적하고, 지역균형발전은 금융기관의 물리적 이전보다는 지역재투자평가 인센티브 확대 등 다른 방식으로 추진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일정을 구체화하면서 금융권의 지방이전 논쟁도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정부는 전날 행정·공공기관 이전과 공공기관 기능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4분기까지 이전 대상과 지역 배치 등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경우 현행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두도록 규정돼 있어 실제 지방이전을 위해서는 법 개정도 필요하다. 정부가 이전 대상 선정에 들어갈 경우 국책은행과 금융 공공기관을 둘러싼 정치권·지역사회의 유치전과 금융권 내부 반발이 동시에 커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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