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건물 완공돼도 불은 못 켠다…법무법인 로앤에이, 데이터센터 책임준공과 수전 리스크 점검
-사용승인 받아도 전력 공급 지연 시 가동 차질…책임준공 범위가 계약 핵심 쟁점
-수전 지연 원인별 책임·기한 연장 기준 필요…시공·전력·금융 일정 연계 강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주요 신용보강 수단으로 활용되는 시공사의 책임준공확약이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새로운 계약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인 건축물은 공사를 완료하고 사용승인을 받으면 통상적인 사용이 가능하지만, 데이터센터는 건축물의 완공과 사용승인만으로 실제 가동에 필요한 요건이 모두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규모의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축물의 ‘준공’과 실제 ‘가동’ 사이의 간극을 책임준공확약에서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시공사와 대주단, 시행사가 부담하는 책임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책임준공기한을 넘길 경우 상당한 금융상 부담이 발생할 수 있어 확약의 기준이 되는 ‘준공’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센터에서는 이 같은 준공의 의미가 보다 복잡해진다. 건축법상 사용승인은 건축물이 허가 또는 신고한 설계도서에 따라 시공됐는지, 감리완료보고서와 공사완료도서 등이 적정하게 작성됐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반면 데이터센터가 실제 가동되기 위해서는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사용 신청 및 공급방안 협의, 전기사용계약 등을 거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전력 공급 일정은 전력계통 여건과 전력 공급 설비 구축 일정, 사업자의 신청 및 준비 상황 등에 영향을 받는다. 시공사가 단독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 포함되는 만큼 건축물이 사용승인을 받더라도 실제 전력 공급이 늦어지면 데이터센터 가동과 임차인 입주, 임대료 수입 발생 시점도 함께 지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책임준공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지가 계약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대주단은 임차인이 입주하고 임대료 수입이 발생할 수 있는 ‘가동 가능한 준공’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시공사 입장에서는 외부 전력계통 상황이나 한국전력공사의 공급 일정까지 책임지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일부 사업장의 책임준공확약서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인 사유를 제외하고 인허가 지연이나 설계변경, 공사대금 지급 지연 등 여러 상황에도 불구하고 준공 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공급 지연이 책임준공의무의 면책이나 기한 연장 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개별 약정의 문언과 지연 원인, 당사자의 귀책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책임준공의 범위를 건축물과 약정상 시공 범위에 포함된 설비의 완공 및 사용승인까지로 한정하고, 수전 확보는 시행사나 스폰서의 별도 의무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수전 확보 여부를 대출 실행의 선행조건이나 후속 인출 조건에 반영하고, 임대차 개시일과 임대료 기산일을 실제 전력 공급 시점과 연동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수전 지연이 발생할 경우 원인을 한국전력공사의 공급 여건, 사업자 측의 신청·서류 준비 지연, 시공사의 내부 수전설비 공사 지연 등으로 구분해 원인별 기한 연장과 책임 부담, 정산 기준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은 부지 확보와 전력 공급, 금융 계약이 서로의 선행조건으로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한 분야의 일정 지연이 다른 계약의 조건 미충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업 초기부터 전력 확보 일정과 건축공사 일정, 금융약정, 임대차 조건 등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성호 법무법인 로앤에이 대표변호사는 “데이터센터는 건물이 완성돼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가동할 수 없는 만큼, 책임준공의 기준을 사용승인에 둘지 가동 가능한 상태까지 넓힐지, 수전 지연의 책임을 누가 어떤 조건으로 질지를 계약 단계에서 분명히 해야 한다”며 “시공, 전력, 금융 계약을 하나의 일정표 위에서 함께 설계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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