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홍삼마저 밀어낸 이것…영양제 시장 1위 올랐다
- [불안 먹고 크는 영양제 시장]③
지난해 비타민 판매·생산액 홍삼 앞질러
똑똑해진 소비자, 비싼 홍삼 ‘대체품’ 선택
변화의 중심에는 가격과 성분을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있다. 과거에는 몸에 좋다는 인식이나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제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필요한 성분과 가격을 비교해 구매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이 홍삼 중심의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시장에 변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흔들리는 국민 영양제
홍삼은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민 영양제’다. 고려인삼학회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 홍삼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정조 21년인 1797년이다. 1908년 홍삼전매법 제정 이후에는 재배부터 제조와 판매까지 모두 정부의 관리·감독하에 이뤄졌다.
제형도 다양하게 진화했다. 1912년 홍삼 농축액을 시작으로 캡슐·차·정·환·음료 등이 출시됐다. 2000년대에는 건강기능식품법이 발효되면서 각종 기능성·기호성 제품류가 더해졌다.
홍삼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정점에 달한 시점은 2021년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당해 홍삼의 국내 판매액은 1조40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홍삼 국내 판매액은 7800억원까지 떨어졌다. 홍삼에서 비타민 중심으로 영양제 소비 흐름의 무게추가 이동한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30~60대 남성은 종합·멀티 비타민을,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유산균을 가장 많이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삼은 섭취율 상위 5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이런 흐름은 한때 홍삼 제품의 매출 의존도가 90%를 웃돌았던 KGC(한국인삼공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GC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7% 감소한 1조300억원에 머물렀다. 회사 매출은 2022년부터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을 챙기고 싶은 요즘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비타민·무기질(필수 영양소)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비타민·무기질 제품은 처음으로 홍삼을 제치고 국내 판매액 1위에 올랐다.
식품 생산실적에서도 현재 건기식 소비 흐름을 체감할 수 있다. 식약처의 2025년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홍삼 생산액은 전년 대비 14.2% 줄었다. 반대로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비타민·무기질 생산액은 전년 대비 16.3% 늘었다.
기업들도 대응에 나섰다. 최근 업계에서는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 형태와 용량을 다양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종근당건강은 남성 패션지 등과 협업해 젊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혔다. KGC도 디지털 마케팅과 소포장 제품 출시 등을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삼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 자료와 소비자 섭취 경험을 바탕으로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묻고 따지는 소비자들
소비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가격이다. 홍삼은 고가의 선물용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가 발간한 2025 건기식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홍삼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명 중 5명은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비타민의 가격은 저렴하거나 보통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소비자들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홍삼 제품 가격은 5만 9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KGC 건기식 브랜드 정관장의 온라인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홍삼 농축액 제품의 가격은 최소 4만원에서 최대 100만원선까지 형성돼 있다.
제품 선택 기준이 달라진 것도 홍삼 인기 하락의 요인이다. 과거에는 막연히 몸에 좋다는 이유로 홍삼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건강 상태와 관심사에 맞춰 비타민·무기질 등 필요한 성분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단순히 몸에 좋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소비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어떤 성분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자신의 건강 취약점을 파악하고 최적화된 보강법을 찾아 소비한다”며 “과거처럼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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