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퇴임 후에도 연 4억 고문료…금융지주 관행 도마 위
-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연 4억…퇴임 임원 38명에 연 57억 책정
금융위·금감원, 지배구조 개선안 반영 검토…공시 사각지대 지적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금융지주 회장과 고위 임원들이 퇴임 후에도 그룹 내 고문·자문역으로 재취업해 수억원의 보수를 받는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퇴임 후 연간 4억원의 보수를 받는 등 금융지주 퇴임 임원 38명에게 책정된 연간 보수 기준 합계가 약 5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관행이 공시와 내부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금융지주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재취업 문제와 관련해 “지배구조 개선, 특히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문제를 계속 보고 있다”며 “고문·자문역 운영 방안에 대한 개선까지 포함해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위에서 준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고문과 자문 등 그림자 형태로 숨어 있는 부분도 협의해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선안에 해당 내용이 포함되는지를 재차 묻자 이 원장은 “포함하려고 실무선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마지막 단계에서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금융당국이 퇴임 임원의 고문·자문역 운영 실태를 지배구조 개선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향후 관련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 범위나 규제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실제 금융지주 퇴임 임원들의 고문·자문역 위촉 규모와 보수 수준을 살펴보면 일부 전직 회장들에게는 퇴임 후에도 수억원의 연간 보수가 책정됐다.
퇴임 후에도 억대 보수…전직 회장 연 4억원까지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iM·JB 등 8개 금융지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퇴임 후 그룹 내 고문·자문역 등으로 위촉된 임원은 총 38명이다.
이들에게 책정된 연간 보수 기준 합계는 56억9520만원에 달했다. 이는 각 인물에게 책정된 연간 보수액을 합산한 것으로, 해당 기간 실제 지급된 누적 보수와는 차이가 있다.
금융지주별 위촉 인원은 KB금융이 1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BNK금융 9명 ▲신한금융 7명 ▲JB금융 5명 ▲우리금융 4명 ▲iM금융 3명 순이었다. 하나금융과 NH농협금융에서는 해당 기간 위촉 사례가 집계되지 않았다.
특히 전직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지급된 고액 보수가 눈길을 끌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2023년 11월 퇴임한 뒤 지주 경영자문역으로 위촉돼 연간 4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퇴임 당시 기본급의 80% 수준이다. KB금융은 해당 기간 퇴임한 지주 임원 10명 전원을 경영자문역으로 위촉했으며, 이들의 연간 보수 기준 합계는 18억9900만원이었다.
김태오 전 iM금융 회장도 2024년 퇴임 이후 지주 고문으로 위촉돼 연간 약 3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퇴임 후 우리은행 자문역으로 근무하면서 약 5개월간 1억5000만원가량을 수령했다.
퇴임한 사외이사가 계열사 자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확인됐다. BNK금융에서는 전직 사외이사 5명이 BNK캐피탈과 BNK투자증권 자문위원으로 위촉돼 각각 연간 3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우리금융에서는 퇴임 임원 2명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특임연구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가운데 상근 연구위원 1명의 연간 보수는 2억4000만원이다. 연구소는 2023년과 2024년 내부 규정을 개정하면서 특임연구위원을 집행임원으로 둘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해당 직책이 연구소 내규에 따른 집행임원으로, 퇴직자 예우를 위한 고문·자문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퇴임 임원 업무·보수 등 외부 공개 부족
문제는 고문·자문역으로 위촉된 퇴임 임원들의 업무와 보수 등이 외부에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임원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사업보고서의 임원 현황과 보수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임원별 담당 업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는 책무구조도에서도 빠질 수 있어, 실제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직 경영진의 경험과 전문성을 경영 자문에 활용할 필요성은 있지만, 위촉 기준이나 보수 산정 근거가 불투명할 경우 퇴임 임원에 대한 과도한 예우나 기존 경영진의 영향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이름도 모르고 보수도 공시되지 않아 주주도, 이사회도 알 수 없다”며 책무구조도에 포함되지 않은 퇴임 임원들의 관리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앞서 김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제한만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퇴임 임원에게 자리와 보수를 제공하는 관행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지적을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향후 고문·자문역의 위촉 절차와 보수 산정, 업무 및 책임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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