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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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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4호 2026-07-13

870만 보호법인가 골목상권청구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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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1%를 모십니다…유통가 휩쓰는 VVIP 경쟁 [큰손을 잡아라]①

산업 일반

백화점과 금융권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VIP 마케팅이 이커머스와 유통업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기 침체와 소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상위 고객을 붙잡는 일이 기업들의 핵심 성장 전략으로 떠올랐다. ‘상위 0.1%를 위한 경쟁’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번지는 가운데, 서비스의 상향 평준화에 따른 비용 증가와 브랜드의 진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VVIP’의 시대“기존 VIP 체계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거죠. 구매 금액 상한을 없애고 가장 많이 소비한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VVIP인 셈이죠.”국내 한 백화점이 올해 고객 등급 체계를 개편했다. 과거에는 연간 구매 금액에 따라 등급을 나눴지만 이제는 구매 금액 제한 없이 최상위 고객 수백 명만 별도 관리한다. 백화점 관계자는 “VIP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최상위 등급이 필요해졌다”며 “최상위 0.1% 고객에게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백화점 업계에서는 이미 ‘VIP를 넘어 VVIP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롯데백화점은 최상위 등급인 ‘에비뉴엘 블랙’을 777명으로 한정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최상위 999명만을 위한 ‘트리니티’를 운영하며 희소성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1억5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보다 한 단계 높은 최상위 등급을 신설했고, 갤러리아백화점은 상위 0.1% 고객을 위한 ‘PSR 블랙’을 운영하는 한편, 프라이빗 다이닝 등 초프리미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VIP 마케팅 자체는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백화점과 금융권은 수십 년 전부터 고액 우수 고객에게 전용 라운지와 발레파킹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다만 최근에는 일부 업종에 국한했던 최상위 고객 중심 마케팅이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대표적 사례가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다. 회사는 최근 6개월간 구매 실적을 기준으로 상위 999명을 VVIP, 상위 9999명을 VIP로 선정하고 있다. 특히 핵심 충성 고객인 VVIP에게는 파인 다이닝 체험을 제공한다. 우수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은 고객 특성과 연결해 한국 미식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동시에 컬리가 ‘파인(fine·품질이 높은) 플랫폼’이라는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최고 등급인 ‘블랙 다이아몬드’를 신설했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는 최고 등급 회원을 위한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등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했다.유통업계도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CJ올리브영은 블랙·골드 등급 회원만을 위한 쿠킹 클래스를 운영하고 프라이빗 라운지 이용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상위 0.1% 고객을 위해 전담 쇼핑 어드바이저·프라이빗 라운지·공항 픽업 서비스는 물론 유명 셰프와의 다이닝 외에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한정판 상품 선구매 기회까지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큰손’을 향한 제로섬 기업들의 VIP 전용 서비스는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신규 고객 확보보다 기존 우수 고객의 구매를 늘리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고객 생애가치(LTV)를 높이는 것이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상위 고객 확보가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문제는 모든 기업이 비슷한 전략을 택하기 시작하면서 차별성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체가 새로운 VVIP 혜택을 내놓으면 경쟁사도 이를 따라 하고, 다시 더 큰 혜택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른바 ‘VIP 군비 경쟁’(Arms Race)이다.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시작한 서비스가 시간이 지나면 업계의 기본 서비스가 되고, 다시 더 큰 혜택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함께 커진다. ▲프라이빗 라운지 운영 ▲전담 인력 배치 ▲초청 행사 ▲문화 프로그램 등은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서비스다. 단기적으로는 VVIP 고객의 구매액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쟁사도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면 차별 효과는 빠르게 희석된다. 반면 운영비와 마케팅 비용은 계속 늘어나면서 누구도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제로섬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VVIP 서비스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고, 서비스를 강화하면 비용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초우량 고객 중심 전략이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명품 업계는 최근 수년간 가격 인상과 VVIP 중심 전략을 강화하며 객단가를 높여 왔다. 모두가 선망하는 최상위 고객이 선택하는 브랜드야말로 시대를 이끄는 브랜드라는 믿음이 있었다.하지만 고가 서비스 비용까지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명품 시장의 성장 기반이었던 ‘희망 소비층’(aspirational customer)이 하나둘 이탈하기 시작했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 펜디·구찌·버버리 등 입문형 럭셔리 브랜드는 중산층 소비 둔화와 맞물려 성장세가 꺾이며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VVIP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객단가를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저변을 좁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VVIP 서비스는 당장의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객단가를 높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전략을 펼치면 차별성은 희미해지고 비용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누가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느냐보다 고객이 왜 그 브랜드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만드는 기업이 결국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14 06:00

