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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아버지와 달랐던 정기선의 선택, HD현대 미래 바꿨다
- 정치인 길 걸었던 정몽준 이사장과 달리 오너 경영 지휘봉
젊은 리더십 정기선, '기술 플랫폼' 기업 탈바꿈
미래형 선박과 SMR 등 미래가치 인정 시총 5위 그룹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정계에 몸담은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뱃머리를 오너가 경영체제로 돌리면서 사명 교체를 주도하는 등 그룹의 색깔과 이미지 탈바꿈에 나섰다. 새로운 동력 선적으로 한층 묵직해진 ‘정기선호’는 예사롭지 않은 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
초고속 회장 승진, 37년 만에 오너가 체제 회귀
HD현대그룹은 정기선 회장이 조타수 역할을 맡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 때와 다른 속도로 항해하고 있다는 평가다. 오션·육상·에너지 비전을 연이어 밝힌 그는 제조업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개척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가 되겠다는 중장기 비전을 내세우며 그룹을 이끌어가고 있다.
HD현대는 1988년 정몽준 이사장의 정계 진출 이후 37년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정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회장 자리를 박차고 정계에 입문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당시 학구열이 높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6남 정 이사장을 정치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조선업의 업황 사이클 속에서 무탈한 행보를 보였다. 급진적 변화는 정기선 회장이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다시 입사해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사장 등을 거치면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몽준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회장의 경영 참여는 입사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이때부터 오너가 경영체제 회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그룹도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됐다. 정 회장은 우선 사장 시절인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중공업의 이름을 과감히 버리는 등 그룹명부터 바꾸며 젊은 이미지를 도모했다.
지난 50년을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준 이사장 등이 이끌고 왔다면 HD현대의 ‘향후 50년’은 정기선 회장이 빠르게 움직이며 기틀을 다지고 있다. 2022년 판교 글로벌 R&D센터(GRC) 입주를 전환점으로 그룹의 미래사업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운항 시스템을 비롯해 탈탄소 미래형 선박, 친환경 바이오 연료, 스마트 팩토리 등의 사업이 탄력받고 있다. 여기에 SMR(소형모듈원자로)도 성장 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위해 HD현대는 2025년 10월 정기 인사에서 오너가 3세의 회장 승진을 단행했다. 1988년 정 이사장 정계 진출 후 37년간 이어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가 체제로의 완전한 회귀를 알린 인사였다. 2023년 부회장 승진 이후 약 2년 만의 초고속 승진으로 ‘정기선호’의 탄생을 알렸다.
정 회장은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지분 확보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2022년에만 해도 HD현대 지분이 5.26%였는데 정 이사장의 증여와 지속적인 지분 매입으로 2026년 9월 기준으로 지분이 9.67%까지 증가했다. 23.05%를 보유한 정 이사장에 이은 2대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임직원과 소통 측면에서도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2년생인 그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임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며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기선 회장이 이전 경영진과 달리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적극 소통하며 친근감을 높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시총 국내 5위, ‘기술 플랫폼’ 미래가치 인정
정 회장은 사업 구조 재편과 대형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경영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하며 조선·건설기계·에너지 3대 핵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통합으로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경쟁 우위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조선·중공업 등 전통 제조업 기반 탈피를 위해 친환경 선박, AI(인공지능), 로봇, 수소 밸류체인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오너 경영의 강점인 과감한 결단과 속도감 있는 신사업 추진을 앞세워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7일 누리호 5차 발사 성공에 기여하기도 했다. 발사 전 점검과 테스트를 비롯해 발사대시스템 운용을 지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발사대시스템을 총괄 설계·제작·구축했고, 1~4차 발사에서도 운용을 지원한 바 있다.
HD현대그룹의 미래가치는 시가총액으로 증명되고 있다. HD현대는 재계 순위 8위지만 그룹 시총에서는 삼성, SK, 현대차, LG그룹에 이어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그룹 5번째로 시총 100조원을 돌파한 뒤 올해 4월에는 200조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현재 주가가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그룹 시총 120조원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야말로 시총 증가 속도가 폭발적이다. 2015년 HD현대의 시총은 14조원3000억원에 머물렀다. 2022년 28조원, 2023년 34조7000억원에 이어 2025년 100조원까지 커졌다. 10년 새 HD현대의 시총은 8배 이상 커진 셈이다.
시총은 현재 가치와 미래 비전을 반영한다. HD현대는 시총 측면에서는 그룹 재계 순위가 앞선 한화, 롯데, 포스코보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정 회장의 오너십과 무관하지 않다.
정기선 회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오션 대전환’, ‘육상 혁신’,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 등의 비전을 밝히면서 성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대한 수혜 기대감도 더해지면서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그룹으로 다가가고 있다. 과거 딱딱하고 무거운 중공업 이미지가 아닌 첨단 기술의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과거 중공업 시절에는 힘든 일을 하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젊은 친구들이 입사하고 싶어하는 그룹으로 이미지가 쇄신됐다”며 “AI와 친환경 등 첨단 기술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져 신입사원 경쟁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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