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스·세포라·부츠 등 판매망 확대
SNS 반응 보고 해외 바이어도 ‘러브콜’…입점 넘어 매대 유지가 과제
과거에는 국내에서 브랜드를 키운 뒤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순서가 달라졌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아마존 등에서 해외 소비자에게 먼저 알려지고 판매 가능성을 확인한 뒤 현지 대형 유통망으로 들어가는 브랜드가 등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K뷰티의 인기가 현지 오프라인 주류 유통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포라·부츠 넘어 대형마트까지
구다이글로벌의 스킨케어 브랜드 조선미녀는 최근 호주 대형 슈퍼마켓 체인 콜스(Coles)에 입점했다. 한국으로 치면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로, 전국 800여개 매장에서 제품을 선보인다. 뷰티 전문점을 넘어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현지 대형 유통채널까지 판매망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조선미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대표적인 K뷰티 브랜드다. SNS에서 선크림 등 주요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해외 소비자를 확보했고 아마존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확대했다. 미국에서는 세포라 온·오프라인에서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른 K뷰티 업체들도 현지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두피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는 지난 3월 미국 세포라 온라인몰에 입점한 데 이어 6월 주요 상권 90여개 매장에서 제품을 선보였다. 이달부터는 미국 전역 세포라 400여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국내 향·바디케어 브랜드 키스(KEYTH)는 영국의 대표적인 뷰티·헬스케어 유통업체 부츠에 입점했다. 핸드크림과 보디로션, 보디워시 등 20개 제품을 부츠 450개 매장에서 판매한다. 부츠는 영국 전역에 약 190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해외 진출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해외 소비자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프라인 매장부터 뚫은 게 아니라는 점이다. SNS와 온라인몰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 반응을 확보한 뒤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판매처를 넓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진출을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소비자 반응은 현지 유통업체가 브랜드를 발굴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바이어들도 SNS에서 바이럴되는 제품을 보고 브랜드를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판매처를 확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K뷰티 업체의 전략만 달라진 것은 아니다. 현지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K뷰티를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영국 부츠는 올해 발표한 ‘2026 뷰티&웰니스 트렌드 보고서’에서 K뷰티 판매가 최근 1년 사이 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츠에서는 한국 스킨케어 제품이 평균 11초마다 하나씩 팔렸다. 부츠는 K뷰티의 영역이 스킨케어에서 향수와 헤어케어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매장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부츠가 지난 5월 영국 브리스톨에 문을 연 뷰티 전문 매장에는 200개 이상의 뷰티·웰니스 브랜드가 들어섰다. 이곳에는 부츠 매장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K뷰티 제품군을 구성했다. 조선미녀를 비롯해 아누아 등 국내 브랜드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소비자 반응이 먼저 나타나면서 해외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한국 브랜드의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많아졌다. SNS에서 얼마나 화제가 되는지, 온라인에서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지 등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 입점을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망은 K뷰티가 새로운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제품을 알고 검색하는 소비자가 주요 고객이지만 현지 대형 유통망에서는 해당 브랜드를 몰랐던 소비자와 만날 수 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인지도를 더 넓은 소비층으로 확장할 수 있는 통로가 되는 셈이다.
특히 조선미녀의 콜스 입점은 판매처가 ‘뷰티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가 찾아가는 전문 채널’에서 ‘일상적인 소비 공간’으로 넓어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지 소비자가 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K뷰티 제품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매장 뚫은 K뷰티…다음 과제는
다만 수백개 해외 매장에 들어갔다고 현지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기는 이르다. 온라인에서 특정 제품이 SNS를 타고 단기간에 판매가 급증하는 것과 오프라인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장별 재고와 판촉 등을 관리해야 한다. 초기 화제성이 사라진 뒤에도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구매해야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판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렵게 확보한 매대를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 K뷰티의 해외 성과를 단순한 입점 매장 수보다 현지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판매를 이어가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인기를 오프라인의 반복 구매로 연결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K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 해외 유통업체의 입점 요청도 많은 편”이라면서도 “해외 매장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매대를 계속 유지하고 소비자의 반복 구매를 끌어내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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