4분 소요
유니세프까지 번진 VVIP 마케팅…기부도 ‘0.1% 잡기’ 경쟁 [큰손을 잡아라]②

산업 일반

‘0.1% 큰손’을 잡기 위한 마케팅 경쟁은 소비 시장을 넘어 비영리단체 사이에서도 치열하다. 각종 구호기관들은 고액 후원자를 위한 전용 프로그램과 화려한 후원 굿즈를 내세우며 기부를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후원 유치를 위한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수록 기부의 본질보다 후원자의 등급과 혜택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부 역시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유니세프도 뛰어든 ‘VVIP’ 마케팅“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함을 증명한 이들이 향하는 곳, 유니세프 엑설런스입니다.”공식 UN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유니세프)는 지난 6월부터 ‘유니세프 엑설런스’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번 캠페인은 유니세프가 펼쳐온 이벤트 가운데서도 손꼽힐 만큼 ‘럭셔리’를 지향해 화제가 되고 있다.14K 골드가 플레이팅된 써지컬 스틸로 제작한 엑설런스 반지와 배지는 글로벌 하이엔드 주얼리 디자이너 샐리 손이 재능기부로 디자인했다. 연필을 모티브로 한 반지와 배지에는 ‘UNICEF’ 각인과 함께 ‘모든 어린이가 자신의 꿈을 키우며 인생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유니세프는 엑설런스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톱스타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배우 김희선·전여빈·이도현과 안무가 리정, 음악감독 김문정, 영화·CF감독 신우석, 사진작가 김시현, 마술사 유호진, 모델 박태민 등이 한껏 차려 입고 금빛 반지를 착용한 화보는 마치 까르띠에나 불가리 등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의 프로모션을 연상시켰다.유니세프도 이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했다. 홈페이지에는 엑설런스 반지와 배지를 소개하며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그 가치를 담았다”, “더 큰 영향력으로 더 많은 어린이의 미래를 바꾼다”, “정기후원을 통해 엑설런스가 되어 자신의 탁월함을 더 큰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가는 분들께 반지를 드린다”고 소개했다. 엑설런스 캠페인은 기존 팀팔찌를 제공하는 다른 캠페인보다 월 정기후원 금액이 높게 책정돼 있다. 기부를 독려하는 과정에 최근 확산하는 VVIP 마케팅을 차용한 셈이다.유니세프를 비롯한 각종 구호단체들은 수십 년 전부터 정기 후원자에게 팔찌나 반지 등을 증정해 왔다. 후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자 연대의 상징으로, 기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진짜 경쟁력은 진정성유니세프의 최상위 기부자 대상 마케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회사원 김정인(53)씨는 “젊은 시절 유니세프 정기 후원자가 된 뒤 받은 팔찌를 이따금 착용하곤 했다”며 “팔찌를 볼 때마다 선행을 했다는 뿌듯함도 있었고 패션 굿즈로 활용할 수도 있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VIP를 위한 마케팅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 아닌가.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순기능도 있다”고 덧붙였다.소수의 고액 후원자가 안정적인 재원을 제공하면 장기적인 구호사업을 추진하기 쉽고, 영향력 있는 후원자의 참여가 다른 개인이나 기업의 기부를 이끌어내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해외 주요 비영리단체들도 고액 기부자를 위한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반면 기부에 럭셔리 마케팅을 접목하는 데 불편감을 느꼈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원정(47)씨는 “과거 비영리단체의 후원 프로그램이 감사장이나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후원자의 소속감과 자부심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 같다”며 “자발적인 후원에 럭셔리 마케팅이 결합된 모습을 보니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다”고 했다.미국 자선·비영리 전문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스로피’는 “비영리단체들이 ‘고액 후원자 중심 피라미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후원이 거래처럼 변질되고 있다”며 “고액 후원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경기 침체나 관계 변화에 따라 모금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영리단체는 고객서비스 부서처럼 운영될 수 없다”며 후원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화와 특별대우는 기부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지적은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마케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화려한 캠페인보다 기업이 오랜 시간 얼마나 일관되게 가치를 실천해 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평가한다. 브랜드와 비영리단체 모두 신뢰는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한 실천으로 쌓인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프랑스 스니커즈 브랜드 베자다. 먼저 파타고니아는 환경보호를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기업 운영 전반에 녹여내며 오랜 기간 소비자의 신뢰를 쌓았다. 베자 역시 친환경 소재와 공정무역을 사업 모델 전반에 반영하며 지속가능성을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만들었다.반대로 ESG나 친환경을 앞세운 마케팅만 강조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역풍을 맞기도 한다. H&M은 친환경 컬렉션과 ‘컨셔스 캠페인’을 적극 홍보했지만, 과장된 환경성 주장 논란으로 ‘그린워싱’ 비판을 받으며 타격을 입었다.비영리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후원자를 위한 차별화된 프로그램과 굿즈는 기부의 문턱을 낮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후원을 이어가게 하는 힘은 ‘이 단체라면 믿고 맡길 수 있다’는 신뢰에서 나온다. 후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꾸준히 보여줄 때 신뢰는 쌓인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후원을 지속시키는 힘은 럭셔리한 경험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일관되게 이어온 진정성이기 때문이다. 비영리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은 기부의 문을 여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후원을 이어가게 하는 것은 결국 단체에 대한 신뢰”라며 “굿즈나 혜택보다 중요한 것은 후원자가 자신의 기부가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꾸준히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2026.07.14 06:00

