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뼈에 좋다던 비타민D의 배신…과하면 ‘고칼슘혈증’ 부른다 [권지예의 약(藥)한 취재]
- 칼슘·종합영양제 함께 먹으면 섭취량 쉽게 초과
구역질·변비·피로 지속 땐 복용 중단하고 혈액검사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영양제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웰니스 핫템,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소비하고 있을까요. ‘권지예의 약(藥)한 취재’는 난해한 전문 용어 대신 쉬운 언어로 약통 속 진짜 정보를 짚어냅니다. <편집자주>
“뼈에 좋다길래 영양제 3개를 먹었거든요. 언젠가부터 하루 종일 속이 울렁거리고 몸에 힘이 쫙 빠지더라고요.”
60대 직장인 A씨는 뼈 건강을 위해 ▲칼슘 알약 ▲비타민 D 고함량 제품 ▲종합 영양제까지 함께 복용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변비와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병원을 찾은 A씨는 혈액 내 칼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고칼슘혈증’ 진단을 받았다.
뼈 건강과 면역력을 위해 비타민 D와 칼슘을 함께 섭취하는 소비자가 많다. 두 성분은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조합으로 알려졌으나, 적정량을 넘기면 체내 칼슘 균형이 무너진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고칼슘혈증은 초기에 단순 피로감이나 소화불량으로 나타난다. 칼슘 이온은 근육 운동과 신경 신호를 조절하는데, 혈액 내 칼슘이 과도해지면 장 운동이 둔화해 변비나 구역질이 발생한다.
혈중 칼슘 농도가 지속해서 높으면 뇌와 심장에 타격을 준다. 국제 분자과학 학술지(IJMS) 게재 논문에 따르면 신경 신호가 교란돼 두통이나 의식 저하가 발생하며, 심장 박동 조절 전기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심장은 전기 자극으로 수축하고 재충전하며 맥박을 유지하는데, 핏속에 칼슘이 과도하면 심장 세포가 자극을 받아 전기 충전 시간(QT 간격)이 짧아진다. 이때 심장이 충분히 쉬지 못한 채 전기가 꼬이면서 부정맥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용성인 비타민 D는 비타민 C와 달리 체외로 잘 배출되지 않고 간이나 지방 조직에 축적돼 독성을 유발한다. 중독이 발생하면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체내 남은 비타민 D가 칼슘을 지속 흡수해 수개월간 고칼슘혈증이 이어질 수 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높게 유지되면 전신 장기가 딱딱하게 굳는 ‘석회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칼슘이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 심장·폐·신장 조직에 붙어 굳는 현상이다. 필터 역할을 하는 신장에 칼슘이 쌓여 결석이 생기거나 조직이 굳어지면 급성 신장 손상으로 이어진다.
한국영양학회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성인 기준 비타민 D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15㎍(400~600IU)이며, 상한 섭취량은 4000IU다.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50ng/㎖을 초과하면 독성 위험이 커지고, 100ng/㎖을 넘어서면 독성이 발생한다. 시중의 고함량 비타민 D 제품이나 골다공증 예방제, 종합 영양제의 중복 복용을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비타민 D 복용 후 ▲원인 없는 속 울렁거림 ▲변비 ▲피로감이 계속되면 복용을 즉시 중단하고 혈액 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김홍배 대림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하루 10000IU 이상을 수개월 지속 복용할 때 부작용 위험은 더 커진다"며 "일반적인 보충 목적이라면 하루 600~1000IU 범위에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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