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포커스
‘기술 자립’ 강조한 시진핑, 중국의 5개년 계획 그림은 [특파원 리포트]
- 3월 양회서 15차 5개년 계획 최종 확정
신흥·미래 산업 등 과학기술 혁신에 방점
한·중 관계 개선으로 경제 협력 강화
[이데일리 이명철 베이징특파원] 중국 명절인 춘제(음력 설)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중국 안팎에선 최대 연례행사 양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전국인민대표대회)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최근 인공지능(AI)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양회에서는 이러한 첨단기술 개발을 가속하면서 실물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실질적인 정책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다. 중국과 경제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도 양회 결과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있다.
‘중등 선진국’ 노리는 중국, 밑바탕엔 과학기술
이번에 열리는 양회가 특별한 건 올해가 중장기 경제 발전을 담은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이 열리는 첫해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15차 5개년 계획에 대한 건의, 즉 초안을 마련해 통과시켰다.
15차 5개년 계획안은 다음달 양회에서 최종 승인을 얻어 실제 정책에 반영된다. 이때 계획안의 구체적인 방안이 소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획안에서 중국이 앞으로 5년간 세운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보면 우선 ▲고품질 발전의 현저한 상과와 ▲과학기술 자립·자강 ▲개혁 전면 심화 등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2035년까지 중국의 ▲경제력 ▲과학기술력 ▲국방력 등 종합 국력과 국제 영향력을 끌어올려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중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의 실질적인 생산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이중 계획안이 강조한 부분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에 속도를 내 신질생산력(새로운 질적 생산력) 발전을 이끈다'는 부분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이끌던 첨단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해 경제 생산력 부문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과학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생성형 AI 딥시크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딥시크는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던 지난해 1월 등장해 화제의 중심이 됐다.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바이트댄스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AI 연구개발(R&D)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AI 열풍이 불자 자동차, 로봇 같은 실물에 관련 기술을 적용한 피지컬 AI가 부각됐다. 중국에선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참여한 마라톤과 올림픽 대회가 열렸고 전기차 업체들은 레벨3(L3)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시도하고 있다.
춘제를 앞뒀던 지난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이좡의 정보기술(IT) 응용혁신 단지인 국가신창원을 방문했다. 이좡은 각종 기술 기업이 몰린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다. 시 주석이 올해 첫 현장 시찰 지역으로 IT 단지를 선택했다는 건 그만큼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의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현장 시찰 후 업무보고 자리에서 "과학기술 인재의 통합 발전을 계획하고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혁신의 심층 융합을 강화하며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적극 발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의 관심을 감안할 때 15차 5개년 계획의 구체적 내용에도 관련 정책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중국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는 15차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달 19일 교육·과학·문화·보건·스포츠 분야 전문가 및 기업인과 좌담회를 열었다. 이날 눈길을 끈 부분은 AI 기업 미니맥스의 옌쥔제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것이다. 안면 인식 기술로 유명한 센스타임 출신의 옌쥔제가 창업한 미니맥스는 중국 생성형 AI 대표 기술 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량원펑 딥시크 창업자에 이어 미니맥스 CEO가 정부 주도 중요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그만큼 AI 기술에 대한 중국의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중국의 AI 등 첨단기술이 R&D 성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실물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목표다.
15차 5개년 계획안도 전략 신흥 산업을 육성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신소재 ▲항공우주 ▲드론 경제를 지목했고 미래 산업인 ▲양자 기술 ▲바이오 ▲수소 에너지 ▲체화지능 ▲스마트 웨어러블 ▲6세대 이동통신(6G)을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신흥·미래 산업과 관련한 클러스터를 만드는 등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양회 때 발표될 15차 5개년 계획엔 신흥·미래 산업과 관련해 단순한 제품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중국 산업수요와 연계된 기술과 솔루션, 서비스 등 부가가치 영역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찾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중국의 경제 정책에도 관심이 크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은 1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는데 여기엔 ▲과학기술 혁신 협력 ▲디지털 기술 협력 ▲중소기업·혁신 협력 ▲산업단지 협력 등이 담겼다.
중국 차기 5개년 계획에서 추진할 주요 방안을 두고 협력하기로 한 만큼 정책 발전 상황이 우리 경제에도 밀접한 영향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경제가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이 아닌 질적·합리적 성장을 택하면서 우리 기업의 접근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 베이징무역관은 15차 5개년 계획의 핵심 동력은 기술 자립과 AI 활용의 전 분야 확대인데 이는 외국 기업에 기회이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AI 응용 ▲기초 소프트웨어(SW) 등은 고위 기술의 대외 수요 증가가 발생할 수 있지만 데이터·보안 등 규제가 심화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중국 산업 수요와 연계된 기술·솔루션·서비스 등 부가가치 영역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찾고 중국 내수 환경에 맞춰 적합한 시장 진입 요건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코트라는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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