4분 소요
잘못된 정책 설계, 노동 시장 망친다

산업 일반

이재명 정부의 핵심 노동 정책인 일법 패키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동안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을 위함이라는 법 제정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근로자 추정제를 두고서는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이 충돌했다.외면 받는 사람들의 보호 공감정부가 올해 하반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는 일법 패키지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로 구성된다. 취지는 인공지능(AI) 혁신과 플랫폼 경제 급성장 등 대전환의 시대에 새롭게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다.와 인터뷰를 진행한 노동 분야 전문가들(▲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 노무사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정부의 노동 정책과 관련법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김성희 소장은 “사실상 노동자이지만 형식상 자영업자로 포장된 이들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 산재보험 적용과 확대 그리고 고용보험 적용으로 이어진 약한 보호망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경우는 20세기 말부터 이미 유럽 등에서 시행된 법이다. 박지순 교수는 “제3지대 또는 중간지대 노동법이라는 이름으로 사각지대 노무제공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계약조건을 정한 법”이라며 “합리적이고 적절한 범위에서 공정한 계약조건을 법제화해 중간지대에 적용할 수 있다면 노무제공자 및 사업주 양측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분쟁을 어느 정도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유경 노무사와 이준희 교수도 노동 사각지대를 축소하려는 문제의식과 취지 자체는 타당하다고 봤다. 김유경 노무사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의 근본적인 입법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이준희 교수는 “근로자성에 대한 분쟁에서 무기대등(원고·피고가 대등한 위치에서 주장 및 입증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원칙)을 어렵게 하는 원인은 입증자료를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보유한다는 것”이라며 “증명 책임의 전환은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 등 국내법에서 선례가 확인된 정당한 입법수단이다. 유럽연합(EU)과 스페인, 벨기에도 이미 추정을 채택하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낯설지 않다”고 설명했다.정당성과 실효성 구분 명확해야다만 전문가들은 취지의 정당성과 제도의 실효성이 구별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촘촘한 설계가 없는 노동 정책은 시장에서 효과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김성희 소장은 “지금껏 논의된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는 노동시간 및 휴일·휴가 등 노동 조건과 밀접한 사안들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AB5법(운전·배달기사의 정규직 분류)과 독일 및 영국의 우버 노동자성 인정 판결 그리고 최근 한국의 배달기사 노동자성 인정 등을 반영해 이를 법제화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결국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근로자 추정제를 함께 도입해야 외국의 사례처럼 다양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를 도입한다고 해도 사안마다 소송을 통해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까지 반영해 법제화를 이루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반대로 박지순 교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만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 추정제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함께 추진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지순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는 보편성이 없는 매우 위험한 제도로, 이를 시행하는 국가들도 여러 문제점으로 사후 보완입법에 나서고 있다”며 “이는 노동 시장 악화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부담 가중 등으로 이어져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현재 우리 노동 시장에 필요한 제도는 근로자 추정제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라고 박지순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면 사실상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중간지대에 속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자영업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할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지순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 시 소상공인과 기업이 체감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는 비용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반 기업도 인사노무상의 해고 등 리스크 부담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근로자 추정제로 인해 평소 프리랜서로 자유롭게 일하던 사람이 사업소득세를 납부하다가 계약관계 종료 시점에 퇴직금 등 법정수당을 요구하고자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박지순 교수의 예상이다.박지순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를 채택한 입법례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EU도 입법지침으로 도입하기는 했으나 회원국의 선택에 맡겼다”며 “그보다 더 우선시돼야 할 정책은 특수형태종사자나 플랫폼종사자에게 적용될 수 있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같은 중간지대 노동법을 만들어 노동법의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김유경 노무사는 근간을 갖추진 못한 법이 무리하게 추진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본법은 최상위 헌법의 이념을 개별법으로 구체화하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노동관계법령 등 다른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 법을 적용한다’(제3조 제2항)고 규정해 개별법을 우선 적용하고 기본법을 보충 적용하도록 명시했다”고 지적했다.이어 “또한 다수 조항에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적 조항을 포함시켜 구체적인 후속 입법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못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가장 큰 문제로는 ‘노동법 적용범위’를 꼽았다. 김유경 노무사는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적용범위를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를 받는 사람, 즉 노무제공자’라고 제한했다”며 “이는 노조법상 근로자보다 협소한 개념이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법 바깥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층 완화된 기준으로만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이미 노동 분야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의 ‘노동법 적용범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서 활동 중인 노무사, 변호사 등 법률 관계자 105명이 참여한 ‘이재명 정부 1년 평가’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장 미흡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법 적용 확대’가 67.6%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45.7%의 표를 얻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보호’였다.이준희 교수도 노동법 적용범위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근로자성 추정의 요건·효과·반증구조·적용범위 등이 정교하게 입법적으로 설계되지 않으면 그 제도는 ‘추정의 선언’에 그치고 만다”며 “이는 후속되는 구체적 쟁점을 법원의 판단과 행정해석에 모두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실패한 정책이 되지 않으려면그동안 논의된 일법 패키지는 시장에 안착하기 힘들다는 게 노동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들은 정부의 노동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촘촘한 정책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성희 소장은 “노란봉투법이 법원 판례를 제도화했던 것처럼 근로자 추정제도 마찬가지”라며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바로 모든 사업장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하는 장치를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본다. 노란봉투법 때처럼 가이드라인을 소극적으로 만들면 제도화 효과는 미미하고 소송전만 난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김유경 노무사는 기본법 제정에 앞서 기존 근로기준법의 정의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본법은 기본법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기존 노동관계법령의 양대 축인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의 취지에 부합하면서 기존 법보다 후퇴된 기준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면 대전제는 ‘기존 노동법 체계의 강화와 확장’이어야 한다. 기존 근로기준법 밖 노동자들이 법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 원칙이 돼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의 근로자 정의를 확대하는 작업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추정의 효력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획정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준희 교수는 형사처벌 영역으로의 파급을 제도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그는 “근로기준법의 특별형법적 성격은 근로자 추정제의 모든 쟁점을 관통한다”며 “근로자 신분이 추정되는 결과로 형벌 부과의 전제인 사용자 신분이 ‘추정’되는 구조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및 무죄추정 원칙과 병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이어 “따라서 근로자 추정으로 인해서 누가 어떤 의무를 어디까지 지는지를 사전에 명확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라는 문구만으로는 형사 절차로의 파급을 차단하기 어렵다. 형벌권의 전제가 되는 신분과 효력범위의 명확성만큼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6.07.13 11:00

6분 소요
일하는 사람 기본법…선의가 부른 을들의 전쟁[EDITOR's LETTER]

