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널뛰기 코스피에 떠나는 개미…예탁금 10조 증발·‘빚투’도 급감
- 반대매매 한 달 새 5배 급증…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관망세 확산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코스피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보름 만에 10조원 넘게 감소했고, ‘빚투’를 의미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반대매매가 급증한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공격적인 투자보다 현금 확보와 관망에 나서는 모습이다.
레버리지 축소…신용잔고도 3조원 감소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11조28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말 기록한 121조6339억원보다 10조3515억원 감소한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둔 자금으로, 감소는 투자심리 위축과 대기자금 이탈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1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4조7077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약 3조원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규모를 의미하는 만큼, 잔고 감소는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장중에도 5~9%씩 등락하는 장세를 반복하며 투자심리를 크게 흔들었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데다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 둔화 논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동시에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특히 반대매매 증가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유지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주가 하락이 반대매매를 부르고,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 하락 압력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7월 둘째 주(6~10일) 반대매매 규모는 324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6월 둘째 주(15~19일) 649억원과 비교하면 약 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후 6월 셋째 주(22~26일)에는 2718억원, 6월 29일부터 7월 3일까지는 2205억원을 기록하는 등 반대매매 규모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10.2%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당시 코스피는 하루 기준으로는 0.62% 상승 마감했지만, 직전 이틀간 6% 넘게 급락하는 등 누적된 변동성이 반대매매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국 “변동성 대비”…금리 인상에 경계감 확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요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기보다 특정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대형주와 관련 레버리지 ETF에는 개인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서다.
최근 AI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기대가 유지되는 만큼 단기 조정 국면에서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선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다른 업종으로의 매수세는 상대적으로 위축되면서 시장 내 쏠림 현상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7월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증시를 둘러싼 부담은 한층 커졌다.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이고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는 유동성을 줄일 수 있는 요인이다. 특히 신용거래융자를 활용한 투자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도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최근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중동지역 불안 지속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향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AI 투자 사이클에 대한 장기 기대가 살아 있는 반도체 업종으로는 자금이 계속 몰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빚투도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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