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슈
“더워서 장사 망했는데 보험금은 0원”…유럽 덮친 ‘폭염 보험 공백’
- 지난해 폭염 손실 430억유로 달해
보험금 5억유로 불과…‘폭염 보험 공백’ 현실화
유럽을 덮친 기록적인 폭염이 올해 수백조원대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작 폭염 피해 대부분은 보험으로 보상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도 폭염으로 70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보험금으로 보전된 금액은 1% 수준에 불과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트리오도스은행은 올해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따른 유럽연합(EU)의 경제적 손실이 약 1800억유로(2080억달러·약 2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폭염으로 인한 노동생산성 저하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던 지난해에도 보험의 사각지대는 뚜렷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여름 유럽 폭염에 따른 경제적 생산손실을 430억유로(500억달러·약 70조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실제 보험금 지급액은 약 5억유로(약 8100억원)에 그쳤다. 전체 경제적 손실의 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실제 폭염은 유럽의 일상적인 소비 풍경까지 바꾸고 있다. 이탈리아 파도바에서는 저녁 시간 야외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는 ‘아페리티보’ 문화가 폭염의 직격탄을 맞았다.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실내에 머물면서 지역 내 조사 대상 음식점과 술집의 80% 이상이 최근 폭염 기간 매출이 약 20% 감소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기존 기업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기업휴지보험은 화재나 홍수 등으로 사업장에 물리적인 손상이 발생한 경우를 주로 보상한다. 폭염으로 고객이 사라지거나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아져 매출이 감소해도 건물이나 시설 자체가 파손된 것이 아니라면 보험금을 받기 쉽지 않다.
폭염 피해의 범위가 넓다는 것도 보험사들이 위험을 산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극심한 더위는 근로자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뭄과 산불, 물 부족 등을 동시에 일으킬 수 있다. 하나의 폭염이 여러 종류의 손실로 번지는 이른바 ‘복합 위험’인 셈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대륙이어서 이런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대안 가운데 하나로 ‘파라메트릭 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피해액을 일일이 조사해 보험금을 산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기온이 사전에 정한 수준을 넘는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실제 피해 규모를 입증하기 어려운 폭염과 같은 기후 위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험상품 확대만으로 폭염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가 인용한 전문가들은 보험을 통한 위험 이전과 함께 기업들이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냉방시설을 보강하는 등 폭염에 적응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이미 장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4년까지 유럽연합(EU)에서 기상·기후 관련 극한현상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8220억유로에 달한다.
이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손실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폭염이 일시적인 기상이변을 넘어 기업의 매출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경제적 위험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어떻게 보험으로 보장할 것인지도 유럽 보험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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