산업 일반

모든 일하는 사람은 보호받아야 한다.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위탁계약자처럼 기존 노동법 체계 밖에서 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계약서 한 장 없이 일하고, 일방적 계약 해지와 보수 체불에 내몰리면서도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가 나온 배경이다.취지는 이해한다. 아니, 동의한다. 노동시장은 더 이상 정규직 근로자와 사용자라는 전통적 관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계약은 프리랜서지만 출퇴근조차 자유롭지 않은 이들, 외형은 사업자지만 가격 결정권도 계약 교섭력도 없는 이들을 방치해선 안 된다.문제는 선한 의도로 만든 법과 제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노동권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은 맞다. 하지만 보호의 대상을 넓히고 장벽을 세우는 데는 비용이 든다. 보호 장벽을 어디까지 쌓을지,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지에 대한 정교한 설계가 없으면 선의의 정책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석 달 만에 1.9%에서 2.6%로 뛰었다. 거시 지표만 보면 호황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현실은 다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백조원을 벌어들였다고 해서 동네 식당, 편의점, 미용실, 학원에 사람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골목상권의 위기는 숫자로 확인된다.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폐업 사업자 97만6000개 중 소상공인이 몰린 제조·도매·소매·음식·숙박·서비스 등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 8.64%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소매업 폐업률은 15.40%, 음식업은 15.14%에 달했다. 폐업 사유 중 ‘사업부진’ 비중도 2023년 48.9%에서 2025년 50.4%로 높아졌다.차마 문을 닫지 못하고 빚으로 버티는 이들도 많다. 지난 1분기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 잔액은 1100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출 연체액도 20조원을 훌쩍 넘어 사상 최대였고, 연체율 역시 2%대로 올라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노동권 보호의 대상인 프리랜서와 플랫폼 노동자는 분명 ‘을’이다. 그러나 골목상권의 소상공인들 역시 한없이 ‘을’에 가까운 이들이다.이런 이들에게 노동자 보호를 위한 청구서를 들이미는 것은, 턱밑까지 차오른 물 위에서 겨우 숨만 쉬고 있던 영세 소상공인들을 익사 위기로 내모는 일일 수 있다.정치는 선의를 말하기 쉽다. 그러나 정책은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설계다. 노동자와 사업자 사이의 중간지대를 인정할 것인지, 근로자 입증 책임은 어떤 조건에서 적용할 것인지,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법 적용을 유예하거나 재정 지원을 병행할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노동자 보호는 당위다. 그러나 당위만으로 제도를 만들 수는 없다. 보호의 범위, 비용의 주체, 책임의 한계를 함께 설계하지 않은 선한 정책은 실패로 남을 뿐이다.

2026.07.1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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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사지 말고 구독하세요”…퍼시스가 던진 ‘오피스 렌탈’ 승부수

산업 일반

국내 사무가구 1위 퍼시스가 가구 제조·판매를 넘어 ‘오피스 공간 구독 서비스’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퍼시스가 지난 7월 1일 자로 전격 출시한 ‘통합 오피스 구독(렌탈) 서비스’가 시장의 새로운 우회로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들은 공유오피스에 들어가는 대신 일반 빌딩을 임차해 독립 사옥을 쓰되, 목돈이 묶이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퍼시스 구독을 통해 ‘월 단위 운영 비용’으로 처리해 공유오피스 수준의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오피스 운영을 통째로 외주화해 완벽히 독립된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통 가구사들에게 ‘공간 구독 서비스업’이라는 거대한 신시장의 문이 열릴지 주목된다.‘소유’에서 ‘운영’으로 우회로 찾다퍼시스가 모험적인 카드를 던진 배경에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퍼시스는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억3713만원으로 전년 대비 73.3% 급감했다고 공시했다. 고금리와 고환율 장기화로 인해 내수 가구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이 같은 실적 한파 속에서 퍼시스가 주목한 틈새시장은 바로 사무실 마련 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의 ‘재무적 페인 포인트’였다. 고정자산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을 위해 가구를 구매하는 자산이 아닌 ‘운영하는 서비스’로의 전환 전략이다.퍼시스 관계자는 “오랜 기간 기업 고객들과 함께하며 오피스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어려움에 주목했다”며 “실제 고객들을 만나보면 비용 자체보다도 조직 변화에 따라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추가·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구매 방식이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고민이 있더라”고 설명했다.