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암 투병 가족 보며 창업” 베슬AI 안재만, 흩어진 GPU 묶어 ‘인류 난제’ 뚫는다
- [AI 3강 이끌 개척자들]④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최대 80% 절감
‘플루이드 컴퓨팅’으로 글로벌 톱3 도약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미중 빅테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세계 무대를 흔드는 K-AI 개척자들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과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조명하고 K-AI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의사가 될 순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세상의 노력에 힘을 보태면 어떨까 고민했습니다. 인공지능(AI)이라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안재만 베슬AI 대표는 가족의 암 투병이라는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며 게임 개발자를 그만두고 세상을 바꿀 AI 전선에 뛰어든 30대 창업가다.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인프라의 병목을 풀며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와 해외 AI 프론티어랩의 이목을 끌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전기및전자공학과 수리과학·전산학을 전공한 안 대표는 대규모 모바일 게임 인프라와 의료 AI 현장에서 컴퓨팅 자원의 치명적인 한계를 직접 체감했다. 전 세계 AI 연구자들이 자원 제약 없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2020년 베슬AI의 문을 열었다.
베슬AI는 전 세계에 분산된 GPU를 하나로 연결해 기업들이 필요한 시점에 유연하게 연산 자원을 끌어다 쓸 수 있도록 돕는 AI 전용 클라우드(네오클라우드) 기업이다. 특정 데이터센터나 거대 IT 기업(하이퍼스케일러)에 종속되지 않고 각지의 GPU 공급망과 고객의 요구사항을 정교하게 이어주는 독자 시스템 구조를 구축했다.
이러한 무기를 앞세워 ▲네이버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등 국내 대표 AI 기업들의 모델 개발 과정에서 성능 최적화를 지원했으며, 서버 운영 비용을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최대 80% 절감시키는 성과를 냈다. 가천대는 서버 구축 비용 5000만원을 월 200달러로 해결했으며, 서울대는 대기 없이 GPU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 환경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처럼 분산된 연산 자원을 유연하게 통합 관리하는 ‘플루이드 컴퓨팅’ 기술로 시장의 가격·공급 불균형을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베슬AI는 혈혈단신으로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 한국 연구자들과의 인연을 발판 삼아 연초 2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매출의 약 절반을 미국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안재만 베슬AI 대표는 “연내 GPU 1만장 확보를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컴퓨팅의 10%를 베슬AI 시스템 위에서 구동시키는 글로벌 톱3 네오클라우드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1. 영감을 준 ‘인물’(WHO)은 누구입니까?
“T5T(주간 가장 중요한 5가지 과업) 소통 방식을 이어가며 한 우물을 파온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입니다.”
2013년 커리어를 컴퓨터 그래픽스로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GPU와 젠슨 황 CEO에게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AI 시대 이전 주목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젠슨 황은 한 우물만 파며 자신의 비전을 증명해 냈습니다. 우리 팀은 젠슨 황이 조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T5T 소통 문화를 도입해 적용 중입니다. 구성원들이 매주 T5T를 작성하고 공유하며 서로의 업무와 고민을 깊이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2. 빅테크가 대체할 수 없는 당신만의 ‘독자적 가치’(WHAT)는 무엇입니까?
“AI 연구자의 개발 작업 흐름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동시에 이해하고 사업으로 연결해 온 현장 경험입니다.”
단순히 GPU 자원을 저렴하게 가져오는 것이 베슬AI의 핵심은 아닙니다.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정확히 관리·배분하는 기술이 본질입니다. 5년간 축적한 AI 개발·운영 관리 플랫폼(MLOps)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 환경을 다시 구성하는 번거로움 없이 분 단위 과금과 유휴 자원 자동 정지 기능 등을 제공해 고객의 자원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3. 자본과 인프라 한계를 ‘어떤 방식’(HOW)으로 돌파하고 있습니까?
“대규모 자체 자본 투자 대신,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통신사를 잇는 ‘소프트웨어 기반 네오클라우드’ 전략입니다.”
직접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국내외 통신사와 데이터센터, GPU 공급사들과 협력해 분산된 공급망을 유연하게 확보합니다. 대기업이 구축한 AI 팩토리에 베슬AI의 AI 자원 관리·배분 소프트웨어를 얹어 글로벌 수요와 연결해 주는 방식입니다. 고객의 작업 흐름 변화에 따라 GPU 자원을 유연하게 늘리고 줄여주는 설계로 거대 빅테크와의 비용 수급 경쟁을 돌파합니다.
4. 기술을 걸고 승부를 보겠다고 확신한 ‘결정적 계기’(WHY)는 무엇입니까?
“한 회사가 푸는 문제의 한계를 넘어,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AI 연구자들의 공통 기반을 만들겠다는 열망입니다.”
한 기업이 직접 문제를 푸는 방식은 범위와 속도에 한계가 있습니다. AI 인프라를 제대로 제공한다면 불치병 치료, 교통사고 예방 등 인류가 직면한 수많은 난제를 푸는 연구자들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세상에 미치는 임팩트의 크기를 생각할 때 베슬AI가 만든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는 확신이 들어 도전을 결정했습니다.
5. 기술력을 마침내 인정받게 될 ‘결정적 시점’(WHEN)은 언제입니까?
“GPU 5만장을 넘어서는 내년과, 글로벌 톱3 인프라 기업으로 안착하는 3년 뒤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GPU 5만장 규모를 운용하면 글로벌 톱7, 20만장을 운용하면 글로벌 톱3 네오클라우드로 평가받습니다. 내년 5만장 확보를 목표로 빠르게 확장을 추진 중입니다. 궁극적으로 전 세계 컴퓨팅 연산의 10%가 베슬AI 시스템을 거쳐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난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연구가 가속화되는 시점이 당사의 가치가 완벽히 인정받는 순간입니다.
6. 가장 먼저 파고들 ‘핵심 타깃 영역’(WHERE)은 어디입니까?
“미국의 AI 프론티어 스타트업과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학습·추론 수요, 그리고 에이전틱·피지컬 AI 영역입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법인을 거점으로 대형 벤처투자사(VC)들의 투자받은 글로벌 AI 프론티어랩들의 연산 수요를 신속하게 흡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전 학습 이후 추가 학습, 강화 학습, 추론 단계로 넘어가며 GPU 사용 형태가 크게 바뀌는 고객일수록 당사의 유연한 AI 자산 관리·배분 역량이 발휘됩니다. 실시간 학습과 실행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 시장을 핵심 타깃으로 삼아 점유율을 늘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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