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윤종규 3년 만에 돌아오나…은행연합회장 ‘재등판’에 쏠린 눈
-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①
11월 말 조용병 임기 종료…10월 말 회추위 본격 가동
9년간 KB 이끈 ‘금융권 원로’…경영성과·조정력 강점
세대교체·‘KB 쏠림’ 변수…윤종원·박종복도 후보군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 인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윤종규 전 KB금융그룹 회장의 복귀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조직 안정을 이끈 데다 은행과 비은행을 두루 경험한 ‘금융권 원로’라는 점에서 차기 회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특히 윤 전 회장은 3년 전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추천되고도 스스로 고사한 전력이 있다. 금융당국의 세대교체 기조와 최근 금융협회장 자리에 KB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진출했다는 점은 변수다.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과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등도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실제 후보 구도는 이달 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가동된 이후 구체화할 전망이다.
금융권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조용병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30일 만료된다. 은행연합회는 통상 10월 말 정기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추위 일정 등을 논의한다. 이후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2~3차례 회추위를 열어 후보군을 추리고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한다. 최종 후보는 24개 사원기관장이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거쳐 차기 회장으로 확정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통상 10월 말 정기 이사회에 회추위 관련 안건이 올라가고 이후 11월 중순까지 두세 차례 회추위를 진행한다”며 “첫 회추위에서 후보군이 형성되면 이를 공개하고 이후 비공개 논의를 통해 최종 후보 한 명으로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3년 전 고사한 윤종규…이번엔 ‘은행권 맏형’으로
현재 가장 관심을 받는 인물은 윤 전 회장이다. 그는 2014년 이른바 ‘KB사태’로 그룹이 극심한 내홍을 겪던 시기에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을 맡아 조직 수습에 나섰다. 이후 세 차례 연임하며 2023년까지 9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재임 기간 KB손해보험과 증권·생명 등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면서 은행 중심이던 KB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2023년 퇴임 당시에도 후임인 양종희 현 회장에게 별다른 잡음 없이 자리를 넘기며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전 회장은 직전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도 후보로 추천됐다. 당시 9년간의 KB금융 회장 임기를 막 마친 상황에서 또다시 금융권 주요 자리를 맡는 데 부담을 느껴 스스로 후보직을 고사했다.
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가계부채 관리와 ▲생산적 금융 확대 ▲상생·포용금융 ▲스테이블코인 등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요구하는 현안이 늘어난 만큼 업권의 의견을 모으고 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중량급 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은행연합회장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은행 ▲특수은행 등 이해관계가 다른 회원사들의 입장을 조율하고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은행권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금융지주와 은행을 모두 이끌고 보험·증권 등 비은행까지 경험한 윤 전 회장의 이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금융권에서는 윤 전 회장이 이미 주요 금융지주 수장을 거친 만큼 특정 회사의 이해보다 업권 전체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본다. 장기간 금융그룹을 이끌며 다양한 계열사와 이해관계를 조정해 온 경험 역시 은행연합회장 역할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세대교체·‘KB 쏠림’ 변수…12명 회추위원 표심 주목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과 세대교체를 강조하고 있어 9년간 금융지주를 이끈 ‘장수 CEO’ 경력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KB 출신 쏠림’ 논란도 있다. 올해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여신금융협회장에,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가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각각 선임됐다. 윤 전 회장까지 은행연합회장에 오를 경우 주요 금융협회 수장 자리에 KB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포진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 있다.
회추위 표심도 관건이다.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조 회장과 비상임이사 11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 등 시중은행장 5명과 ▲산업은행 회장 ▲기업·농협은행장 등 특수은행 3명 ▲수협은행장 ▲부산은행장 ▲케이뱅크 은행장이 참여한다. 이들 12명이 회추위원을 맡아 각각 후보 1명을 추천하거나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윤종규·윤종원·박종복 역시 아직은 공식 후보가 아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언론에 거론되는 인물들은 하마평 단계”라며 “회추위가 열리기 전까지는 내부적으로도 누가 추천될지 알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 전 회장의 경쟁자로 꼽히는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쳐 국책은행 경영까지 경험한 ‘정책통’이다.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은 2015년부터 2025년까지 약 10년간 은행을 이끈 ‘현장통’으로, 장기간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여한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조용병 현 회장의 연임도 정관상 가능하지만 과거 연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금융권에서는 신임 회장 선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인선의 첫 관문은 10월 말 회추위다. 3년 전 스스로 한발 물러섰던 윤종규 전 회장이 이번에는 실제 경쟁에 뛰어들지, 정책통 윤종원·현장통 박종복과 어떤 구도를 형성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최종 ‘은행권 맏형’의 윤곽은 11월 중순께 드러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권이 당국과 조율해야 할 현안이 워낙 많아 단순히 상징성보다 실제로 업권의 의견을 모으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윤 전 회장은 금융지주를 오래 이끈 만큼 무게감은 분명하지만, 세대교체와 특정 금융그룹 출신 쏠림에 대한 시선도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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