퍼시스에 따르면 기업 경영진은 오피스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 부담과 기존 사무가구 처리 등 자본 운용의 비효율을 고민하고, 총무·구매 담당자는 조직 변화에 따른 ▲가구 재배치 ▲유지관리 ▲자산 관리 등 반복적인 운영 부담을 겪고 있었다. 이에 퍼시스는 렌탈을 단순한 비용 분산 방식이 아닌 오피스 구축부터 운영·관리, 나아가 기존 가구의 회수까지 연결하는 새로운 오피스 운영 서비스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새롭게 출시한 퍼시스의 렌탈 서비스는 기업들의 자산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 독립 사옥이나 개별 오피스를 구축하려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가구·인테리어 비용이 초기 목돈으로 묶여야 했다. 그러나 퍼시스의 통합 구독을 이용하면 이 모든 비용을 ‘월 단위 운영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기업들이 굳이 고비용의 공유오피스에 입주하지 않고도, 일반 빌딩을 임차해 완벽히 독립된 자사 공간을 소유하면서 재무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가구를 빌려주는 데 그쳤던 기존의 파편화된 렌탈과 달리 퍼시스는 디지털 플랫폼 ‘오피스 서비스 허브’를 전면에 내세웠다. 많은 기업의 총무·구매 담당자들은 조직 개편이나 인원 변동이 있을 때마다 좌석 재배치와 도면 수정, 유지관리 이력 인수인계 등으로 극심한 운영 비효율을 겪어왔다. 퍼시스는 자산·계약·도면 정보를 한 곳에서 실시간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지원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모든 운영 이력이 플랫폼에 그대로 남아 있어 인수인계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정기 점검과 의자 클리닝 등 전문적인 오피스 케어가 기본 결합, 사실상 기업들은 사무환경 관리 업무를 퍼시스에 통째로 외주화(아웃소싱)할 수 있는 셈이다.퍼시스 관계자는 “제품을 직접 설계·제조하는 것은 물론 전국 단위의 시공·AS 인프라와 오랜 오피스 전문성을 바탕으로 제품 공급부터 운영·관리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통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오피스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운영할 수 있는 통합 운영 역량이 퍼시스만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공간 구독의 신시장 열까국내 가구 제조사들은 그동안 고질적인 구조적 한계에 부딪혀 B2B 사무가구 렌탈 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못했다. 대표적 문제가 ‘자본 회수와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가구는 생활가전에 비해 제품 단가가 매우 높고 평균 사용 기간이 길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초기 생산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수년에 걸쳐 소액의 렌탈료로 분할 회수해야 한다.둘째는 ‘막대한 물류·유지보수 비용’이다. 사무가구는 배송·조립·설치뿐만 아니라 계약 종료 후 반납·회수 및 재설치에 드는 물류비와 인건비가 높다. 나아가 기존 판매 시장 잠식 우려도 있다. 렌탈 서비스가 활성화될 경우 기존에 대규모 일시불 매입을 진행하던 대기업 고객층의 수요가 줄어 단기 매출 총액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즉 대형 가구사들은 렌탈을 ‘성장 동력’보다는 실험적 옵션으로만 취급해 온 셈이다. 퍼시스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제조사가 직접 ‘엔드투엔드’(E2E)로 관리하는 국내 최초 직영 책임 관리 체계와 디지털 자산 트래킹 시스템을 구축해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이 관계자는 “시장의 인식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사무가구는 정수기처럼 렌탈이 익숙한 품목이 아니며 기업 내부에서도 경영진과 총무·구매, 재무 등 의사결정 주체마다 렌탈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고객이 렌탈을 단순한 비용 분산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꼽았다.렌탈 업계는 퍼시스의 이번 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수기·비데 중심의 개인 소비재 영역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최근에는 기업 대상(B2B) 장비 및 오피스 자산 렌탈·구독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렌탈업계 관계자는 “기업 고객은 단순 총액 비교보다 ‘재무제표 개선 효과’와 ‘운영 효율화’ 가치에 훨씬 민감하다”며 “퍼시스가 대규모 자본력과 자체 유통망을 바탕으로 오피스 수요를 대거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퍼시스 측은 “렌탈 서비스를 시작으로 기업의 오피스 환경 전반을 책임지는 오피스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가 목표”라며 “궁극적으로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고 관계가 끝나는 회사가 아니라 오피스 구축부터 운영, 관리까지 고객의 오피스 운영 여정을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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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아님을 증명하라”…‘악마의 증명’에 갇힌 근로자 추정제

