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럭셔리 전동화 SUV
5.3m 거구에 담은 여백의 미
코치도어·180도 회전 시트까지
제네시스 GV90 네오룬 퍼스트 에디션. [사진 박세진 기자]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제네시스 GV90의 시작은 달항아리였다. 제네시스 외장 디자인을 맡은 허정택 제네시스 외장 프러덕트 디자인팀 팀장은 “완벽한 비례와 곡선만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달항아리처럼 GV90도 덜어냄의 미학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차를 보면 그 말이 어렵지 않게 이해된다.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차라기보다 잘 빚어놓은 하나의 조형물처럼 느껴진다.
베일 벗는 제네시스 GV90. [영상 박세진 기자]
덩치는 상당하다. 전장 5285㎜, 전폭 2030㎜에 달한다. 축간거리도 3245㎜다. 제네시스가 지금까지 내놓은 SUV 가운데 가장 크다. 큰 덩치와 달리 디자인적으로 최대한 덜어내려는 노력이 잘 느껴졌다. 그만큼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여백의 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제네시스 GV90 24인치 휠. [영상 박세진 기자]
24인치 휠조차 차체 아래에서는 유난스럽게 커 보이지 않는다. 예상하지 못한 재미도 있었다. 넓은 금속 면이 조명을 받아 빛을 잘게 흩뿌렸다. 보는 각도를 바꿀 때마다 반사되는 빛의 결도 달라졌다.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같은 휠이 맞나 싶을 정도로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디테일이다.
GV90 네오룬의 진짜 묘미는 문을 여는 순간이다. GV90 네오룬은 GV90 가운데서도 최상위에 놓이는 모델이다. 일반 GV90이 일반적인 스윙 도어를 적용한 것과 달리, 네오룬에는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가 들어간다. 제네시스는 여기에 세계 최초의 독립 개폐형 히든 B필러 구조를 더했다.
옆면이 통째로 열리는 제네시스 GV90 네오룬. [사진 박세진 기자]
문을 모두 열면 차체 옆면이 통째로 열린 듯한 모습이 된다. 가운데를 가로막는 B필러가 없어 개방감이 상당하다. 팔을 벌리듯 활짝 열리는 문을 보면, 차량에게 환대받는 착각마저 든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느낌은 더 짙어진다. 잘 꾸며진 라운지 안으로 초대받는 기분이다. 공간은 넓고, 동선은 자연스럽다. 냉온장 기능이 있는 컵 홀더와, 냉장고는 덤이다.
운전석에도 앉아봤다. 차체가 높은 만큼 키가 작은 경우 사이드 스텝을 한 번 밟고 타는 것을 추천한다. 몸을 시트에 넣자 바깥에서 받았던 인상과는 또 달랐다. 대시보드는 높게 솟기보다 낮고 길게 뻗었다. 그 위로 넓은 화면이 자리 잡았고, 아래에서는 은은한 조명이 길게 번졌다. 버튼도 많지 않았다. 눈앞에 기능을 잔뜩 늘어놓기보다 필요한 것만 남겨둔 모습이다.
제네시스 GV90 크리스탈 스피어. [사진 바세진 기자]
오른손을 내려보면 크리스탈 스피어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서 보면 잘 세공한 장식품에 가깝다. 여러 면으로 깎인 표면이 조명을 받을 때마다 빛을 다르게 튕겨냈다. 앞서 본 24인치 휠처럼, 이곳에서도 빛은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쓰였다. 착좌감은 포근한 쪽에 가까웠다. 몸을 지나치게 푹 꺼뜨리기보다 넓게 받쳐주는 느낌이다. 등과 허벅지가 닿는 면적도 넉넉했다.
실내 소재도 눈에 띄었다. 제네시스는 천연 우드와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소재 자체의 질감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눈으로 볼 때보다 손으로 만졌을 때 차이가 더 분명했다. 부드러운 가죽과 차가운 금속, 따뜻한 느낌의 우드가 한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조명도 과하지 않았다. 빛 자체가 튀기보다 가죽과 우드, 금속의 표면 질감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뒤로 시선을 돌리면 GV90 네오룬의 성격은 더 분명해진다. 정차 중에는 앞좌석을 180도 돌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한 전동식 스위블링 시트다. 버튼을 누르면 운전석과 조수석이 천천히 뒤를 향한다. 앞좌석이 완전히 돌아가면 네 사람이 서로 마주 보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을 돌린 뒤 마주 앉은 모습. [사진 박세진 기자]
직접 마주 앉아보니 자동차 안이라는 느낌이 한층 옅어졌다. 운전자와 뒷좌석 승객이라는 구분도 잠시 사라진다. 작은 회의실 같기도 하고, 고급 라운지 같기도 했다. 이동하지 않는 순간까지 하나의 공간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업무를 봐도 좋고,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 누구와 타느냐에 따라 공간의 역할도 달라질 듯했다.
성능은 제네시스답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가운데 가장 큰 123.5kWh 배터리가 들어간다. 전후륜 모터 합산 최고출력은 490kW, 최대토크는 800Nm다. GV90 스탠다드 7인승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제네시스 자체 측정 기준 500㎞다. 3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10%에서 80%까지 22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남는 궁금증은 가격이다. 현장에서도 가장 자주 들린 질문도 “그래서 얼마냐”였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가격표는 나오지 않은 상태로 제네시스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약 2억~3억원대가 거론된다. 말 그대로 초럭셔리 시장을 겨냥한 가격대다. 트렁크를 개방한 제네시스 GV90 네오룬 모습. [사진 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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