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요즘뭐함?] “나는 약 없이 뺐어요” 마운자로 150만건 시대,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차별화'
- 약물 대중화에 오히려 뜨는 ‘자력 감량’
‘몇 kg’보다 ‘무엇 없이’ 뺐나 차별화
마운자로 150만건 시대
스타들이 ‘약 없이 뺐다’고 강조하는 이유
[이코노미스트 서지영 기자] “저, 마운자로 안 맞고 10kg 줄였어요.”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 없이 체중을 줄였다고 강조하는 유명인들이 늘고 있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하면서 약으로 체중을 줄이는 것이 흔해지자 오히려 ‘약 없이 뺐다’는 점을 내세우는 것이다. 위고비·마운자로 없이 9kg을 감량했다고 밝힌 유튜버 랄랄부터 소유, 맹승지까지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공통점은 체중 감량 결과뿐 아니라 식단과 운동, 감량 기간 등 ‘어떻게 뺐는지’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이다.
‘약 없이 뺐다’ 새로운 다이어트 스펙
개그우먼 맹승지는 지난 18일 개인 SNS에 “마운자로 안 하고 한 달에 5kg 빼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체중계에 찍힌 숫자는 57.52kg이었다. 과일 샐러드 등 다이어트 식단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감량에 들어갔다.
유튜버 겸 방송인 랄랄도 지난 7월 “위고비, 마운자로 안 해도 빠지잖아. 너무 오래 걸려서 문제지만”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77kg까지 늘었던 체중을 68kg대까지 낮추며 약 9kg을 감량했다. 앞서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각각 한 차례 사용했지만 심한 부작용을 겪은 뒤 중단했다고 밝혔다.
배우 김민하 역시 작품을 위해 2년에 걸쳐 16~17kg을 감량했다. 소식과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줄였으며, 차기작에서 시한부 환자 역할을 맡기 위해 감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가수 성시경은 올해 초 약 10kg을 감량했다. 계란·고구마·광어회 등을 중심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테니스와 근력운동, 유산소운동을 병행했다. 밤에 한 시간씩 걷고 뛰는 운동도 이어갔다고 밝혔다. 씨스타 출신 소유는 2년에 걸쳐 식단 조절과 하루 3시간 운동을 병행해 20kg을 감량했다.
과거에는 ‘몇 kg을 뺐느냐’가 다이어트 성공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마운자로 없이 뺐다’, ‘2년에 걸쳐 뺐다’, ‘식단과 운동으로 관리했다’는 설명까지 따라붙는다. 체중 감량 방법이 다양해질수록 오랜 시간 공들여 몸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차별화 요소가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의 경쟁 기준이 ‘얼마나 뺐느냐’에서 ‘어떻게 뺐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비만치료제가 빠른 체중 감량의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오히려 식단과 운동만으로 몸을 만들었다는 과정이 하나의 자기관리 이력이 됐다.
정작 시장은 마운자로 신드롬
‘약 없이 뺐다’는 연예인들의 인증이 이어지는 것과 달리 정작 국내 비만치료제 처방은 빠르게 늘고 있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국내 출시 이후 올해 5월까지 10개월간 150만1161건의 처방 점검 건수를 기록했다. 출시 첫 달 1만8579건이었던 월 처방 점검 건수는 올해 5월 27만3140건으로 14.7배 증가했다. 마운자로보다 약 10개월 먼저 출시된 위고비도 같은 기간 122만8867건을 기록했다. 두 치료제는 비급여 의약품이어서 실제 처방량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건수로 파악할 수 있다.
젊은 층의 사용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마운자로 누적 처방 점검 건수 가운데 20·30대가 52.9%(79만4781건)를 차지했다. 3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20대도 16.9%에 달했다. 10대 역시 올해 1월 1739건에서 5월 2594건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고도 비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살 빼는 약’으로 대중화하면서 젊은 층의 미용 목적 수요까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통상 BMI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대표적인 이상반응은 메스꺼움·구토·설사·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다. 드물게 췌장염이나 담낭 관련 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의 진료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부도 관리 강화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르면 이달 중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관련 규정 개정안을 고시할 계획이다.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의약분업 예외지역의 약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 판매할 수 있다. 용기·포장과 첨부문서에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이라는 문구도 표시해야 한다. 비만치료제를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으로 소비하는 데 제동을 거는 셈이다.
비만치료제 시장이 커질수록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약물을 이용한 감량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반대로 식단과 운동을 통해 오랜 기간 몸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차별화 요소가 되고 있다. 연예인들의 ‘약 없이 뺐다’는 인증 역시 이런 변화의 한 단면이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체중 감량 자체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몸을 만들었는지가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약물 사용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 방법으로 무리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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