산업 일반

#학원장 A씨는 최근 퇴사한 강사 B씨로부터 퇴직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B씨는 계약 당시 실수령액을 높이려 ‘프리랜서(3.3% 사업소득세 원천징수) 계약’을 맺고 세제 혜택과 자율성을 누렸다가 계약이 끝나자 “사실은 학원의 지휘를 받은 근로자였다”며 사후적으로 정규직 권리를 청구했다.#배달 라이더 C씨는 3개 배달 앱을 동시에 켜고 원하는 콜만 골라 받는 ‘멀티호밍’ N잡러로 업무 전반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C씨가 근로자성 분쟁을 제기하는 순간, 플랫폼사는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이른바 ‘악마의 증명’에 직면한다. 여러 앱을 쓰는 N잡러의 책임을 특정 사업주가 온전히 독박을 써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선의로 포장된 ‘근로자 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가 정교한 설계 없이 통과되면 일터가 계약 불신과 법적 분쟁의 난장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계와 국회가 올 하반기 입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 법안이 870만명에 달하는 프리랜서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 형태를 근로자 아니면 사업자라는 ‘이분법적’ 틀로 획일화하려 하고 있어서다.배달라이더·보험설계사·학원강사·프리랜서 IT 개발자 등의 소득 구조와 업무 자율성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이들을 근로자로 일단 추정하면, 민사 분쟁의 대원칙인 ‘주장하는 자가 입증한다’는 법리가 통째로 뒤집히게 된다. 사측이 지휘·통제를 하지 ‘않았음’을 완벽히 증명하지 못하면 모두 정규직 고용 관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규제 사정권에 포함된 플랫폼 업계는 근로자 추정제가 양날의 검이나 다름이 없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작가의 경우 대다수가 보조작가를 고용해 연재를 한다”며 “근로자 추정제가 일률 도입되면 메인작가가 보조작가의 사용자가 되면서 비용 부담을 안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입장에서도 프리랜서 작가들과 고용 관계가 아닌 작품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어 법적 분쟁 시 ‘우리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복잡한 고용 구조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T 블루와 같은 가맹택시 구조에서는 중간에 법인 택시회사가 존재하지만, 배차 알고리즘을 제공했다는 이유만으로 ‘원청 사장’으로서 공동 사용자 책임을 물 수 있다. 또 개인 사업자 지위로 멤버십에 가입해 자율 운행하던 개인택시 기사들이 플랫폼의 배차 페널티나 평점 관리 시스템을 빌미로 근로자임을 주장하는 극단적인 사례가 나올 수 있다.해외에서 입증된 ‘누더기 법안’의 시행착오졸속 입법이 가져올 부작용은 이미 해외에서 시행착오로 입증됐다. 지난 2020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시행한 규제법인 ‘AB5’(Assembly Bill 5)가 대표적이다. 당초 이 법은 거대 플랫폼이 라이더 등을 프리랜서로 간주해 사회보험과 최저임금 의무를 피해 가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업무 통제권 탈피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 외 영역의 업무 수행 ▲독립 사업자 지위 영위 등 엄격한 ‘ABC 테스트’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프리랜서로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제의 ‘시초’였다.하지만 규제가 시작되자마자 시장은 요동쳤다. 정작 타깃이었던 우버·리프트·도어대시 등 거대 플랫폼들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주민 투표라는 우회로를 뚫었다. 진짜 타격은 엉뚱하게도 영세 소상공인과 순수 프리랜서들에게 향했다.규제가 프리랜서 생태계를 말살한다는 반발이 거세지자, 캘리포니아 의회는 뒤늦게 법안 전반을 수정해 음악 산업·상업 어민·수영장 청소원 등 100개가 넘는 직종에 예외 조항을 덕지덕지 붙여줬다. 대기업은 빠져나가고 영세 생태계만 규제의 덫에 갇힌 ‘누더기 법안’으로 전락한 셈이다.2025년 국제 학술지 인포메이션 시스템즈 리서치에 게재된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 워링턴 경영대학원의 치우 량페이 교수 공동 연구진의 분석은 이를 숫자로 증명한다. 연구진이 글로벌 온라인 노동 플랫폼 업워크의 프리랜서 4만1000명의 근무 기록 약 40만건을 법 시행 전후로 장기 추적 분석한 결과, 캘리포니아 AB5 도입 이후 노동자들의 전체 평균 소득은 약 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그런데 이는 착시에 불과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에 따른 복지 및 보험료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단가를 낮추면서 노동자들의 평균 시급은 오히려 1.6% 감소했다.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전보다 더 오랜 시간 근무해야 했다. 치우 교수는 “노동 시장 경쟁 환경이 캘리포니아와 유사하다면 긱워커들의 시급 저하와 노동 시간 장기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현행 제도 실효성 확보 vs 정교한 하위 법령 설계이처럼 하나의 잣대만 들이대는 규제 수단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굳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계약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분쟁 상황에서는 현행 법제와 정부의 감독 시스템, 분쟁 조정 기관을 거쳐 충분히 다툴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지적이다.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누가 봐도 근로자임이 분명한데 우열 관계를 이용해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려는 ‘가짜 3.3%’와 같은 사례는 정부의 감독과 단속으로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고 짚었다.김 변호사는 특히 “애매한 영역에 있는 종사자들은 개인 사업자 관계를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며 “계약이 끝난 뒤 발생하는 퇴직금 소송 등 개별 분쟁은 기존처럼 점차적인 법원 판결과 분쟁 기관의 조율로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며, 이를 법으로 획일화하기보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무분별한 확대를 제한하는 방향이 맞다”고 제언했다.반면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미국식 규제를 그대로 가져오기보다 한국형 실정에 맞는 ‘시행령 매뉴얼’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장은 “미국 AB5처럼 법전에 예외 직종을 일일이 나열하다 보면 결국 누더기 법안이 돼 시장을 교란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4다29736)로 확립된 ▲업무 내용 지정 ▲취업규칙 적용 ▲근무 시간·장소 지정 등 10여 개의 근로자성 판단 지표가 존재한다”며 “법안 자체는 선언적으로 통과시키더라도 입법 예고 기간 현장 실정에 맞게 시행령과 시행 규칙, 고시 지침 매뉴얼을 얼마나 디테일하고 정교하게 만드느냐가 법안의 안착을 가르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07.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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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비상…프리랜서 계약 다시 들여다본다

