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홈쇼핑엔 부담, 유료방송엔 생명줄…송출수수료 해법 없나
- 방송매출액 13년 만 최저치…수수료 비중은 매년 증가
“규제 완화·사업자 간 협력 통해 산업 경쟁력 키워야”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홈쇼핑에는 줄여야 할 비용이고, 유료방송에는 포기하기 어려운 수입이다. 송출수수료 갈등이 반복되는 배경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두 차례 개정하고 추가 손질에 나섰지만, 양측의 사업 환경이 함께 악화하면서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협상 기준 정비와 함께 산업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출 줄어든 양측…수수료 부담·의존도 함께 커져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지난 7월 발간한 ‘2025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GS샵·CJ온스타일·현대홈쇼핑·롯데홈쇼핑·NS홈쇼핑·홈앤쇼핑·공영홈쇼핑 등 7개사의 전체 거래액은 18조5053억원이다. 전년보다 5.1% 줄어 2021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거래액은 2024년 19조4998억원으로 처음 20조원을 밑돌았다. 방송매출액도 4년째 내림세다. 지난해 7개사의 방송매출액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2조6181억원으로, 2012년(3조286억원)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았다.
매출이 줄면서 송출수수료 부담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케이블TV·위성방송·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 채널을 배정받는 대가로 내는 돈이다.
TV홈쇼핑 7개사와 데이터홈쇼핑 5개사 등 12개 사업자가 지난해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2조4434억원으로 전년보다 0.8% 감소했다. 하지만 이들의 방송매출액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73.3%에서 73.4%로 높아졌다.
이 비중은 2021년 59.9%, 2022년 65.7%, 2023년 71.0% 등으로 매년 상승했다. 홈쇼핑 업계는 TV의 영향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방송매출의 4분의 3에 가까운 송출수수료가 수익성을 압박한다며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도 물러서기 어렵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3615만7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4576명(0.59%) 줄었다.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도 전년 대비 0.9% 감소한 7조1700억원에 그쳤다.
송출수수료 의존도는 높아졌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유료방송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34.1%로 전년(33.9%)보다 상승했다. 양측의 수익성이 함께 악화하면서 어느 한쪽이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모바일 매출 놓고 평행선…협상 중재만으론 한계
정부는 2017년 말 유료방송사와 홈쇼핑사,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유료방송 홈쇼핑 상생 협의체’를 구성해 송출수수료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후 2019년과 2023년 대가 산정 요소와 협상 절차 등을 손질했지만 분쟁은 이어졌다.
2024년에는 CJ온스타일이 딜라이브·아름방송·씨씨에스충북방송 등 3개 유료방송사업자와 수수료 갈등을 겪으며 ‘블랙아웃’(송출 중단)이 발생하기도 했다.
방미통위는 지난 5월 ‘홈쇼핑 상생·활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송출수수료 협상의 조정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송 채널 사용 계약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매출액과 가입자 수 등 협상 자료를 사전에 검증하고, 대가검증 협의체가 송출수수료 조정안을 산정·제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개정을 앞둔 쟁점은 모바일 주문 매출이다. 최근 IPTV와 종합유선방송(SO) 등 유료방송 업계는 모바일 주문 매출도 수수료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는 공동 건의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 업계는 ‘방송 연계 상품 코드’가 붙은 상품이라면 주문 경로나 계약·판매 방식과 관계없이 매출을 방송 상품 판매액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문 수단이 모바일로 바뀌었더라도 방송의 구매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홈쇼핑 전체 매출액 가운데 약 60%가 유료방송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다”며 “홈쇼핑의 주문 방식이 전화에서 모바일로 바뀐 상황에서 모바일을 통한 매출을 송출수수료에 모두 반영하지는 않더라도 유료방송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는 상품 코드만으로 방송의 판매 기여도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맞선다. 모바일 매출을 구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비용도 부담으로 꼽는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방송 연계 상품 코드는 상품기획자(MD)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송출수수료 산정에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방송 관련 모바일 매출을 수수료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각 홈쇼핑사가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방송의 판매 기여도를 두고 판단이 갈리는 만큼, 자료 검증과 조정 절차가 마련되더라도 수수료 산정에 반영할 매출 범위를 둘러싼 이견은 남을 수 있다.
가이드라인 개정과 대가검증 협의체의 역할 확대는 협상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양측의 사업 기반이 함께 약해지는 상황에서 절차 정비만으로 갈등을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쇼핑의 수수료 부담을 낮추면 유료방송 수입이 줄고, 유료방송 수입을 유지하면 홈쇼핑 수익성이 압박받는다. 중재와 함께 규제 완화와 사업자 간 협력 지원 등 경쟁력을 높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통한 정부의 중재 노력도 중요하지만 업황 자체가 악화한 상황에서 송출수수료 관련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규제 완화, 사업자 간 협력 지원 등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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