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낸드 가격 55% 급등에 삼성·SK 승부수…中 YMTC도 맹추격
- [낸드의 화려한 부활]①
추론 확산에 2분기 가격 55%·매출 70% 급증
삼성·SK 초고용량 승부…中 YMTC는 마이크론 턱밑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그늘에 가려졌던 낸드플래시가 인공지능(AI) 인프라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과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의 성장 정체로 한때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낸드플래시는 AI 시장이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읽고 답하는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귀한 몸 대접을 받는 모양새다.
‘추론’ 시대의 핵심, QLC eSSD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전 분기보다 55% 급등했다.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낸드플래시 전체 매출도 70% 증가했다. AI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대규모 모델을 만드는 ‘학습’에서 사용자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하는 ‘추론’으로 빠르게 옮겨간 결과다. 추론 서비스는 이전 대화의 맥락과 관련 데이터를 대량으로 저장하고 즉시 불러와야 해 낸드플래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AI가 이전 문맥을 빠르게 이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가 ‘키-값(KV) 캐시’다. 이용자와 대화를 주고받는 동안 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읽어오는 작업이 반복된다. 사용자가 긴 문맥을 입력하거나 대화가 길어질수록 저장해야 할 데이터도 빠르게 불어난다.
문제는 초고속 D램인 HBM의 높은 가격과 용량 한계다. 방대한 KV 캐시를 모두 HBM에 담아두면 인프라 구축 비용이 지나치게 커진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KV 캐시 일부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용량이 큰 eSSD로 옮겨 보관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하나의 저장 공간인 셀에 4비트 데이터를 담는 QLC(쿼드러플 레벨 셀) 기반 초고용량 eSSD가 급부상하고 있다. 셀당 3비트를 저장하는 기존 TLC(트리플 레벨 셀) 방식보다 저장 밀도가 33% 높아 기가바이트(GB)당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QLC eSSD가 대용량 스토리지의 대세로 떠오른 배경에는 전통적인 데이터센터(IDC)와 AI 데이터센터(AIDC)의 구조적 차이도 있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비중이 높은 전통 IDC와 달리 AIDC는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읽기·쓰기 요청을 지연 없이 처리해야 한다. QLC eSSD는 HDD보다 읽기 속도가 최대 25배 빠르면서 전력 사용량과 설치 공간도 줄일 수 있어 AIDC의 필수재로 자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 등 연산 장치가 우등생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전체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스토리지인 낸드 영역으로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낸드도 중국이 추격
낸드 시장이 되살아나면서 글로벌 경쟁 구도도 요동치고 있다. 올해 2분기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28%로 1위,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을 포함해 19%로 2위를 지켰다.
중국 양쯔메모리(YMTC)는 독자 적층 기술인 ‘엑스타킹’을 앞세워 점유율을 14%까지 끌어올렸다. 3위 마이크론(15%)과의 격차는 불과 1%포인트다.
엑스타킹은 YMTC가 2018년 처음 공개한 3D 낸드플래시 독자 구조다. 메모리 셀을 담은 웨이퍼와 이를 제어하는 주변회로(CMOS) 웨이퍼를 각각 만든 뒤 전기적으로 연결한다. 기존 낸드가 한 건물 안에 상가와 아파트를 함께 지었다면, 엑스타킹은 두 건물을 따로 완성한 뒤 수억 개의 통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중국 기업들은 사업 영역도 넓히고 있다. D램 전문 기업인 창신메모리(CXMT)는 최근 베이징 신공장에 낸드플래시 연구개발(R&D)·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AI 스타트업용 제품 공급에 나섰다.
YMTC도 저전력 D램 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동시에, 내년까지 낸드 선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약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상하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 사이에서 중국산 낸드가 성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거대한 자국 내수망과 저가 공세를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침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초고용량·차세대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기술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QLC 제품군을 256TB 초고용량 서버 SSD 등으로 확대하고 올해 하반기 QLC 비트 출하량을 상반기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에이전틱 AI 확산에 따라 서버 SSD 수요가 대폭 증가하며 낸드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올해 낸드 매출에서 서버용 SSD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아져 60%를 넘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단 노드 비중을 확대해 비트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한편 높은 입출력 속도가 필요한 영역에는 V10 기반 솔루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예정”이라며 “차세대 AI 플랫폼에서도 낸드 시장을 지속해서 선도하겠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HBM의 빠른 처리 속도와 SSD의 대용량을 결합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고대역폭플래시(HBF)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HBF는 여러 층의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대역폭과 용량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샌디스크와 손잡고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미국 자회사이자 초고용량 eSSD 전문 기업인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와 자본 활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 미국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자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바 없다”며 “어떤 방안이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車 더 팔면, 내 농사는?”…李대통령이 멈춘 CPTPP의 셈법[청와대 머니워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31st BIFF] 주지훈 “‘중증외상센터2’ 촬영 준비 중” (액터스 하우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JYP 고덕 신사옥 철회에…서울시 "SH 잘못처럼 호도해 유감"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단독]역대 최대 수익 올렸는데...지급 안 된 국민연금 성과급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릴리 본계약 불발에 펩트론 下…한미는 첫 비만약 허가에도 10% 급락[바이오 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