산업 일반

국내 기업들이 프리랜서 계약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면서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무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 우선 근로자로 추정하고, 사업주가 이를 방증하도록 하는 제도다.지금까지는 노동자가 "사실상 근로자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기업이 "근로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아직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은 계약서 문구는 물론 프리랜서·용역·위탁 등 외부 인력 운용 방식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예컨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더라도 회사가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업무를 직접 지시했다면 근로자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는 노동자가 이를 주장·입증해야 하지만,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기업이 독립적인 계약 관계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입증 책임의 방향이 뒤바뀌는 셈이다.계약서보다 부담되는 '입증 책임'"기업에 부담이 큰 제도."근로자 추정제를 두고 한 재계 관계자가 내놓은 짧은 평가다.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프리랜서 한 명의 지위 변화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최저임금과 주52시간제 ▲퇴직금 ▲주휴수당 ▲4대 보험 등 노동관계법 적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문제는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이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정규직 외에도 프리랜서·용역·위탁·외주·특수고용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활용해 왔다. 계약상으로는 외부 인력이지만 실제 업무는 기업 사업장 안에서 이뤄지고, 업무 일정과 기준은 물론 보안·안전·품질 관리 등을 위해 일정 수준의 관리와 통제가 이뤄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복수의 기업 관계자는 "근로자 추정제는 특정 프리랜서 계약 하나를 손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여러 형태로 운영해 온 외부 인력 전반에 대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실상 기업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재계 관계자는 "기업 현장에는 다양한 계약 구조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며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제 업무가 사업장 안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 논란이 확대된다면 기업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곧바로 채용 감소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법적 리스크와 비용 부담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핵심 인력 외 채용을 줄이거나 인공지능(AI)·자동화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노동관계법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법조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최저임금과 근로 시간 ▲산재 ▲휴일·휴가 등 지금까지 적용되지 않았던 노동관계법이 함께 적용될 여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계약보다 바뀌는 건 인력 운용 방식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분쟁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쟁이 임금 체불이나 퇴직금 지급 문제를 넘어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리스크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기업들이 가장 부담으로 꼽는 부분은 이른바 '부존재의 입증'이다.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은 ▲메신저 대화나 이메일 ▲회의록 ▲업무 배정 기록 등으로 비교적 확인하기 쉽다. 반면 업무 지시가 없었다는 사실이나 출퇴근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점, 회사 조직에 편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자료로 입증하기가 훨씬 어렵다. 현장에서 오간 협업이나 품질 관리 지시마저 지휘·감독의 근거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직접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노무제공자가 근로자로 추정된다"며 "회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고, 퇴직금과 연차수당, 임금 미지급은 물론 근로기준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리스크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도급·용역업체를 사이에 둔 계약 구조도 새로운 쟁점이다. 기업이 프리랜서와 직접 계약하지 않았더라도 실제 업무 지시와 관리가 원청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원청으로 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이 변호사는 "문제는 회사와 직접 계약한 프리랜서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도급이나 용역업체 등 이른바 도관업체가 중간에 있더라도 실제 업무를 지시하고 노무를 제공받은 주체가 원회사라고 판단되면 노무제공자가 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기업들은 법안의 향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출퇴근 관리나 직접 업무 지시를 최소화하고 계약서상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앞으로는 근로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어떻게 남길 것인지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일부 기업들은 계약서 문구뿐 아니라 ▲보고 체계와 업무 지시 방식 ▲장비 제공 여부 ▲정산 구조 등 인력 운용 전반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변호사는 "기존에는 종속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앞으로는 회사가 근로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며 "계약서 문구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고, 실제 ▲업무 운영 방식 ▲지휘·감독 체계 ▲보고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6.07.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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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 접는 게 낫죠”…월 42만원 청구서에 사람 쓰기 무서운 골목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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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이 살아야 일자리도 생길 것 아닙니까.”지난 7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성진(46)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 이야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건비와 관리 부담이 더 커질 경우 영세 자영업자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윤씨는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주휴수당까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는 사실상 인건비 폭탄을 맞았다”며 “원재룟값과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까지 안 오르는 게 없는데 노무 부담까지 늘어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월평균 수익 191만원…“알바 대신 내가 뛴다”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에게도 노동법상 보호를 확대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두고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와 관리 부담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제 사업을 운영 중인 가동사업자는 1032만1407명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가동사업자 증가율은 2020년 7.5%를 기록한 이후 ▲2021년 6.4% ▲2022년 5.1% ▲2023년 2.8% ▲2024년 2.0%로 꾸준히 둔화했고, 지난해에는 결국 1%대로 떨어졌다.폐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폐업자는 97만5681명으로 100만명을 넘었던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5년 이상 버티다 폐업한 사업자가 31만740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폐업자의 3명 가운데 1명은 5년 이상 영업한 사업자였다. 폐업 사유의 절반 이상은 ‘사업 부진’이었다.겨우 문을 닫지 않아도 손에 남는 돈은 많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평균 수익은 191만원에 그쳤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자영업자의 34.0%가 현재 최저임금 월 환산액(215만6880원)보다 적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고용은 줄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정규직 종사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5.9% 감소했다. 줄어든 인력의 업무는 사업주가 직접 메우고 있다.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줄었지만 대표자의 근로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소상공인연합회는 법 시행 시 최저임금 기준으로 소상공인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법정 비용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약 42만원, 연간 505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기부가 집계한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의 20%를 웃도는 규모다. “관리 부담까지 늘면 결국 모두가 피해”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대부분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은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과 업종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권모씨는 “제 자식들도 근로자인 만큼 노동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한 달 매출이 1000만원이어도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 남는 돈은 많지 않다”며 “여기에 추가 부담까지 생기면 장사를 접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한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던 점주 안상혁(53)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생만으로 24시간 운영했지만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가족이 돌아가며 근무한다”며 “평일 오전과 야간,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안씨는 “편의점은 대부분 시급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노동 규제가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편의점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그는 “처음에는 노동자 권리를 넓혀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경기 광명시에서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강유진(50)씨는 “대리운전 기사는 여러 업체에 동시에 등록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사용자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그는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부담도 부담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인사·노무 관리 비용”이라며 “결국 업체는 기사 수를 줄이거나 이용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피해는 소비자와 기사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소상공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만이 아니다. 함께 추진되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종사자의 근로자성이 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는다. 법률 지식과 노무 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는 계약 구조와 인력 운영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골목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였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비용과 책임을 영세 사업자에게만 지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결국 사람 쓰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2026.07.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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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끈’ 차세대 병기 KDDX의 허무한 엔딩

