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한국 원전업계는 왜 '슈퍼갑' 웨스팅하우스 지분에 집착할까
- 대미 투자 협상,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 중요 과제
정부, 5~10% 지분 확보 통해 향후 원전 협상력 강화 도모
원전 1기당 1조1200억 웨스팅하우스에 빼앗기는 구조 해결해야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한국 정부가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에 역량을 쏟고 있다. 대미 투자와 관련한 협상에서 한국이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원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의 지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대미 투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를 목표로 협상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지분 20% 안팎을 요구했지만 미국 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5~10% 지분 확보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비공개 국회 보고를 통해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확보해도 의결권을 얻을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까지는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야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가 선임돼야 의결권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지분 5~10%만 확보해도 의결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 의결권 확보는 기술적 측면에서 ‘을’인 한국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는 원전 수출 시 ‘슈퍼갑’ 웨스팅하우스에 엄청난 로열티 등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 코리아’가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IP) 협정 내용 및 로열티(기술 사용료) 지급 비용은 원자로 1기당 8억2500만달러(1조1200억원) 수준이다. 합의 효력이 최소 50년에 이르는 불평등한 계약이기도 하다.
이 협정으로 인해 한국 원전 업계가 한국형 원전을 해외에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지불하는 비용은 로열티와 물품·용역 구매 계약, 핵연료 공급 및 자재 독점 등으로 세분화된다. 원자로 1기당 2400억원의 로열티와 9000억원 규모의 기자재·서비스 일감 등을 발주해야 하는 조건이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와 한수원 등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분 10% 확보로 의결권을 가지면 향후 IP 분쟁 방지 및 독자 수출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이 자사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며 위반 소송을 제기하며 번번이 한국의 독자 수출을 저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대미 투자 협상에서도 한국은 신규 원전 8기 중 6기는 웨스팅하우스 모델인 AP1000, 2기는 한국이 개발한 ‘APR1400’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의결권 확보로 이사회에서 발언권을 강화한다면 수출 시마다 반복되는 법적·통상적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불평등한 로열티 조건 재협상을 통해 수익성도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원전 1기당 1조원 이상의 비용을 웨스팅하우스에 갖다 바치는 꼴이 되고 있다. 주요 주주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향후 원전 기술료 지급 조건이나 수주액 배분율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개발을 위한 제약 극복 측면에서도 웨스팅하우스의 의결권이 중요하다. 현재 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차세대 원전이나 SMR을 수출하려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독소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해외 원전 수주 시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동과 아시아뿐 아니라 북미·유럽 등 핵심 시장 진출을 위해서 웨스팅하우스와의 재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는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를 통해 500억달러(약 67조8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르면 10월에 공식 상장 관련 서류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비공개로 사전 상장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1886년 발명가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설립한 기업이다. 1957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쉬핑포트에 세계 최초의 상업용 가압수형 원자로(PWR)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방식은 지금도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전 세계 21개국에서 1만25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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