산업 일반

군사기밀 유출을 시작으로 각종 소송전으로 얼룩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공방이 마침내 끝났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탓에 고도의 기술 경쟁 구도가 아닌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소모전이 전개됐고, 결국 타임라인만 지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한 시점인데 개념설계부터 선도함 인도까지 무려 2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다소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다. 개념설계부터 선도함까지 20년 ‘허송세월’ “결국 1.2점의 보안 감점으로 성패가 갈린 셈인데 양사의 소모전과 지체된 시간을 고려하며 허무한 결과가 아닌가.”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결과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한화오션이 지난 7월 2일 HD현대중공업을 따돌리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K-방산의 경쟁력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수주전이었다는 설명이다. 방위사업청의 KDDX 입찰 최종 평가에서 한화오션이 93.9542점, HD현대중공업은 93.3675점으로 0.5867점 차이로 당락이 갈렸다. 기술능력평가에서 HD현대중공업이 0.6425점 높았지만, 군사기밀 유출 관련 보안 감점 1.2점 적용으로 한화오션이 최종 승자가 됐다. 결국 총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입찰의 결과는 보안 감점에서 갈린 결과를 낳았다. KDDX는 차세대 기술을 망라한 7000톤급 구축함 6척을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이지스함 사업이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기술 경쟁력이 아닌 보안 이슈로 입찰 승패가 갈리며 찝찝함을 남겼다. KDDX 사업은 2011년 첫발을 뗀 뒤 이듬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수주하면서 본격 궤도에 올랐다. 일반적인 국내외 이지스함의 경우 개념설계부터 선도함 인도까지 10~1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함정일수록 최첨단 기술과 장비 등이 반영되면서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KDDX는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2012년 수주 이후 2032년이 돼서야 선도함이 인도되는 타임라인으로 정해졌다. 개념설계부터 선도함 인도까지 무려 20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1996년 당시 신규 이지스 구축함이었던 세종대왕급(KDX-III)는 개념설계 단계부터 2008년 선도함 인도까지 12년이 걸렸다. 한국은 조선소가 노후화된 미국 등과 비교해 군함 설계 및 건조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꼬인 KDDX의 경우는 예외였다. 지난 2013년 한화오션은 KDDX의 기초 뼈대가 되는 개념설계 보고서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하지만 이때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터지며 KDDX 사업도 꼬이기 시작했다. 그해 HD현대중공업의 KDDX 개념설계 관련 군사기밀 유출 사건이 터지며 기소됐다.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이 추진되던 시기였고 HD현대중공업이 당사자였다.법정 공방 끝에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KDDX 개념설계도를 불법 취득한 혐의로 모두 유죄를 받았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방산 사업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2025년까지 감점 1.8점을 받았다. 이후에도 입찰과 관련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방사청은 2026년까지 감점 1.2점을 적용하기에 이르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12년 개념설계 당시 기술평가 점수 21점 차로 현대중공업에 앞섰다. 소수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군함 설계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기술력은 압도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보안 감점으로 선도함 건조 경쟁에서 밀려난 HD현대중공업은 억울한 입장이다. 관행상 기본설계를 맡았던 업체가 수의계약 방식으로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맡아왔는데, 이번 KDDX에서는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수주를 놓쳤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기술 점수가 아닌 보안 점수로 승패가 갈렸기에 다소 억울하고 허무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이 개념설계에서 큰 점수 차로 앞섰다곤 하나 최종 평가를 들여다보면 오랜 시간 동안 기술력을 올리지 못했다는 의미가 되지 않나”고 반문했다. 국내 시장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핵심 이번 KDDX 사업은 전투체계와 핵심 장비의 국산화 비중을 높인 스마트 한국형 이지스함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센서·통신·전투체계·무인체계 등을 결합한 국내 최초의 중앙 컨트롤 스마트 함정이라는 점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선도함을 건조하는 한화오션의 KDDX 기술과 경험은 좋은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KDDX 이후 호위암 사업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고, 구축함·수상함의 해외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KDDX의 상세설계 업체는 무기체계 배치 등 세부적으로 함정을 구현하는 최종 설계 작업이라 후속함 건조에서도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후속함은 선도함 설계도를 바탕으로 건조한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한화시스템은 전투체계 및 다기능 레이더 개발 사업을 하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무기 발사체계를 비롯한 함정용 가스터빈 엔진 등의 부품 공급을 하고 있어서다. 현대의 이지스함의 경우 선체를 만드는 것보다 미사일·레이더·전투체계 등의 첨단 장비의 비중이 전체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방산 사업의 수직계열화를 이룬 한화그룹이 패키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방사청이 발주하는 국내 시장은 이윤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국가 차원의 사업이라서 공개 입찰과 적정 이윤율 등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화오션 측은 “방사청 사업은 모두 입찰 경쟁을 통해서 결정되고 적정 이윤이 책정된 최종 납품 가격으로 발주되기 때문에 마진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K-방산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시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리핀·호주·중동 등의 해외 함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수출 함정은 방산원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증대가 가능한 구조다.K-방산은 2024년 호주, 2026년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대형 수주를 겨냥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경쟁국과 비교했을 때 ‘원팀’ 경쟁력이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다. 이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수출사업의 원팀 구성’에 합의했고, 공동개발 프로젝트 등 지속적인 협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KDDX와 같은 사례가 재발되지 않아야 하고, K-방산을 위한 원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캐나다 잠수함 수주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를 토대로 열릴 1000조원대 미국 함정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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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금 키우고 체급 늘린 KEL, 지역 연고제로 ‘안방 e스포츠 시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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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kj@edaily.co.kr국내 e스포츠 생태계가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안방 연고 시대’를 맞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e스포츠협회(KeSPA)·크래프톤·님블뉴런·넥슨코리아가 공동 주관하는 ‘2026 대한민국 이스포츠 리그’(2026 KEL)가 지역 순환형 e스포츠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올해로 2년 차를 맞은 KEL은 지난해 대비 리그의 체급과 상금 규모를 대폭 확장했다. 2025년 원년 대회 당시에는 14개 지역 팀(10개 광역·4개 기초자치단체)이 참가했지만, 올해는 5개 팀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총 19개 지역 팀(13개 광역·6개 기초자치단체)이 우승컵을 두고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기도 고양특례시·수원특례시·성남시·양주시를 비롯해 충북 제천시·전북 전주시 등 기초자치단체의 참여가 늘어나며 ‘풀뿌리 e스포츠 연고제’의 기반이 단단해졌다는 평가다.국산 e스포츠 종목의 자생력과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도 돋보인다. ‘2026 KEL’의 총상금은 1억5000만원 규모로 조성됐다. 특히 최고 인기 종목인 ‘이터널 리턴’의 경우 상금을 지난해 5000만원에서 올해 1억원으로 두 배 증액하고 리그 일정도 22일로 확대하며 고정 팬덤을 공략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상위 2개 팀에는 글로벌 대회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터내셔널 컵’(BMIC) 출전 시드를 부여하고, ‘FC 모바일’ 상위 2인에게는 글로벌 대회 한국 대표 자격을 주는 등 국제 대회와의 연계성도 강화했다. 리그의 성장에 발맞춰 지역 거점 인프라와의 시너지도 본격화되고 있다. KEL은 부산·광주·경남 진주·대전 등에 구축된 지역 e스포츠 상설 경기장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경기를 치른다. 협회 등의 분석에 따르면 과거 대전이스포츠경기장에서 열린 ‘이터널 리턴 마스터즈’ 결선으로 도출된 경제적 파급 효과는 약 18억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EL 역시 매주 선수단과 팬들이 지역 경기장을 방문하고 오프라인 행사장 자산과 연계되면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지역 중심의 인프라 투자는 현지 팬들의 환호로 직결되고 있다. 최근 부산이스포츠경기장에서 치러진 ‘FC 모바일’ 최종 결승에서는 명승부가 연출됐다. 전남 드래곤즈 e스포츠의 ‘아히나’ 유창호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 2025년 초대 우승에 이어 대회 2연패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이처럼 KEL은 단순한 일회성 대회를 넘어 학원 스포츠 연계와 지역 e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발판으로 자리 잡고 있다. ‘FC 모바일’ 종목은 전국소년체육대회 등과 연계해 학교 e스포츠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번 대회로 선수들의 실전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고 지역 내 e스포츠 전문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까지 아우를 방침이다. 리그가 개최되는 각 지역 거점 경기장들은 대회 운영을 기점으로 인력 육성과 고용 창출을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의 중심지로 기능할 전망이다.

2026.07.1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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